-
-
초이스 심리상담센터
한수정 지음 / 잇스토리 / 2024년 6월
평점 :

* 영상화 기획 소설 잇스토리에서
받아본 책이다.
그동안 내가 읽었던 잇스토리 책들은
뭔가 늘 긴박하고 핑핑 머리를 굴리는
책들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따뜻함이 물씬 풍기는 책도 나올 줄이야~!!
* 따뜻하게 비추는 햇살과 작은 골목의
표지부터 이미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기 시작했다.
커피 한 잔 들고, 책을 열어보았다.
안그래도 바쁜 월요일 아침,
평소보다 1시간이나 더 일찍 출근 해야하는 수지는
오늘도 종종 걸음으로 근무지를 향해 갔다.
* 얼핏 보면 잘 안보이는,
아는 사람들만 안다는 작은 골목 끝에 있는 건물.
1층에는 카페 '벗, 꽃, 나무'가
그 위로는 '초이스 심리상담센터'가 있는 건물이다.
초이스 심리상담센터의 환자로 왔다가
일리미네잇 수술을 받고 취직하게 된 수지.
* 그 초이스 심리상담센터에서
일리미네잇을 받는 사람들의 사연으로
이야기는 구성되어 있었다.
외모지상주의에 고통 받았던 사람,
죽음이 두려운 할머니,
우상이었던 형을 죽인 동생,
학대에 시달리던 아이까지
남녀노소 모두 해당되었다.
* 그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안타까웠던 사연은
치매 어머니를 돌보느라고 자신을
돌보지 않은 딸의 이야기였다.
엄마의 엄마가 되어버린 딸은
엄마였던 딸이 접어 준 종이학을 보며
버티고는 했지만, 결국 한계에 이르렀다.
* 매일 한 병의 와인을 마시고,
수면제까지 복용했던 그녀는
초이스 심리상담센터를 통해서
6개월의 상담과 시술로
마음의 건강을 되찾는 이야기였다.
* 다른 이야기들 모두 우리가 충분히
겪을 수 있고, 겪어왔을 수도 있는 이야기였다.
누군가에게는 사소하게 보일 수 있는 일도
어느 누군가에게는 삶을 좌지우지하는
상처와 고통이 될 수도 있다.
* 그 많은 이야기들을 보면서
이런 시술이 정말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실수, 타인에 의한 상처 뿐만아니라
범죄 피해자 분들께도 이런 시술이 있다면
정말 좋은 일 아닐까?
강도나 성폭력의 피해자가 시술을
받는 장면도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이런 장면은 없었다.
어쩌면, 누군가에게 정말 상처가 되는 일이라
일부러 언급하지 않았을 수도.
* 이야기는 내담자가 상담센터에 들어오고,
일리미네잇을 시술할 지 물어본다.
과거 내담자에게 상처가 되었던 일이 서술되고,
일리미네잇을 시술 받은 환자가
편안한 얼굴로 괜찮다고 말하는 것이
이야기의 끝부분이었다.
* 같은 패턴의 이야기는 공통성을 주었지만
이야기를 하는 화자를 원장이나,
상담센터 직원인 수지를 1인칭 시점으로
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3인징 전지적 시점이라 내담자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쉽게 알 수 있었지만
그 아픔에 대해 공감하기는 조금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냥, '아~ 그랬구나.' 정도.....?
누군가의 눈으로 보고, 그에 따른
생각도 볼 수 있었다면 더 공감했을지도 모르겠다.
* 그리고 일리미네잇을 받은 내담자들이
모두 편안해진 얼굴로 상담 종료를
듣는 것도 조금 아쉬웠다.
그렇게 아팠던 사람이라면,
'죽음'을 생각했던 사람이라면
이 시술 후에 어떻게 삶이 변했을지가
더 보고싶었기 때문이다.
* 물론 원장님은 시술 후에
다시 상담센터를 찾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그들은 모두 행복할 거라고 이야기 하지만
그걸 독자의 눈으로 직접 보고싶은 마음도 들었다.
* 하나같이 모두 안타까운 이야기였고,
공감 가능한 이야기라는 점은 좋았다.
나도 언젠가는 겪을 수 있고,
내 가족, 내 친구가 겪을 수 있는 일이었다.
* 어디선가 '우울증은 마음이 앓는 감기.'
라는 문장을 본 기억이 있다.
감기에 걸리면 내과에 가서 약을 받는 것처럼
마음의 감기 또한 치료하는 것이 마땅하니
정신과나 심리상담센터에 다니는 사람들에게
색안경을 끼지 말라는 이야기였다.
지금 우리에게 이런 획기적인 시술은 없겠지만
그래도 지금 살아가는 모두의
마음의 안녕을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