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다 보면 웅진 모두의 그림책 49
김지안 지음 / 웅진주니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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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다 보면』의 작가 김지안은 "대학에서 만화를 공부했고, 조그만 작업실에서 사부작사부작 그림책을 만듭니다. 빵과 책, 그리고 식물과 드라이브를 좋아합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표지를 보면 귀여운 캐릭터가 표정 없는 얼굴로 운전을 하고 있다. 보조석에 무언가 뾰족한 물체가 보인다. 가로등 전구가 있어야 할 곳엔 주인공과 같은 캐릭터가 눈을 감고 있다. 나무를 주인공 캐릭터 모양으로 깎아놓기도, 별 모양으로 깎아놓기도 했다.

운전을 하고 있는 차 번호가 100만 9805번이다. 이 숫자에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좁은 일 차선 도로를 달리고 있는 캐릭터를 따라 책장을 넘겼다. 비몽사몽 눈도 뜨지 못한 캐릭터가 무언가를 먹고 있다. 사원증도 보이고, 잔뜩 쌓은 서류 앞에는 커피가 한 잔 놓여있다. 사원증을 목에 건 캐릭터가 눈물을 흘리는 그림도 있고, 치맥을 먹는 그림도 보인다. 치맥을 먹으면서도 눈은 여전히 감겨 있다. 첫 장의 마지막 그림은 침대 위에서 침을 흘리며 자고 있는 캐릭터의 모습이 있다.

매일 반복되는 피곤한 직장인의 하루를 그려놓은 듯 보인다.

"오늘따라 더 피곤한 뚜고 씨의 출근길."

이 캐릭터의 이름은 뚜고 씨. 뚜고 씨는 피곤한 얼굴로 눈도 뜨지 못한 채 차에 시동을 건다. 졸린 눈을 부릅뜨고 출근하기 위해 운전을 시작한다. 뚜고씨와는 아무 상관없이 하늘은 푸르고 날씨는 화창하다. 경인고속도로를 오늘도 꽉 막혀 차가 움직이질 않는다. 뚜고씨는 다른 길이 있나? 내비게이션을 검색한다. 내비게이션에게 다른 경로를 안내받고, 꽉 막힌 옆길로 빠진다.

"음? 이런 길이 있었나?"

그동안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에 뚜고씨는 내비게이션을 다시 만진다. 하지만, 내비게이션의 화면이 먹통이 되며, 별 모양의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자신을 노별리 내비게이셔누스라고 소개한 별 모양의 캐릭터는 보조석에 자리를 잡고 뚜고씨에게 길 안내를 시작한다.

"아무래도 좀 이상한 길인데"

뚜고씨는 생각했지만, 그냥 가 보기로 했다. 이렇게 노별과 뚜고씨는 여행을 시작한다. 꿈도 꾸지 않을 정도로 단잠을 자고, 직장인이 그리워하는 엄마표 집밥 도시락을 먹으며 엄마를 생각하기도 하고, 분홍색 바다를 보기도 하며 환상적인 하루를 보내고 뚜고씨는 집으로 돌아온다.

선물 같은 하루를 보낸 뚜고씨!

내게 선물 같은 하루는 어떤 날일까? 내 마음속에도 살고 있을 노별리 내비게이셔누스를 찾아봐야겠다.

『달리다 보면』은 편안한 색감과 귀여운 캐릭터가 매력적인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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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배짱으로 삽시다
이시형 지음 / 풀잎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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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배짱으로 삽시다! 』의 저자 이시형은 『배짱으로 삽시다』로 우리나라 출판 사상 논픽션 부분 최초의 밀리언셀러 작가가 된 정신과 의사다. 1980년부터 현재까지 대중과 호흡하고 시대와 교감하는 국민 닥터이자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현재 (사)세로토닌문화원 원장이자, 힐리언스 선마을의 촌장이다.

책은 당당한 배짱 거꾸로 생각하기, 행동이 먼저, 체면은 빛 좋은 개살구, 소신 있는 위인들, 미안도 이제 그만 "No"랑 친해지기, 열등감, 남과 달라지기, 조급증을 이긴 배짱과 꾀가 넘치는 위인들 이렇게 총 7장으로 이뤄졌다.

각 장에 맞는 인물들이 소개되고, 한 인물당 2~4page 정도만 할애한다. 인물 소개가 끝나고 나면 생각해 보기 페이지가 있다.

사르트르와 보봐르의 서로 존중하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지성인 사르트르와 보봐르는 상대방의 기분을 존중해 주는 사이로 유명했어.

한 번은 사르트르가 미국에 가자고 권하자 보봐르는 "지금은 싫어요. 스키 시즌이 끝나면 가겠어요."라고 정중히 거절했어.

"아, 그래! 당신은 스키를 좋아하지."라며 사르트르는 애인의 뜻을 인정했지.

p.187

출처 입력

사르트르와 보봐르는 사랑하는 관계였다.

하지만, 보봐르는 사랑하는 애인의 부탁을 자기가 좋아하는 취미를 위해 거절했고, 사르트르도 보봐르의 뜻을 인정했다. 보봐르는 사르트르의 제안을 거절했지만, 그 둘 사이의 대화를 보면 전혀 불쾌한 면을 찾아볼 수 없다.

소심한 사람들은 혹시라도 내가 거절하면 상대방의 기분이 상할까 봐 겁을 먹고 가기 싫어도 내색하지 못한 채 따라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것은 상대방을 진짜 존중하는 행위가 아니다. 또한 자신을 존중하는 행위도 될 수 없다.

자신의 뜻을 분명히 밝힐 수 있는 소신과 배짱이 있어야 상대방도 자신도 존중하는 것이다.

어떤 친구들은 다른 사람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친구들에게 무리한 일을 강요하기도 한다. 그런 일이 반복되는 건 거절할 줄을 모르기 때문이다.

"안 돼.", "No."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소신과 배짱이 필요하다.

거절 능력이란 게 마음만 먹는다고 되지는 않는다. 저자 이시형은 '거절 연습'을 해보길 권한다.

하기 싫은 건 싫다고 말할 줄 아는 소신과 배짱을 연습해 복, 실제로고 해보면 마음이 편해질 거라며 튼튼한 배짱 근육으로 거절할 줄도 아는 친구가 되어 보자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이십 대 중반 영국에서 살았던 때가 있었다. 프랑스, 영국, 스페인 친구와 한 집에서 살았는데, 집으로 누가 찾아왔다. 스페인 친구를 찾아왔기에 그 친구 방문을 두드리며 누가 찾아왔다고 알렸다.

그런데 그 친구는 자신을 찾아온 손님을 집안으로 들이지 않고, 현관 밖에서 10분 정도 이야기하더니 돌려보냈다. 그런 상황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아 스페인 친구한테 물어봤다.

"무슨 일이야? 집으로 찾아온 친구인데 그렇게 그냥 돌려보내도 돼?"

그 친구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사전 약속 없이 찾아왔잖아."

그 당시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곳에서 살며 거절하는 것과 나를 존중하는 방법을 배웠다.

『어린이를 위한 배짱으로 삽시다! 』를 읽으며, 진정한 배짱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

이 책에서 '생각해 보기' 부분을 꼼꼼히 기록하며 본다면, 훨씬 읽는 효과가 좋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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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 그 화려한 역설 - 69개의 표지비밀과 상금 5000만원의 비밀풀기 프로젝트, 개정판
최인 지음 / 글여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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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 작가의 장편 소설 『문명, 그 화려한 역설』은 2002년 1억 원 고료 국제문학상 수상작품이다.


"어떤 작품이기에 그런 대단한 상금을 받았을까?"


문제는 1억 원 고료 국제문학상 수상작품임에도 불구하고 20년간 출판하는 곳이 없었다는 것이 더 신기했다.


결국 최인은 2020년 도서출판 글여울을 창립하고, 이 작품을 자신의 출판사 이름으로 내게 된다.


국제문학상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을 빠르고 참신하고 재미있다는 점에 큰 점수를 주었지만, 가볍고 스피디하고 파격적인 표현으로 일관되었기 때문에 20년간 출판업계에서 출간을 거절당했던 작품이다.


20년이 흐르는 동안 수백 회 이상 탈고를 거치며, 2021년 초판이 발행됐고, 2023년 5월에 개정판 1쇄가 발행됐다.


'23년 공을 들인 작품을 잘 읽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였을까?'


작가는 『문명, 그 화려한 역설』 이 책을 내며 상금 5000만 원의 비밀 풀기 프로젝트를 제안한다. 이 책의 표지에는 69개의 비밀이 있으며, 이것을 푸는 첫 번째 독자에게 5,000만 원의 상금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연인이나 커플, 부부가 도전할 경우는 비밀 3개를 면제해 준다는 특전도 있다.


"5,000만 원? 적은 돈이 아닌데…. 한 번 도전해 볼까?"

책을 펼쳤다.


표지에 어떤 비밀이 있을까? 자세히 봐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러기엔 빠른 전개가 이어졌다. 성적 표현도 상당히 노골적이어서 그동안 이 책이 왜 출간되지 못했는지 이해가 갔다.


책의 주인공은 '모제'다. 27세의 '모제'는 가출 소녀를 찾아내 구제하는 일을 하는 형사다. 일을 하는 과정에서 많은 가출 소녀를 만나게 된다. 성적으로 자유분방한 소녀들 못지않게 쾌락을 즐기지만, 모제의 마음속엔 이것만은 꼭 지켜야 한다는 선을 가지고 있다.


그는 많은 여자 중에 모제는 '유리'를 잊지 못한다. 유리는 갑자기 이별 통보를 하고 모제를 떠났다. 모제는 유리를 잊지 못하고 찾아다닌다.


유리를 찾아다니던 중 모제는 '유토피아'라는 나이트클럽을 가게 됐고, 그곳 집주(지배인)의 안내를 받아 vip 대접을 받으며 '유토피아'를 둘러보게 된다. '유토피아'에는 총 40개의 방이 있고, 각각의 방들은 신화에 나오는 신과 유명 인물을 모티브로 했다.


그다음은 역사 속에서 저주받은 황제, 왕, 지도자들 방입니다. 로마의 다섯 폭군, 이스라엘의 왕 헤롯, 유다의 왕 므낫세, …, 히틀러, 무솔리니 방이 있지요.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히로히토 일본 천황이 끼어 있습니다. p.92


워낙 빠른 전개와 파격적인 성적 표현이 많은 책이라 읽는 중에 우리나라 작가가 쓴 소설이라는 걸 잠시 까먹었었다. 히로히토 일본 천황의 방이란 말에 어느 나라 작가였지? 하며 다시 표지를 보게 됐다.


집주를 따라 모제는 '유토피아' 나이트클럽의 지하세계를 탐험하고, 집주는 다 둘러본 후 모제에게 이야기해 준다.


"모제 당신은 10인의 의인 중 9번째 의인이라는 사실을…."

이 부분에서 영화 '신과 함께'가 떠올랐다.


현실로 돌아온 모제는 유토피아에서의 기억을 잃는다.


9번째 의인인 모제는 기억을 찾고 인류 문명을 구원할 수 있을까?

책의 처음부터 찾아헤맨 '유리'를 찾을 수 있을까?


480쪽에 이르는 장편 소설이지만, 『문명, 그 화려한 역설』은 끝나는 순간까지 스피디한 전개에 빨려 들어가듯 읽힌 책이다.


수백 회 이상 퇴고의 힘일까?


방대한 양의 참고문헌을 토대로 쓰인 『문명, 그 화려한 역설』은 꼭 한 번 읽어볼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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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어휘 대장 - 공부의 맥을 알려면
권승호 지음 / 이비락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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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권승호는 공부 잘하고 싶으면 어휘력을 키워야 하고 어휘는 한자로 알아야 진짜 아는 것이라고 외치는 전주영생 고등학교 국어 교사다. 그는 국어뿐 아니라 영어, 수학, 사회, 과학에 나오는 용어도 한자로 이해하면 공부가 쉽고, 재미있어질 거라 강조하며 여러 권의 책을 냈다.


『지금부터 어휘 대장』은 국어, 영어&수학, 사회, 과학, 시사상식을 높이는 어휘 이렇게 5개의 장과 교양 지식을 쌓는 사자성어의 장으로 총 6개의 파트로 나뉘어 있다.


"기본은 무슨 일에서든 어떤 경우에서든 매우 중요하다."


작가 권승호는 기본이 충실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구구단을 모른다고 수학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고, 한자를 모른다고 모든 과목의 공부를 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구구단을 모르고 수학을 공부하는 것은 계산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되어 학습 흥미를 떨어뜨릴 수 있는 것처럼, 한자를 모르면 공부의 흥미와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이야기한다.


충분히 공감 가는 내용이다.


책 한 권을 읽는데, 사전을 두고 읽어야 한다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문제는 한자의 양이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한자를 알아야 하는 걸까?" 권승호 작가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 선조들 중 정규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도 2천 자 정도는 능히 알았다고 하지 않던가? 지금도 중국 일본의 중고생들은 3천 장 정도는 알고 있다고 하지 않는가? 한자와 영어를 함께 공부해 본 사람이라면 영어 단어 3천 개 암기하는 노력의 10%만 투자해도 3천 자의 한자를 익힐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영어 단어를 외우려는 노력을 10%만 투자해도 한자를 익힐 수 있다고?"

생각지도 못했다. 그런데 작가는 근거를 들이민다.


"한자의 음과 뜻을 결정짓는 '부수 한자'는 214자인데 그중 150자의 음과 뜻만 암기하면 한자 공부의 어려운 과정은 끝났다고 할 수 있다."


수학에서 치자면 한 자릿수 사칙연산이 완벽히 끝나면 두, 세 자리의 계산은 어렵지 않게 느껴지는 것처럼 한자 공부도 150자의 음과 뜻만 암기하면 어려운 과정은 끝났다고 할 수 있나 보다.


"공부를 해본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기본 개념을 익히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기본 개념을 정확하게 안다면 공부가 쉽고 재미있다고 이야기한다."


작가는 이렇게 이야기하며 이 책은 중·고교 교과에 등장하는 주요 어휘를 표제어로 해서 실생활에서 자주 만나는 단어와 연결하여 설명하고 있다고 한다.


1장을 펼쳤다. 「국어 교과에 나오는 중요 어휘」

막여독서, 심사숙고, 이하동문, 계간, 독지가, 언어도단, 엽기, 간담회 등….

32개의 항목 중 유일하게 걸리는 것이 있다.

'막여독서'

처음부터 이건 무슨 말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막여독서란?

없을 막, 같을 여, 읽을 독, 책 서로 '책을 읽는 것만 같음이 없다.'라는 뜻이다.


'지락막여독서'라는 말도 있다.

지극할지, 즐거울락, 없을 막, 같을 여, 읽을 독, 책 서.

지극한 즐거움은 책을 읽는 것만 같음이 없다는 의미이다.


이와 대구를 이루는 말에 지극히 필요한 것에 자식을 가르치는 것과 같은 것이 없다는

'지요막여교자'가 있다.


책은 이렇게 한자 하나하나를 해석하며 비슷한 의미로 쓰이는 말과 대구를 이루는 말을 함께 수록하고 있다.


각각의 어휘는 깔끔하게 한 장에 정리해 두었기 때문에 책의 순서에 상관없이 보고 싶은 페이지를 펴서 보면 된다.


학생이라면 영·수와 사탐, 과학의 원리를 깨치는 어휘에 관심이 있겠지만, 나와 같은 일반인들은 시사 상식을 높이는 어휘와 교양 지식을 쌓는 사자성어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읽을 듯하다.


하루에 한 장씩 보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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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제10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
이승훈 외 지음 / 마카롱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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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제10회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에는 「야구 규칙서 8장 '심판원에 대한 일반 지시 - 이승훈」, 「울다 - 김단한」, 「인간다운 여름 - 고반하」, 「too much love will kill you - 함서경」, 「여보, 계(Hey, checken!) - 강솟뿔」 이렇게 다섯 작품이 실렸다.


다섯 작품 모두 매력적인 캐릭터의 주인공이 펼치는 이야기에는 재미와 감동이 있었다. 그중에서 내가 가장 공감하고 재미있게 읽었던 것은 「too much love will kill you - 함서경」이다.




『too much love will kill you - 함서경』


작가 함서경은 경희대학교에서 도자기를 공부하고 도예가, 디자이너 그리고 글 쓰는 사람으로 지내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too much love will kill you」는 좀비 바이러스 이야기다.


좀비 바이러스가 국내에 상륙하고 사망자가 5만 명에 이르자 정부는 '총기류 소지 및 감염자 사살 허가 법령'을 긴급 시행했다. 바이러스 치료제는 10개월 후에 개발됐고, 그 사이 승인된 백신들이 있었지만, 좀비 바이러스를 종식할 만한 유효성이 없었기에 자신의 안전은 스스로 지켜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좀비는 총을 맞아도 계속 일어나지만, 이 작품에서 좀비는 총에 맞으면 죽는다는 설정을 했다. 그렇게 스스로 안전을 지키기 위해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은 총으로 자신을 무장했고, 우리나라는 더 이상 총기 소지로부터 안전한 나라가 아니게 된다.


10개월 후 85%의 치료율을 자랑하는 치료제가 개발되자 정부는 원거리 단발 발사가 가능한 주사용 약제를 도입해 감염된 사람들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상이 회복되는 속도가 치료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혼란한 상황에서 정부는 좀비 바이러스로부터의 해방을 선언했다는 데서 문제가 시작된다.


살아남은 자는 '비감염자'와 '치료자'로 나뉘었고, '치료자'는 감염 당시 외상을 입지 않은 사람과 눈에 띄는 외상을 입은 자로 나뉘었다. 외상이 심한 치료자는 재앙의 원흉으로 취급되며 사회의 절벽으로 내몰렸다.


배경 설정이 굉장히 탄탄하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다.


빌라 5층에 살고 있던 주인공은 집 안에 쌓인 재활용품을 밖에 내놓기 위해 현관문을 열었는데 동시에 맞은편 문이 열렸다. 앞집 사람이 살아 있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움직임을 주시한 주인공은 조금도 이상하지 않아 경계심을 풀고, 그의 얼굴을 봤다. 그리고 고개를 든 남자의 한쪽 뺨이 푹 패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주인공은 순간 총을 뽑아 그에게 겨눴다. 그리고 그가 치료자라는 걸 인식하는 순간 총을 거둔다. 짧은 순간 주인공의 잘못된 판단으로 앞집 남자를 죽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주인공은 총을 거두고 사과했지만, 앞집 남자에게 계속 마음이 쓰인다.


빌라에서 둘만 살아남은 외로운 상황에 이 둘은 서로를 의지하게 된다.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털어놓고 지낼 정도로 친해진 앞집 남자와 주인공에게 어떤 사건이 생기게 되고, 그 일로 앞집 남자는 자기가 주인공 옆에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제 확실히 알겠어요. 내가 없어야 한다는 걸."

어느덧 나는 너의 위성이 되었다고 말할 걸 그랬다. 행성을 잃은 위성이 어떻게 되는지 아느냐고 물어볼 걸 그랬다. 내가 말하지 않고 묻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돌아섰다. p.215


주인공을 위해 앞집 남자는 떠났지만, 그는 주인공 주위를 맴돈다. 주인공은 떠나는 그를 잡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갖고 살아간다. 주인공과 앞집 남자의 관계는 서로에게 필요하고, 의지하는 존재지만 결코 만날 수 없는 행성과 위성의 관계로 나타낸 것이 적절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마지막에 또 다른 반전을 준비했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의 외로움을 좀비 바이러스라는 것을 통해 잘 나타내 준 작품인듯하다. 이 작품은 영화로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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