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엄마의 속도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혜린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6월
평점 :
사회에서 엄마는 흔히 두 가지 종류로 구분한다. 전업맘과 워킹맘.
우리들은 이 두 가지 구분에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이 책 <엄마의 속도로 일하고 있습니다>는 우 두가지 모두를 아우르는 창업맘이다. 하루에도 몇 백개의 스타트업 회사들이 쓰러져 가는 이 때 용감하게 스타트업 생태계에 뛰어들어 살아남기 위해 부모교육 전문기업 [그로잉맘]의 공동 창업자로 치열하게 싸우는 창업맘의 이야기다.
고학력 여성들이 많아지고 유리 장벽이 전보다는 얇아지는 등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던 고위 임원, 또는 정치계에서도 여성들이 예전보다 많아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는 게 있다.
임신을 하는 순간 모든 책임은 바로 여자에게 집중되는 것. 일과 육아 둘 중 어느 것을 선택할 지 결정받는 것도, 아이가 아프면 누가 눈치를 봐가며 회사를 조퇴해야 하는 지도, 모두 여자에게 선택을 강요한다. 저자 또한 금융업계에서 일하다가 첫 아이 출산 후 전업맘을 선택한 케이스다.
뜻이 맞는 동업자 엄마를 만나 의기투합하여 시작한 창업의 세계. 일반 성인도 하기 힘든 이 창업의 세계에서 저자와 동업자는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일을 시작한다.
아침에 남편과 아이를 보내고 난 후 부랴부랴 사무실에 가서 아이가 하원하는 3,4시까지 맞추기 위해 초스피드로 업무를 진행하고 아이 하원 후 육아 모드 돌입해서 아이가 잠들고 난 후 10시가 넘어서야 그들의 업무는 다시 시작된다.
전업맘과 워킹맘의 경계에서 서 있는 창업맘. 일을 하기에 완전한 전업맘도 안정된 수입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워킹맘이라도 부르기 애매하지만 전업맘과 워킹맘 모두를 소화해 내야 하는 창업맘의 일상은 누구보다 투철하다. 아이들로 인해 비상 사태가 많은 엄마이기에 더 뛰어야 하며 프리젠테이션을 하러 사람들을 만나면 '애는 누가 봐요?'라는 틀에 박힌 질문들을 들을 때도 많고 토요일 남편에게 아이를 부탁하며 일을 해야 할 때도 종종 생긴다.
매번 지원금을 받기 위해 여기저기 손을 벌려야 하며 육아도 함께 챙겨야 하는 이 일상에서 저자는 자신이 이 일을 하는 이유는 바로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퇴사를 선택할 정도로 아이들도 사랑하고 가족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
자신이 행복해야 가족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는 그녀의 말은 나에게 큰 울림을 준다.
그렇다고 이 일을 포기할 수도 없다. 가족의 생계가 달린 일도 아니고 엄청난 비전과 꿈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 일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이것이 나 자신을 지켜주는 최소한의 방어선이기 때문이다.
누구의 아내로, 아이들의 엄마로가 아닌 내 이름 석자를 걸고 살아가는 삶.
그것이 자신을 지켜주는 것이기에 이 힘든 세계를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주는 것이다.
결혼하면서 잊혀지게 되는 여자의 이름.. 저자는 창업을 하면서 자신의 이름 이. 혜.린.으로 살아갈 수 있었다.
육아도 스펙이다라고 당당하게 말하며 직원이 임신하면 격한 축하와 함께 육아 휴직 등 복귀가 자연스레 이루어지며 엄마가 마음껏 일할 수 있는 회사를 꿈꾸며 만들어가는 저자의 비전을 보며 왜 저자의 글이 그렇게 페이스북에서 많은 여성들의 공감을 받을 수 있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여자들은 일을 할 때 여러 제약들이 많다. 갑자기 아이가 아플 때는 눈치봐가며 결근을 해야 할 때도 있고 아이 하원 때문에 일이 산더미같이 쌓여도 야근은 그림의 떡이다. 회사의 회식도 빠질 때가 빈번하다. "여자는 이래서 안 돼!"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지만 쉽지 않다.
하지만 저자는 말한다. 오로지 엄마이기에 가능하다고.
아이를 살려 키우는 엄마이기에 엄마의 마음으로, 엄마의 정신으로 회사를 돌보고 일을 할 수 있다고.
엄마라는 이름은 약점이 아니라 강점이라고 말한다.
그러기에 더욱 당당히 일하고 자신감을 가지라고 우리에게 조언한다.
이 세상의 걸크러시들이 많아지기를 꿈꾸는 저자 이.혜.린씨의 꿈에 함께 동참하고 싶다.
엄마들에게 시원한 핵사이다를 안겨주며 세상의 모든 엄마들에게 힘내라고 토닥토닥 등을 두들겨 준다.
엄마라는 이름을 당당하게 만들어 주는 책 <엄마의 속도로 일하고 있습니다>. 엄마들의 필독서가 또 하나 생긴 것 같은 강한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