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임 머신 - 수치심이 탄생시킨 혐오 시대, 그 이면의 거대 산업 생태계
캐시 오닐 지음, 김선영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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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밑바탕을 흐르는 수치심을 파악하고 그대로 하지 말것을 외치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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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임 머신 - 수치심이 탄생시킨 혐오 시대, 그 이면의 거대 산업 생태계
캐시 오닐 지음, 김선영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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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기사를 볼 때마다 출산했지만 날씬한 몸매를 자랑하는 여자 연예인들에 대한 기사가 빠짐 없이 나옵니다. 연예인들의 인스타그램을 캡쳐하며 실린 기사들에서는 비슷한 문구를 볼 수 있습니다.

"자기 관리 끝판왕"

"아기 엄마 맞아?"

" 나이를 거꾸로 먹는 중견 탤런트 OOO "

이 문구들을 보면 코카콜라 병 몸매가 아닌 내 몸이 부끄러워집니다.

세월에 따라 얼굴에 자리잡은 주름이 부끄러워집니다. 자기 관리를 못 하는 나 자신을 책망합니다.

나도 달라질거야라고 말하며 다시 마음 먹지만 또 다시 실패할 때마다 나의 게으름을 탓합니다.

사이클처럼 반복되는 이 현상에서 우리는 아무런 의심 없이 정상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름다운 몸, 탱탱한 피부 등은 추구되어야 한다고요.

과연 이 현상이 정상일까요? 이 현상 속에 숨은 근본적인 게 무엇인지 우리가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주목하는 학자가 있습니다.

바로 빅데이터와 알고리즘 연구자인 캐시 오닐의 저서 사회학 『셰임머신』 입니다.


 

수치심의 주요 목적은 순응하기를 강제하는 것이다.

약물 중독부터 빈곤 문제까지, 이들은 기본적으로 피해자가 실패를 초래했다고 전제한다.

 

저자는 말합니다.

다이어트, 약물, 성형수술, 빈곤 등 우리 사회에 퍼져 있는 이 사업의 기저에 깔려 있는 근본 원인을 우리가 제대로 모르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 밑바닥을 모르면 우리는 이 산업들에 끌려다닐 수 밖에 없게 된다고 강조합니다.

그렇다면 바로 이 밑바닥에 있는 핵심은 무엇일까요?

바로 "수치심" 즉 "셰임 (Shame)" 입니다.

타인보다 덜 날씬한 자기를 혐오하게 하고 부끄럽게 합니다. 남들보다 가난한 내 처지를 비난하게 됩니다. 약물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 자신을 비난하게 되고 사회로부터 단절의 길을 걷습니다.

나는 정상적인 사람이 아닌 실패자로 셀프 규정짓게 하는 것.

실패자로 규정함으로서 자기 혐오하게 하고 이 구세주처럼 나타난 산업에 매달리게 합니다.

 

빅데이터이자 알고리즘 연구자인 저자는 이 수치심을 대표적으로 먹고 사는 대표적인 네 가지 분야 (비만, 약물 중독, 빈곤, 외모) 등의 메커니즘이 수치심을 어떻게 자극하는지 알려줍니다.

책에 소개된 이 네 가지 분야 중 비만과 외모는 앞서 말했듯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약물 중독과 빈곤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됩니다.

약물 중독은 그야말로 인간의 선택이 저지른 죄가 아닌가?

빈곤을 수치심으로 여기는 건 너무 과도한 선택이 아닐까?

약물 중독에 대해서 저자는 돈 많은 유명 연예인들의 마약 중독에 대해서는 언급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저자가 주목하는 건 미국 빈곤층에서 약물 중독이 빈번하거나 의료 산업계와의 리베이트로 마약성 진통제로 길들여진 의료 산업의 밑바탕에 주목합니다.

왜 그들이 다른 계급에 비해서 약물에 쉽게 노출될 수 밖에 없었는지 그 밑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건 이들을 대했을 때 우리 사회가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강조합니다.

우리의 대응은 바로 "낙인" 입니다.

 


 

그들이 어떻게 마약에 노출되었는지 알기보다 비난을 택합니다. 범죄자라는 낙인을 쉽게 찍습니다.

교도소와 정신과 치료 뿐입니다. 낙인이 찍힌 이상 그들이 갈 곳은 없습니다.

갈 곳 없는 그들은 다시 음지로 걸어들어가 똑같은 길을 걷게 되는 악순환이 일어납니다.

저자는 미국의 형법과 재활 시스템이 바로 이들의 재활을 돕기 위한 것이 아닌 사회 구성원에서 배제하는 손쉬운 선택을 택함으로 이 악순환을 조장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 악순환 속에 중독자들의 수치심을 먹고 사는 재활 기관의 비즈니스가 활성화되고 있는 현실을 고발합니다.

빈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복지 증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나오는 '복지 포플리즘'

일하지 않아 가난하다는 편견을 심어주며 가난한 자들이 부끄러움을 느끼게 합니다.

끊임없는 구직활동을 증빙하게 하고 그들을 더욱 수치스럽게 만듭니다.

왜 가난할 수 밖에 없는가라는 사회의 근본적인 원인은 옆에 제껴둔 채,

우리의 선택으로 가난을 못 벗어난다는 수치심만을 조장하여 복지 정책이 꾸려집니다.

당연히 결과는 똑같을 수 밖에 없습니다. 약물중독자처럼 가난한 사람은 게으르다는 낙인을 저버릴 수 없습니다.

우리 사회는 일하지 않는 빈곤층을 극빈한 상태로 몰아넣는다.

한마디로 실패한 사람이 대가를 치르고

현재의 불행을 받아들이게 한다.

 

『셰임 머신』 은 이 혐오가 어떻게 발생하고 퍼져나가는지 그리고 이 수치심을 대체할 다른 규범이 생겼을 때 어떻게 기존의 수치심을 이용하던 세력이 변모하게 되는지를 알려줍니다.

SNS으로 순식간에 비난 여론을 일으키는 공유와 좋아요 기능 등을 비롯해서 미국의 인종차별, 미투 운동 등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례를 예로 들며 그 현상을 자세히 관찰하게 해 줍니다.

특히 미국의 백인층이 인종 차별의 부끄러운 역사를 남기지 않기 위해 역사를 조작하거나 말살하는 모습을 통해 일본의 '위안부'역사 부인과 '독도' 역사 조작등을 보게 되기도 하며 그들이 왜 그런 만행을 저지르는지 원인을 잘 알게 됩니다.

다양한 사회 현상과 더불어 수치심 머신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쉽게 잘 설명해 주어 가독성이 꽤 좋습니다. 다만 이 수치심 머신에 대한 해결책으로 우리 사회의 정의감을 하나로 예시하는데 초반의 상세한 문제 인식에 비해 해결책이 다소 아쉽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처음 이 책 표지를 보았을 때, 빅데이터 학자이자 <그냥 하지 말라>의 저자인 송길영 님의 추천사에 주목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난 이후 송길영님의 추천사가 정말 이 책의 백미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당신의 수치심이 그들의 돈과 권력이 된다.

<셰임 머신> 추천사

 

송길영님의 <그냥 하지 말라>처럼 우리 또한 그 밑바탕을 흐르는 수치심을 파악하고 그대로 하지 말것을 외치는 강력한 추천사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사회가 올바르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혐오를 위한 수치심이 아닌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목적으로 수치심이 작동해야 함을 설명해주는 책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았으나 읽고 개인적인 느낌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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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될 사람, 잘 키울 사람
지대표 지음 / 럭키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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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될 사람, 잘 키울 사람』은 김초엽, 천선란, 박상영 작가등 현재 한국 문학계의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기라성과 같은 작가들을 소유한 블러썸 크리에이티브 대표인 지대표의 에세이다.  저자의 직장 생활에서부터 사람들을 발굴하고 키우는 일을 하는 경험을 담아 잘 될 사람이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책을 처음 읽을 때 의아할 수 있다. 

잘 될 사람을 이야기하는 건가? 잘 키울 사람을 이야기하는 건가? 

이 세상에  혼자서 잘 되는 사람은 없다.  잘 될 사람의 자질도 중요하지만 잘 키워 줄 사람도 만나야 한다. 잘  될 사람은 잘 키울 수 있는 사람을 만나야 성공할 수 있고, 잘 키울 수 있는 사람도  키우는 사람이 잘 되야 성공할 수 있다. 그러므로 두 가지는 함께 간다. 

그렇다면 잘 될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잘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어일까요? 

결과나 과정은 차치하고 기본 전제가 되는 첫번째 요소로는 

'무엇인가 하고 있어야 한다'라는 것입니다.  

 

'무엇인가 하고 있어야 한다'라는 문장에 생각해본다. 

나는 무엇을 하고 있나? 지금 나는 무엇을 하고 있기는 한가? 

애석하게도 많은 것이 물거품이 되어버려 혼자 낙심하고 지쳐버리곤 한다. 내가 스스로 닫아버렸거나 또는 열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앉아있곤 한다. 저자 지대표는 말한다.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시작할 수 있는 실행력이라고. 무엇이라도 해 보라고. 문을 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곰곰히 생각한다. 우선 소홀히 했던 나의 루틴을 되찾아본다. 

예전처럼 열심히 읽고 리뷰를 쓰며 글을 써 내려간다. 

그동안 일시정지했던 운동을 시작한다. 우선 거기서 시작한다. 일시 정지를 다시 재생으로 돌리기. 

그 활동부터 시작해보자 다짐해본다. 

 

잘된 사람은 스스로에게 긍정을 잘 사용합니다. 

잘하고 있어. 이제부터 시작이야. 나는 좋은 사람이야. 

당신 스스로에게 향할지도 모르는 불안과 초조, 근심을 훌쩍 뛰어넘어 

긍정의 문장 속으로 풍덩 뛰어들어야 합니다. 

 

지대표는 2020 도쿄올림픽 장대높이뛰기 우상혁 선수의 인터뷰를 응용한다. 

항상 '레츠 고, 우', '점프 하이어' '올라간다'와 같은 긍정의 주문을 읊는 우상혁 선수의 인터뷰를 보여주며 우리의 말 습관이 어떠한가를 돌아보게 한다. 

나는 나에게 긍정의 말을 사용하고 있는가. 부정의 말을 사용하고 있는가. 

부끄럽지만 내게는 부정의 말이 익숙하다. 시간에 쫓길 때는 아이들을 원망하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었고 일이 잘 붙이지 않을 때는 비속어가 튀어나오기도 했다. 

내가 나 스스로에게 저주를 내뱉고 있었다. 책에서 저자는 "긍정은 당신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도구입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 도구를 묻혀두기만 할 뿐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불평하기에만 바빴다. 그래서 나에게도 관대하지 못했고 아이들에게도 화를 내기 일쑤였다. 

 

그런 내가 각성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안타깝게도 나는 한 프로그램에서 그것도 거금을 들여 투자한 트레이닝 프로그램에서 나를 잘 못 키우겠다며 환불해줄테니 하차하라는 말을 받았다. 그래서 하차할 수 밖에 없었다. 좌절감으로 자존감이 땅 끝까지 떨어진 이 때, 나는 4월의 원씽을 '부정적인 말 하지 않기 & 아이들에게 화 내지 않기'로 잡았다. 어쩌면 무모한 도전이었다. 사람이 쉽게 변할 리 없지 않는가. 하지만 떨어진 자존감을 챙기고 나를 붙들고 있기 위해서는 부정적인 말을 습관처럼 한다면 나는 재기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우선 내 입의 말을 긍정으로 쓰기로 했다. 입꼬리를 올리는 연습부터 해 나갔고 입꼬리가 내려갔다는 걸 인지할 때마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애썼다. 틈틈이 나를 찾아오는 두려움이 나를 압도할 때 긍정의 주문을 하려고 노력했다. 그럼에도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확신할 수 있는 건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게 해 주는 최소한의 방어막이 되어주었다는 사실이다.  우선 목표한 4월 나는 긍정의 주문을 훈련하려고 한다. 이 도구를 꺼내서 마음껏 써 보려고 한다. 

 

실행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과 

그것을 반드시 실행하고야 마는 것은 전혀 다른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에게 '배수진'의 전법이 필요해집니다. 

 

나폴레온 힐의 책 <생각하라 그리고 부자가 되어라>에서 나폴레온 힐 또한 배수진을 이야기한다. 

강을 건넜으면 돌아갈 생각을 하지 못하게 배를 불태우라고 말한다. 뒤를 돌아보는 순간 전념할 수 없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무엇을 실행해야 하는지 안다. 하지만 실행하고야 마는 사람은 극소수이다. 그래서 더욱 중요한 게 실행하고 마는 전략이 더 중요하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많은 사람들이 블로그에 공표하는 게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건 또 블로그에 한다고 해서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현재 내게 가장 친한 사람은 동생이지만 동생에게 부탁하기에는 우리는 서로에게 너무 관대하다. 실행하고야 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내가 가장 먼저 찾아야 할 전략일 것이다. 

 

『잘 될 사람, 잘 키울 사람』은 결국 서로가 잘 되는 길이다. 그래서 저자 지대표는 모두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써내려갔다. 독자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쉽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이 중에 한 가지만 먼저 실천해보고 그 후 다른 하나를 실천해보는 방식으로 하는 것도 이 책을 잘 응용하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렇게 하나씩 하는 것만으로 어느 새 잘 되어 있지 않을까. 

나 역시 이 책을 다시 읽으려 한다. 비록 한 차례 실패했지만 나 역시 잘 되고 다른 누군가 우리 아이부터 잘 키워야 하니까. 그리고 말하고 싶다. 당신 덕분에 잘 될 수 있었습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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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장사는 제한된 수입, 과중한 노동의 세계에서 존재하는다. 반면에 사업은 무한대의 수입, 노동과 상관없는 수입, 더불어른 사업을 추가로 만들 수 있는 여력까지 제공한다. 장단점이 이렇게명확한데 왜 누구는 사업을 하고 누구는 장사 할까? 그 이유는 관점의차이다. 절대 자본의 차이가 아니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한 거시적 시각과 목표가 나를 장사에서 사업으로 이끌어낸다. 상사는 한 개인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길이다. 사업은 먹고사는 문제뿐만 아니라, 나를 세상에 나타내고 사회를 변화시키고 싶은 욕망에서 생겨난다. 그러니 현재 당신이 어떤 사업을 하든, 그 사업의 최종 크기를 전국, 혹은 전 세계로 확장하라.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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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같이 볼래요? - 엄마들의 삶에 스며든 영화 이야기
부너미 기획 / 이매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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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같이 볼래요?》 란 제목은 슬프다.

쌍둥이를 낳은 후, 명절을 제외하곤 영화관에 가지 못했다. 아이들이 모두 잠든 후, OTT로나마 볼 수 있을 뿐이다.

늘 시간에 쫓겨 급하게 영화 빨리감기를 하며 영화를 급히 보는 내게 기억에 남는 영화는 솔직히 드물다.

그런 내게 잊히지 않는 대사가 있다. 바로 <82년생 김지영>이다.

모든 걸 다 할테니 아이를 낳아달라고 말하는 남편을 보며 김지영은 혼잣말을 한다.

' 왜 나는 아이를 낳으면 세상이 달라질 것 같지?'

남편은 아이가 생겨도 직장이 위험하지 않다. 관계가 달라지지 않는다. 단지 퇴근 후 일상이 달라져 있을 뿐이다.

하지만 엄마인 김지영은 다르다. 우선 잘 다니는 직장에서 복귀가 힘들어졌다. 그리고 엄마로서 직장 동료 및 친구들과의 관계도 예전과 같지 않다. 남편이 도와주어도 김지영의 현실은 결코 똑같을 수 없다.

나는 <82년생 김지영>에서 이 한 대사 외에 어떤 대사도 들리지 않았다. 이 김지영의 독백은 지금까지 내 삶에 느낌표였고 물음표이기도 했다.

왜 여자는 아이가 생기면 남자와 달리 세상이 바뀌는가!

왜 여자만 세상이 달라지는가?

이 영화를 본 후 남편에게 말했다. 같이 <82년생 김지영>을 보지 않을래?

남편의 대답은 칼같았다. <82년생 김철수>가 나오면 보겠다고. 여자들의 푸념과도 같은 영화는 거부한다는 식으로 말하는 남편의 대답과 책 《우리 같이 볼래요?》는 함께 봐 주고 들어달라는 외침이 오버랩되며 책을 읽기도 전에 슬펐다.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니 서두가 너무 길었다.

엄마들의 삶을 탐구하는 모임 <부너미>의 회원분들이 영화를 통해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나누는 이 책에서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나는 읽는 내내 한 생각이 들었다. '이들은 이 이야기를 하기까지 얼마나 속으로 고민했을까?'

사람들은 모른다. 특히 엄마가 되고 나서 찾아온 혼란 속에서 엄마들은 고민한다.

"내가 힘든게 모성애가 부족해서인가?"

"내가 아픈 게 내가 잘못해서인가?"

모든게 자신 잘못같기도 하고 알려고 하지 않는 이 현실 속에서 여자들은 그저 속으로 고충을 감내한다.

엄마가 되면 다 힘든 법이다라는 정당성을 강제로 부여하는 세상 속에서 아프다는 말을 하기 주저하고

엄마가 되면 당연한 거다라는 통념 하에 힘들다거나 우울하다는 상태를 내뱉지도 못한다.

그러다 조심스레 꺼내 본 "애 낳고 아픈 데 없어요?"라는 한 용기 있는 질문은 놀랄 정도로 아픈 엄마들에 대해서 대답이 들려온다. 텔레비젼에서 보여지는 우아한 엄마 연예인의 몸매를 보며 기가 죽으며 자기 관리가 부족한가 채근하던 삶 속에서 주변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비로소 우리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점이라는 걸 알게 된다.

자신의 몸 추스리기도 힘든 상황 속에서 날씬함까지 요구하는 잔인한 사회. 그래서 이 문제를 말해주는 영화 <툴리>를 보면서 엄마들은 공감했고 말하기 시작한다. 이 억압은 결코 당연하지 않다고.

육아로 시간에 쫓기는 엄마들이 아무리 시간을 쪼갠들 주변의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없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엄마들, 돌봄 노동에 지친 목소리들을 들려주는 영화를 보며 자신의 모습을 반추한다. <레볼루셔너리 로드>를 보면서 끊임없이 자신의 날개를 잊지 않기 위해 다짐하고 혼자 하는 돌봄이 아닌 함께 하는 돌봄을 실천하기 위해 조금씩 양보하며 공동 등하교를 시도한다. 상황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이 책의 저자들이 보는 영화도 극적인 해피엔딩은 없다. 그저 현재진행형이거나 또는 겨우 한 걸음 내디딜 뿐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러한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말하는 사람이 생겨나야 문제 해결의 전조가 보이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책은 《우리 함께 볼래요?》라고 독자들을 초청한다.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어보자고. 초대한다.



이제 쌍둥이 아이들이 9살이 된 지금. 내 자리의 현위치를 돌아본다.

시어머니보다 더 보수적인 남편을 만나 치열하게 싸웠다. 요리를 못하는 나를 향해 부끄럽다고 말하기도 하고

힘들다는 내게 "나는 노냐? 나도 힘들어!"하며 핀잔을 주던 남편. 힘들다는 소리를 하면 "그래도 어쩌겠어. 낳았으니 키워야지"하며 책임감만 부여하는 주변의 반응 속에서 나는 내내 혼란스러웠다.

내 힘듬을 신세한탄이 아닌 공감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사람들을 만났을 때 비로소 나는 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무조건적인 희생은 사양하겠다고 말했고 이게 결국 결혼의 끝이라고 해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물론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하지만 그 과정의 반복 속에서 비로소 우리는 조금씩 맞춰갈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아직까지 "우리 같이 볼래?"라는 내 초청에 응하지 않는다.

하지만 알고 있다. 내가 여기까지 힘들게 왔듯이 이 초청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이야기할 때 비로소 조그마한 변화가 시작된다는 것을. 그 때가 되면 이 책의 제목 《우리 같이 볼래요?》가 더 이상 슬프게 다가오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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