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의 뇌 - 더 좋은 삶을 위한 심리 뇌과학
아나이스 루 지음, 뤼시 알브레히트 그림, 이세진 옮김 / 윌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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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 도서 『사피엔스의 뇌』의 저자는 프랑스의 신경과학 연구자 아나이스 루라는 과학자이다. 

250만 명의 구독자가 있는 뇌과학 팟캐스트 <뉴로사피엔스>를 진행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뇌에 대해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임상심리학자이다. 


왜 우리는 '뇌'를 알아야 하는가? 단지 자신의 전문분야니까? 


저자는 우리 몸의 모든 기관이 '뇌'의 명령을 받는만큼 '뇌'를 알지 못하고는 잘 살지 못한다고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 모든 말, 모든 생각에 

뇌가 함께 합니다. 

그러니 뇌에 대해서 배우고 뇌를 더 잘 보살피는 일은 

곧 나를 이해하고 보살피는 일이 되겠지요? 

<사피엔스의 뇌> 49page 



지피지기는 백전백승이라고 했다. 대장을 모르는데 과연 나를 잘 돌볼 수 있겠는가? 

 어느 상황에서 뇌가 나를 돕기 위한 명령을 내리는지 또는 오류를 일으켜 잘못된 선택을 내리는지 알아야 우리는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다. 

즉 내가 나 자신을 돕는 법을 아는 첫 걸음.  그래서 우리의 뇌가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내가 나를 돕는 방법이라고 말이다. 


우리는 흔히 '뇌'가 우리 몸의 모든 기관을 관장하니 당연히 '뇌'는 나를 돕는 역할만을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과연 그럴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그렇다면 먼저 호모 사피엔스의 '뇌'가 우리를 돕게 하는 경우는 어떤 경우일까?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뇌가소성'을 예로 들 수 있다. 


뇌 속에 있는 뉴런이 자기를 수정하거나 시냅스를 리모델링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뇌가소성은 훈련에 따라 새로운 부분을 익숙하게 해주고 자동화해주니 많은 사람들에게 열심히 하면 잘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게 한다.   


그 외에도 방향감각, 외국어 구사능력등 뇌가 어떻게 우리의 학습을 돕는지를 설명해준다. 


 

그렇다면 '뇌'가 우리의 성장을 방해하는 부분은 무엇일까? 


이 부분은 내가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놀랬던 부분이기도 하다. 


바로 "게으름"이다. 


배움의 욕구를 포기하지 않게 해 주는 뇌가 오히려 우리를 더 게으르게 해 준다니 참 의외였다. 

하지만 저자는 '뇌'의 기능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뇌는 우리가 힘들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서 인간으로 하여금 운동보다 앉아 있기를 선호하게 하고 많은 집중도를 요하는 일을 가급적 자제하게 한다. 새로운 도전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뇌가 에너지를 쓰기를 싫어하는 뇌의 본성때문이다. 


즉 뇌는 인간의 성장을 돕기는 커녕 가장 큰 방해자라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운동을 하고 몸을 움직이며 집중하는 건 뇌의 본성을 이겨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뇌를 공부하는 건 뇌가 나를 위해 제대로 돕게 하거나 뇌가 나를 방해하는 요인들을 막아서 나를 돌보게 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 뇌를 가장 방치하게 할 때는 언제일까? 그 대답은 모두들 잘 알고 있다. 

바로 스마트폰이다. 『사피엔스의 뇌』에서도 스마트폰 또는 내비게이션 GPS의 차이점을 설명해주는 부분이 흥미롭다. 




내비게이션이 발명되기 전, 사람들은 지도를 보며 주변을 탐색하곤 했다. 

목적지에 가기 위해서 끊임없이 뇌를 작동시켜야 한다.  해당 지역이 어느 동네 옆에 있는지 그 동네에 무엇이 이정표가 되는지 잘 기억해낸다.  그래서 그 지역의 주변환경을 잘 기억하곤 했다. 


하지만 GPS는 목적지만 입력하면 바로 처음부터 끝까지 지시한대로 가면 되니 우리는 주변을 잘 알 필요가 없다. 그 지역에 가는데 어느 지역을 거쳐가는지도 알지 못한다.  에너지를 최소화하고자 하는 뇌의 기능에 더해 뇌를 더 쉬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뇌과학을 왜 알아야 하는가? 바로 풍성한 인간 생활을 위해서이다. 상대방을 잘 알기 위해서이다. 

때때로 우리는 상대방을 잘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다. 


왜 저 사람은 일도 아닌 일에  슬퍼하는가? 

왜 저 사람은 자꾸 미루기만 하는 것일까? 

왜 저 사람은 건망증이 심한걸까? 


나의 기준으로는 별 일 아닌 일이기에 더욱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뇌'의 역할에 따라 설명해준다. 상대방의 뇌에서 작동하는 부분이 많아서 그렇다는 걸 이 책은 쉽게 풀어준다. 


그래서 『사피엔스의 뇌』는 말한다. 


"다 1.4kg 뇌가 시키는 일입니다." 

더 잘 살고 싶은가? 

그렇다면 뇌가 나를 돕게 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렇다면 뇌가 나를 방해하지 못하게 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사피엔스의 뇌』는 바로 뇌가 나를 돕게 하는 방법을 배우는 책이다.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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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았다.

누군가는 이제 그만 할 때가 되었다는 사람이 있고

누군가는 이제 그만 슬픔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냐고 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모른다.

애도에는 유통기한이 없다라는 걸.

사람마다 애도의 시기가 다르다. 누군가는 훌훌 털고 있을 수 있고 누군가는 평생 걸릴 수 있다.

그 기간은 우리가 판단할 수 없다.

우리는 생각한다.

10년째 마음으로 팽목항을 떠나지 못하는 유족들의 삶은 죽지 못해 살아가는 삶일 거라고.

사랑하는 자식과 가족을 잃었고 진상규명은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하지만 정혜윤 PD는 책 《삶의 발명》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유족들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희망을 찾는 자들이라고.












희망은 다른 것이 아니라 더 나은 곳을 바라는 열망이다.

희망은 우리 몸을 편안하게 해 주는 것이 아니라 자꾸만 잡고 늘어지는 것이다.

차마 뿌리치지 못하게 하는 어떤 것들이다. 그러나 어쩌랴.

이제는 곁에 없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로할수 있는 방법은 변화뿐인데, 더 나은 곳으로의 변화만이 시간과 이야기 밖으로 떨어져 나간 가족들을 다시 시간과 이야기 속에 자리 잡게할 수 있는데.


<삶의 발명> 89page



유족들이 왜 그토록 진상규명을 외치는가?

유족들이 왜 그토록 더 이상 죽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며 애도하기를 멈추지 않는가?

그들에게는 떠나간 가족을 위로하는 방법이 더 이상 그들과 같은 슬픔을 겪는 사람이 없기를 바라는 변화만이 있기 떄문이다.

비록 자신들은 가족을 잃었을지라도

더 이상 똑같은 슬픔이 없길 바라는 희망.

더 이상 눈물 흘리는 사람들이 없기를 바라는 희망을 위해 그들은 애도를 계속한다.

이제 그만하면 되었다고?

아직 그들의 희망이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어떻게 그만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세월호 참사 10년 동안 하나도 세상은 좋아지지 않았는데 어떻게 포기할 수 있는가?

그래서 그들은 계속한다.

이 세상의 더 이상 많은 눈물이 생기지 않도록.

정혜윤 작가는 세월호 참사, 고 김영균 청년의 죽음, 씨랜드 참사 등 온갖 재해재난의 현장에서 유족을 바라보며 유족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법을 배웠다고 말한다.

유족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는 건 어떤 뜻일까?

유족의 눈으로 세상은 모든 게 무의미한 세상처럼 보여진다는 게 아닐까?

정혜윤 pd는 오히려 정반대라고 말한다.


유족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은 구해야 할 것이 있는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다.

삶도 죽음도 무의미하지 않기를 바라는 눈으로 세상을 보는것이다.


<삶의 발명> 91페이지


구해야 할 것이 있는 삶.

아직 이 세상에 한 명이라도 더 구해지기를 바라는 눈,

아주 사소한 생명이라도 무의미하지 않기를 바라는 눈,

아주 작은 사람이라도 소중하게 여겨지길 바라는 희망의 눈으로 그들은 세상을 바라본다. 그래야만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자녀와 가족이 위로받을 수 있기 떄문이다.

비록 세상을 떠났을지언정

이 세상이 더 안전해지고 눈물 흘리는 사람이 줄었다고 말할 수 있는 희망을 위해서 그들은 끝까지 희망을 붙잡는다. 그 희망만이 그들을 살게 한다.











정세랑 작가의 <피프티 피플>의 한 구절을 다시 인용한다.


"너 그거 알아?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안전법들은 유가족들이 만든 거야."


"정말?"


"몇백년 전부터 그랬더라. 먼 나라들에서도 언제나 그랬더라."


<피프티 피플> 274p


우리의 거의 모든 안전들은 지난 세월 유가족들의 눈물과 희망 속에 만들어졌다.


세월호 참사 10주기.

우리는 어떻게 그들을 위로해야 하는가?

바로 그들과 같은 희망을 꿈꾸는 것이다.

더 이상 안타까운 생명을 허무하게 보내지 않는 세상이 되는 희망을 꿈꾸는 것.

세상이 비록 어두워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그들을 위로하며 함께 하는 방법일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4.16 기념일에 다른 정의를 내린다.

4.16 세월호 참사는 더욱 큰 희망을 품는 날이다.

4.16 세월호 참사는 우리가 희망을 포기하지 않기를 다시 다짐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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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글을 올리다보면 조회수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조회수는 내 노력과 비례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과연 계속 글을 써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들었고 내 글에 대한 의견을 묻기도 했다.

평소에는 내 글을 잘 보지 않던 동생이 이런 날은 귀신같이 알고 전화를 해 왔다.

"언니, 미안한데 내가 잔소리를 좀 해야겠어.

언니 글에 왜 평가를 받고 싶어해? 언니 글이니까 쓰면 되지 평가가 뭐가 중요해?"

동생의 잔소리를 듣고 보니 정신이 확 들었다.

어차피 내 글의 목적이 계속 쓰는 것이었는데 조회수에 떠밀려 내 글의 목적이 주객전도가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전 구글러 출신 정김경숙님의 영어 공부에 대한 열정을 쓴 에세이 《영어, 이번에는 끝까지 가봅시다》를 읽던 중 '정체성'에 대한 문장이 눈에 띄었다.

40세에 영어를 배우기 시작해서 15년째 영어를 배우고 있는 정김경숙님.

그 분은 이제 더 이상 구글출신이 아니다. 경력이 좋아 여러 곳에서 이직 제안을 받지만 그 제안들을 거절하고 미국에 남아 여러 직업을 경험하고 있다.

스타벅스 종업원으로 일하기도 하고 마트 종업원, 우버 기사로도 일한다.

그래도 명색이 구글 출신이고 50이 넘은 나이에 하기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그녀가 하는 이유는 '영어 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이 있었기 떄문이다.














저의 정체성을 '영어 하는 사람'으로 여겼기 때문입니다.


정김경숙님은 영어를 배우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단 한 가지로 정했다.

"영어 하는 사람"

수많은 업무 가운데서도 늘 자신의 정체성에 맞는 영어 공부하는 시간을 확보했고 늘 영어를 가까이 하며 영어를 손에 놓지 않았다. 상황은 중요하지 않았다. 자신이 정한 정체성에 맞게 행동했을 뿐이었다.


'영어 하는 나'라는 정체성을 가진 사람에게

영어는 무슨 일이 있어도 변함없이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 분에게는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는 게 우선이었다.

피곤하다고 해서, 새해라고 해서, 휴일이라고 해서 결심하거나 쉬거나 하는 게 없었다.

자신의 정체성에 맞게 변함없이 하는 사람이 되는 게 목적이었다.

그러니 구글에서 나왔다고 해서 영어 공부를 중단할 이유가 없었다.

자신이 이제 다양한 사람의 영어를 들어보겠다는 목적에 공부 방향을 틀어 다른 방식의 영어공부를 하게 된 것 뿐이었다.


정김경숙님에게는 자신의 정체성이 '상황'이 변수가 되지 않았다.

정체성은 변하지 않는 것이니 상황에 개의치 않고 영어 공부를 해나가는 게 중요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가?

조회수가 적다고 글을 쓰지 않는다면 내가 매일 글쓰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가?

잘 알아주지 않는다고 포기해버린다면 과연 나는 글쓰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가?

작가란 무엇인가?

책을 출간해서 작가가 아닌 글을 쓰는 사람이 작가이다.

그러므로 내 안에서도 나의 '정체성'을 다시 세워가기로 했다.

'매일 글 쓰는 사람'

'매일 읽는 사람'

이 정체성에 어떤 변명을 하지 않기로 한다.

나는 매일 글을 쓰고 읽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정했으니 이 정체성에 충실하기로 한다.

저는 매일 글을 쓰고 읽는 사람입니다.

이 정체성을 끝까지 놓지 않고 붙잡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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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1
조엘 디케르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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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 책을 알기 위해서는 프롤로그를 꼭 읽어야 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이자 존경하는 스승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을 조사한 걸 토대로 책을 써서 두 번째 책을 써서 대성공을 이룬 마커스 골드먼. 

그가 가는 곳마다 사람들은 그에게 묻는다. 


"해리 쿼버트가 정말 그런 짓을 저질렀습니까? " 


이 질문에 대해서 짐작한다. 해리 쿼버트가 바로 범인이겠구나. 이 책은 해리 쿼버트가 어떻게 살인을 했는지 밝혀내겠구나 라는 걸 짐작케 한다.  해리 쿼버트. 그가 저지른 일은 어떤 사건인가?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에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 부분은 의아함을 자아낸다. 

시작하는 부분이면 챕터가 1부터 시작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런데 이 책은 31부터 시작되어있다. 

스승인 해리 쿼버트가 제자 마커스 골드먼에게 책과 글쓰기에 대해 권하는 부분인데 왜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을까?  결론부터 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구성임을 짐작케 한다. 


그렇다면 이 소설은 어떤 결론부터 보여주는가? 


바로 해리 쿼버트의 정원에서 33년 전에 죽은 15세 소녀 놀라 켈러건의 유골이 발견되었다는 점이다. 

그 유골에는 해리 쿼버트를 초대형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들어주었던 소설 <악의 기원> 원고가 함께 묻혀 있다. 


해리 쿼버트 교수의 개인 저택 정원에 묻힌 유골, 

자신의 대표작인 <악의 기원> 원고, 

두 가지 사실만으로도 해리 쿼버트는 살인 용의자가 되기에 충분했다. 모든 사실이 해리 쿼버트가 범인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더구나 30대의 무명 작가와 15세 소녀의 금지된 사랑 이야기를 다룬 <악의 원고>가 허구가 아닌 사실이라는 사실에 사람들은 해리 쿼버트를 향해 돌멩이를 던지며 공격했다. 


이 사실에 믿을 수 없던 마커스 골드먼은 이 사건에 대한 진실을 밝히기 시작한다. 

이 책은 두 권의 긴 이야기로 나눠져 있지만 읽을수록 양파껍질을 벗기듯 매번 새로운 장으로 접어들게 한다. 


작은 오로라 마을인 만큼 죽은 소녀 놀라 켈러건은 모든 사람과 엮어 있다. 

<클락스 식당>의 주인 가족, 해리 쿼버트 저택 주인, 오로라 경찰서, 친구 등등 이들이 들러주는 증언은 계속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하나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 또 다른 모습이 나오며 과연 이 소녀는 다른 누군가가 기억하고 있는 모습이 맞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한 사람의 증언이 앞서 이 사건에 대해 말했던 사람의 증언에 대해 반전을 하게 되는 형식이다. 

사건을 추리해 갈수록 이 사건에 대한 용의자들이 좁혀져 가는 게 아닌 점점  확대되어간다.

이 사건을 따라가다보면 결국 한 가지 의심을 하게 된다. 


"어쩌면 이 동네 사람들 모두 한통속이 되어서 소녀를 죽인 게 아닐까?" 


의심 가지 않는 사람이 없는 이 상황은 2권째에서도 쉽게 풀어지지 않는다.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에서 또 다른 의문점은 바로 왜 해리 쿼버트는 자신과 놀라 켈러건의 사랑을 쓴 책 제목을 <악의 기원>으로 정했을까? 


분명 소설은 금지되었기에 애절하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이건만 이 사랑을 악의 기원이라 했는가. 

제목대로라면 해리 쿼버트가 소녀를 죽인 피해자가 되어야 마땅해야 했다. 그런데 왜 그랬을까? 

책을 읽으면서 내내 궁금했던 이 질문을 마지막에 가서야 깨닫게 된다. 

왜 해리 쿼버트는 자신의 소설을 <악의 기원>이라고 지었는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내내 설명하고 있었다는 것을. 이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이 소설은 모든 사람들이 놀라 켈러건을 죽인 범인이 아니라 하더라도 각자 다른 누군가에게 악을 품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악이 서로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을 뿐 결국 가장 잔혹한 살인이라는 악의 형태를 통해 또 다른 작은 악들이 드러나게 됨을 보여준다.


그래서 소설은 말한다. 


이  사건은 1957년 8월 30일에 있던 이야기일 수 있고  1960년대 또는 1964년, 1975년에 발생할 수도 있었다고 말하는 건 각자의 작은 악들이 드러나고 있는 시점이였음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에는 몇몇을 제외하곤 많은 인물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바꾸기를 원했다. 

악의 기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물들. 그 인물들은 자신들이 잘 살아왔다고 감추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진실이 드러날 때마다 결국 자신들이 저지른 일에서 자유롭지 못했음을 알게 된다. 






책에서 해리 쿼버트는 작가들의 파라다이스를 말한다. 

작가가 이야기를 자기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곳. 


어떻게해야 그 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라는 해리 쿼버트의 질문에 마커스 골드먼은 이미 일어난 과거를 바꿀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해리 쿼버트는 말한다. 


그야 물론이지만 현재를 바꿀 수 있어. 



현재를 바꾸라는 건 작가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그들이 자신들의  악을 정정당당하게 고백했더라면, 또는 사건이 밝혀질 때 자수했더라면 결말을 다르게 쓸 수 있었을 것이라고. 그러므로 현재를 바꿀 때 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노라고 말이다.  


프랑스에서 조엘 디케르 현상을 이끌어내며 600만 부 판매한 베스트셀러이자 다수의 상을 수상한 소설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 소설을 읽고 글을 쓰면서 가장 리뷰 쓰기가 힘든 작품이지 않을까 싶다.  그 이유는 바로 책에서 소개한 글쓰기의 비법대로 나는 과연 쓰고 있나 여러 번 곱씹게 되기 때문이다. 


글쓰기 강의를 토대로 하며 이 책이야말로 좋은 글쓰기의 표본임을 말하고 있는 듯한 조엘 디케르의 자신감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그리고 그의 자신감 답게 두 권의 이야기가 매 장마다 새롭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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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디스토피아,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 - 쇠락하는 산업도시와 한국 경제에 켜진 경고등
양승훈 지음 / 부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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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GM이 떠난 빈 중소도시의 쇠퇴를 취재한 르포 《실직도시》가 출간되었었다. 


한때 현대중공업과 한국지엠의 공장이 세워지며 많은 노동자들이 유입되었지만 경기의 쇠퇴와 함께 중공업이 문을 닫고 지엠이 미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며 군산은 급격하게 쇠퇴의 길을 걷는다. 기업과 공장이 사라지자 사람들도 떠나가고 남은 몇몇의 사람들만 예전의 활기를 그리워할 뿐이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24년, 이제는 다른 도시를 쓴 르포가 출간되었다. 

2021년 군산에 대한 르포보다 심각하다. 2024년도에는 불안한 울산의 미래를 예측한 르포 『울산 디스토피아,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이다. 


울산이 어디인가?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석유 화학등 대기업의 제조업 시설이 한 곳에 밀집된 공간이다. 그런데 왜 저자 양승훈 교수는 '울산'을 디스토피아로 말했을까? 

아직까지 전국 2위의 GDP를 기록하고 있는 울산의 미래가 불안하다고 강조하며 울산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을까? 



지역 경제가 살고 비슷한 중산층들이 살아날 수 있는 해결책. 

그 답을 전형적으로 갖고 있는 도시의 표본이 바로 '울산'이다. 대기업 공장 정규직으로 근무하며 높은 임금을 받으며 중산층으로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바로 탄탄한 제조업이 밑바탕이 되고 있었다. 




평생 굳건할 건만 같았던 '울산'이 왜 불안한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2021년 출간되었던  《실직도시》가 도움이 된다. (저자는 다르다). 

군산은 왜 한 순간에 쇠퇴하고 말았는가? 방준호 기자가 쓴 <실직도시>에서 군산의 역할이 바로 '지엠'의 생산기지였기 떄문이라고 말한다. 


지역이 대기업 생산 기지만 가지고 성장하는 모델은 10년짜리라고 봐요. 

자동차도 조선도 결국 산업 사이클이 있고, 하강기에 접어들면 

의사 결정 기구 같은 핵심적인 기능이 없는 지역 생산 기지부터 잘려 나가죠. 


<실직도시> 중에서 



군산은 미국 지엠회사의 '생산 기지'일 뿐이었다. 

한때 호황기를 누릴 때에는 여러 곳에 투자를 하며 공장을 세우지만 불황기에 접어들면 가장 먼저 축소되는 부분은 '핵심 기지'가 없는 '생산 기지' 즉 공장부터 가장 먼저 철수한다. 

지엠 또한 사업이 어려워지며 물건만 만들어내는 군산의 공장을 가장 먼저 철수했다. 


『울산 디스토피아,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의 저자 양승훈 교수는 왜 울산이 바로 군산과 같은 이 전철을 밟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 용어를 바로 '구상과 실행의 분리'라고 말한다. 


예전에는 자동차나 선박을 구상하는 엔지니어들이 현장중심주의라서 공장과 밀접한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이제 구상하는 엔지니어가 있는 연구소는 수도권으로 옮겨오고 울산은 이제 공장만 있는 즉 '생산기지'만 덜렁 남아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시대가 점점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현실에서 공장마저 수도권으로 이전할 수 있는 현실. 

이 공장마저 없게 되면 울산의 경제가 몰락하는 건 한순간임을 이미 앞선 군산의 예에서 우리는 볼 수 있다. 


『울산 디스토피아,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 에서는 울산의 미래가 불안할 수 밖에 없는 세 가지 핵심 키워드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남성, 생산직, 대기업 정규직 


이 세 가지는 이제까지 울산 경제를 떠받들며 많은 노동자를 중산층으로 만들어 준 키워드였다. 

공장이기에 대부분의 노동자가 남성직이며 대기업 정규직으로 생산직에서 근무하는 도시. 

그들을 중산층으로 만들게 한 이 세 가지가 이제 역으로 울산의 미래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공장은 많지만 그 외 일자리가 없는 도시. 

여성의 일자리가 없으니 부산이나 수도권으로 갈 수 밖에 없는 여성들. 

대기업 정규직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이주 노동자로 대체되며 점점 좁아지는 청년 취업률. 

막을 수 없는 수도권 집중 현상과 날로 변해가는 국제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울산의 현실을 암울하게 전망한다. 


수도권 집중현상과 국제 추세는 막을 수 없으니 이제 울산의 쇠퇴는 막을 수 없는가? 

당연히 그럴 수 없다. 하지만 문제를 안다면 답을 찾을 수 있다. 

울산을 강하게 막아선 것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한다. 자신들의 리그를 강하게 지키며 정규직 자리에서 정년연장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에게 청년을 위한 정책으로 갈 수 있도록 변화하고 공장만 모아 있는 제조업 중심에서 '구상과 실행'의 공간이 함께 할 수 있는 연구 시설의 확충해야 한다고 말한다. 

연구소가 떨어져 있는 생산기지는 결국 언제든지 대체될 수 있기에 지속 가능한 제조업으로 되기 위한 엔지니어링 클러스터를 만들고 부산,울산, 경남등 함께 동남권이 함께 연대해야 함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해결책은 과연 실현가능한가? 

대기업들이 수도권에 집중되는 현실을 막기는 힘들다. 엔지니어링이 있는 연구소를 만드는 것 또한 대기업의 결단이 필요하다. 부산,경남, 울산등의 연대도 각 지자체의 이해 관계로 실현되기 어렵다. 


지자체, 정부, 기업 모두가 함께 풀어가야 하는 이 과정은 잘 풀리지 않는 매듭처럼 복잡하지만 지역 소멸되어 가는 이 현실에서 결코 피할 수 없는 숙제임을 말한다. 


나는 이 책을 보면서 '울산'이 부러웠다. 

이제 지역이 사라지는 건 어쩔 수 없다며 포기하는 이 시대에 지역도시의 미래를 누군가가 걱정하고 연구하는 사람이 있기 떄문이었다.  또한 아직까지 대기업의 공장들이 굳건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나마 울산에서는 해결해나갈 미래가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2021년 군산의 암울한 현실이 점점 퍼져가며 이제는 울산의 미래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예전에 읽었던 《실직도시》를 다시 펼쳐들었다. 

그리고 이 군산으로부터 우리는 무엇을 배웠나를 진지하게 고민해보았다. 우리는 이미 군산의 현실을 보았음에도 똑같은 길을 걷고 있는 울산의 현실을 보며 군산에서 한 발자국 나아가기는 커녕 후퇴하는 한국의 현실을 보게 된다. 

더 이상은 안 된다는 위기 의식. 지역이 소멸하는 걸 그대로 방치하면 우리의 사회는 더욱 큰 재난의 쓰나미로 다가올 것임을 저자는 『울산 디스토피아,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에서  말한다.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나만 아니면 괜찮은가? 

더 늦기 전에  우리 모두의 진지한 고민과 해결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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