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BL] THIRST
백희 지음 / M블루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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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처음 표지와 줄거리만 읽고 이 소설에 기대했던 것은 치명적인 뱀파이어가 나오는 중세 할리킹 혹은 치명적인 뱀파이어가 나오며 어둑어둑한 분위기의 약피폐물이었습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머슴 뱀파이어공과 도련님 백작 수였어요. 예상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습니다만 전체적으로 어둡고 야성적인 분위기를 잘 살린 소설이었습니다.

 

가문이 몰락하고 일을 봐주는 사람 몇명과 단촐하게 살아가는 백작 도련님이 하녀장의 성화에 못이겨 집사를 들이는데 그 집사가 바로 정착을 원하며 이 마을에 흘러들어온 지친 뱀파이어인 주인공이었습니다. 작중에 제대로 나오지는 않지만 그는 사실 덩치도 꽤 크고 힘도 강한 뱀파이어입니다. 나중에 가면 그들을 괴롭히는 뱀파이어 사냥꾼 등을 매끄럽게 사냥하는 등 앞 부분의 지쳤던 모습과는 다른 면모를 보이며 수를 보필하지요.

 

그렇지만 그는 원래 힘이 세서 이용당하다 죽어간 낮은 계급의 사람입니다. 사람을 죽이지 않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그것은 고차원적인 사고나 깨달음에 의한 것이 아니라 여동생 손녀의 핏줄을 죽였기 때문이었죠. 백작 노아 도련님이 그가 뱀파이어라는 것을 오래지않아 바로 알아차릴만큼 허술하고 피를 못마시면 얼마 지나지 않아 욕구에 고통스러워하며 송아지를 찢는 등 야성성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그것에 저항할 의지 역시 미약해보입니다. 그렇지만, 오히려 그 미약함이 그를 더 인간적으로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뱀파이어임에도 불구하고요. 갈등하고 고뇌하고 정신적으로 연약하고 육체적으로 강인하죠.

 

백작 도련님 그 자체인 노아는 햇빛 알러지가 있어서 밖에 잘 나가지 못하는 연약함에 책을 많이 읽고 마을 사람들의 조언자 역할을 하며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아버지가 뱀파이어 옹호자라는 누명을 쓰고 돌아가셨기에 뱀파이어를 증오할 수도 있었지만 그 이후 뱀파이어들이 사냥당하고 처형당하는 모습을 보며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간의 잔인함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죠. 게다가 그는 조언자 역할을 하며 현재의 영주에 핍박받으며 살아가는 주위 사람들을 돕는 등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율리안이 뱀파이어라는 사실을 알고도 인간과 함께 살아가고 싶은 뱀파이어냐고 묻고 그를 덮어주겠다고 제안도 하고요.

 

사실 송아지는 단촐한 영지에 꽤 값나가는 재산일테고 그 재산을 피에 대한 욕구 때문에 찢어죽이고 흡혈을 하고 심장을 먹는 광경을 보았음에도 그렇게 태연할 수 있다는 것이 좀 신기하긴 했지만, 노아가 율리안의 어쩔 수 없는 욕구를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이 송아지 사건은 율리안이 노아에게 뱀파이어라는 걸 들키게 하는 장치임과 동시에 율리안의 야성성과 소설의 야만적인 분위기를 나타내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의 서술이 꽤나 마음에 들었어요. 나중에 노아가 해결하도록 협박받는 고양이 찾기 사건에서 고양이의 시체를 발견하는 장면도 유사한 점에서 좋았습니다. 중세고딕소설의 분위기가 한껏 느껴지는 부분이었죠.

 

두 사람이 도련님과 머슴사이에서 점차 가까워지며 편해지고 서로에게 기대면서 성적 정신적 텐션을 한껏 높여가고 있을 때 영지를 다스리던 이들이 그들을 위협하며 위기는 닥쳐옵니다.  노아는 위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고결하고 이상적인 사람이지만, 자신에게 욕심을 갖고 다가오는 인물들을 대처하는데 매우 미흡합니다. 완력으로 져서 겁탈을 당할 뻔할만큼 연약하고 자신에게 해를 입히는 사람들을 해결하려는 생각도 하지 않아요. 심지어는 자신을 범하려던 남자를 사실 율리안이 죽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는 인간을 죽였다며 화를 낼 정도죠. 그런 그를 위해 율리안은 노아가 쓰러져 있는 사이에 그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모든 이를 죽이고 이를 함구하고 노아와 함께 떠나 삶을 살아가며 이야기는 마무리됩니다. 노아에게는 딱 맞춘 대처고, 그에게 딱 어울리는 공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육체적으로 강인하지만 지적으로 그리고 심적으로는 나약한 주인공이 고결하고 이상적인 사고를 하지만 삶을 이어나가는데는 미숙한 주인수를 만나 두 사람이 서로를 지적, 육체적, 그리고 이상적, 속물적으로 보완하며 함께 살아가게 되는 이야기였습니다.

 

노아는 끝까지 율리안이 노아에게 위해를 끼칠 수 있는 이들을 학살했다는 사실을 모를 것입니다. 율리안은 노아의 주위를 맴돌며 영원히 야만적인 충견으로 그를 지키겠지요. 에필로그의 분위기는 밝지만 실제로 그 아래에 깔려있는 것은 율리안이 노아의 삶을 위해 뒤쪽에서 흐르게 한 무수한 검붉은 피. 그 핏빛이 매우 선명하게 눈에 그려지는 마무리였습니다. 그러나 그 피와 각오와 희생과 사랑으로,

 

그들은 행복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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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첫사랑 마리아쥬 : 잊지 못한 마음과 약속의 기사
세리나 리세 지음 / 코르셋노블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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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p인 다른 작품을 볼까하다가 왠지 이번에는 순정남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선택한 세리나 리세님의 첫사랑 마리아쥬입니다. 타 서점등에서 검색해본 결과 해당 작가님 작품들의 평가가 대부분 좋길래 또한 안심했고, 결과적으로 말하면 아주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순정남, 첫사랑, 집착, 배덕, 씬 모두가 상당히 충실한 작품이었습니다. 영지를 위해 결혼하기로 하고 웨딩드레스를 막 입으려던 여자주인공 에밀리엔이 첫사랑인 남자주인공 루시판과 재회하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사실 재회해서 보자마자 다짜고짜 키스에 씬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일반적인 로맨스소설에서보자면 비판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TL이라는 장르에서 이 정도의 모럴리스는 상당히 전형적인 전개인지라 장르를 감안하고 보면 그렇게 거슬리지는 않는 첫시작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부분에 불호가 강하신 분들은 안 보시는 게 좋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이런 부분을 넘기고 보시면 달달하고 잘 짜여진 스토리가 나오기 때문에 그런 이유로 안 보시는 건 조금 아깝습니다. 


다짜고짜 이어진 씬 이후 그녀와의 결혼식에 같이 가기로 되어있던 약혼자의 앞에서 루시판은 그녀가 이미 자신의 신부가 되었음을 선언하고 결국 결혼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그래서 두 사람의 관계가 좀 강압적이려나 생각했는데 생각과는 달리 그 이후로 루시판은 에밀리엔과의 첫경험이 강압이었음을 인정하고 그녀가 스스로 다가오기를 기다립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주위사람들의 이야기를 주의깊게 들어주고 에밀리엔이 하고 싶어하는 일을 (그것이 민폐일지라도) 결국은 하도록 해주는 면모를 보입니다. 처음에 에밀리엔이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고 빠르게 말을 달려 영지로 찾아오고 바로 당일인 결혼식을 막아야해서 그런 일이 벌어진거였지 사실은 아주 포용력있고 달달한 남자였어요. 


두 사람의 첫 만남 이야기와 출생의 비밀과 영지에 대한 이야기가 잘 어우러져 있어서 좋았습니다. 하나의 소설에서 여러개의 이야기를 읽는 느낌을 받았어요.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가녀리지만 강인한 아가씨인 에밀리엔의 특징이 잘표현되어 있고, 그녀에게 구함받고 그녀를 돌보는 루시판의 다정함과 능력의 출중함이 잘 그려집니다. 두 사람이 왜 서로의 첫사랑인지도 잘 알겠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밀리엔이 루시판의 성공을 위해 다신 오지 말라며 매정하게 보낸 이유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런 마지막 만남이 결국엔 재회의 에피소드로 이어지는 구성으로 이어지니 잘 짜인 구도라고 할 수 있겠죠. 


이후 이어지는 루시판의 비밀이나 에밀리엔의 가문의 비밀들이 엮이고 사건을 해결하며 두 사람의 애정은 점차 견고해집니다. 루시판의 친아버지나 그외 동료 기사들의 등장도 인상적이었어요. 그렇게 길지 않은 작품에 너무 많은 이야기와 인물이 등장하면 작품이 산만해지고 인물들이 충분히 잘 그려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인물들과 이야기가 풍부함에도 깔끔한 전개를 가지고 있습니다. 


내용이 조금 더 길다면 루시판이 수도에서 에밀리엔의 옆으로 돌아오기 위해 고생한 일 (죽어라 일하고 돈모으고 승진하고)과 에밀리엔의 결혼이야기를 듣고 난 후의 반응 (국왕에게 영주자리를 얻고, 국왕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말한마리 타고 초고속 귀향)이 들어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단권이라는 게 아쉬운 소설이었습니다. 작가님의 역량으로는 조금 더 길게 쓰셔도 잘 쓸 것 같은데 장르의 전형적 분량이 정해져 있어서 안타까웠어요. 


티엘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일러스트도 괜찮은 편입니다. 톤의 사용이나 그림체의 매끄러움이 마음에 들었어요. 컬러도 잘 쓰시는 편이네요. 씬도 잘 표현되어 있고요. 단점이 있다면 여자주인공이 좀 어리게 그려져 있다는 점입니다. 어린 여주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부분에서는 1점을 까고 싶네요. 


전체적으로 달달한 이야기 진행이고 씬도 매우 만족스러워서 즐겁게 읽었습니다. 이 작품의 일본내 출판사가 바닐라문고던데 이 브랜드의 전형적인 코드를 가지고 있는 작품이더라고요. 쏘냐문고쪽이 배덕감과 모럴리스쪽을 중점으로 한다면 이쪽은 달달한 사랑이야기. 그야말로 바닐라향이 나는 듯한 이야기들을 주로 출판하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키워드와 스토리라인이에요. 좋은 키워드와 스토리 전개를 갖추고 있어 읽어본 티엘 중에서는 상당히 잘 쓰여진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이쪽 출판사와 작가에게 신뢰를 갖고 작품을 선택하게 될 것 같습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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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BL] 우주대악당 트로모스
김단 지음 / SWEETSIDE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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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급의 미학이 있다면 바로 이런 것인가를 생각하게 해주는 소설입니다. 아주 하찮아보이는 우주대악당과 소시민인 지구방위대리더가 연애를 한다니요.초능력물, 외계인물인데 소소합니다. 사실 원래 사랑이란 거창한게 아니죠..그러나 그럼에도 지구를 구하는 것. 그것이 사랑임을 잘 보여주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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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BL] 우주대악당 트로모스
김단 지음 / SWEETSIDE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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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단님의 우주대악당 트로모스입니다. 사건이 많이 일어나는 초능력물을 좋아해서 우주, 지구방위대라는 단어만 보고 결제해서 읽었는데 생각과는 조금 다른 작품이네요. 사건물이기는 한데 지구 전체가 배경은 아니고 한국을 배경으로 한 소소한 유머글입니다.

 

작가님의 자기 소개에 비급감성이라고 쓰셨던데 정말 딱 그 말이 맞는 말입니다. 비급이라고 나쁜 이야기가 아니고, 특유의 특이한 매력을 지닌 작품이라는 뜻이에요. 열심히 썼는데 비급의 감성이 느껴지는 경우가 있고, 일부러 비급 요소를 넣은 작품이 있죠. 이 작품은 후자로 이런 요소가 여기에는 보통 들어가지 않는데 특이하다 라는 느낌을 계속 받았습니다. 아주 가벼운 필체로 전형적인 전개를 파괴하고 있어서 그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반면 그러한 감성하에 써내려간 이야기라 그쪽 코드에 조금 더 집중을 해서 두 사람의 애정라인은 살짝 부족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비엘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도 남남관계에 집중하는 스타일의 소설이 있는가하면 남남관계라는 특이성을 바탕으로 해서 남녀관계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소재나 내용전개를 조금 더 중점적으로 보여주는 소설도 있지요. 어디서 사소한 우주대악당 외계인과 소시민 지구방위대리더가 연애하는 소설을 볼 수 있겠어요!

 

사실 가벼운 느낌의 소설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말장난하거나 인물이름을 대충 짓는 스타일의 소설들도 좋아하지 않고요. 그래서 이 글을 처음 보았을 때 살짝 걱정한 것도 사실입니다. 주인수인 트로모스가 지구를 처음 보고 아름답다고 침략하기를 결정하는 장면에서 그들의 고향별 이름이 칸타르피아르라고 나왔었거든요. 칸타르피아르라니! 대놓고 깐따삐야가 아닌가요. 그렇지만 첫장에서 우려했던 것과는 다르게 그런 말장난은 이후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안심하고 읽었고, 그렇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 작가님이라면 뭐 그렇게 말장난을 해도 어색하지는 않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처음에 하라가 주인수일줄 알았는데 주인공이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표지가 예쁘다고는 생각했고 수 머리에 뭔가 있긴 했는데 당연히 엄청 셀 게 뻔한 우주대악당님이 주인공일 줄 알았거든요. 그렇지만 알고보니 흙수저 소시민인 지구방위대의 리더가 공이었어요. 피씨방 주인에게 반해서 연애하려고 지구방위대도 그만두었던 우리의 주인공. 그러나 존박사의 십억에 넘어가 계약서를 살펴보지도 않고 도장을 찍어서 미출동시 세배를 물어내야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죠. 날 못믿느냐고 되묻는 사람을 믿으면 안됩니다. 계약서는 꼭 읽어보고 도장을 찍어야합니다. 우리의 하라가 나중에 사기당하지 않길 바래요. 계약서에 도장 쿵쾅쿵쾅 찍는 하라라도 트로모스가 있으니 괜찮겠죠? 건물주시잖아요. 트로모스님! 하라를 부탁해요.

 

건물주이신 분이지만 명색이 우주대악당인데 건물 몇채로는 좀 부족하죠. 우주에서는 센 것 같지만 읽을수록 글쎄였던 남자 트로모스. 우주대악당인데 피씨방을 차리고, 한국에 처음와 보이스 피싱을 당해 오백만원을 잃는 등 우주 대악당이라기엔 트로모스가 참 사소해보이더라고요. 게다가 부하들은 정복하라고 보내놓고 피씨방 손님인 주인공과 썸이나 타고 있고,  외계인 사대천왕이 하라가 지구방위대의 리더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론 하라와의 첫날밤과 지구정복의 계획을 동시에 세우기도 하고요.  트로모스에 대한 평가가 쭉쭉 내려갔었습니다. 첫날밤은 순수해야하는데 *-_-* 그걸 지구방위대 리더인 하라가 전투참가를 못하게 하는데 이용하다니 나쁜 외계인.

 

그렇지만 그는 지구정복을 하면 하라가 다시 돌아올 거라고 생각하고, 지구정복을 하면 하라가 자신의 대단함을 알아줄 거라 생각하며 본격적으로 지구정복을 하려고 하는 사람입니다. 사랑을 위해 지구를 정복한다니. 스케일이 크다! 뭐 같지만 멋져! 마음 먹은 그는 거침 없어요. 혼자서 지구방위대본부를 박살냅니다. 주인수가 주인공인 하라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진작에 지구를 정복할 수 있었을텐데, 이건 말 그대로, 사랑이 지구를 구한 것이네요. 사실 이런 능력이나 밀당의 구도를 보면 편의상 누가 위쪽이냐에 따라 주인공수를 구분했을 뿐 이 소설에서의 공수의 역할이나 감정구도는 공수가 혼재되어 있습니다.  이런 것도 아마 비급감성이겠죠.

 

작가님의 출간작으로는 처음인 것 같은데 글이 괜찮습니다. 처음 글 쓰시는 분 같지는 않아요. 에피소드들의 구성이 나름 잘 연결되어 있고 등장인물의 활용도 나쁘지 않네요. 이렇게 소소한 이야기가 첫출간작으로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무게 잡는다고 처절하게 쓰고 감정과잉에 중2중2한 느낌에 읽다 던지는 소설도 참 많은데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매우 깔끔하고 일관적입니다. 큰 장점이지요. 잘 읽었습니다.

 

그나저나 칸타르피아르 고향별의 주민들이 식량난을 겪고 있어 우리의 주인수가 다른 별들 정복에 나섰다는 뒷 이야기 안타까웠습니다. 지구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도우너의 가족들이 거기 살고 있을텐데, 가족들이 걱정됩니다. 그렇지만 사랑에 빠져 지구에 정착한 트로모스를 뺀 나머지 사천왕이 또 다른 별들을 정복해 식량을 보내주겠죠. 트로모스 없이 축배를 들며 우주선을 타고 떠난 그들의 여행이 평탄하기를! 가자 우주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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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BL] As time goes by 1 [BL] As time goes by 1
사슴고래 / 피아체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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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4권의 BL (boy's love) 소설입니다.  사슴고래님 소설은 두번째인데 처음 읽었던 썸띵 빅! 과 아주 많이 다른 분위기라서 신기해하며 보았습니다. 사실 모 사이트에서 연재하실 때 두 소설을 다 읽었는데 소설만 읽고 마음에 들어 선작해두고 시간이 지나 나중에 알고보니 동일한 작가님이 쓰신 소설이더군요. 글 쓰시는 스타일이 취향에 맞거나, 글이 일정 수준 이상이거나 뭐 그렇다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어느쪽이건 간에 믿고 볼 수 있다는 뜻이지요. 이 글을 끝까지 읽고 나서는 당연히 다음 작품도 구매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느 소설이나 그렇듯 중심이 되는 장르가 있기 마련인데, 이 작품은 용과 기사를 중심으로 써내려간 섬세한 중세 판타지입니다. 설정이 흥미롭고 서사가 탄탄하고 각 인물들의 개성이 잘 살아있어 가장 큰 카테고리인 비엘이라는 장르적 특성상 한정된 독자들에게만 읽힌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서사를 중시하고 새로운 설정을 펼치는 소설은 그 설정을 독자에게 얼마나 자연스럽게 전달하느냐도 매우 중요한데 용과 기사의 관계, 주인공들을 둘러싼 정치상황 등의 배경이 소설의 이야기와 잘 맞물리고 녹아들어 있습니다.
 
수는 아내를 잃고 복수를 위해 살아온 용기사이고 공은 가족을 잃고 용기사를 후견인으로 삼게된 인물입니다. 공이 어려서 수에게 존댓말하고 수를 마지막 외전까지 극진히 보살피는데 그게 아주 좋았습니다. 물론 중간중간 수를 감금하고 싶어하는 소유욕을 보이는데 그것도 마음에 들었고요. 수가 후견인이고 공이 보살핌을 받는 입장이라 그 사이에서 오는 긴장감도 잘 그려져 있고, 공이 연하이기 때문에 수에게 자신을 인정받고 싶어하는 심리상태도 납득이 갑니다.
 
사실 이런 서사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에서는 사건을 일으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등장하는 민폐캐릭터를 보기가 참 쉬운데 등장인물들이 다 잘 만들어진 인물이라 시대에는 이끌려갈지 몰라도 다들 자신의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해서 어리석다 탄식하며 보지 않아도 됩니다. 두 사람의 감정선에서 서로에게 솔직하게 고백하지 못하는 것이 좀 그렇긴 했습니다. 그냥 말을 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의지하고 하면 조금더 일이 쉽게 풀리지 않을까 하고요. 하지만 두 사람은 후견인과 피후견인의 관계고 나이차이도 엄청나게 나는 상황, 게다가 수는 이미 전쟁과 개인사를 넘치게 겪은 인물로 공에게 그런 일들을 겪지 않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죠.
 
소설은 아내를 잃고 복수를 위해 살기 시작한 미하일의 모습으로 시작됩니다. 1, 2권에서 미하일이 참 멋있게 그려집니다. 전략전술을 잘 아는 머리 좋은 기사, 제국측의 네마리용과 혼자 싸워도 이길 수 있는 능력있는 용기사, 아내를 매우 생각해 그녀의 죽음에 복수하기 위해 모든 걸 버리고 싸우는 곧은 마음, 피후견인인 테오도르를 걱정해주는 다정함, 테오도르를 둘러싼 정치적 상황을 설명해주는데서 보여지는 예리함과 비판적 사고 등이 모두 멋지죠. 그렇지만 한편으로 그는 복수에 매몰된 인물이며 구시대의 인간입니다.
 
공인 테오도르는 처음엔 죽은 아내에 대한 수의 마음에 폭발해 최초로 그와 동침하고 후회하며 그를 받아주는 수에게 매달려 관계를 이어나가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그는 검술에 조예가 깊으면서도 어렸을때 가족이 전쟁중에 장창에 꿰뚫린 시체로 전시된 것을 본 트라우마로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지 못하고 용기사인 미하일의 종기사로 지위 또한 낮은 인물입니다. 그러나 그는 한편으로는 성실하고 곧은 마음도 가지고 있고 미래를 살아갈 사람이죠.
 
초반에는 어린 아이일때의 모습이 간간이 나오던 테오도르가 전쟁을 거치며 성장하고 좌절도 하고 흑화도 했다가 결국엔 자신의 신념을 갖고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게 되는 이야기가 구시대의 신념을 가졌던 미하일이 시대에 상처입고 그가 가진 것들을 잃으며 과거의 잔재를 허물고 누그러지는 이야기와 교차해서 펼쳐집니다.
 
어떤 시대의 개인의 삶이 자신의 의지로 포장되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시대상황에 따라 급변하고,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고 성장하는 가운데 한 시대가 가고 다른 시대가 오는 것을 인상깊게 보았습니다.  용의 시대가 가고 사람과 과학의 시대가 오는 것을 압축해서 구경한 느낌입니다. 전쟁을 치르고 나라가 격변하고 둘이 평화로이 살아가는 외전까지의 한정된 시간에서 펼쳐지는 영리한 구성으로요. 세대의 변화에 따라 앞선 세대들이 천천히 사라지고 뒷 세대들이 올라오며 상처입고 회복하고 행복을 찾지만, 한편으로는 그 가운데 피치 못하게 희생된 많은 이들이 안타깝기도 했어요. 에르체베트, 에반제린, 그리고 그외 각기 각자의 고민을 가지고 죽어간 많은 이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결국 함께하는 두 사람이 영원히 평안하기를.
 
날아다니며 행복해하는 검은 용이 눈에 선하게 그려지는 소설이었어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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