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빠와 여행을 떠났냐고 묻는다면
안드라 왓킨스 지음, 신승미 옮김 / 인디고(글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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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이 45새로운 무엇인가를 시작하기보다는 이제 안정을 추구할 나이다도전보다는 은퇴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저자인 안드라 왓킨스가 뒤늦게 시작한 자신의 소설 홍보를 위해 34일간 714킬로미터의 나체즈 트레이스 파크웨이(Natchez Trace Parkway)를 아버지와 함께 여행한 여행기이다

 나체즈 트레이스 파크웨이는 미국남동부의 미시시피주앨라베마주테네시 주에 걸쳐있는 길로 나체즈족 인디언의 역사적인 자취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길로 거리는 약 714km이다저자는 45세의 나이에 자신의 소설을 홍보할 목적으로 이 714km의 먼 거리를 도보횡단을 결정한다

 매일 24km를 걸어 5주안에 도보 여행을 마무리 하는 일정을 세운 저자에게 여행 기간동안 자신을 숙소까지 데려다 줄 여행 동행자가 필요했다
하지만 직장과 가정으로 인해 5주동안 자신과 함께 할 사람을 찾기는 어려웠다시간이 많은 유일한 사람바로 여든 살의 아버지 로이 리 왓킨스였다고집불통에 천둥 같이 울리는 아빠의 고약한 코고는 소리거대한 배로 인해 변기에 제대로 조준하지 못하는 아빠와의 여행
저자에게 아빠와의 여행은 설렘이 아니라 걱정과 근심으로 시작된 여행이었다

아빠와의 여행은 예상대로 순탄치 않았다계단을 오르내리기 힘들다며 숙소를 마음대로 바꿔버리기도 하고 욕조에 있는 동안 갑자기 문을 열고 와서 소변을 누는 등 아빠의 제멋대로 행보는 저자를 기겁하게 만든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또는 하루 이틀 잠깐 함께하는 것만으로는 서로를 알기에 충분하지 못하다하지만 5주간 아빠와 매일 같은 방을 쓰고 함께 이동하는 과정에서 아빠와 딸은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딸은 어느새 노쇠해지고 대변을 제대로 가리지 못해 실수하는 아빠의 약함을 보게 되고 아빠는 어느 새 훌쩍 커버린 딸이 자신의 목적을 위해 어느 누구도 시도하지 못한 도보여행을 계획하며 실행하는 딸을 보게 된다

 이 책의 여행기도 흥미롭지만 아빠의 이야기는 나의 아빠를 떠올리게 한다술을 좋아하고 가정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아빠 밑에서 자라서 좋은 아빠가 되는 법을 몰랐던 저자의 아버지.. 나의 아빠 또한 고아로 자라서 홀로 모든 것을 감당하셨기 때문에 사랑한다는 표현에도 많이 인색하셨고 무뚝뚝한 아빠를 떠오르게 했다사랑하지만 단지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을 알지 못했던 이 시대의 아버지들.. 자신들의 꿈이 있었지만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아둥바둥 살다 보니 남는 건 어느 새 노쇠해져버린 몸뚱이 뿐... 
그 속에서 느끼던 좌절감... 아빠도 연약한 인간이었음을 우리는 너무 늦게 알았다

딸이 도보를 걷는 동안 지나가는 자동차들을 향해 자랑스레 딸의 책을 홍보하며 책을 판매하는 아빠피곤한 딸에게 사인을 해야 책이 더 잘 팔린다며 끝까지 사인을 하게 하는 딸.. 아빠는 자신이 딸이 쓴 책의 판매원이 되어 줌으로서 여든이 된 나이에도 딸에게 도움이 되어 줄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부끄러움을 마다하지 않았다아직도 자신이 할 일이 있고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만으로 힘이 나는 부모님도와준다는 것만으로 자신의 존재의 의미를 되찾고 기뻐하시는 부모님바로 우리의  부모님 이야기이기도 했다
파킨슨병 진단 이후에도 일을 하는 나를 위해 나의 아이들을 돌보아 주시는 친정 엄마가 떠올랐고 손주에게 용돈을 주기 위해 버스 운전대를 잡고 계시는 아빠가 떠올랐다그것만으로 기뻐하시는 부모님.... 이 세상의 많은 부모들은 다르지 않았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저자가 714km까지 먼 여정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혼자가 아니였기 때문이었다가장 든든한 조력자이자 책 판매원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던 저자의 아버지함께 걸어주며 먹여주고 챙겨주었던 어머니특별한 일을 한다고 끝까지 격려해주던 남편 마이클과 친구 앨리스그 외에도 이 여행을 응원하며 남 모르게 도움을 준 공원관리원들,마지막 여행을 함께 해 준 리사와 토리.. 
많은 사람들이 저자와 동행자가 되어 주었기에 끝까지 완주할 수 있었다
인생이라는 긴 여정 또한 결코 혼자 갈 수 없다때때로 만나는 긴 고비마다 우리는 서로에게 기대고 의지하기에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내일을 꿈꿀 수 있고 미래를 기약한다다음이라는 이름으로 약속을 미룰 수도 있다하지만 우리가 간과하는 것이 있다우리에겐 당연한 내일이미지만 부모님들에게는 내일을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추억을 쌓기 위해 시간이 중요하지 않다지금 이 시간 오늘 한 시간이라도 손을 잡고 함께 걸어가는 것만으로도 족하다우리에겐 부모님과 함께 하는 시간은 많지 않다그리고 우리 주변의 사람들과 함께 할시간도 많지 않다우리의 인생은 바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인생이지 않던가.

 부모님께 원망이 많던 사춘기 시절과 대학 시절엄마가 나에게 말씀하셨다. "넌 다른 사람한테 하는 것처럼 나한테도 해 봐!" 
너무 당연하게 여겼기에 부모님과 내 가족에게는 소홀하게 대했다
그리고 지금... 나의 부모님은 힘든 투병 생활을 하고 계신다나에겐 더 이상 시간이 많이 있지 않다하루 하루가 부모님과 그리고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다슬프게도 나는 이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았다
<왜 아빠와 여행을 떠났냐고 묻는다면나는 이렇게 답할 것이다
다음은 없으니까... 
다음은 없으므로 지금 함께 하기 위해서 여행을 떠났노라고..


" 소중한 가족과 추억을 만들어야 하는 순간에도 다음이라는 말로 미루기 일쑤다. 

  그러나 다음은 영원히 오지 않는다. 

  예측할 수 없는 삶이 우리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데리고 가버리기 때문이다." 

(p.11) 


"  때로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저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이야." (p.82) 


" 아빠는 내 책을 읽어보지 않았으면서도 좋은 책이라고 확신했다. 

  왜 나는 아빠가 나를 믿듯이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걸까?" (p.239)


"아빠는 숨을 쉬는 한 나를 걱정할 테지. 어쩌면 돌아가신 뒤에도 계속."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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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남 오빠에게 - 페미니즘 소설 다산책방 테마소설
조남주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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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남 오빠에게>는 "82년생 김지영"으로 오늘의 젊은 작가상을 수상한 조남주 작가님과 최은영, 김이설, 최정화, 손보미, 구병모, 김성중 작가님의 페미니즘 단편 소설이다.

표제작 "현남 오빠에게"는 조남주 작가가 "82년생 김지영" 이후 첫 번째 작품이다.  

<현남 오빠에게>는 주인공이 타지에서의 대학 시절 처음 만나 10년이 넘는 지금까지 사귀어 오던 남자 친구 현남 오빠에게 고하는 이별 편지이다. 
 주인공은 현남 오빠를 만난 지 10년 된 사이이다. 현남 오빠는 낯선 타지 생활에서 처음 만났으며 주인공에게 보호자와 같은 존재이다. 
전공 선택, 집 이사, 심지어 진로 선택까지 결정해 주는 것은 물론이며 서로의 아이디와 비밀번호 주민등록까지 모든 것을 공유하는 사이다.
 
현남 오빠의 도와주는 기준은 모두 하나이다. "모두 다 너를 위해서"이다. 주인공을 위해서 도서관 사서로 진로를 정해 주고  학원과 집을 오가는 주인공에게 운전 기사 역할까지 해 준다. 부동산에도 같이 동행해주며 집 위치까지 여자들은 위험하다는 이유로 자신이 손수 결정해 준다. 
현남 오빠는 주인공과의 결혼을 단정하고 있고 아이 계획까지 꿈꾸고 있는 상황에서 주인공은 왜 이별 편지를 보냈을까. 

저자는 이 모든 것에 현남 오빠가 한 주인공에 대한 배려와 선택 결정 도움등이 모두 자신의 입장에서만 이루어졌음을 말해 준다. 안정적인 도서관 사서도 결국 야근이 많은 자신을 대신해 그나마 퇴근이 규칙적이므로 아이들 양육에 좋을 것이라는 이유였고 주인공의 자취집 위치 또한 자신의 회사에 가까워 출퇴근하기에 편리한 위치 등 모든 것이 현남 오빠의 입장이었음을 말한다. 

<현남 오빠에게>는 그 동안 내가 알고 있고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사실은 여자에게 얼마나 불리한 불평등이였는지를 말해준다. 

자신은 30살이면서 왜 25세인 주인공에게 꺽였다며 주인공을 놀리는 것일까? 나 역시 내가 30살이 되던 해 많은 사람들이 특히 남성들이, 나에게 "이제 계란 한 판이네"라고 놀렸다. 그 놀린 사람들 중에는 30살이 넘은 남성들이 많았다. 왜 이 사회는 같은 나이인데도 남자들에게는 관대하고 여자들에게는 잔인한 것일까? 

임신과 출산을 겪으며 아이들의 실질적인 육아 책임자가 되어야 하는 여자들의 입장보다는 왜 자신의 가워킹맘문을 들먹이며 자신이 꿈꾸는 가족 계획상을 들먹이는가?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겪게 되는 경력 단절의 위험,당연히 육아와  직장을 병행하기 원하는 슈퍼우먼을 바라는 이 사회에 대하여 느끼는 부담.. 이 모든 것들에 대하여 과연 얼마나 많은 남성들이 정신적인 고충을 이해할 수 있을까? 
주인공이 의존적이기만 하던 생활에서 자신의 독립적인 삶을 위해 날리는 이별 편지의 맨 마지막에 날리는 싸늘한 일갈. "강현남 이 개자식아!" 는 너무 통쾌했다. 여성에게 예전의 보편적인 사회상만을 주장하는 남성들에 대한 강력한 펀치 한 방같은 후련함이었다고나 할까. 

이 외에도 최은영 작가의 <당신의 평화>, 김이설의 <경년>, 최정화의 <모든 것을 제자리에> 손보미 <이방인> 구병모 <하르피아이와 축제의 밤>, 김성중의 <화성의 아이>등  모두 그 동안 내 자신은 페미니즘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자신했던 내가 얼마나 무지했던가를 깨닫게 해 주었다. 

 

그 중 최은영 작가의 <당신의 평화>에서 한 가지 대목은 특히 인상깊었다. 

 

"그는 자기 어머니에게 보상을 해줄 여자를 구했다."

 

 

많은 남성들은 자신들이 부모에게 특히 어머니에게 못 다 한 효도를 자신의 부인에게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시어머니에게 잘 하는 것은 기본으로 여기면서 정작 장인 장모에게 자신의 부모처럼 효도하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현남 오빠에게>를 읽으면서 우리가 알지 못했던 아니 그동안 얼마나 이 사회 부조리에 내 자신부터 세뇌되어 있는가를 깨닫게 해 주었다. 
단지 사회의 제도 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 생활에도 이러한 불평등이 깊게 자리잡고 있다. 여자의 나이, 직업, 성폭행 피해자임에도 여자의 행실만을 문제삼는 이 사회의 관행 등... 페미니즘을 다소 편협한 운동으로 인식하는 남성들 뿐만 아니라 이 사회의 주된 피해자인 어머니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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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신혼일기
김지원 지음 / 다연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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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만으로도 서로에 대한 사랑이 가득한 것이 보입니다. 저의 가족과 함께 꼭 읽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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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 인문학 - 조선 최고 지성에게 사람다움의 길을 묻다
한정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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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이 대세이다. 취업이 어렵다는 이유로  외면받고 있는 철학과 같은 인문학과가 통폐합 되고 있는 대학가와 달리 텔레비전이나 서점가에서는 인문학 강좌가 인기를 얻고 있다. 

갈수록 벌어져가는 빈부의 양극화, 치열해지는 생존 경쟁 속에 기계적인 삶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이 인문학 열풍에 큰 영향을 준 것 같다. 


조선 시대에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하던 많은 위인이 있다. 율곡 이이도 그 중의 한 사람이다. 그는 사람다움의 길에 대해 죽을 때까지 고민했던 사람이다. <율곡 인문학>은 사람다움의 길을 율곡 선생이 20세 때 쓴 "자경문"과 그의 삶을 통하여 답을 얻고자 하였다. 

"자경문"은 율곡이 16세에 어머니를 잃고 실의에 빠져 4년간 방황하다 20세에 마음을 정하고 자신의 삶의 지표로 삼기 위해 쓴 글로 입지, 치언,정심,공부,정의 등 7장에 걸쳐 있다. 

이 자경문을 통해 율곡이 사람답게 살고자 했던 것은 바로 무엇이었을까? 


율곡은 자신이 정한 뜻을 세우는 데 머무르지 않는 실천가이자 혁명가였다. 대부분 책상머리에 앉아 현실과 동떨어진 정치를 하고 있는 때에 현실을 직시하고 임금에게 조언 하기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변혁을 추구하였던 율곡을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조선 시대의 고리타분한 선비상을 과감히 깨부순다. 

항상 모든 것에 자신이 말한 것을 지키고자 노력한 언행일치의 삶과 실천을 중시하였기에 문인임에도 불구하고 변란에 대비해 십만 군사를 준비할 것을 주창한 "십만양병설"을 주창할 수 있었다. 

임꺽정의 난과 같은 물리적인 난이 아닌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에 최선을 다함으로서 변화를 하고자 했지만 매번 마음이 유약한 선조에 의해 좌절되었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평생을 자신이 뜻한 바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였던 원동력은 바로 무엇이었을까를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그건 바로 먼저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하였기 때문에 그가 포기하지 않고 실천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우리 속담에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속담이 있다. 자신의 결점은 보지 못하면서 남의 결점만 본다는 뜻이다. 율곡은 자신을 지키는 데 집중하였다. 실천하지 못할 말을 하는 것보다 침묵을 선택했고 내뱉은 말은 행동으로 옮기고자 하였다. 그러하였기에 동인과 서인등이 갈라져 서로 헐뜯고 대립할 때에도 분당정치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자신을 지켰다. 


사람다움의 길. 내가 율곡의 삶을 통해 본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을 지키는 것이었다. 이 책에는 율곡은 천재였으나 그의 삶이 결코 평탄하지 않았음을 또한 보여준다. 바른 소리를 마다하지 않았기에 선조에 의해 뜻이 관철되지 못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그 외부에 의해 쉽게 동요되지 않았고 매순간 말과 행동을 조심하는 근독의 삶으로 인간다움의 길을 완성하고자 했다. 


율곡은 외유내강형이었다. 겉은 약해도 속은 강한 사람, 그는 자신의 중심을 굳게 지킨 외유내강형이었다. 잔잔한 듯하나 깊은 사람. 바다가 잔잔한 듯하나 쉽게 동요되지 않듯이 우리 또한 모든 것을 자기 자신으로부터 시작할 때 사람다움의 길을 찾아갈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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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달, 블루문 창비청소년문학 81
신운선 지음 / 창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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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문> 은 한 달에 보름달이 두 번 뜨는 현상으로 두 번째 뜨는 달을 의미한다. 동양에서는 보름달을 풍요의 상징으로 보지만 서양에서는 보름달을 불길한 것으로 인식하여 한 달에 보름달이 두 번 뜨는 보름달을 재수없는 것으로 인식했다고 한다. 이 <블루문>은 자신을 재수없는 보름달로 여겨온 10대 미혼모,아니 두리모 수연이의 이야기이다. 

 주인공인 수연은 태어나서 돌도 안 되어 엄마에게 버림받고 아버지와 할머니 밑에서 자랐다. 엄마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는 수연은 9살 되던 해 갑자기 아버지에 의해 엄마에게 보내진다. 아버지의 결정에 수연에게 어떤 이해도 구하지 않았고 동의도 없었다. 단지 "너를  위해서"라는 이유만이다. 

 호주에서 살고 있는 엄마는 수연의 상상보다 훨씬 예쁘고 멋있었다. 하지만 엄마에게 있어 수연은 자신이 앞으로 재혼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존재였다. 나중에 만나자는 공수표만 날린 채 수연은 아빠에게 보내지고 아빠는 수연을 할머니에게 보낸다. 수연을 두고 탁구 게임을 하는 것처럼... 

 <블루문>은 수연이 쉼터에 입소하여 아이를 낳기까지의 과정에 어떤 수식도 과장도 넣지 않는다. 그저 담담하게 수연의 감정을 그려 나간다. 
어른들에 의해 치고 받는 수연의 탁구공같은 인생과 임신을 알았을 때의 불안감, 그리고 끝까지 자신의 일상을 지키고 싶어 선생님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학교의 명예를 위해 도움보다는 회피를 택한 학교의 현실까지... 

혼전순결은 이제 오래 된 구닥다리 용어가 되어버린지 오래고 연예인들 사이에도 속도위반 사실을 만인앞에 공공연히 알릴 만큼  한국 사회는 여전히 성에 대하여 놀라울만큼 개방이 되었다. 하지만 이 개방적인 것에는 전제조건이 있다. 임신하기 전까지이다. 임신하기만 하면 모든 화살은 남성이 아닌 여성에게 돌아온다. 모든 비난과 책임은 여성이다. 여자가 남자를 얼마나 꼬셨으면, 여자가 행실이 안 좋아서 남자가 말려든 거라는 둥... 그 비난 속에 남자는 슬그머니 자취를 감춘다. 

 성인이 아닌 10대의 경우는 그보다 더 가혹하다. 아직은 보호받아야 할 미성년자이지만 우리 사회는 그들을 보호하기를 거부한다. 아니 비난하기에 바쁘다. 끝까지 학업의 끈을 놓지 않고 싶어 도움을 요청하는 수연을 떠 안는게 두려워 다른 학교로 전학을 보내버리는 학교도, 수연의 행실을 비난하며 낙태를 종용하는 지호의 엄마도.. 모두가 수연을 비난할 뿐이다. 
임신하기 전에는 보호 대상이던 아이들이 왜 임신한 이후로는 어른들이 보호의 의무를 스스로 포기해버리는 것일까? 
학생을 보호하고 도와주어야 할 학교는 왜 임신하였다는 이유만으로 학교의 임무를 스스로 져버리는 것일까? 

 쉼터에는 수연 뿐만 아니라 출산을 기다리는 많은 두리모들이 있다. 그들은 모두 불안함과 두려움 속에서 어떠한 선택을 내려야 할지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선택할 것을 강요받고 있다. 수연도 하루에 수백 번씩 입양과 육아 사이에서 갈등을 한다. 하지만 그들이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 도와주거나 함께 해 주는 어른들은 없다. 자신들에 대한 어떠한 보호막도 없는 이 사회에 무방비로 내 몰릴 뿐이다. 

 "청소년"은 청년과 소년의 중간시기로 9세에서 24세 사이를 규정하고 우리 나라의 청소년보호법은 19세 미만을 정의한다. 하지만 사회는 10대 두리모에게는 청소년보호법도 학생 인권 조례도 무용지물이다. 

임신을 하게 되며 겪게 되는 많은 관계의 단절, 그로 인한 불안함과 두려움, 모든 일상과의 단절, "엄마"라는 전혀 다른 단계에 접어드는 10대 두리모인 수연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과연 우리에게 묻는다. 그들의 존재가 재수 없는 보름달인지, 아니면 의미를 주는 빛나는 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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