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경기가 호황일 때는 그렇지만, 불황일 때는 다들
‘역시 월급쟁이가 최고다‘라는 말을 해. 그러면서 소득에맞춰 살려고 머리를 써보지만 사실은 소득을 늘리는 데시간을 더 할애해야만 노동의 대가를 바탕으로 저렴해진자산을 살 수 있거든. 대부분의 부자들은 노동과 자산에치우치지 않고, 각각의 장점을 활용하고 있어."
- P80

"부동산은 딱 두 가지만 기억하면 돼. 환금성과 입지"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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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인 1
제인도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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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대리인으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기에 결코 소설로만 읽히지 않는 묵직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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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인 1
제인도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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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인의 사전적인 정의는 "다른 사람을 대신하는 사람"이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입장을 대변하고 다른 사람의 이익을 위해서 대신 나서주는 사람 말이다. 직장인, 변호사 등 많은 사람들은 힘 있는 자들, 돈 있는 자들을 위한 대리인을 하며 살아간다.

그런 의미에서 제인도 작가의 장편소설 『대리인 1,2』의 제목 '대리인'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장르소설 『대리인 1,2』에서 주인공 김유찬은 자동차 잡지 기사이지만 때때로 친한 형의 대리운전회사에서 슈퍼카를 대리운전을 한다. 일개 작은 잡지사에서 일반인이 타기도 힘든 슈퍼카를 직접 몰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마감에 쫓겨 기사를 쓰고 있는 그에게 성재형으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기사 마감때문에 거절해야 하는데 대리운전 할 차종을 들으니 도무지 거절할 수 없다.

국내에 한 대 있을까 말까 한 '부가티'가 아닌가. 일평생 볼까 말까한 30억 내외의 차를 어떻게 거절할 수 있겠는가. 그렇게 마감에 대한 압박마저 이겨낸 부가티를 운전하러 간 자리에는 초등학교 동창생 정이준이 있었다. 부모님 덕분에 중견기업을 운영하는 친구 정이준과 작은 잡지사 기자이자 대리운전 기사로 만난 김유찬. 세상은 참 야박하다.


얼른 도착해서 헤어지고 싶지만 술 취한 친구는 김유찬을 끌다시피 하며 자신의 집에 초대한다. 한 잔만 하려고 하지만 술자리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한 잔이 두 잔 되고 두 잔이 또 다른 잔으로 연결되며 어느 새 취한 김유찬은 깜빡 잠이 들고만다. 다음 날 간신히 정신을 차린 그가 친구에게 헤어지는 인사를 하려는 찰나 시체가 된 정이준의 모습을 발견한다. 놀라움과 당혹감에 정신을 못 차리던 그 앞에 나타난 한 여인, 그 여인은 유찬을 가리키며 소리지른다. 저 사람이 범인이라고. 그렇게 그는 한 순간에 살인자로 내 몰린다.


소설은 두 가지 축을 이룬다. 억울하게 누명을 쓴 김유찬이 회사 경영권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 역경을 헤쳐나가는 과정. 그리고 또 다른 모습은 '대리인'으로 살아가는 평범한 인생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경영권의 비리를 막을 수 있다고 굳게 믿으며 위험을 무릎쓰는 김유찬.

하지만 소설은 남의 대리인으로 살아가는 그의 한계를 명백히 보여준다.



대리인. 대리인은 결국 누군가의 영향을 받게 된다.

누군가의 도움을 의지하게 되고 결정할 수 없다. 결정하는 건 다른 누군가이다.

그 대리인의 한계를 소설 『대리인 1,2』는 신랄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묻게 한다. 과연 김유찬이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까? 일개 대리인이 있는 자들 속에서 살아나갈 수 있을까?

이 질문에 한 발 더 나아가 작가는 있는 자들이 일부러 대리인들끼리의 균열을 하게 이용한다. 그 균열 안에서 순응하며 살아가는 대리인도 있고 끝까지 저항하거나 사라지는 대리인들도 있다. 그리고 친한 사이였지만 살기 위해 한순간에 적으로 돌변하는 대리인도 있다. 그리고 그 한계를 넘으려는 대리인을 비웃는다.


맹종할 필요가 없다고.

세상에 정의가 어디 있어?

우리에게 돈을 주는 이들이 정의지.

그걸 너도 이젠 알아야 해.

괜히 깨끗한 척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여.

나처럼 말이야.


대리인은 과연 자신의 운명을 결정할 수 없는가? 결국 끝까지 대리할 수 밖에 없는가?

작가는 이 소설에 두 가지의 결말을 내놓는다. 복종하는가 또는 다른 기회를 찾아가는가.

결말을 선택하는 건 읽는 자의 자유다.

대리운전에서 시작된 비극. 그리고 대리인으로 살아가는 운명.

그래서 이 소설의 제목 『대리인』은 씁쓸함을 안긴다. 바로 누군가의 대리인으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기에 결코 소설로만 읽히지 않는 묵직한 소설이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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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살 할머니도 씩씩하게 살고 있습니다
오사키 히로코 지음, 최윤영 옮김 / 인디고(글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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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정말로 알 수 없어요.

제게 이런 놀라운 날들이 기다리고 있을 줄

젊었을 땐 상상조차 못 했습니다.


이미 중년의 길을 훌쩍 넘은 내가 너무 늦은 게 아닐까 불안함이 들 때 나는 되새김질 하는 말이 있다.

"인생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다행인 건 우리 주위에서 실제로 인생의 내리막길인 노년기에 이런 역전을 증명해주는 실제 사례들을 보게 된다는 점이다. 그 중의 대표적인 분이 손녀와의 요리 유튜브 촬영으로 홈런을 친 박막례 할머니의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이다. 할머니를 위한 도전들이 박막례 할머니의 맛깔나는 말들과 레시피로 많은 구독자들을 찐팬으로 만든 할머니는 늦었다고 생각하는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롤모델이 되어 주었다. 인생, 정말 이대로 죽기는 너무 아깝다. 끝날 때까지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다.

여기 또 다른 할머니가 있다. 그것도 박막례 할머니보다 더 오래 사신 1932년생 89세 할머니 오사키 히로코씨다.

박막례 할머니에게 터닝 포인트가 유튜브 촬영이었다면 오사키 히로코 씨의 터닝 포인트는 트위터이다. 런던에 사는 딸에게 트위터 사용법을 배웠지만 잠잠했던 트위터 계정에 동일본지진 당시 올렸던 글들이 화제가 되며 단번에 20만명 넘는 팔로워를 보유한 유명 트위터리안이 되었다.

트위터의 짧은 글이 쏘아올린 작은 공이 이렇게 큰 변화를 만들어내게 될 줄 정말로 인생은 알 수 없다.


'옛날이 좋았다'고 말하는 노인들이 있는데

저는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어요.

모든 게 지금이 좋습니다.

사는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기대됩니다.


『89살 할머니도 씩씩하게 살고 있습니다』에서 할머니의 일상을 읽어가다보면 느끼는 점이 있다.

할머니의 일상은 언제나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과거에 대한 후회, 미래에 대한 불안함보다 오늘 하루를 즐겁게 살아간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태극권도 배우고 바느질로 마스크나 다른 수예품도 만들며 넷플릭스로 좋아하는 한국 드라마를 보며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로 일상을 채워간다. 현실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로 채워간다.

유일한 가족인 딸이 런던에서 살아 홀로 살아가지만 멀리 있는 딸을 그리워하기보다 매일 컴퓨터로 통화할 수 있다는 현실에 기뻐하고 딸을 만나러 갈 수 있다는 사실에 더 기뻐한다. 그래서 할머니는 지금이 좋고 행복하다.


내가 행복하면 남에게 친절해집니다!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남을 행복하게 만들 수 없어요!


나이가 들면 어린 애가 된다고 한다. 남이 자신의 기분을 맞춰주기 원하고 대접 받기 원한다.

하지만 오사키 히로코 할머니에게는 철칙이 있다. '내 몸은 스스로 지킨다'이다.

이 철칙은 할머니의 삶에도 적용된다.

내 행복은 내가 만든다.

내 삶은 내가 만들어간다.

그래서 할머니만의 방식으로 삶을 만들고 좋아하는 것들로 만족하며 살아간다.

매일 똑같은 일상인 것 같지만 똑같은 평범한 하루이기에 기뻐하고 트위터에 기록하며 하루를 기쁘고 행복하게 살아간다. 그런 할머니의 마음이 트위터에 전해지며 많은 사람들에게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한다.

책 속에 나오는 글 들 중 할머니는 "사치하지는 않지만 무리하게 애쓰지 않는다"고 말한다.

자신의 삶을 무리하게 애쓰지 않으며 즐길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삶.

그 삶이 89살까지도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는 비결이 아닐까?

나의 80세 노년이 할머니처럼 씩씩하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더 건강할 수도 있고 더 허약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중요한 건 그 상황에 맞추어 우리의 일상에서

행복해질 방법을 찾고 살아가는 것임을 오사키 히로코 할머니는 말해준다.

9회말 2아웃 상황에서도 역전은 만들어진다.

박막례 할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오사키 히로코 할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이런 분들의 이야기가 더 많아지길,

그리고 이런 삶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 내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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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봄 2023 소설 보다
강보라.김나현.예소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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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지성사에서 각 계절에 맞추어 출간하는 시리즈인 <소설 보다, 봄>이 올해에도 어김없이 출간되었다.  수많은 단편 속에서 이 시리즈에 수록되는 영광을 얻은 세 명의 작가는 강보라 작가의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 김나현 작가의 <오늘 할 일>, 예소연 작가의 <사랑과 결함>이다. 

 

첫 번째 단편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에서는 발리섬 우붓에서 펼쳐지는 나와 다른 여행자들의 괴리감이 생생하게 묘사된다. 

일명 문화 엘리트측에 속하는 '나' 는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는 미술업 비즈니스를 하는 남자친구 현오가 있고 현오의 출판사에서 책 출간 작업을 하고 있는 작가이다. 

유명 명상가의 워크샵을 보기 위해 인도네시아까지 여행을 가게 된 '나'는 평범한 사람이라고 보기 힘들다. 그런 '나'가 여행지에서 만난 인물들인 '호경' '오반장' 그리고 '송기호'는 다르다. 그들은 터를 잡지 못하고 여행자로 이 곳에 잠시 닻을 내린 장기여행자이다. 

 

여행자 중에 나이도 제일 많고 6인실을 쓰는 여행자들과 달리 독방을 쓰는 나의 입장은 오반장의 입장에서는 부유한 '언니'이자 부르주아 여행자이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스스럼없이 언니라 부르며 일종의 비아냥을 받게 된다.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의 묘미는 이것이다. 문화 엘리트측인 '나'와  부유한 남자친구' 현오' 또한 성공한 사람들을 비아냥거림으로 자신의 입지를 정당화한다. 그리고 남들이 보기에 이 책의 화자인 '나'가 보기에 떠돌이 인생인 '오반장' 또한 자신보다 잘 나 보이는 소설 속 '나'를 향해 서슴없이 비아냥거리며 쉽게 판단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저 바깥에 보이는 대로 쉽게 말하고 쉽게 판단한다. 이 모습이 계급의 차이를 떠나 너무 쉽게 벌어진다. 나름 자유롭게 지내는 오반장처럼 보이지만 이 사회의 정한 규범과 표준 속에서 이들은 서로를 쉽게 재단한다. 

 

그런 모습 속에서 이해할 수 없는 또 한 명의 장기여행자 '호경'이 균열을 나타낸다. 보이는 모습만으로 판단하는 양측 사이에서 판단하기보다 즐기는 호경의 모습은 얼핏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일까 소설 말미에 드러나는 호경의 본모습은 강한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서로 무언가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우리 안의 농도가 달라지는 것을 느끼는 것, 

그 일시적인 감흥이 우리가 도달할 수 있는 최선 아니겠느냐고. 

 

이 책에 수록된 세 편 중에서 가장 좋아하고 이해하기 쉬웠던 작품은 김나현 작가의 <오늘 할 일>이었다. 

맞벌이 부부에서 남편 선일의 퇴사로 외벌이 부부가 된 이 부부는 남편 선일의 퇴사와 함께 더욱 체계적인 미래를 계획하기 위해 다이어리를 펼치며 계획해간다. 

 

출근길에 책 읽기, 바닐라라테 마시기, 업체 선정하기 등등...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늘 변수는 생기고 하루는 우리의 뜻대로 흘러가주지만은 않는다. 

그래서 서로에게 실망하기도 하고 불안한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바라며 다이어리에 계획을 세우지만 또 다시 오늘과 비슷한 하루를 살아가며 불안해하는 모습에서 나의 모습이 그려진다. 

 

어제와 비슷한 오늘도 괜찮은 것인지 아무에게나 묻고 싶었다. 

봄이 오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눈앞에는 없었다. 

정말로 오긴 오는 것인가.

다가올 계절이 아직은 믿어지지 않았다. 

 

일상의 긴 슬럼프를 통과하고 있는 나는 이 문장 앞에 깊은 한숨을 내 쉰다. 

나 역시 묻고 싶었던 거니까. 이래도 괜찮은 거냐고. 어제와 똑같은 내 상태가 정말 괜찮은 거냐고, 밝은 미래가 오긴 오는 걸까 회의감과 절망감으로 다가올 계절이 믿어지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 슬럼프 속에서 나는 답을 한다면 어제를 살아낸 이 부부가 오늘도 살아내는 것만을도 괜찮다고. 어제도 살아냈는데 오늘을 못 살아내겠느냐고 말하고 싶다. 

인생의 하락기를 걷고 있다고 느껴질 때 미래의 거창한 계획이 아닌 '오늘을 잘 살아내기'가 가장 큰 버팀목이 된다는 사실을 나는 비로소 깨닫는다. 그래서 나는 하루를 살아갈 때 이 단편의 제목처럼 '오늘 할 일'만 적어내려간다. 이 오늘 하루를 잘 살아내보자는 의미로 말이다. 그런데 신기하다. 이 오늘의 할 일이 나를 지켜준다. 오늘의 할 일이 부정적인 생각으로 휩쓸러가는 나를 보호해준다. 그렇게 나는 이 하락하는 나에게 최소한의 방어막을 선물하며 오늘을 버티어간다. 

 

이 소설 속의 불안해하는 나의 마음을 알지만 함께 오늘 할일을 채워가며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오늘을 잘 살아내어주어서 대단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반면 마지막 단편 <사랑과 결함>은 내게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소설이었다. 

'고모'와 '순정' 으로 불리는 이모, 사랑을 주고 미워하는 이 관계 속에서 내가 이  소설을 말한다면 우리는 모두 양가적인 감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존재가 아닐까 생각하는 점이다. 아이 엄마인 내가 아이에게 사랑과 미움을 동시에 주는 존재라는 점, 그리고 모녀관계가 연민과 증오가 함꼐 섞일 수 있는 감정이라는 점.. 이 소설이 그런 걸 말하지 않는 존재가 아니라는 걸 알지만 나는 내 안에서 그런 양가적인 감정을 더욱 이해하게 되었다. 

사랑을 주지만 결함이 있는 관계라고나 할까. 그럼에도 이 결함을 껴안고 나아가는 관계가 로봇청소기에 투영된다는 점을 작가의 인터뷰를 통해서 다시 이해할 수 있었다. 

 

<소설 보다 봄>에서 예소연 작가는 인터뷰에서 소설이 타인의 고통, 우울, 그리움을 마주볼 수 있고 끌어안게 해 주는 역할을 해 주고 싶다고 했다. 이 세 편의 소설들 속에서 타인의 삶을 잘 볼 수 있는 작품이 선정되었음을 알게 해 준다. 그래서 내가 소설을 사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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