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타나모 키드 - 관타나모 수용소 최연소 수감자 무함마드 엘-고라니 실화 오디세이
제롬 투비아나 지음, 알렉상드르 프랑 그림, 이나현 옮김 / 돌베개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
'채손독'을 통해서 받아본 책이다.
사실 책을 받아 놓은지는 한참 되었는데,
이사다 뭐다, 하면서 바쁜 와중에
공부할 틈이 없어서 미뤄놓았었다.

* 그러다가 이번 설에 1박 2일로
집을 비운 엄마한테 빡쳐서
냥냥이 님이 편찮으셨다.
덕분에 아무것도 안하고 침대에 누워
공부할 틈이 생겼다.
대체 뭘 공부하냐고?
일단 관타나모가 어디 붙어 있는지도
몰라서 관타나모부터 찾아봤다.

* 관타나모는 쿠바 남동부의 도시이다.
미군 해군 기지가 주둔하고 있으며
현재 트럼프 행정부가 처음으로
불법 체류자를 관타나모 수용소에
구금했다는 곳, 바로 그 곳이다.

* 자신이 정확히 몇 살인지는 모르나
14살 때부터 메디나에서 행상을 했던
무함마드 엘-고라니.
그는 고향에 대해 아는 것은
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 뿐이다.

* 행상을 하는 것도 매우 힘들었다.
꿈을 꿀 틈도 없었다.
하지만 절친한 친구의 한 마디가
그의 인생을 송두리 째 바꿔 놓았다.
사우디 거리에서 물건을 팔던 14세의
소년은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꿈을 찾기 위해 돈을 모아
파키스탄으로 떠났다.
떠난 곳에서는 무지개빛 꿈이
가득할 줄 알았다. 그 일이 있기 전에는.

* 파키스탄에 간지 두 달만에
9·11 테러 소식이 들려왔다.
자신과는 크게 상관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는 군인들에 의해 체포되었다.
그들은 감옥으로 데려가서 그를 심문했다.

* 9·11 테러범을 조작하던 이들에게
납치되어 끌려가 많은 고문을 당했다.
왜 체포되어야 하는지 동료들에게
묻던 그의 질문에 돌아오는 답은
"그냥 잘못된 시간에 잘못된 곳에 있었던 거야."
라는 대답 뿐이었다.

* 그때부터 여러 수용소를 지나
관타나모 수용소까지 가게 되었다.
가장 어린 수감자였지만
가장 용감하고 다루기 힘든 수감자이기도 했다.
운다고 석방해 주지 않을 것이기에
그는 늘 웃었다.

* 가끔 미군과 경비병들을 골탕먹이기도 했다.
그때,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당선이 되면서
관타나모 수용소가 폐지 될 것 같았다.
그와 함께 그들의 인권도 지켜질 것 같았다.

* 마침 오바마가 당선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미국 법원으로부터
무죄로 풀려났다.
하지만 그 때는 이미 그의 인생 중
3분의 1인, 8년이 지난 시간이었다.

* 파키스탄에만 가면 다 잘 될 것처럼
느껴졌듯이 그 수용소만 나오면
자신도 사람답게 살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비극은 끝나지 않았다.
이유 없는 색안경, 근거 없는 의심,
어디서도 안전하게 지내지 못하는
그는 지금도 고통 받고 있다.

* 그때 그가 영어 공부를 하기 위해
파키스탄으로 가지 않았더라면,
그의 인생은 그저 평범한 이들처럼
평범하게 늙고, 평범하게 살았을까?

* 8년이라고 하면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서 초등학교에
들어갈 수 있는 정도의 긴 시간이다.
누군가는 태어나서 걷고, 말하고,
밥을 먹는 시간 동안 그는
추위와 싸우고 굶고, 갖은 고문에 시달렸던 것이다.

* 이 힘든 현실 속에서도 늘 웃는
그의 모습이 블랙코미디처럼 다가왔다.
그랬기에 가슴이 저렸다.
나와는 먼 나라 땅의 이야기라고
외면하고 무심했던 세월이 반성되었다.

* 지옥과도 같은 그 곳에서
절망을 맛보면서도 웃음과 희망을
잃지 않았던 무함마드 엘-고라니.
부디 그의 인생이 자유롭고 평등하길,
따뜻한 음식과 안락한 침대가
늘 함께하길 바라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밤의 이정표 - 제76회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수상작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내가 출판사 도장깨기 중인
블루홀6에서 신간이 나왔다.
서평단 모집을 하시길래,
밑져야 본전이다! 하고 신청했는데
너무 감사하게도 당첨이 되었다.
'시즈카 할머니 시리즈' 구하다가
스트레스 받았었는데
파사삭 녹아버렸다 :)

*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로 홀려줄지
매우 기대하면서 책을 펴들었다.
초등학생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체구의
친구를 둔 요스케.
키 182cm에 농구의 신이 재능을 몰빵한 듯한
하루는 요스케에게 동경의 대상이었다.

* 오늘도 어김없이 하루와 농구 연습을 했다.
이미 하루와 헤어졌지만 할 말이 생각나서
자전거로 하루의 뒤를 쫓아갔다.
"하루!!" 하고 부르는 순간, 요스케를 쳐다보는
하루의 몸이 붕 떠올랐다.
요스케는 그렇게 하루의 교통사고 현장을 목격했다.

* 자신이 그때 다급히 하루를 부르지만 않았더라면,
하루는 팔이 부러지지도 않았을 테고
같이 대회에도 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자책하는 요스케와 달리 하루는 태연해 보였다.
그리고 독자에게만 보여주는 하루의 비밀.

* 애비 같지도 않은 인간 때문에
고통 받는 하루를 보니 초반부터 쌍욕이 나왔다.
아니, 사지 멀쩡한 새X가 왜
자라나는 새싹한테 저 염X인지.
한참 동안 그 페이지를 바라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욕이란 욕은 다 뱉고 책장을 넘겼다.

* 한편 부모, 형제도 없는 혈혈단신에
남편과 이혼까지 한 도요코.
도요코는 반찬을 파는 가게에서 일을 한다.
폐기 예정인 반찬을 챙겨 집으로 돌아간 도요코는
지하방에서 지내고 있는 그와 함께 저녁을 먹는다.

* 그는 도요코과 접점이 전혀 없었던 친구로
2년 전, 학원 선생님을 살해하고
'우리 집으로 가자.'라는 도요코의 말에 이끌려
그대로 머물고 있는 아쿠쓰 겐이였다.
아무리 어렸을 적 친구라고는 하지만
남,여의 사이인데다가 사람을 죽인 살인범을
아무렇지도 않게 집으로 들이다니.

* 무섭지 않나? 살인범을 숨겨주면 같이 처벌 받을텐데,
두렵지는 않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들을 지켜보게 되었다.
아쿠쓰 겐은 왜 자신을 가르치던 학원 선생님을 죽였으며
도요코는 왜 아쿠쓰를 숨겨주었을까?

* 그리고 이들을 쫓는 형사 쇼타로.
늘 수사 일선에서 배제되어
도가와 살인사건에 계속 매달리게 되었다.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범인을
그가 어떤 실마리를 잡아 찾아낼지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큰 즐거움이었다.

* 그리고 전혀 관계 없어 보였던
그들이 하나의 인연으로 만나 진심을 나누었을 때,
'아. 나는 또 이렇게 우는구나.' 하며
눈물을 흘렸다.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선명하게 떠오른
마지막 장면은 안도, 슬픔, 후회와 미안함 등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게 해줬다.

*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싶을 때가 있다.
그녀가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 알았더라면 어땠을까?

* 그때 아빠가 아닌 엄마를 선택했더라면,
애비 같지도 않은 애비의 말에
순응하지 않았더라면,
그 아이의 상처는 옅어졌을까?

* 얼마 전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조카가 태어났다.
이번 명절에 70일 된 조카를
처음 보고 처음 안아봤다.
동생이 태어났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 적어도 지금은 내가 그때보단 더 많이
알고 있으니 더 잘해줄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 무서워지기도 했다.
내가 지금 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한 선택이
나중에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나는 누군가에게 조언을, 결정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도 함께.

* 선택들이 가져온 결과에 대해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겠지만,
조금 더 신중하게 멀리 내다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특하면서도 짠하고,
미안하면서도 화가 나고,
안타까우면서도 행복과 기쁨을 느낀 책이었다.
아, 이번에도 제대로 홀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친절하고 위험한 친구들
그리어 헨드릭스.세라 페카넨 지음, 이영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계속해서 일본 소설만 읽었더니
갑자기 영미소설이 땡겼다.
보기에는 꽤 두꺼워 보였는데
딱 내가 읽기 좋아하는 페이지 수였다.
머리도 식힐 겸, 잠시 읽어볼까? 했던
책은 결국 마지막 장을 덮고서 일어날 수 있었다.

* 짝사랑하는 션과 함께 한 집에서
살고 있는 셰이.
그렇다고 해서 그가 셰이의 애인이
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션에게 셰이는 그저 친구였고
그에게는 조디라는 여자친구가 있다.

* 숫자들과 데이터, 그래프를 분석하는
시장조사원 셰이는 각종 통계 데이터
수집이 취미인 여자이다.
현재 그녀의 삶을 통계로 내자면
거의 처참할 수준이다.
해고로 인해 직장도 없고, 애인도 없다.

* 극심한 외로움에 시달리며
조디를 질투하지만 션에게 티내지 않고
안으로 혼자서 삼킨다.
그런 셰이의 인생이 한순간에 뒤바뀌는
사건이 그녀의 눈 앞에서 벌어졌다.
우연히 지하철 역에서 자살하는 여자와
눈이 마주쳤고, 그 현장을 바로 눈 앞에서 목격한다.

*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지하철 환풍구 근처도 가지 못하는 셰이.
그녀는 그 지하철에서 죽은 여자의 이름이
어맨다 에빙거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녀의 집을 찾아가 백일홍을 두고 온다.

* 이런 셰이를 지켜보는 눈이 있었다.
어맨다의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일까?
싶을 정도로 그들은 셰이를 지켜보며
어맨다가 셰이에게 무슨 말을 하진 않았는지
전전긍긍하게 된다.
그래서 그들은 덫을 놓았다.
셰이가 스스로 그들을 찾아올 수 있게.

* 그들이 놓은 덫은 어맨다의 추모식이었다.
일면식도 없는 여자,
눈이 마주친 순간은 그녀가 죽기 전
딱 한순간 뿐이었지만 그래도 셰이는
그녀의 추모식에 갔다.
그리고 어맨다의 친구라는 사람들을 만났다.

* 빼어난 외모에 화려한 차림,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화술에 모든 것을
빼앗겨버린 셰이는 어맨다처럼 그들과
친구가 되고 싶다는 욕망에 휩싸인다.
그래서 셰이는 아주 작은 거짓말을 했다.
어맨다를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이 말했다.

* 하지만 그들은 셰이의 거짓말을 눈치챘고
셰이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는 듯이
셰이가 꼭 필요한 순간에 구세주처럼
그 앞에 나타나 일들을 해결해 준다.
셰이는 그들과 교류하면서 좋은 일들만
가득 생긴 듯한 기분이 들었다.

* 직장이 생겼고, 션의 집에서 나와
혼자 머물 수 있는 집도 생겼다.
다만, 그 집이 죽은 어맨다의 집이라는 것이
함정이라면 함정이었지만.
검은 속내를 감춘 채 셰이를 지켜보고
심리적으로 조종하려는 그들,
그런 그들의 속내를 모른 채
그저 좋은 사람들을 곁에 두게 됐다며
행복해 하는 셰이,
그리고 과거 그들이 저질렀던 일까지.

* 짜릿한 심리 스릴러였다.
예전에 내가 가장 좋아했던 문구 중 하나가
'노을이 질 때 의자에 앉지 말 것.
그때의 의자는 모두 편하니까.' 였다.
어디서 봤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아주 오래도록 머리 속에 박혀있는 문구이다.

* 셰이의 인생이 노을을 거쳐
밤으로 떨어지려 할 때, 거짓말처럼 나타난
화려하고 편안해 보이는 의자.
그래서 셰이는 정신없이 그들에게 빠졌었나 보다.
셰이를 조종하고, 그들이 원하는대로
다룰 수 있다고 자신만만해 하는 그들의
모습도 짜증이 났지만 휘두르면 휘두르는대로
움직이는 셰이의 모습도 답답했다.

* 여자에게는 평균 여덟 명의 친구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이 다 유해하고
인생의 축복이라는 보장은 없다.
오히러 어떤 우정은 죽음보다 위험하다.
여자들의 우정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궁금한 분들에게 추천하는 책이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밤의 소리를 듣다
우사미 마코토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설 명절 연휴에 기차표 예매에 실패했다.
어쩔 수 없이 차를 가지고 내려가야만 했다.
하지만 갑자기 내린 폭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너무 서운해 하시는
부모님 때문에 좋아하는 책을 챙겨
귀성길에 올랐다.

* 휴게소에 한 번도 안들리고
차도 안막혔을 때 편도 5시간.
이번에는 눈과 함께여서 내려가는 데만
6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집으로 향하는 길에
나는 이 책과 함께 했다.

* IQ138에 은둔형 외톨이가 된 류타.
공원 의자에 앉아서 문고본 책을 보다가
우연히 한 여자를 눈에 담게 된다.
그 여자는 스스럼없이 자신의 손목을 긋는다.
새하얀 원피스에 빨간 피가 뚝뚝 떨어진다.

* 이윽고 여자는 류타에게 자신의 피가 묻은
커터칼을 내밀고, 그는 아무 생각없이
그것을 건네 받고 만다.
주변인들의 신고로 그 여자를 습격한 것이 되어
경찰서에 가게 된 류타.
진실을 얘기했지만 경찰은 그리 믿는 눈치가 아니다.

* 그때 그녀의 담임인 하루노부 고등학교
야간 담당 선생님이 와서 사정을 설명하고
류타에게 사과를 한다.
류타는 그녀에게 강렬한 호기심을 느꼈다.
자신과 같은 부류라는 생각에
본능적으로 끌렸을지도 모른다.

* 그런 그녀에게서 유일하게 자신을 받아주는 곳이
하루노부 야간 고등학교라는 얘기를 듣게 된다.
그렇게 류타는 그녀와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에,
그녀를 받아주는 곳이 어떤 곳인지 궁금하다는 생각에
은둔형 외톨이를 벗어나 재활을 목적으로
하루노부 야간 고등학교에 들어가게 된다.

* 학년은 달랐지만 가끔 유리코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사회에서 받아주지 않은 다른 학생들에게는
딱히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늘 혼자 밥을 먹는 류타를 불러준
다이고라는 친구를 만나게 된다.

* 다이고는 '달나라'라는 재활용품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숙식을 해결하는 학생으로
나이는 류타보다 어리다.
하지만 밝은 미소와 호탕한 성격으로
늘 주변에 사람을 두었던 친구였다.

* 유리코와 길을 걷던 중, 우연히 다이고를 만나
그 '달나라'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이것이 류타의 인생에 전환점이 될 줄은
그땐 미처 몰랐다.
심부름 센터도 겸하고 있는 달나라에서
류타는 우연히 자살로 위장한 살인사건을
해결하게 되었다.

* 이후 시급 없는 알바생이 되어 뻔질나게
달나라에 드나들며 다이고와 '친구'리고 부를 수
있는 관계까지 진전하게 되었다.
다이고도, 류타도 막상 자신들의 아픔은
한 마디도 나누지 않은 채였지만.

* 여러가지 사건들이 그들을 찾아오고,
우연이 겹치고 겹치면 운명이라는 말처럼
그 사건들은 류타와 다이고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숙제처럼 느껴지는
한 사건으로 집중되었다.
일가족이 몰살한 살인사건,
그리고 그 범인으로 지목된 남자의 어머니.

* 그 모든 것을 알게 되었으면서도
그들을 지켜보며 사건을 조사하는 류타까지.
어쩌면 현실에서도 볼 수 있을 법한 사건들이라
신기하게 이해가 되면서도 그래도 어떻게...?
왜....? 라는 물음이 끊이지 않는 책이었따.

* 류타의 시선에서 본 그들과
다이고와 함께 하면서 어둠을 깨고
밖으로 나오는 류타.
'관계'를 통해서 스스로를 혹은
타인의 말과 체온을 빌려 상처를 치유하는
그들의 모습은 씁쓸하기도 하면서
기특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 시간이 흐르고 흐르면서 그들의
우정은 단단해져 갔지만, 그만큼 또
쉽게 깨질 것처럼 불안해졌다.
아주아주 늙은 할아버지에게
'내가 젊었을 적에 말이야,
'달나라'라는 재활용품점에
내 친구 다이고가 살고 있었어.'
라고 옛날 이야기를 듣는 듯한
착각도 들었다.

* 아마 긴박하게 돌아가는 사건들 속에서도
절대 흥분하지 않고 냉철하게 그 사건들을
살펴보는 류타의 성향때문이리라.
잔잔한 호수 위에 떨어진 물방울 하나가
거대한 파도를 만드는 것처럼
그때 그 공원에서 유리코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하루노부 야간 고등학교에 들어가지 않고
다이고도 만나지 않았더라면,
류타의 삶은 어떻게 됐을까?
하는 궁금증도 생겼다.

* 서로가 서로에게 하나의 물방울이 되어
큰 파동을 만들어낸 류타와 다이고.
그들의 찬란한 우정과 그 마음을
언제까지고 응원할 것만 같다.

* 출판사 도장깨기 13/8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요괴어사 2 - 각성
설민석.원더스 지음 / 단꿈아이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기다릴 수 없어서 바로 읽어본
요괴어사2!!
1권 마지막 부분에서 무령의 과거와
그녀가 지은 죄로 인해 해치의 재판장이 열린다.
벌을 받을 것이라 생각했던 벼리는
해치에게 자신이 외지부(조선시대 변호사)가
되겠다고 청하며
적극적으로 무령을 변호하게 된다.

* 한편 해치는 정조를 보며
'백성이 마음으로 따르는 판결'이
무엇인지 느끼게 된다.
신수마저 홀리는 임금님이라니!
이러니 안반할수가 있나~

* 무령의 과거를 시작으로
광탈, 백원, 벼리 아버지의 행방과
뿔 없는 해치의 과거까지 차례대로 나온다.
눈물없이 볼 수 없는 그들의 과거.
무령을 위해 허리를 굽히는
임금님을 보면서 울었고,
부모님을 원망하면서도 그리워하는
광탈을 보면서 울었다.

* 자신의 가진 힘의 한계를 느끼고
그 무력함에 고개를 떨구지만
또 묵묵히 수련을 하는 백원을 보며 울었고,
인간들 틈에서 그들이 이야기하는
진짜 '가족'의 의미를 깨닫는 해치를 보며 울었다.
파워 F를 엄청나게 울려대는 2권이었다.

* 생전 처음보는 요괴도 나왔다.
만인사. 뱀의 형태로 사람들의 잡아먹는 요괴였다.
보스, 최종보스, 진짜최종보스,
진짜진짜 최종보스 같은 느낌의 요괴들로
갈수록 난이도는 높아져 갔다.
그만큼 그들의 성장도 눈에 띄었다.

* 그 중에서 제일 눈에 띄는 것은 역시
그들이 가진 끈끈한 정이었다.
조선시대, 임금인 정조와 신수인 해치를 빼면
보부상의 딸, 무당, 백정, 광대였던,
계급의 가장 아래층에 속하던 그들.

* 갖은 핍박과 모진 역경 속에서도
자신들이 가진 힘을 올바르게 쓰고
이 나라를 위해 애쓰고자 하는 마음,
내 옆의 동료를 믿고, 그를 지키고자
자신을 내던지는 그 마음이 숭고해보였다.

* 그들이 각성하게 된 이유는
이런 마음도 있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것은
그들을 하찮게 여기지 않고,
마음으로 품어주는 정조의 어심이 아닐까 싶다.
꽝꽝 얼어버린 그들의 마음을 녹여준 것은
임금, 만인의 아버지였던 정조의
따뜻한 말 한 마디, 진심어린 행동이었다.
이러니, 해치도 염라한테 대들지.

* 요괴어사를 보면서 어렸을 적
퇴마록을 처음 읽었을 때가 생각났다.
그때의 그 흥분, 떨림, 재미와 함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잠을 포기하고 책을 읽던 그때 그 시절.
다른 게 있다면 조금 더 절절하고
애잔한 마음이 든다고 해야하나.

* 신기하게도 책을 읽다가
'이 사람 이야기는 언제 나오지?'
'얘는 어떻게 됐지?' 하면
내 생각을 읽는 것 마냥 바로
다음에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랬기에 내용 상 부족함이 전혀 없었다.

* 사실, 1권을 읽으면서는
너무 어린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잠깐 들긴 했지만 2권에서는
어사대의 성장과 함께 이야기도
한 층 더 단단해진 느낌이었다.

*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야기가 2권이 끝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하........... 설쌤, 뭐하십니까?
3권 내놔요 빨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