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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BL] 우주대악당 트로모스
김단 지음 / SWEETSIDE / 2017년 6월
평점 :
판매중지
김단님의 우주대악당 트로모스입니다. 사건이 많이 일어나는 초능력물을 좋아해서 우주, 지구방위대라는 단어만 보고 결제해서 읽었는데 생각과는 조금 다른 작품이네요. 사건물이기는 한데 지구 전체가 배경은 아니고 한국을 배경으로 한 소소한 유머글입니다.
작가님의 자기 소개에 비급감성이라고 쓰셨던데 정말 딱 그 말이 맞는 말입니다. 비급이라고 나쁜 이야기가 아니고, 특유의 특이한 매력을 지닌 작품이라는 뜻이에요. 열심히 썼는데 비급의 감성이 느껴지는 경우가 있고, 일부러 비급 요소를 넣은 작품이 있죠. 이 작품은 후자로 이런 요소가 여기에는 보통 들어가지 않는데 특이하다 라는 느낌을 계속 받았습니다. 아주 가벼운 필체로 전형적인 전개를 파괴하고 있어서 그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반면 그러한 감성하에 써내려간 이야기라 그쪽 코드에 조금 더 집중을 해서 두 사람의 애정라인은 살짝 부족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비엘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도 남남관계에 집중하는 스타일의 소설이 있는가하면 남남관계라는 특이성을 바탕으로 해서 남녀관계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소재나 내용전개를 조금 더 중점적으로 보여주는 소설도 있지요. 어디서 사소한 우주대악당 외계인과 소시민 지구방위대리더가 연애하는 소설을 볼 수 있겠어요!
사실 가벼운 느낌의 소설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말장난하거나 인물이름을 대충 짓는 스타일의 소설들도 좋아하지 않고요. 그래서 이 글을 처음 보았을 때 살짝 걱정한 것도 사실입니다. 주인수인 트로모스가 지구를 처음 보고 아름답다고 침략하기를 결정하는 장면에서 그들의 고향별 이름이 칸타르피아르라고 나왔었거든요. 칸타르피아르라니! 대놓고 깐따삐야가 아닌가요. 그렇지만 첫장에서 우려했던 것과는 다르게 그런 말장난은 이후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안심하고 읽었고, 그렇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 작가님이라면 뭐 그렇게 말장난을 해도 어색하지는 않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처음에 하라가 주인수일줄 알았는데 주인공이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표지가 예쁘다고는 생각했고 수 머리에 뭔가 있긴 했는데 당연히 엄청 셀 게 뻔한 우주대악당님이 주인공일 줄 알았거든요. 그렇지만 알고보니 흙수저 소시민인 지구방위대의 리더가 공이었어요. 피씨방 주인에게 반해서 연애하려고 지구방위대도 그만두었던 우리의 주인공. 그러나 존박사의 십억에 넘어가 계약서를 살펴보지도 않고 도장을 찍어서 미출동시 세배를 물어내야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죠. 날 못믿느냐고 되묻는 사람을 믿으면 안됩니다. 계약서는 꼭 읽어보고 도장을 찍어야합니다. 우리의 하라가 나중에 사기당하지 않길 바래요. 계약서에 도장 쿵쾅쿵쾅 찍는 하라라도 트로모스가 있으니 괜찮겠죠? 건물주시잖아요. 트로모스님! 하라를 부탁해요.
건물주이신 분이지만 명색이 우주대악당인데 건물 몇채로는 좀 부족하죠. 우주에서는 센 것 같지만 읽을수록 글쎄였던 남자 트로모스. 우주대악당인데 피씨방을 차리고, 한국에 처음와 보이스 피싱을 당해 오백만원을 잃는 등 우주 대악당이라기엔 트로모스가 참 사소해보이더라고요. 게다가 부하들은 정복하라고 보내놓고 피씨방 손님인 주인공과 썸이나 타고 있고, 외계인 사대천왕이 하라가 지구방위대의 리더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론 하라와의 첫날밤과 지구정복의 계획을 동시에 세우기도 하고요. 트로모스에 대한 평가가 쭉쭉 내려갔었습니다. 첫날밤은 순수해야하는데 *-_-* 그걸 지구방위대 리더인 하라가 전투참가를 못하게 하는데 이용하다니 나쁜 외계인.
그렇지만 그는 지구정복을 하면 하라가 다시 돌아올 거라고 생각하고, 지구정복을 하면 하라가 자신의 대단함을 알아줄 거라 생각하며 본격적으로 지구정복을 하려고 하는 사람입니다. 사랑을 위해 지구를 정복한다니. 스케일이 크다! 뭐 같지만 멋져! 마음 먹은 그는 거침 없어요. 혼자서 지구방위대본부를 박살냅니다. 주인수가 주인공인 하라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진작에 지구를 정복할 수 있었을텐데, 이건 말 그대로, 사랑이 지구를 구한 것이네요. 사실 이런 능력이나 밀당의 구도를 보면 편의상 누가 위쪽이냐에 따라 주인공수를 구분했을 뿐 이 소설에서의 공수의 역할이나 감정구도는 공수가 혼재되어 있습니다. 이런 것도 아마 비급감성이겠죠.
작가님의 출간작으로는 처음인 것 같은데 글이 괜찮습니다. 처음 글 쓰시는 분 같지는 않아요. 에피소드들의 구성이 나름 잘 연결되어 있고 등장인물의 활용도 나쁘지 않네요. 이렇게 소소한 이야기가 첫출간작으로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무게 잡는다고 처절하게 쓰고 감정과잉에 중2중2한 느낌에 읽다 던지는 소설도 참 많은데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매우 깔끔하고 일관적입니다. 큰 장점이지요. 잘 읽었습니다.
그나저나 칸타르피아르 고향별의 주민들이 식량난을 겪고 있어 우리의 주인수가 다른 별들 정복에 나섰다는 뒷 이야기 안타까웠습니다. 지구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도우너의 가족들이 거기 살고 있을텐데, 가족들이 걱정됩니다. 그렇지만 사랑에 빠져 지구에 정착한 트로모스를 뺀 나머지 사천왕이 또 다른 별들을 정복해 식량을 보내주겠죠. 트로모스 없이 축배를 들며 우주선을 타고 떠난 그들의 여행이 평탄하기를! 가자 우주정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