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의 대각선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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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권의 놀라운 일들을 뒤로 하고
곧바로 펼쳐본 2권.
2권의 표지를 보고서야 1,2권의 표지가
체스의 백과 흑을 표현했다는 것을 알았다.

* 강렬하다 못해 끔찍한 첫인상으로
만나게 된 두 소녀.
그들은 어느새 훌쩍 커서
자신들의 사상과 신념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자리까지 올라갔다.
다른 이에게 인정을 받고,
그들을 필요로 하게 만든 여성들.

* 이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생각하면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 놀라운 것은 지구를 하나의
체스판으로 생각하는 머리 속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폰이 되어 희생되기도 했다.

* 그들은 서로에게 체크 메이트를 날리며
치명상을 입게 했다.
한 사람이 뺨을 갈기면
다른 한 사람은 니킥을 날리는 형태였다.

* 그들의 게임 속에서 희생되어 가는
많은 이들의 목숨은 안타깝기만 했다.
서로를 죽이기 위해 펼쳐지는 게임.
그들은 직감적으로 서로를 느꼈다.
총격과 육탄전도 벌였다.
그러나 결과는 언제나 무승부.
그들은 서로에게 이기고 지며
자신들의 존재를 또 확인해 나갔다.

* 니콜과 모니카의 대립은
작게는 개인간의 대립이지만
크게는 나라, 세계사에 획을 그을만한
대립으로도 나타났다.
그 중에 가장 큰 것이 9·11 테러와
핵개발이었다.

* 20세기 후반의 세계사를
이보다 더 재미있게 서술한 역사책이
과연 또 존재할까?
싶을 만큼 푹 빠져서 읽어댔다.
페이지를 넘길 수록 니콜과 모니카는
나이를 먹어가고, 어느새
은퇴와 함께 둘의 유일한 공통점인
백발을 가지게 되었다.

* 마지막 접전 이후 자신의 흔적을 모두
지우고 살았던 모니카.
그런 모니카를 어떻게든 찾아내려는 니콜.
백발 할머니들의 재회 장면은
훈훈한 무언가가 가슴 속에
차오르는 듯한 기분이었다.

* 훈훈한 장면을 뒤로 하고 벌어지는 마지막 게임.
그 어떤 영화나 책에서는 본 적이 없는 장면이었다.
두근대는 긴장감과 알콜의 알싸함이
나까지 전해지는 듯해 머리가 빙빙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 통쾌한 마지막 장면을 뒤로하고
전해지는 깊은 여운.
한 사람의 인생에서 한 사람을 이렇게
오래도록 미워하고, 대척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면서 책의 내용을 찬찬히 복귀해보니
멋들어지게 만든 한 편의 영화를
본 듯한 기분도 들었다.

* 책의 중간에 나온 백과사전에서
우리의 이순신 장군님을 이야기한 항목도 있었다.
반기문 UN사무총장님도 거론되어서
'역사적 사실'에 대해 더
신뢰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머나먼 땅 프랑스에서 쓰여진 소설에
우리 선조와 한국을 빛낸 위인이
들어가니 괜히 으쓱하기도 했다.

* 한 사람의 개인사를 통해
세계의, 인류의 모습을 그려낸 책.
처음에는 죽이지 못해 살려주는 라이벌로만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둘만이 서로를 지켜보는
유일한 친구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곳에서 다른 행보를 가지고 있지만
분신 같은 그녀들.

* 니콜이 모니카를, 모니카가 니콜을 만난 것은
오히려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말처럼 그들이 서로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저 평범한 다른 여성들과 다름 없었을 테니까.

* 라이벌, 혹은 분신 같은 두 친구의
이야기는 스파이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근현대의 세계사, 여성들의 통쾌한 액션,
이거 영화 소재로 나오면 대박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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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의 대각선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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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
'채손독'에서 받아본 책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은 거의 다 읽어보았다.
개미부터 고양이, 나무 등등.

* 심오한 세계관에 다음에는 안읽어야지 하다가도
신간이 나왔다는 얘기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홀린듯이 결제를 했었다.
그리고 늘 감탄을 했었지.
이번에는 운이 좋아 받아볼 수 있었다.

* 제목의 '퀸'이 무슨 뜻인지 알지도 못했다.
1권을 다 읽고 나니 표지의 저 그림이
'체스'라는 것이 보이네.
하얀 부분이 누군가의 옆모습이란 것도.
대충 서양의 장기 정도로 이해하고 있었다.
정확한 게임의 룰을 알지도 못한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는데는
크게 어려움이 없었다.
체스 게임을 주제로 하고 있지만
'체스' 자체에 집중하기 보다는
플레이어 자체에 중심을 뒀기 때문이다.

* 서로 지구 반대편에 사는 두 소녀.
그들은 물리적인 거리 만큼이나
생각도 매우 달랐다.
한 소녀는 오토포비아.
즉, 혼자 있기를 꺼리는 아이였다.
군중 속의 시선을 즐기고,
그 시선이 없으면 자신은 존재의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아이. 니콜이었다.

* 또 다른 소녀는 안트로포비아.
즉, 다른 사람에게 병적인 공포를 느낀다.
한 공간에 밀집된 인간들 속에서
극심한 공포를 느껴 지하철도 타지 못한다.
다른 이들의 손길, 숨결, 시선까지도
모두 공포인 모니카.

* 극과 극의 두 소녀의 공통점이라면
바로 체스이다.
니콜은 아빠에게, 모니카는 엄마에게
체스를 배우게 된다.
둘 다 머리는 좋아서 주니어 대표로
만나게 된다.

* 지구의 반대편, 정서의 차이,
조상들의 대립 등 그들은
DNA에 새겨진 세포들까지도
모두 정 반대인 것처럼 보였다.
그것은 체스 게임으로도 나타났다.
게임을 두는 방식이 현저하게 달랐다.
니콜은 폰으로 장벽을 쌓는다면
모니카는 그 장벽을 뚫을 방법을 생각한다.

* 운명처럼 엮인 두 소녀는 이제
목숨을 건 한 판의 체스 게임을 시작한다.
세계라는 거대한 체스판 위에
서로의 말들을 놓고 뺏고, 지키는 게임.

* 총 두 번의 체스 게임 점수는 1대1.
하나가 뒤통수를 갈기면
다른 하나가 턱주가리를 갈기는 모양새였다.
수집하는 뉴스조차 다른 두 여자의
피 튀기는 전쟁을 앞두고 1권이 끝나버렸다.

* 끝부분에 살짝 나오기는 하는데,
2권을 위한 빌드업일 뿐, 속이 시원하진 않다.
책을 읽으면서 좀 이상하게 생각했던 것은
모니카의 태도였다.
니콜과 게임을 하는 도중에 그녀는
매우 초조해보였다.

* 그와 반대로 니콜은 '승부사'가
어울려 보일 정도로 기권은 할 지언정
지지는 않아!라는 모습이 보였다.
이런 장면들도 둘의 대립과
극과 극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 중간에 한번씩 나오는 에드몽 웰스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찾아보니까 이 책이 정말 있더라고?
어떤 대목에서는 이야기의 흐름을
뚝 끊어내는 느낌도 있었지만
어떤 대목은 이야기를 더 잘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

* 너무 치열한 접전이라
두 소녀의 끝이 쉬이 짐작 가지 않는다.
엎지락 뒤치락 하는 핑퐁게임에
긴장감이 맴돌기도 한다.
빨리 1권 리뷰 쓰고 2권을 보고 싶어서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사실 잘 모르겠다🤣 🤣 🤣

* 끊어내고 싶어도 끊어낼 수 없는
베르나르 베르베르.
그의 위대함에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됐다.
오늘 무언가 잔뜩 할일이 있었는데
일단 2권 읽어야 되니, 다 취소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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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소년 로컬은 재미있다
홍정기 지음 / 빚은책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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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정기 작가님의 신작.
내돈내산으로 지난 달에 받아서
바로 읽어보았지만 이상하게
리뷰를 못쓰고 있다가 결국 다시 읽음
🤣🤣🤣🤣🤣🤣

* 표지랑 만들어 놓은 것을 보면
6월 28일인데, 그 동안 뭘 한 건지 모르겠다.
백수가 과로사 한다고,
나 맨날 집에서 노는데도 왜 이리 바쁜지ㅎㅎ
한탄과 함께 다시 펼쳐본 책은
지난 달의 기억을 새록새록 떠올리게 했다.

* 알 수 없는 부고 문자로 시작되는 프롤로그.
프롤로그와 목차를 지나자 초등학교 3학년의
어린 아이들이 툭 튀어 나왔다.

* 총 여섯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첫 번째인 '추적'은 처음엔 귀엽다가,
다음엔 무섭다가, 마지막엔 소름이 돋았다.
13살 딸냥이를 키우고 있는 나는
동물 학대에 관한 이야기는 영상이든
글이든 다 힘들다.

* 눈물부터 차오르고 옆에 있는 냥냥이를
쳐다보지도 못한다.
그 장면을 두 번이나 보게 되다니.
똑같은 장면에서 '잠시 미룰까' 고민했다가
결국 그대로 책장을 넘겼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 여름방학을 맞은 아이들이 동생만 데리고
위험에 빠진 상황이었는데,
가면 갈수록 이게 뭐야?
왜..............? 진숙아!!!!!!
마지막엔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싶은
대반전으로 머리가 어질어질 했다.

* 창 밖의 매미 소리, 찌는 듯한 햇빛에
눈부신 햇살의 여름방학을 생각했었다.
어렸을 적 내가 겪었던 여름방학과
이 아이들, 천안초등학교 소년 탐정단 은기와 충호의 여름방학은 전혀 달랐다.

* 코난덕후 은기는 본인을 스스로를
셜록 홈즈라고 생각하는 아이이다.
스스로를 셜기, 친구인 충호를 충슨이라고 부르며
번뜩이는 두뇌로 사건을 해결하고,
진상을 밝혀낸다.

* 동물 학대를 시작으로 가정 폭력,
층간 소음과 살인 등
어린이의 눈으로 사회문제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무 어릴 적부터 온갖 범죄를 보며
크는 건 아닐까 염려도 되었다.
그런데 막상 생각해보면 현실 속의 우리 아이들도
늘 범죄를 보고, 그 위협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학교 폭력도 그들 바로 옆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니까.

* 예전에 유행했던 타임캡슐도 나온다.
약간의 호러도 섞여 있다.
은기와 충호의 역할이 너무 뚜렷하고
우리게 쉽게 볼 수 있는 사건들이지만
그것을 전혀 색다르게 풀어내서
다시 읽어도 재밌었다.

* 그렇게 술술 넘어가는 페이지 끝에
도달하게 되는 에필로그.
아! 하고 알 수 없었던 프롤로그에
어떤 내용이었는지 확신이 생긴다.

* 은기와 충호가 겪었던 일들은
결코 좋은 기억들이 아니다.
그래도 은기와 충호의 기억 속에는
친구와 함께 했던 기억으로
반짝이게 남았을 수도 있다.
그리고 충호의 마지막 말처럼,
나에게 은기와 충호는 그렇게 기억될 것 같다.

* 어른이 된 충호의 직업이 무엇인지
너무 쉽게 알 수 있지만 은기는......?
작가님!!! 은기는 어디있습니까!!!!
하고 외치고 싶지만,
후속작이 나올거라는 기분 좋은
예감이 들어 혼자 열심히 기다려봐야겠다.

* 내 기억속에 가장 어린 탐정으로 남을 은기.
은기가 좋아하는 명탐정 코난도
외모만 어리지 머리는 고등학생이니까,
은기가 코난을 능가한 아이임이 틀림없다.
은기의 중학교, 고등학교의 시절이
시리즈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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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 심리상담센터
한수정 지음 / 잇스토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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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화 기획 소설 잇스토리에서 받아본 책이다. 그동안 내가 읽었던 잇스토리 책들은 뭔가 늘 긴박하고 핑핑 머리를 굴리는 책들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따뜻함이 물씬 풍기는 책도 나올 줄이야~!! * 따뜻하게 비추는 햇살과 작은 골목의 표지부터 이미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기 시작했다. 커피 한 잔 들고, 책을 열어보았다. 안그래도 바쁜 월요일 아침, 평소보다 1시간이나 더 일찍 출근 해야하는 수지는 오늘도 종종 걸음으로 근무지를 향해 갔다. * 얼핏 보면 잘 안보이는, 아는 사람들만 안다는 작은 골목 끝에 있는 건물. 1층에는 카페 '벗, 꽃, 나무'가 그 위로는 '초이스 심리상담센터'가 있는 건물이다. 초이스 심리상담센터의 환자로 왔다가 일리미네잇 수술을 받고 취직하게 된 수지. * 그 초이스 심리상담센터에서 일리미네잇을 받는 사람들의 사연으로 이야기는 구성되어 있었다. 외모지상주의에 고통 받았던 사람, 죽음이 두려운 할머니, 우상이었던 형을 죽인 동생, 학대에 시달리던 아이까지 남녀노소 모두 해당되었다. * 그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안타까웠던 사연은 치매 어머니를 돌보느라고 자신을 돌보지 않은 딸의 이야기였다. 엄마의 엄마가 되어버린 딸은 엄마였던 딸이 접어 준 종이학을 보며 버티고는 했지만, 결국 한계에 이르렀다. * 매일 한 병의 와인을 마시고, 수면제까지 복용했던 그녀는 초이스 심리상담센터를 통해서 6개월의 상담과 시술로 마음의 건강을 되찾는 이야기였다. * 다른 이야기들 모두 우리가 충분히 겪을 수 있고, 겪어왔을 수도 있는 이야기였다. 누군가에게는 사소하게 보일 수 있는 일도 어느 누군가에게는 삶을 좌지우지하는 상처와 고통이 될 수도 있다. * 그 많은 이야기들을 보면서 이런 시술이 정말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실수, 타인에 의한 상처 뿐만아니라 범죄 피해자 분들께도 이런 시술이 있다면 정말 좋은 일 아닐까? 강도나 성폭력의 피해자가 시술을 받는 장면도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이런 장면은 없었다. 어쩌면, 누군가에게 정말 상처가 되는 일이라 일부러 언급하지 않았을 수도. * 이야기는 내담자가 상담센터에 들어오고, 일리미네잇을 시술할 지 물어본다. 과거 내담자에게 상처가 되었던 일이 서술되고, 일리미네잇을 시술 받은 환자가 편안한 얼굴로 괜찮다고 말하는 것이 이야기의 끝부분이었다. * 같은 패턴의 이야기는 공통성을 주었지만 이야기를 하는 화자를 원장이나, 상담센터 직원인 수지를 1인칭 시점으로 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3인징 전지적 시점이라 내담자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쉽게 알 수 있었지만 그 아픔에 대해 공감하기는 조금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냥, '아~ 그랬구나.' 정도.....? 누군가의 눈으로 보고, 그에 따른 생각도 볼 수 있었다면 더 공감했을지도 모르겠다. * 그리고 일리미네잇을 받은 내담자들이 모두 편안해진 얼굴로 상담 종료를 듣는 것도 조금 아쉬웠다. 그렇게 아팠던 사람이라면, '죽음'을 생각했던 사람이라면 이 시술 후에 어떻게 삶이 변했을지가 더 보고싶었기 때문이다. * 물론 원장님은 시술 후에 다시 상담센터를 찾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그들은 모두 행복할 거라고 이야기 하지만 그걸 독자의 눈으로 직접 보고싶은 마음도 들었다. * 하나같이 모두 안타까운 이야기였고, 공감 가능한 이야기라는 점은 좋았다. 나도 언젠가는 겪을 수 있고, 내 가족, 내 친구가 겪을 수 있는 일이었다. * 어디선가 '우울증은 마음이 앓는 감기.' 라는 문장을 본 기억이 있다. 감기에 걸리면 내과에 가서 약을 받는 것처럼 마음의 감기 또한 치료하는 것이 마땅하니 정신과나 심리상담센터에 다니는 사람들에게 색안경을 끼지 말라는 이야기였다. 지금 우리에게 이런 획기적인 시술은 없겠지만 그래도 지금 살아가는 모두의 마음의 안녕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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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명사 골목의 여름
가시와바 사치코 지음, 사타케 미호 그림, 고향옥 옮김 / 한빛에듀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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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빛에듀에서 처음 봤을 때,
너무 궁금했던 책이었다.
빨간 방울로 머리를 붂은 작은 여자 아이.
뒤어서 보면 몸보다 가방이 더 커보이는
그런 아이가 있는 골목.

* '귀명사'라는 글자에서 귀신 귀(鬼)를 생각했고,
대충 귀신의 목숨과 관련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막상 책을 펼쳐보니, 내가 짐작했던 것과
같지만 조금 다른, 그런 뜻이었다.

* 겁은 많은 만큼 호기심도 많아
납량특집을 좋아하는 가즈.
올 봄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식구들과 머물기에는 좀 심하게 큰
집에서 삼촌도 같이 살고 있다.
여름의 최고 조합인 수박과 납량특집을
신나게 즐긴 가즈.
새벽에 화장실 가고 싶은 것만 빼면
참 좋은 조합인데 말이지~

* 1층으로 내려가서 다시 밖으로 나가
조금 걸어야 있는 화장실에 가기가
너무 귀찮았던 가즈는
가랑비에 오줌 소리가 묻힐걸로 예상하고
그냥 창문 밖에서 볼일을 본다.
그 순간!!! 창문 밖으로 하얀 무엇인가가 보인다.

* 빨간색 방울 머리와 하얀 기모노,
하얀색 오비의 작은 여자 아이였다.
"귀신아다!!!"를 외치며
한바탕 소동과 부모님의 꾸지람이 있은 다음 날,
학교에서 놀라운 것을 목격하게 된다.

* 분명 어제 가즈의 집에서 나온
하얀 기모노의 소녀가 '아카리'라는 이름으로
책상에 떡하니 앉아 있는 것.
그런데 가즈를 제외한 모든 이가 아카리를 안다.
집단 몰카라고 하기에는 그들의 반응이
너무 사실적이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가즈 자신에게
이상이 있는지 걱정이 된다.

* 그때 수업에서 옛날 지도를 보게 됐다.
가즈의 집이 있는 그 골목의 이름은
'귀명사 골목'이다.
절도 없는데 어째서 귀명사라는 이름이 붙은 걸까?
갑자기 나타난 저 아이와 관계가 있는걸까?

* 학교가 끝난 후, 조심스레 아카리의
뒤를 밟는 가즈.
그런데 가즈의 집과 멀지 않다.
아카리를 아는 친구들의 말이 진짜였던 것이다.
실체는 없이 목소리만 들리는 아카리의 엄마.
그런데 동네 어르신들과 아이들은
그 엄마도 또렷하게 보이는 모양이다.
휑한 집에 가구도 없이 투명 엄마와
지내는 아카리의 모습은 너무 이질적이었다.

* 여름 방학 숙제인 자유연구에서
이번에는 토마토가 아닌 옛 지명 조사를
하기로 결정한 가즈.
부모님의 도움으로 미나카미 할머니를 만난 가즈.
근데 이 할매, 뭔가 알고 있는 듯한 눈치다.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가즈에게서
뭔가를 캐내려고 한다.

* 고집 쎈 망할 할망구와 그녀의 고양이 기리코의
도움으로 융성사 주지스님을 만나게 된 가즈.
그에게서 '귀명사'의 정확한 뜻을 알게 된다.
돌아올 귀(歸)에 목숨 명(命),
죽은 이가 돌아와 산 사람들의 사이에
섞여서 태연하게 산다는 것이다.

* 그럼 아카리가 그렇게 돌아온 아이인가?
아카리가 귀신이라는 것을 발설하게 되면,
아카리는 어떻게 되는 걸까?
온갖 잡생각 끝에 가즈는 결단을 내린다.

* 고집불통 할매의 도움으로
아카리가 원하는 것을 완성한 가즈.
매일매일 할머니를 찾아가 조르고, 떼쓰고,
싸우며 얻어낸 귀중한 것이었다.
그리고 아이들의 이야기 속에 들어 있는
또 다른 소설, '달은 왼쪽에 있다.'

* 이 소설의 결말을 보면서
미나카미 할머니의, 그리고 가즈의
진짜 속내를 살짝 엿볼 수가 있었다.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온다면,
나는 누구를 살려 달라고 빌어볼까~했지만
그건 불공평한 일이라는 미나카미 할머니의 말도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모든 것은 순리대로 흘러가는 게 제일이지.

* 어린 아이들의 눈으로 귀신을 보고,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것이 참 흥미로웠다.
초반에는 자신을 내내 한심해 하던 가즈가
여름방학 사이에 훌쩍 커버린 듯한 느낌도 들었다.
어른이 가슴 속에 간직한 꿈,
친구를 지키는 강한 마음을 볼 수 있어서
참 좋은 책이었다.

* 여름 방학을 앞둔 초등학교 4, 5학년
아이들이 읽기에 참 재밌는 책이었다.
어른들에게는 미스터리 판타지 동화가 될 듯 하다.
아카리와 가즈의 미래를 나름대로
상상해 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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