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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목가 1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7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필립 로스의 <미국의 목가>는 일찍이 출간된 그의 대표작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와 <휴먼 스테인>에 앞서 쓰여진 작품이다. 다시 말하면 필립 로스의 작품 세계의 출발점을 알리는 작품인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그의 다른 소설과 마찬가지로 지성적이고 유려하며 지극히 미국적이다. 이 소설에는 미국의 과거와 현재, 사상과 가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물론 마음만 먹으면 미국적이라는 것에 한정지을 필요는 없지만, 제목에서도 보여주는 바와 같이 이 소설은 미국의 근현대사와 별개로 읽히지 않는다.

 

소설은 완벽함 뒤에 감추어진 그늘을 시모어 레보브라는 인물과 그의 가정의 모습을 통해 보여준다. 화자인 네이선 주커먼이 기억하는 시모어 레보브는 '마법'이자 '기쁨의 원천'이었다. 이런 집단적 영웅만들기로 인해 마을 사람들은 전쟁이라는 암울한 현실에서 잠깐이나마 출구를 찾아왔다. 이 완벽한 인물과 그들의 가정이 무너져가는 과정 속에서 베트남 전쟁이라는 미국에게는 다소 치욕스러웠던 역사적 사건이 끼어든다. 전쟁은 사회와 개인의 광기어린 폭력성을 보여줄 뿐 아니라 사회의 역사가 한 개인의 운명에 미치는 무서운 결과에 대해 작가는 치열하게 그려 보여준다.

 

이 소설 전체를 꿰뚫는 키워드는 미국적인 것에 대한 정체성 문제다. 시모어 레보브는 스웨덴풍의 외모를 가졌다하여 스위드라는 별명을 지닌 유대인이다. 그러나 그는 그럭저럭 미국적인 기질에 맞게 행동했으며 미국인의 사회에 완벽하게 동화되어 살아간다. 그러나 그의 딸 메리는 그런 그의 정체성에 문제제기를 한다. 유대인도 카톨릭교도도 아닌 그녀의 돌발적 행동은 아버지의 이중적인 삶을 까발리는 동시에 미국적인 것에 대한 집착이 만들어낸 허위의식을 고발한다. 결국 한 사회에 동화되기 위해 자신의 본질을 억압하는 삶을 혐오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시모어 레보브가 이루어 온 삶이 허구적일 수밖에 없었던 까닭을 찾아볼 수 있다. 미국에 대한 메리의 혐오는 고스란히 아버지에 대한 의식으로 치환되는 것이다.

 

결국 스위드의 삶은 현대의 미국에 대한 적절한 알레고리다. 근현대의 국제사회에서 일련의 역사적 사건을 겪어오는 동안 미국인이 지니게 된 시혜의식과 자기만족은 스위드라는 완벽에 가까운 인물에 열광하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스위드의 삶이 그렇듯 미국의 완벽한 삶은 베트남 전쟁을 통해 흠집이 나고, 그들이 지닌 우월함에 대한 가치는 메리의 개종을 통해 부정된다. 이 소설을 통해 '미국의 목가'는 허구에 지나지 않음을 필립 로스는 엄중하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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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소년이 온다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소설은 1980년 5월 바로 그날의 한 가운데에서 출발한다. 총성이 울리고 피비린내가 퍼지는 광주 중심, 반투명한 창자를 쏟아내고 죽은 시신들이 밀려오는 상무관에 한 소년이 찾아온다. 옆구리에 총을 맞고 죽은 친구의 시신을 찾기 위해서다. 소년은 친구의 죽음을 직접 목격했다. 그 죽은 사람 중에는 소년 뿐 아니라 청년도 있고 여자도 있다. 그 날의 비극을 만든 가해자는 아직도 살아있는데 이 비극은 조금씩 잊혀진 과거가 되고 있다. 어떻게 이럴 수 있나?

 

한강은 그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통해 독자를 그 날의 현장 속으로 되돌려 놓는다. 그러나 기록사진같은 사실적인 현장의 복원이 이 소설의 목표는 아니다. 역사의 인과에 근거한 사실적 진술은 더더욱 목표가 아니다. 화자는 고작해야 16세의 나이로 죽은 한 소년의 혼령일 뿐이고, 그의 눈이 따라가는 초점 인물 또한 16세의 소년이다. 나라가 국민을 공격하는데, 국민들은 시신을 태극기로 감싸고 애국가를 부르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어린 소년이다. 소설은 그 혼령과 소년의 눈에 비친 긴박했던 그 날 밤의 긴장감과 두려움의 현장 속으로 독자를 불러들이며, 연약한 시민군들의 의식 속에 그 날이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는지 보여주려 한다.

 

작가는 소년에게 닥친 비극을 직접 묘사하지 않는다. 살아남은 자의 증언 속에서 그 날의 치욕을 힘겹게 끄집어 낼 뿐이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최후까지도 저항했던 인물들에게 치욕이란 무척 부당한 말이지만, 그들 중 누구도 그날 일을 치욕으로 생각지 않는 사람은 없다. 작가는 이처럼 그날의 비참함 자체가 아니라, 살아남은 자들의 부채의식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그 고통의 역사가 지나간 과거가 아닌 현재진행형임을 강조한다. 죽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남아있었으며, 총 한발 쏘지 못했으면서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그 날의 기억은 평생을 옭아매는 치욕이었던 것이다. 생활이 무너지고 감정이 메마르고 숨만은 붙어 있어 순간순간 그 날의 악몽을 재생하며 삶을 별 수 없이 이어가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자신의 의지로 목숨을 끊은 자는 차라리 행운이라 여겨진다.

 

우리는 증오와 분노를 담아 그 날을 상상하지만, 그 폭압과 살육의 현장 한가운데 있었던 사람들의 끔찍한 트라우마를 상상할 수는 없다. 이 소설이 들려주는 인물들의 이야기도 아주 일부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소년이 온다>는 치욕과 비극의 역사를 지금 이곳으로 불러오며 과거의 현재적 각성을 이끈다. 지금 시대의 주인공이 되어야 했을 소년 '동호'는 죽었지만, 다음 시대의 주인공이 될 오늘날의 소년들에게는 과거와 현재의 연속성에 대한 분명한 자각이 필요할 때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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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
성석제 지음 / 창비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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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자마자 단숨에 읽었습니다. 성석제 특유의 해학과 감동이 일품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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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역사
니콜 크라우스 지음, 한은경 옮김 / 민음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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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조너선 사프런 포어의 아내로 알려진 니콜 클라우드의 소설입니다. 두 젊은 작가 모두 잔잔한 스토리와 특이한 플롯이 돋보이는 소설을 남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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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삶 1,2]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자유로운 삶 1
하 진 지음, 왕은철 옮김 / 시공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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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의 이념과 개인의 자유는 양립하기 어렵다는 것을 지금까지 인류의 역사는 꾸준히 증명해 왔다. 오랜세월 동안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완전한 가치를 찾지 못한 채,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거대한 이데올로기가 대립하는 현대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 완전한 가치를 찾기 위한 인류의 모색은 끊기지 않고 이어져오고 있다. 개인의 자유가 국가의 이념에 상충되지 않는 완전한 삶의 모습에 대한 탐색은 오늘날 문학이 당면한 크나 큰 과제 중 하나다. 영어로 글을 쓰는 중국계 미국작가 하진은 그의 소설 <자유로운 삶>에서 이러한 문제를 본격적으로 탐색한다. 작가 자신의 체험이 강하게 반영된 듯한 이 소설에서 작가는 중국이라는 국가 이데올로기와 그에 대항하여 자유로운 삶을 꿈꾸는 개인의 갈등을 미국이라는 자본주의의 상징과도 같은 나라를 배경으로 풀어낸다.

 

이 소설에서 작가는 주인공 난 우를 통해 조국에 대한 이중적 시선을 내보이는 것에 전념한다. 미국 사회에서 중국 본토 출신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걸림돌로 생각하는 난은 조국이라는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힘겨운 타국 생활을 꾸려나간다. 조국의 품으로 돌아갈 수 없지만 그렇다고 미국이라는 사회에 완전하게 안착하지도 못한다. 이는 한 개인의 뿌리가 훗날 개인의 의지를 무력화 시킬 수 있을만큼 한 사람의 유전자에 깊이 각인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작가 자신의 디아스포라적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반영되었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난과 핑핑의 미국 생활을 추보적으로 그려내는 과정에서 작가는 다른 수많은 중국 이민자들의 모습을 비춰준다. 영주권을 위해 늙은 미국인 여자에게 빌붙어 살아가며 영어를 배울 생각이 없는 잡지 편집장, 신사적인 흑인 손님에게 반해 남편을 버리는 여자, 국가적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동료들을 배신하는 유학생 등 수많은 이유로 미국 사회에 정착하게 된 많은 중국인들이 등장한다. 이 중에는 미국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도 있고, 다른 문화에서는 아무 것도 얻기를 원하지 않고 배우려 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소설은 이러한 다양한 인물 군상들을 그려내면서 당대 중국이 처한 현실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개인의 삶의 모습을 총체적으로 보여주려 애쓴다.

 

난과 그의 아내 핑핑은 자유를 억압하는 조국의 품을 떠나 미국으로 오는데, 그들이 그곳에서 이루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자유로운 삶'이다. 작가가 풀어내는 자유의 문제는 때로는 정치적이고 때로는 경제적이다. 부정과 부패가 판을 치고 개인의 모든 행위가 조국과 국가에 통제 받는 억압적인 중국 사회를 떠나 모든 것이 개인의 자유 의지로 가능한 자유주의 국가 미국에서 그들은 이른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꾼다. 그러나 이들은 경제적인 궁핍과 인종 차별에 시달리며 자유로운 삶을 반납해야하는 힘겨운 삶을 여기에서도 이어간다. 누구도 그들을 외적으로 압박하지 않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유전자에 새겨진 사고는 보이지 않는 억압 기제가 되어 난의 미국에서의 삶을 더 힘들게 만든다.  이 젊은 부부의 미국 생활을 소설은 단조로운 플롯으로 쫓아가며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과연 정치적, 경제적 자유가 한 개인이 추구하는 진정한 가치일 수 있을까.

 

이 소설은 꽤나 정치적이지만 동시에 문학적이다. 국가와 개인의 문제를 당대 중국 사회의 현실에 비추어 모색하려 했다는 점에서 정치적이다. 가령 국가가 개인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난의 견해와, 국가를 위해 개인이 무엇인가를 해야한다는 논조를 발표하는 만핑 류선생의 갈등 같은 것은 이 소설의 정치색을 강하게 드러낸다. 그러나 이 소설은 비록 서정성을 찾아볼 수는 없지만, 정신적 자유로서의 문학의 역할을 거듭 언급함으로써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사회 반영이라는 소설의 참여적 측면에 근접해 있으면서도, 순수 문학으로서의 문학의 기능을 직접적으로 옹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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