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 흑조는 곤란한 이야기를 청한다 - 1928, 부산 나비클럽 소설선
무경 지음 / 나비클럽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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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권의 책이 끝나면 어떤 책을 읽을까
고민하며 책장을 살펴본다.
책태기에 들어가지 않게 전작과는
전혀 다른 장르를 고르는 편이다.
생각해보니 요즘 조선이나 경성 시대의
책을 읽은 적이 오래되었다.
그리고 이왕이면 추리소설이었으면 좋겠다.

* 그렇게 책장을 뒤졌다.
쌓아놓은 책탑은 무용지물이 된지 오래다.
그저 그때그때 끌리고 땡기는 책을 찾을 뿐이다.
그렇게 찾은 책이 '마담 흑조'이다.
맞아. 나 이 책 엄청 아껴놨었다.
언젠가는 읽으리라, 생각하면서도
책태기 극복이나 이 시대의 배경이 읽고 싶을 때
찾으리라고 꽁꽁 숨겨뒀던 책이었다.
그리고, 지금이 그때다!

* 마담 흑조는 경성에서 '흑조'라는 다방을
운영하는 천연주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녀는 조선에서 알아주는 부호의 딸로
어린 나이에 화마에 휩싸이는 사고를 당했다.
그 사고로 인해 그녀는 치명적인 병마와 싸우고 있었다.

* 천연주의 취미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었다.
그녀가 좋아하는 것은 이상하고
진상을 쉽게 알 수 없는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였다.
그래서 자신이 운영하는 흑조에서
손님들의 이야기를 듣고 답례로 뒤에 어떤 진상이
숨어있을지 들려준다.

* 그런 천연주가 지금은 부산으로 가는
기차에 타고 있다.
딸의 건강을 염려한 아버지 천민근은
동래온천의 물이 몸에 좋다고 하니
거기서 며칠 머물며 요양을 하라고
권했기 때문이었다.

* 그렇게 몸이 아픈 귀한 아가씨 천연주와
그녀를 수행하는 벽안의 야나,
오래 전부터 천연주의 시중을 든 강선생과 같이
동래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은 것이다.
일등석의 기차여행이지만 이마저도
천연주에게는 쉽지 않았나보다.
부산을 목전에 두고 천연주는 기차 안에서
쓰러지고 만다.

* 그렇게 정신을 잃은 천연주는
앞에 앉은 이의 도움으로 예정했던 도착지보다
앞서 구포에서 내리게 되었다.
손 선생이라고 불리는 그 사람은 천연주가
몸을 추스릴 수 있도록 머물 곳도 마련해주었다.

* 정신을 차린 천연주는 대뜸 손 선생에게
'야시고개의 여우가 제게 탐정 일을 청했습니다.' 라고 얘기한다.
며칠 전 일본인의 집에서 기르던 죽은 개를
물어간 여우가 자기 자식들을 살리고자
꿈에서 자신에게 의뢰를 했다고 얘기했다는 것이다.
좀 황당하다. 몸이 아니라 정신이 아픈
여성이었나? 하고 의심해도 이상하지 않다.

* 하지만 창백한 얼굴에 날카로운 눈빛의 천연주를 본
손 선생은 그녀의 요청에 따라 이런저런 일들을 알아봐준다.
손 선생의 이야기만 듣고 사건의 진상을
알아맞추는 천연주의 모습은 첫 이야기부터
나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건강했을 때의 모습을 얼마나 아름답고
총명함이 철철 넘쳤을까 생각하니
그녀의 사고가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 이처럼 마담 흑조의 이야기는
1928년의 배경 답게 일제강점기의
조선 백성의 삶도 잘 보여주었다.
추리는 추리대로 완벽했고,
일본인과 조선인의 관계와 그때의 시대의 분위기는
그들이 하는 말과 행동으로 독자가
알 수 있게 했다.

* 창씨개명을 한 부호의 딸이라는 이유로
그녀를 알아가기도 전에 만나는 선입견.
그리고 그것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천연주의
모습은 씁쓸하게만 느껴졌다.
누구보다 뛰어난 관찰력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그녀를 보면서
속이 다 시원하기도 했다.

* 정신없이 읽다보니 어느 새
마지막 장이었다.
딱 한 편만 더 있었으면 좋았을걸,
이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경성 배경에 재밌는 이야기.
어느새 마담 흑조의 팬이 된 것 같다.
마담 흑조의 다음 이야기가 세상 밖으로
나오길 조심스레 기대해 보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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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용의자
찬호께이 지음, 허유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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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즈덤하우스에서 받아본 책이다.
서평단 안내 문자를 받았을 때는
나도 모르게 환호성을 내질렀다.
찬호께이의 책은 13ㆍ67, 망니니인
딱 두 권 읽었는데 공교롭게도
딱 그 책 제목만 띠지에 소개되어 있었다.

* 전작을 통해 이미 찬호께이의 필력과
탄탄한 스토리는 알고 있었기에
더욱 이 책이 기대됐다.
두근두근 설레며 펼쳐본 책은
한국 독자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작가님의 서문을 지나 프롤로그로
나를 데려갔다.

* 숯불을 피워 자살한 남성의
시신을 수습하게 된 경찰.
딱히 이상할 것 없는 현장이었지만
최근 경찰과 시민의 사이가 좋지 않아
섬세하게 처리하는 중이었다.
울부짖는 노모 옆에는 이웃이라는
남자가 있었다.

* '그것'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그냥 이렇게 평범한 자살 현장인줄 알았다.
옷장 속 20여 개의 원통형 유리병,
그리고 그 안에 들어있는 인간의 잘린
팔, 다리와 장기를 보기 전까지는.
급하게 형사가 투업되었다.
그들은 피해자가 최소 남자 1명과
여자 1명일 것으로 보고 있었다.

* 그리고 그들을 죽인 범인은
이 옷장과 방의 주인 셰바이천이며
수사를 통해 금방 사건의 진위가
판가름 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웃집 남자이자, 셰바이천의
오래된 친구라는 칸즈위안에게 들은
충격적인 한 마디.
"셰바이천은 은둔형 외톨이었어요.
20년 동안이요."

* 은둔형 외톨이가 방 밖으로 나가지 않고
피해자와 접촉해 그들을 살해하고,
같이 사는 어머니에게 들키지 않게
그들을 다시 집으로 데려온 방법을 찾아야했다.
정황상 누가 봐도 범인은 빼박 셰바이천.
단 하나의 용의자에 피해자는 둘.
그리고 불가능하게 보이는 범죄를
가능하게 만들어야 하는 형사들까지.

* 놓칠 구간이 단 하나도 없었다.
중간 중간에 '망자의 고백'을 통해
독자가 몰랐던 새로운 정보를
전달해 주는가 하면,
수사를 통해서 밝혀지는 사실을 통해
'이 사람이 범인이야!'하고 알려주는
솜씨가 역시 예사롭지 않았다.

* 특히 독자는 작가를 이길 수 없다는
띠지의 문구에 격분해 도전장을 내밀었던
나는 그 격차에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나의 완패였다. 절대로 작가를 이길 수 없었다.
소설 속 작가도, 소설 밖 작가도 말이다.
생각지도 못한 반전과 반전을 볼 때마다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역시 대단하다는 말만 나왔다.

* 책을 덮고 나서 '고독한 용의자'라는
책의 제목에 대해 생각해봤다.
처음에는 그저 용의자가 단 한 명이기 때문,
이라고 생각했다.
또 한편으로는 왜 '외로운'이 아니라
'고독한'일까, 하고 생각해봤다.
쓸쓸하기는 둘 다 마찬가지일텐데 말이다.

* 세상에는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타인의 관심에서 밀려나거나
스스로 고립된 사람들.
그리고 그들은 인간계 피라미드에서
최하위층이 되어 그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다.
심지어 행방불명이 되어도
찾는 사람이 없어 생사도 모르게 되는 것이다.

* 어디선가 외로움을 즐기고,
고독과 친구가 되라는 말을 본 적이 있다.
이 말이 진짜 외롭고, 고독한 이들에게
얼마나 상처가 되었을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까지
굉장한 만족도와 함께
묵직한 숙제도 받은 기분이었다.

* 오늘은 왠지 세상에 외롭고,
고독하고, 아픈 이들이 잠깐이나마
평안해지길 기도하고 싶다.
부디 단 한 순간만이라도 그들이
외롭지 않길,
고독스럽고 고통스럽지 않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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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화서, 마지막 꽃을 지킵니다
김선미 지음 / 오리지널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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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도 제목을 보자마자
내용도 확인하지 않고 골랐다.
'마지막 꽃'을 지킨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책이 손에
들어올 때까지도 몰랐다.
그냥 표지가 너무 예뻐서,
꽃내음이 흩날리는 요즘 날씨에
읽기 딱 좋은 것 같아서 골랐을 뿐이었다.

* 대학만 졸업하면 번듯한 직장에
취직할 줄 알았던 마리는
오늘도 취직 시장에서 밖으로 내몰렸다.
서류 전형도 통과하지 못했다.
반지하 월세방에 남아있는 보증금도
간당간당해서 아르바이트를 늘려야만 한다.

* 어릴 적 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형제도 없는 혈혈단신 고마리.
그런 그녀는 남들이 모르는 비밀이 있다.
영혼이 피는 꽃, 사혼화를 볼 수 있는 것.
어릴 적 엄마게게 듣기로 그 꽃은
소중한 이를 기다리고 있으니 절대로
만져서는 안된다고 했다.

* 그런 사혼화를 관리하는 곳인 귀화서에
인원을 뽑는다는 얘기를 들은 마리.
고민도 잠시, 처음에는 계약직이지만
언젠가는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마리는 귀화서의 면접을 봤다.
결과는 당당히 합격!
숙소도 제공되니, 이제 고마리의 인생에도
볕 들 날이 오나보다.

* 귀화서는 국장인 백선을 중심으로
사무관인 나문재, 서기인 윤시호,
장기 출장중인 자운영과
과장 김고본, 공양주 양순채,
근처 고아원 아이인 양하로 채워져 있었다.
사혼화를 볼 줄만 알았지,
그것을 찾는 이들이 어떤 마음인지,
귀화서의 일원으로서 어떻게 그들을
위로하고 다시 삶으로 이끌어야 하는지
몰랐던 마리는 서투름 투성이었다.

* 그렇게 고마리의 고군분투
귀화서 생활이 시작되었다.
한 사람이 죽고, 미련이 남은 영혼은
꽃을 피워 빛이 난다.
그 빛을 자신의 가장 소중한 사람이
알아볼 수 있게 하고 딱 한 번,
영혼의 형태로 딱 한 문장씩만
대화를 할 수가 있었다.

* 죽은 자의 미련과
산 자의 남겨진 마음을 모두
어루만져줄 수 있어야만 했다.
말 한 마디, 행동 하나가 그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가는지 알아야만 했다.

* 사혼화를 볼 수 있는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을 향해 핀
사혼화는 알아보지 못한다.
신의 벌인지, 축복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마리는 부모님의 사혼화를 알아봤다.

* 사혼화를 만지면 몸에 나타나는 꽃의 흔적,
그리고 눈 앞으로 밀려드는 꽃의 기억을 통해
부모님을 알아본 것이다.
어째서 이런 일이 생기는지는 모른다.
귀화서에 들어오고, 자신의 비밀을 밝히면서
마리는 자신이 지신의 후손일 수도 있다는 것과
엄마, 아빠가 핀 파란색 꽃은
소원을 들어주는 사혼화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 나였다면, 이때다 싶어서 부모님을 만나
사랑한다 말하고 로또 번호도 물어볼 것 같은데
어찌 된 일인지 마리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부모님의 사혼수를 보관만하고 있었다.
마리는 엄마로부터 물려받은 이 힘을 어떻게
쓰게 될지 궁금해서 눈물 콧물 흘리며
끝까지 지켜봤다.

* 처음 사혼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자식을 잃은 부모'에게 진짜 이 꽃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슬프지 않은 죽음은 없지만
자식을 잃은 부모만큼 비통한 것이 또 있을까.
비록 여기에 나온 이야기는 씁쓸한 맛도 있었지만
기본적인 '부모의 마음'은 확인할 수 있었다.

* 형제 자매의 죽음, 부모 자식간의 이야기,
연인의 이야기도 나왔다.
하지만 세상에는 가족 같은 친구도 있는 법이라
친구, 혹은 은인의 이야기도 나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었다.
더불어 반려동물도.
사혼화가 인간에게만 허락 된 것처럼 보여서
조금 슬프기도 했다.

* 귀화서 사람들은 마리뿐만 아니라
모두 각자의 비밀과 고민을 안고 있었다.
고마리는 아직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했고,
문재도 역시 아직 집에 가지 않았다.
묘한 기류를 풍기는 마리와 시호 사이도 그렇고,
양하의 성장도 더 지켜보고 싶다.
그래서 이건 후속작이 나와야만 한다.

* 이제는 좀 귀화서에 적응하고
선배미 뿜뿜 풍기는 마리의 모습이 보고싶다.
더불어 다음에는 찐한 우정이야기도,
반려동물과 주인의 이야기도 나왔으면 좋겠다.
눈물, 콧물 쏙 빼느라고 진이 다 빠졌지만
그래도 따뜻했고, 왠지 속도 좀 후련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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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의 봄 가노 라이타 시리즈 1
후루타 덴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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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사계절 중 봄을 가장 좋아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1년 중에
봄이 가장 바빠서 피어나는 꽃을
즐길 겨를이 없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3월이 되자마자 바빴다.
추운 걸 싫어해서 겨울에는 겨울잠 자는
곰 마냥 칩거 수준으로 지내기 때문에
봄이 오면 갈 곳도 많고, 만날 사람도 많다.

* 올 해는 이상하게 4월에도 눈이 왔다.
눈에 얼어버린 벚꽃을 보며
올해도 꽃구경은 글렀구나,
하고 생각했다.
알레르기 때문에 잠도 푹 자지 못하고,
연달아 있는 집안행사들을 보내고 나니
어느새 목련은 지고, 벚꽃마저 떨어져 버렸다.

* 출판사 도장깨기를 진행하던 중이었는데
바쁜 일정 탓에 그것도 멈춰버렸다.
4월이 되면 다시 시작해야지! 했는데
4월도 어느새 중반을 훌쩍 넘겨버렸다.
어떤 책으로 도장깨기를 다시 이어갈까, 하던 중
나의 고민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블루홀6 피드에 봄 추천 책으로 이 책이 올라왔다.

* 그래!! 너로 정했어! 하고
부랴부랴 준비를 했다.
렌티큘러 카드를 보니, 이렇게라도
봄을 보는구나 싶어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다.
잠든지 2시간 만에 깬 새벽녘에 책을 펼쳤다.
총 5개의 연작소설로 이루어진 책은
매력적인 형사 가노 라이타와 함께였다.

* 우연히 외할아버지의 창고를 발견하고
그곳에 어린아이를 유괴, 감금한 남자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단편이지만 몰입도 높은 이야기들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노인을 대상으로 한 사기를 치는 리더 할머니,
장미를 훔치는 도둑, 노예처럼 자신을 부린다고
생각해 살의를 품는 친구 이야기,
전 여자친구이자 아이돌 성우를 살해한
용의자로 체포되는 작가까지.
모두 범인의 시선에서 서술된 책이었다.

* 특히 마지막 이야기는 형사시절 가노의
과거가 겹쳐 하나의 이야기에
두 개의 줄거리가 있는 듯 했다.
후속작을 먼저 읽었던 터라 그의 과거가
궁금했는데, 그걸 이렇게 확인할 줄이야.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가노를 조금 더 자주,
오래 보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 5개의 이야기는 모두 범인의 시선에어
서술되기 때문에 그들이 범행을 일으키는
과정은 물론이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욕망을 더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자신의 쾌락을 위해서,
누군가의 옆에 오래 있고 싶어서,
자신의 부와 명예를 위해서,
자신의 자유를 위해서,
가족을 위해서, 그들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만한 욕망들을 품고있었다.

* 그 욕망에 휩싸여 범죄라는 것을 알면서도
일을 저지르는가 하면,
어떤 이는 자신의 욕망을 합리화하며
범죄라는 인식조차 하지 못하기도 한다.
어느 순간 사라져버린 봄처럼,
그들이 손에 쥐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손목에는 차갑고 번쩍이는 수갑만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제목이 거짓의 봄인건가, 싶기도 했다.

* 객관적으로 5편 모두 재미있었다.
첫 장을 펼친 순간부터 마지막 장까지
한 자리에서 꼼짝도 않고 읽었다.
책을 덮고 나니 내가 아쉬워 하는 것이
제대로 쳐다보지 못한 꽃인지,
다시 잡을 수 없는 시간인지,
끝나버린 책의 페이지인지 잘 모르겠다.
그저, 이제 바쁜게 좀 덜하니
다음에는 무슨 책을 읽을까~ 하는
한가로운 고민 뿐이다.

* 출판사 도장깨기 1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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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비밀 레시피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16
부연정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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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힐링이 필요해!
이상하게 요즘 집중을 잘 못한다.
책을 읽다가도 딴짓하기 일쑤고,
맘에 드는 책을 읽기 위해
책장을 뒤적뒤적,
이 책 들었다가 다시 저 책 들었다가
하는 일들의 반복이 되고 있다.

* 그래서 조금은 가볍고,
즐겁게 읽을 수 있을만한 책을 골랐다.
이럴 때는 청소년 소설, 힐링 소설이 딱이지~
그렇게 꺼낸 책은 나를 말하는 까마귀가 있는 곳,
'악마의 레시피'라는 식당으로 데리고 갔다.

* 붉은 색 꽃이 핀 제라늄 화분이 있는 이 곳은
아주 어려보이는 사장 하나와 말하는 까마귀가 있었다.
식당임에도 메뉴판은 없고,
손님이 원하는 것은 뭐든지 만들어 줄 수 있다고 한다.
외진 곳에 홍보도 없고, 그래서 까마귀는
손님을 찾아 날아올랐다.

* 만년 5등 수영 선수인 세현은 그렇게
말하는 까마귀의 강매를 가장한 초대를 받아
악마의 레시피에 발을 들여놓았다.
떡볶이를 만들어 달라고 했는데....
응......? 떡볶이에 들어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 들어가 있다.
떡볶이에 탕후루가 들어가 있다니.......

* 근데 또 탕후루가 들어간 떡볶이는
기가 막히게 맛이 좋았다.
그리고 사장인 데몬은 음식을 맛있게 먹어줬으니
환상을 선물하겠다고 얘기한다.
얘 좀 바보인가? 싶을 때,
세현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꿈인 듯,
혹인 현실인 듯한 환상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 환상 속의 세현은 대회에서 1등을 하기 위해
나쁜 짓을 하게 된다.
그 결과 모든 것을 읽게 된 세현.
후회의 눈물을 흘리는 순간 다시
악마의 레시피에서 눈물을 흘리며
떡볶이를 먹는 자신에게로 돌아오게 된다.

* 사실, 악마의 레시피 사장인 데몬은
악마의 후계자이다.
요즘 사정이 좋지 않은 마계에서
마력이 약한 데몬은 가출을 가장한 독립을 했다.
그렇게 조금씩 손님들이 남기고 간
부정적인 감정들을 수집하는 데몬.

* 그리고 식당에서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된 세현은
자신의 친구들을 데리고 와
데몬이 굶어죽지 않게 해준다.
데몬은 그들에게 음식을 내어주는데
가지가 들어간 피자, 딱복이 들어간 소고기 뭇국 등
그 모양이 좀 요상스럽다.
하지만, 맛은 기가 막힌다 그 말이지~

* 까마귀에게 반짝이는 것을 줘야만
나갈 수 있는 악마의 레시피.
그곳은 꿈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고,
친구와 가족의 문제로 고민하는 아이들에게
자신을 믿고 나아가라는 메세지를 준다.

* 갈피를 못잡고 방황하고, 고민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요즘 어떤 것에도
집중하지 못하는 내가 겹쳐 보였다.
휴, 그래~ 나도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지 말아야지.
나를 믿고 헤쳐 나가고,
미안한 건 미안하다, 고마운 건 고맙다
이야기 해야지.
그렇게 또 나의 시간들을 채워야지.
하고 생각하게 만든 책이었다.

* 각각의 사정에서 어릴 적 내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그때와 비교해서 지금의 나는
단 한 뼘도 크지 않았구나, 하고
좌절하기도 했다.
늘 고민과 방황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자라나는 청소년과 더불어
마음이 힘든 어른이 읽기에도 좋은 책이었다.
이제 다시, 집중해서 책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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