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르, 로키. 헬, 라그나로크. 마블 영화를 통해 친숙한 이름과 단어. 그 캐릭터들이 북유럽 신화에서 왔다고 하는 이야기는 익히 들었지만 북유럽 신화를 찾아 읽어볼 생각은 안했던 것 같다. 사실 어렸을 때부터 로마나 그리스 신화에 노출되어 있었지만 별로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너무 인간적인 신들의 잔인한 싸움이야기가 개인적인 취향에 안맞았다는 것이 좀 더 구체적인 이유였다. 솔직히 마블 캐릭터의 배경 스토리가 궁금하지 않았다면 읽지 않았을 것 같다. 영화의 힘이 이렇게 크다니... 어찌되었건 읽게 된 《북유럽 신화》. 작가 닐 게이먼은 전해내려오는 북유럽 신화를 최대한 정확하고 흥미롭게 재구성 하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책에는 세상이 시작되기 전부터 신들의 최후까지 15개의 에피소드가 담겨있다. 첫 부분에 오딘, 토르, 로키가 주요 인물로 소개되는데 전체적으로 스토리의 전개를 끌고가는 주인공은 로키인듯 싶다. 신들이 보물을 얻게 된 것도, 성벽 건축가를 속인 것도, 프레아의 이상한 결혼식도, 신들에게 최후의 운명을 선사한 것도 따지고 보면 로키가 사건의 중심에 있었다. 로키의 최후는 여타 신화에 나오는 끔찍함이 담겨있다. 그것은 오딘이 지혜를 얻기위해 스스로 눈알을 뺏다거나 크바시르를 죽여 거꾸로 매달아 피를 받고 그 피로 시인의 꿀술을 만들었다거나 하는 설정들과 비교할 수 없는 것인데 로키의 눈앞에서 가족을 징벌하는 하는 잔인함이다. 가족은 잘못이 없다고 말하는 로키, 그러나 신들은 그의 큰아들을 늑대로 변신시켜 작은아들을 죽이게 하고 작은 아들의 창자로 로키를 묶는다. 그리고 그의 아내 시긴에게는 괴로움 받는 로키를 지켜보도록 하는 형벌을 내린다. 글쎄 로키가 신들의 최후를 계획하며 그 고통을 참았다는 말에 공감할 수 있는 것은 나만일까?《북유럽 신화》 기대했던 것 보다 재미있게 읽었다. 왠지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세계 각국 지폐의 탄생 비화와 42개국 지폐도감지은이 셰저칭은 어렸을 때 소유하게 되었던 체코슬로바키아 지폐를 통해 외국을 동경했고 상상력을 키울 수 있었다고 말한다. 또 세계 각국의 지폐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관심은 지폐 인쇄 방식을 공부하고 지폐 디자이너를 만나고 디자인에 얽힌 사연을 탐구하게 했는데 그것이 바로 이 책이라고 한다.다른 직업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취미로 책까지 낼 수 있는 양의 자료 조사와 연구를 했다니 놀랍기도 부럽기도 한 마음이다. 책은 42개국의 지폐에 관련된 이야기를 24개로 묶어 소개하는데 영국, 프랑스, 독일 등 강대국부터 앙골라, 모잠비크 등 까지 다양하다. 사실 이제 유럽은 유로화를 사용하기 때문에 나 같은 여행자는 각국의 지폐를 볼 일이 별로 없다. 체코를 방문했지만 프라하성과 카렐교를 봤을 뿐 저자에게 꿈을 주었던 체코슬로바키아의 코루나 지폐를 볼 수는 없었던 것 처럼 말이다. 그래도 왠지 스페인, 독일 등 방문했던 나라의 지폐 이야기가 눈에 띈다. 혹시 내가 알고 있는 풍경이 지폐에 담겨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랄까?읽어보니 스페인의 지폐에는 풍광이 아니라 그들이 사랑하는 고야의 작품이 들어있다고 한다. 자국의 예술작품을 자랑스러워하는 그들의 문화가 멋지다. 이렇게 자국 작가의 작품을 지폐에 넣는 나라로 프랑스는 당연히 그렇겠지 했는데 일본도 행간이 돋보이는 전통 서예 작품과 에마키를 담았다는 이야기는 조금 놀라웠다. 우리나라 지폐에 그림이나 서예 등이 있던가?또 작년에 다녀온 태국. 국왕의 대형 사진이 거리 곳곳에 붙어 있는 것이 신기했는데 지폐까지 아주 도배를 했다. 정말 왕을 존경하나보다 했더니 그것이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왕실 모욕법’을 제정하고 국왕을 숭배하도록 격려하고 있다고 한다. ‘미소의 나라’ 배후에는 아직도 절대왕정의 통치가 살아있다는 저자의 표현이 섬뜩하게 느껴진다.개인적으로 가장 소유하고 싶은 네덜란드 길더. 특히 옥세나아르가 디자인 한 1977-1985년에 발행된 길더이다. 그 전에 담겼다는 여러가지의 의미가 담긴 도안도 멋지지만 이무리 그래도 해바라기와 도요새, 등대를 담은 지폐는 작품이다 싶다.“제가 수집하는 것은 지폐가 아니라 꿈입니다”책을 읽고보니 저자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알 것 같다.
골목 구석구석에 숨은 장안 최고의 가게 이야기저자 이인우씨는 책 <서울 100년 가게>를 서울에 존재하는 가장 오래된 가게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그 가게를 찾는 서울 사람들의 이야기라 소개하고 있다. 서울 토박이임을 자부하는 나 이기에 우선 눈으로 내가 알고있는 가게를 먼저 찾아본다. 24개 중 8군데? 점수가 저조하다보니 책이 더 궁금해진다. 책은 백년동안 이야기되는 가게, 백년의 고집이 묘수가 되다, 또 한번의 100년을 기다리며 이렇게 3개의 장으로 24개의 가게를 소개한다. 꼭 방문해보고 싶은 곳들은쇠를 벼리는 대장장이가 있는 동명대장간. 3대째 운영 중이라는데 요즘같은 첨단, 디지털시대에 이런 곳이 존재하는구나 하는 신기한 마음이다. 서울에는 동광대장간, 불광대장간, 형제대장간 등이 더 있다고 한다. 왠지 구경가면 빈손으로 나오지는 못할 듯 싶다.이름에 끌려 방문했던 복합문화공간 보안여관. 봄, 가을 갤러리 산책을 나갈 때면 항상 가장 먼저 만나는 장소. 그저 이름이 특이하네 정도였는데 그 건물의 역사와 주인의 철학을 알고보니 더 좋아진다. 문화예술 독립지대, 문화공화국 보안여관. 밥집카페로 응원가야겠다.또 46년간 운영되어온 부대찌게집 황해도 노부부가 운영을 그만두시기 전에 꼭 가봐야겠다. 주말 부감없이 지하철 타고 다녀올 곳들이 생겼다. 저자의 말대로 서울에 100년, 200년간 운영되어온 가게들이 많아 지길 바라본다.
"그냥 흘러가는 일상도 자세히 보면 그날만의 특별함이 있다."29cm의 카피라이터가 우연히 만난 50개의 문장이라는 소개가 책을 빨리 읽고 싶게 한다.벽, 종이, 물건, 광고판 등등 컴퓨터, 책 등을 제외하고 일상에서 글씨를 만나는 곳들이 참 많다. 가끔 읽기도 하지만 무심히 지나치는 경우가 더 많은 문구들. 저자는 그런 문구들이 읽는 사람에게 말을 던지는 것이라고 한다. 누군가가 고심해서 쓴 그 일상 속 문구에서 생각을 시작해보길 바란다고 당부한다. 자 그럼 작가가 인생문장으로 소개하는 50개의 문장 중 나에게 말을 시킨 문장들을 소개한다.책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없이책이 머그잔이나 베개나 핸드폰과 같은일상의 사물이 될 때,그럴 때 책은 강력한 우군이 된다.- 박신호 <어른에게도 어른이 필요하다>나도 작가처럼 책을 읽는 재미를 사회생활을 하며 알게된 늦깍이 책벌레이다. 가방에 항상 책이 있어야 마음이 놓이고 인터넷 서점에서 눈에 띈 책을 꼭 사고마는. 그건 정말 저 문구처럼 학창시절 시험을 준비하는 독서에서 벗어나고 또 스스로 책을 사고 다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지우는 것에서 시작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박신의 작가의 말처럼 침대 옆에 항상 놓인 책과 책 읽는 습관은 내가 하는 일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온통 베스트 상품뿐이네나는 어디서 뭘 사든베스트 상품 사는 사람이 제일 싫더라취향이란 게 없다는 뜻이잖아- 김의경 <쇼룸>요즘은 취향 권하는, 취향 하나쯤 있어야할 것 같은 사회 분위기다. 나는 딱하니 취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천만 관객 영화, 베스트셀러라고 광고하는 책은 잘 안본다. 이유는 없다 그게 내 취향인가? 저자가 말하는 취향 짙은 사람, 매력적일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저자는 우연히 만난 카피에서 시작되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카피를 읽으며 생각하고 글 쓰는 트레이닝을 하고 있는 것 처럼 느껴진다. 글쓰기 수업 같다.
저자 독서교육학자 남미영씨는 책을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서 생각의 깊이가 달라진다고 말하고 있다. 제대로 된 방법으로 읽어야 더 많은 지식과 경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을 좋아하는 나의 입장에서 독서를 통해 많은 지식과 경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좋지만 왠지 책 읽기 기술 이야기인 듯 한 생각에 살짝 거리를 두고 읽기 시작했다.읽기 방법? 공부머리?책은 제 1장 12살 전에 독서 습관을 들여야 하는 이유를 시작으로 독서환경, 습관들이기, 맛있게 읽는 방법, 즐겁게 읽는 방법, 생각이 깊어지게 읽는 방법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부록에 책의 종류에 따라 읽는 법이 소개되어 있는데 시를 분석하고 따져 보는 식의 시 읽기에 대해 하이네가 ‘달을 보고 짖는 개소리’라고 했다는 이야기에 피식 웃음이 났다.책과 친해지는 독서환경 만들기에서 얘기한 책 부자 아이가 책을 좋아한다는 말. 아이가 어렸을 때 정말 그렇다는 것을 느꼈는데 요즘은 책을 안사서 그런지 확실히 책에서 멀어진 것 같다. 우선 어려서 보던 책부터 치우고 이제부터 책을 채워보자 해야겠다. 공부가 즐거워지는 읽기 방법에서는 언간까지 읽어 내는 공자님처럼 읽기는 정말 책 고르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그런데 말미에 Tip으로소개된 반복하여 읽어도 좋은 책을 고르는 기준은 좀 구체적이지 않아 아쉽다.부록에 소개된 책의 종류에 따른 읽기 방법도 재미있다. 시는 리듬을 느껴보고 시인이 되어보고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보며 읽고 만화는 장면을 글로 표현해보며 읽고 신문은 훑어 보고 사실과 의견을 구분해보고 요약하거나 비판, 자신의 생각을 써보는 활동을 하며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요즘은 국어를 못하면 수학문제를 풀 수 없다는 농담이 있는데 공부 뿐만 아니라 인성교육에도 독서만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소개해준 방법으로 아이와 책 읽기 다시 시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