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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살인
앤서니 호로위츠 지음, 이은선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8월
평점 :
모든 탐정 소설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물론 팬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셜록 홈즈의 팬클럽,
팬덤을 셜로키언이라 한다.
130년이 넘어가는 홈즈의 모험에 있어 이들 팬들의 영향력은 지대하다.
코난 도일의 사후 당연히 홈즈의 모험은 끝나다고 일반인들은 생각하지만 사실 홈즈는
아직도 베이커거리에서 고객을 상대하며 살아가며 세상의 셜로키언들을 열광케 하고 있다.
바로 패스티시(Pastiche 작가의 기존 작품을 모방하거나 혹은 차용하는 방법)를 통해서
말이다.
표절과는 개념이 다른 것이 대부분 작가에 대한 사랑에서 시작되거나 원 작가의 스타일과
패러다임을 그대로 가져와서 독자로 하여금 새로운 작가보다는 원 작가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게 하는, 어쩌면 오마주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수많은 작가에 의해 셜록 홈즈는 여전히 활약을 해오고 있다.
어떤 작가는 자신의 애정에서 글을 쓰고 또 어떤 이는 공식적으로 코난 도일 재단의
저작권 공식 인증에 의한 작품이 나오기도 한다.
나 역시 때로는 설레이며 때로는 아쉬워하며 셜록 홈즈의 패스티시 작품들을 보게 된다.
오늘 E Book으로 셜로키언 사이에서 주목받는 앤서니 호로위츠의 소설, [중요한 건 살인]
을 읽을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앤서니 호로위츠 저, 이은선 옮김, 열린책들 출간.
엄밀히 말하면 이 책과 셜록키언, 나아가 셜록 홈즈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이 책에서는 어디에도 셜록 홈즈는 보이지 않고 왓슨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셜로키언이라면...이 책에서 홈즈의 영혼 한자락이 묻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영혼 그자체는 아니고 딱 한 숨결 정도라 할까.
하지만 책을 읽어 나갈 수록 셜로키언들은 작중 주인공의 이름인 호손이 홈즈처럼
연상되는 걸까.
심지어 호손은 홈즈의 태도나 스타일과는 전혀 다름에도 말이다.
호손에서 애써 홈즈의 그림자를 찾자면 범죄의 추적자, 그러니까 애매한 직업으로서의 모습,
그리고 유난히 몰두하고 집착하는게 있다는 점? 이정도이지 않을까.
게다가 그 성격이나 경찰 출신이라는 점은 오히려 홈즈와는 전혀 다르다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셜로키언은 이 책을 읽으며 호손에서 홈즈의 영혼이 느낄 수 있고
그래서 미소지을 수 있다.
왜냐고? 이 책은 왓스니언의 관점에서 그려진 현대판 홈즈와 왓슨의 분투기이기 때문이다.
홈즈와 왓슨의 패턴을 그대로 가져오지 않고 의외의 파트너쉽과 행동 패턴이지만
놀랍게도 이 책을 거의 읽어갈 즈음에는 독자는 알게 된다.
이거 홈즈와 왓슨이잖아.
물론 다시 한번 이야기 하지만 이 책은 홈즈와는 하등의 관계가 없다.
그러나 난 이 책이 왓스니언(셜로키언처럼 닥터 왓슨의 관점과 시각에 매료된 팬덤)들에게는
매우 만족할 만한 책이라 생각한다.
왜냐고? 21세기에 왓슨이 있다면 딱 이 소설의 또다른 주인공 '나'(앤서니 호로위츠)와 같은 모습일테니까.
추리소설, 그것도 탐정소설의 서평을 책 줄거리로 할 수는 없다.
이 책이 어떤 매력이 있는가 혹은 어떤 점에서 아쉽다고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지 책의 내용으로 하기에는 조심스럽다.
그럼에도 참 신나게 가을을 부르는 빗속에서 한번에 읽어 내릴 수 있었던 것은 고마운 일이다.
저자 앤서니 호로위츠는 실제 셜록홈즈의 패스티시를 두권이나 집필한 사람이다.
그럼에도 굳이 이 책에서 홈즈와 홧슨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호로위츠가 스스로를 왓슨에
천착하고 '신나하는' 왓스니언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이다.
이 책의 시작은 이렇다.
자신의 장례식을 미리 예약하던 날 살해된 사람이 있다.
그렇게 21세게 홈즈와 왓슨의 모험은 시작된다.
이 호손과 '나'의 시리즈가 또 나올 수 있을까.
벌써 기다려 진다.
* 본 서평은 E Book책을 지원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