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고 진지한 자존갑입니다만
박윤미 지음 / 참새책방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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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타그램의 인싸 요정, 벌써 세 번째 책을 출간한 박윤미 작가하면 난 이 에피소드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2021년 11월 동네 마트 사장님 아내분이 말기 암 판정을 받아 마트를 폐업한다는 걸 박윤미 작가가 알게 된다. 맘 카페에 '마감 세일 10% 거절하고 반품 안 되는 것들을 사주세요~'라고 짧은 글을 올렸고 그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그때 기사에 따르면 이틀 사이에 마트 방문 인증 글이 70여 개나 올라왔고 마트에서 구입한 물품을 보육원에 기부한 카페 회원들도 있었다.

박윤미 작가의 해당 피드 글을 읽어 내려가면서 눈물이 핑 돌았다. 마음이 뭉클하고 따뜻해져 '세상에 확실히 기적이 있네요'라는 댓글을 남겼다. 세상에~ 윤미 작가는 '기적은 받아주는 사람이 중요하더라고요'라는 고운 답글을 남겼다.


<웃기고 진지한 자존갑입니다>는 사랑 이야기, 자라난 이야기, 결혼 이야기, 여행이야기, 일 이야기, 삶을 어떻게 바라보는지까지... 웃음을 잃으신 아빠에게 도파민을 드리려고 딸이 쓴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사랑스러운 글이다.

뿜어버릴지 모르니 커피 마시며 이 책을 읽지 말라는 작가의 경고답게 큭큭거리며 웃음을 참을 수 없게 하는 이야기, 이야기 곳곳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신이 작가에게 내려주신 유머, 여운을 남기는 감동까지 종합선물세트 같은 스토리가 담겨있다.

글과 작가의 삶 전반에 자존감이 넘쳐난다. 그 자존감의 배경은 아빠라고 작가는 고백한다. 매일 듣는 소리가 '예쁘다'였다고 한다. 살짝 의심이 들었지만 아빠의 진정성에 쓸데없는 의심을 거둬들였다. 결국 중학생이 돼서 아빠가 연기했다는 걸 알게 됐지만, 그 연기가 확실한 내 편이라고 믿었고 '자신감, 용기, 긍정, 희망, 하여간 좋은 거로 다 삼단 변신 (p. 48)' 했다.

내게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이 있다. 다 컸는데도 예쁘다. 오빠와 14개월 차이가 나는 연년생이다. 그러니까 뜻하지 않게 느닷없이 태어난 아이인데 그래서인지 더 큰 기쁨을 준 아이다. 가끔 아내에게 '재가 없었으면 난 어떻게 살았을까'라고 말하면 그런 생각들 때마다 자기에게 고맙다고 말하라고 한다. 그런 딸을 부를 때 작가의 아빠처럼 나도 '예쁜'이란 말을 붙여 "예쁜 딸"이라고 부른지 오래다.

'특히 딸 가진 아빠들에게 전하고 싶어요. 자존감은 아빠다! 자존감 하나면 인생 버텨내는 모든 능력을 쥐여준거나 다름없다! 보시다시피 제 자존감의 9할은 아빠니까요. 남은 1할은 뭐냐? 알에서 태어났다고... 자존'갑'답게 마무리. (p. 50)'


앞서 이야기한 에피소드를 계기로 박윤미 작가의 인스타 피드도 다시 한번 자세히 읽어보고 또 이 책도 읽어보면서 내 딸아이도 박윤미 작가처럼 삶을 살아갔으면 하는 간절한 생각이 들었다. 특히 작가가 가지고 있는 갑오브갑인 "자존감!" 우선 자존감을 갖게 된 것의 9할이 아빠라니 내 역할도 중요하겠지?

계속 노력해 보려 한다. 그래서 내 딸아이도 박윤미 작가처럼 일상에서 기적을 일으키는 자존감을 앞세워 당당하게 살아가는 존재가 됐으면 좋겠다. 이왕이면 그 자존감이 작가를 닮은 '웃기고 진지한' 자존감이면 더 좋겠고...

'"모두 괜찮아질 거다. 희망은 어디에나 있다."
나의 글이 당신께 가득한 웃음, 진지한 생각, 오랜 희망이 되었다면 좋겠습니다. (p. 308 Epi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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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제대로 못 읽을까 - 문해력을 키우기 위한 단편 읽기
길정현 지음 / 미디어샘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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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과 단편소설로 문해력의 세계를 탐구하는 우아한 모험가' 이 책 저자인 나예 작가 소개 글이다. 나예 작가의 문해력 '정의'도 소개만큼 매력 넘친다.

'문해력이란 글 자체의 표면적인 의미를 일차적으로 파악하고 나아가 그 이면에 숨겨진 의도를 포착하는 것이다. 다양한 맥락을 고려하고 이를 정확한 추론으로까지 연결시키는 능력 또한 포함된다. (p. 10)'

이런 문해력은 우리에게 왜 필요할까? 나예 작가의 인용 글에서 그 필요성을 엿볼 수 있다.
'OECD는 문해력을 아래와 같이 정의했다. '문장을 이해하고, 평가하며, 사용함으로써 사회생활에 참여하고, 자신의 목표를 이루며, 자신의 지식과 잠재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 (p. 60)'

'사회생활',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춰야 할 능력이란 의미다. 살다 보면 선택 또는 해결해야 할 문제를 만난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보를 이해하고 판별하고 선택하는 활용 능력이 필요한데 이것이 바로 문해력이다.


문해력은 오랜 시간 다양한 글을 읽으면서 키울 수 있다. 그 방법으로 나예 작가는 짧게 집중해서 결론까지 볼 수 있는 단편 읽기를 권한다. 왜 단편일까? 재미 때문이다. 오래도록 책을 읽으려면 재미있어야 하고 스토리 자체의 재미로 단편 소설만 한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우선 단편은 문해력에 필요한 상상력과 공감력을 키우는 데 제격이다. 또한 단편은 물음표나 말줄임표로 끝나는 열린 결말이라 사고 확장에도 도움을 준다. 단편은 하나의 인상이나 장면을 담은 것이어서 자칫 피폐해져야만 알 수 있는 일도 단편 읽기라는 가면으로 어떤 위험 없이 여러 삶의 한 부분을 경험할 수 있다.


'책 읽기의 최종 목표는 '언제나 책을 읽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 평생 읽는다는 것은 (...) 내가 필요할 때 읽고, 읽은 것을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p. 125)'

평생 책을 읽기 위한 방법으로 작가가 제시한 '인터벌 독서법'도 흥미롭다. 어려운 책을 읽었으니 좀 쉬운 책을, 몇 권 편하게 읽었으니 한 권은 난도 높은 책을 선택해 읽는 방법이다. 그림책을 권하는 데 그 이유는 '시각적 문해력'을 키우기 위함이다.

누구나 궁금해는 것, 나예 작가는 언제 책을 읽을까? 스마트폰 볼 시간에 책을 읽는다. 아~ 하는 탄성과 함께 무릎을 쳤다. 잠자기 전에, 화장실에서 그리고 가방에 책을 넣고 다니다가 자투리 시간에 스마트폰을 보는 대신 책을 읽는다. 가방 넣고 다니기 좋은 책으로 카렐 차페크의 단편이 좋다는 친절함까지...


북인플루언서 혜진도 '추천의 글'에서 말했듯이 실질 문맹률이 75퍼센트에 달하는 현실이다. 본격적으로 책을 읽고 독후감을 남긴 지 3년 반이 지난 지금 이 책을 읽고, 나도 실질 문맹률 75퍼센트라는 숫자에 기여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예 작가는 읽는 일을 계속하면 문해력은 뒤따라오는 것이라며 용기를 주지만, 잘못된 방법으로 읽는 일은 계속한다면 작은 장애물도 버거울 수 있다. '평생 책을 읽기'위해서 실천해 볼만한 방법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특히 작품에 따라서는 이런 식의 요약이 별 의미가 없을 때도 있는데, 이런 경우는 줄거리 요약보다도 본문 중에서 대표 문장을 꼽거나, 더 나아가 대표 문장을 내가 스스로 만드는 활동이 더 어울릴 수 있다. (p. 176)'

작가는 자신의 주장에 맞는 단편을 가져와 그 주장을 뒷받침한다. 심지어 계절에 어울리는 단편을 소개하기까지 한다. 이 정도 독서량이니 단편으로 문해력을 키울 수 있다고 자신 있게 주장할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관계 속에서 사회생활을 해야 한다. 적어도 눈치 없는 사람은 되지 말자. 그러려면 문해력을 키워야 한다. 문해력 키우는 제일 좋은 방법은 뭐다? 단편 읽기!!! '
대표 문장 한번 만들어봤다. 부족하지만 첫술에 배부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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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처음 세계사 수업 - 메소포타미아 문명부터 브렉시트까지, 하룻밤에 읽는 교양 세계사 인생 처음 시리즈 2
톰 헤드 지음, 이선주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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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트 짐바브웨는 12세기부터 15세기 사이 전성기에 주민이 1만 8,000명에 달하는 대도시였습니다. 금 채굴과 무역이 주요 산업이었고, 4,000곳 이상의 금광에서 54만 킬로그램 이상의 금을 캐낸 것으로 추정됩니다. 전 세계에서 수 세기에 걸쳐 채굴한 금 공급량의 40퍼센트 정도를 차지하는 어마어마한 양입니다. (p. 173)'

1871년 서양 고고학자들이 그레이트 짐바브웨를 발견했지만 외지인들이 만든 유적일거라 믿었다. 60년이 지난 1929년에야 비로소 아프리카 원주민이 만든 유적임을 인정한다. 그래도 참 이상한 일은 대도시 그레이트 짐바브웨가 금이 풍부했다는 사실 외에 알려진 것이 없다.

아프리카 원주민들은 미개하다는 생각으로 머릿속을 꽉 채운 유럽인들이 원주민의 유적이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오만함도 그 이유 가운데 하나이지만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오랜 시간 침략자들도 없었고 독자적으로 문명을 유지한 이들은 역사를 글로 기록한 필요가 없었다.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만으로 충분했다.

반면 바빌론의 포로였던 유대인들은 성경을 기록으로 남겨 이들의 역사는 누구나 다 안다. 글로 기록된 역사와 그렇지 않은 역사의 차이다.

기록이 너무 많아 수수께끼로 남은 아이러니한 역사도 있다. .
'고대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글을 잘 읽고 쓸 줄 아는 사회였습니다. 압도적으로 폭넓고 복잡한 문헌들을 남겼습니다. (p. 131)'

인도 역사 서사시 '마하바라타'는 무려 180만 단어에 달한다고 한다. 성경이 77만 5,000단어 임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이 '마하바라타'조차 인도 역사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폭넓고 복잡하다 못해 문헌이 넘쳐서 인도의 역사를 쉽게 설명하기 어렵다.


미국의 역사 스토리텔러 톰 헤드의 <인생 처음 세계사 수업>는 인류의 등장부터 현재까지 6,000년에 걸친 역사를 고대, 중세, 근대, 현대로 나누어 그 시기와 장소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과 인물을 중심으로 다룬다.

"역사를 이야기 형태로 배운다면 결코 잊어버리지 않을 것이다." - 러디어드 키플링(<정글북> 저자)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인더스 등 고대 문명이 어떻게 발전했는지, 인도 굽타 왕국, 마야 문명, 이슬람교, 개신교와 같은 다채로운 문화와 종교의 탄생 이야기, 프랑스 혁명,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냉전시대까지 저자는 역사를 '이야기'로 들려준다. 세계사의 얼개를 잡을 수 있는 책이다.


세계 어느 나라와도 부쩍 가까워진 시대다. 또 요즘은 어느 나라 사람이든 우리 곁에 있어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들의 역사를 아는 건 동네 이웃집 사정을 아는 것과 마찬가지인 세상이 됐다. 국제 이슈가 우리의 이슈이기도 하다. 세계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다.

세계사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고민을 해결해 주기도 한다. 경종을 울려주기도 하고.

'빌헬름 1세를 황제로 추대하고 독일을 통일했던 비스마르크는 지도자가 어떻게 힘을 얻을 수 있는지 잘 보여줍니다. 반면 빌헬름 2세는 전쟁으로 어떻게 권력을 빼앗길 수 있는지를 보여주지요. 바이마르 공화국의 몰락과 연이어 권력을 잡은 나치는 나라의 전망이 뚜렷하지 않을 때 기존 체제를 약화시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p. 236, 237)'

지금 우리에게 때마침 울려주는 경종이란 생각이 들었던 독일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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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위의 아줌마 - 사노 요코 10주기 기념 작품집
사노 요코 지음, 엄혜숙 옮김 / 페이퍼스토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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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에세이스트이자 그림책 작가인 사노 요코의 <언덕 위의 아줌마>는 사노 요코 10주기 기념 작품집으로 지금까지 발견한 미수록 작품을 모아 정리한 책이다. 동화, 짧은 이야기, 사노 요코가 그린 복장 변천사, 에세이, 그가 쓴 세 편이 희곡 가운데 한 편, 마지막으로 국민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와 지낸 이야기가 실려있다.

동화 <제멋대로 곰>의 주인공은 곰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면 잠자는 동물들을 깨우며 이것저것 참견하는 하는가 하면, 땅에 꽃을 심어 친구들에게 선물하기도 한다. 곰의 천방지축 행동이 마치 어린아이들의 행동과 흡사하다. <지금이나 내일이나 아까나 옛날이나>의 후미코는 세상의 모든 것이 궁금하다. 시인이란 뭔지, 같은 달걀인데 삶으면 왜 맛이 달라지는지... 엄마와 아빠에게 연신 '왜?'라는 질문을 쏟아놓는다. 궁금함을 참지 못하는 아이들을 대신해 후미코가 질문하는 듯하다.

'짧은 이야기'의 초현실적이고 이상한 에피소드는 사노 요코의 삶도 이랬던 거 아닌가? 하는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나의 복장 변천사>는 사노 요코가 직접 쓴 글과 함께 그린 그림이 있는 작품이다.

'그때는 모두 순모 천이었다. 내 교복은 원숭이를 키우고 있는 바느질 가게에서 만들어서, 원숭이 냄새가 달라붙어, 3년 내내 냄새가 없어지지 않았다. (p. 116, 나의 복장 변천사 16살)'


표제작인 희곡 <언덕 위의 아줌마>는 판타지다. 아줌마는 전쟁으로 남편을 잃고, 아이까지 잃었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만을 지닐 틈이 없다. 무지개다리를 건너지 못한 사람들의 감정까지 챙기느라 감정이 죽 끓듯 변한다. 그럴 때마다 마을에 비가 오기도 하고, 폭풍이나 홍수가 나기도 한다.

'괴물 이상입니다. '기분'입니다. 세상에 '기분'만큼 무서운 건 없습니다. 모든 날씨는 '기분'의 기분에 따르니까요. 아시겠어요? (p. 223)'

소방서 서장의 아들 루루 덕분에 그동안 아줌마가 만들지 못했던 무지개를 만들게 되고 슬픈 사연을 지닌 사람들이 마침내 무지개다리를 건너간다. 이제야 비로소 아줌마의 감정만이 남았다.


'그러니까 나는 모두를 위해서 죽을 수가 없는 거야. 모두를 대신해서 울고 웃고 화내고 있는 거야. 내 안에 많은 사람들의 기분이 꽉 차 있는 거야. (p. 246)'

지금 내 기분은 누구의 기분일까? 내 기분일까? 가족 또는 친구, 동료, 이웃의 기분을 내가 모두 갖고 있는 건 아닐까? 언덕 위의 아줌마처럼 말이다. 아니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그들에게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기분이라는 괴물이 내 모습은 아닐지. 그래서 정작 내 기분대로 살지 못하고 남의 기분의 노예가 돼서 살고 심지어 그 기분으로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폭풍우를 쏟아붓고 있는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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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 독서 모임 - 혼자도 좋지만, 혼자만 읽기는 좀 허전해서 난생처음 시리즈 7
김설 지음 / 티라미수 더북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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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이야기를 다룬 김설 작가 에세이 <다행한 불행>에서 공통점 하나를 찾아냈었다. 성급한 결혼, 결혼 동기는 작가와 다르지만 흔치않게도 난 아내를 소개받은 지 3개월 만에 결혼했다. 7년째 운영하고 있는 '서재가 있는 호수'라는 독서 모임에서 만난 사람과 책 이야기로 채워진 에세이 <난생처음 독서 모임>에서 또 하나 작가와 닮은 생각을 찾아냈다.

'모름지기 책이란 혼자서 해야 하는 일이라고 믿었다 (p. 5, 프롤로그)' 이런 생각에 책을 읽기 시작하고도 독서 모임은 내 머릿속에 없었다. '책 읽을 시간도 부족한데 그 시간에 다른 책을 더 읽는 게 낫지 모여서 무슨 할 이야기가 많다고... (p. 25)' 독서모임에 가는 걸 번거롭게 여겼다.


열흘 전 책으로 인연이 된 세 명의 평어 친구와 만났었다. 점심 식사만 아내가 같이 자리했다. 나이 차이가 꽤 나는데도 불구하고 평어를 쓰고 책 이야기하는 것이 퍽이나 인상 깊었던 모양이다. 평어 흉내를 내며 그 모임 이야기를 지금도 한다. 부러운 눈치다. 책 이야기가 책 읽은 사람들을 이렇게 유쾌하게 엮어주는 게 좋다.

어쩌다 만나는 것이고 댓글이나 DM으로 가끔 책 수다를 떨기만 할 뿐 아직도 정기적인 모임은 왠지 꺼리게 된다. 이 책에서도 세대 간에 진영 대결을 하는 62년 생 순영 씨 이야기가 나오지만 이와 유사한 상황이 초래될까 걱정하는 마음이 한구석에 있다. '내가 맞다고 우기고 (옛날 꼰대)' '니가 틀렸다고 우기고(요즘 꼰대)' 이럴까 봐~

'책은 네모라서 무뚝뚝해 보이지만, 적절하게 다정다감하다. (p. 67)'

하지만 독서모임을 통해 지식을 나누는 게 아니라 상처와 실패를 이야기하며 함께 성장하고, 내가 좋아하는 책이나 작가 이야기로 수다 떨 수도 있고, 모임에 함께 한 누군가의 인생으로 인식을 전환할 수도 있고, 내가 타인과 완전히 다른 사람이란 것도 알게 되는 등 장점이 수두룩하다고 김설 작가가 주장하니 용기를 내볼까 하는 생각도 마음속에서 비집고 나온다.


독서모임에 이야기 주제로 선정했던 책에 대한 김설 작가의 감상도 담아놓았다. 또 장바구니에 담아 놀 책이 늘어난다. 그리고 '독후감을 작성은 이렇게 하는 거지'라는 생각도 든다.

삶에 인사이트를 안겨 준 책과 작가가 여럿 있다는 김설 작가가 부럽다. 난 아직 그렇게 내세울 만한 책이나 작가가 떠오르지 않는다. 독서 모임을 갖고 책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런 책이나 작가가 생기게 될까?


원래 책 모임을 좋아하지 않았던 김설 작가가 마음에 변화가 생겨 지금 7년째 독서모임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니, 이것도 행여나 작가와 나의 공통점으로 하나 추가될지도... 책을 좋아하고 책 읽는 사람들과 평어로 책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니, 책 모임을 꺼리는 나의 못남을 충분히 덮게 되는 날이 오겠지...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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