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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가지 생각 - 어린이가 읽는 산문 ㅣ 천천히 읽는 책 7
이호철 지음 / 현북스 / 2015년 11월
평점 :
24가지 생각
현북스/ 천천히 읽는책/ 산문집/ 어린이문고/ 추천책/ 추천도서

처음에 이 책을 받아보고는 산문집이라고 크게 적혀있어서
워낙 제가 단순하고, 전개가 빠른 소설책을 좋아하는지라
책을 생각하면서 읽어야할 책이 아닌가라는 걱정을 했답니다
헌데 제 생각은 한낱 기우에 지나지 않네요
24가지의 생각이란 제목에 보여지듯이 이책은 24가지 아이들의 경험담과 작가의 생각을 이야기 하고 있어요
작가 이호철씨는 현재 퇴임했지만 2014년까지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교사였다고 적혀있네요
교사이자 작가로 이름을 떨친 이호철씨의 글을 읽고 저는 그분을 직접 뵙고싶은 생각까지 들었답니다
글을 어찌나 재미있게 쓰시는지... 아이들에게는 이 책이 머리를 아프게 할수도 있겠지만
어른인 저에게는 책을 읽으면서 그리 많은 생각을 하지 않은것 같아요
그냥 책을 읽다보니 술술 넘어갈 뿐만 아니라 저절로 고개를 끄덕거리게 되는 책이 아닌가 합니다

책을 읽다보니 산문이 이렇게 재미있는글이었나라는 생각에 '산문'의 뜻을 검색해보았답니다
'산문은 율격과 같은 외형적 규범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문장으로 쓴 글. 소설,수필'이라고 적혀있네요
아하~ 자유로운 문장이어서 그런걸까요?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글이라서 그런지 작가가 이야기하는글을 보면서
나를 다시 한번 바라보는 기회가 되었답니다
작가의 경험담을 이야기한것이 대부분이 주를 이루지만
초등학교 아이들이 바라보는 세상을 시를 통해서 엿볼 수 있었어요
1990년부터 2010년동안 온몸으로 쓴 어린이의 시가 담겨있답니다

작가는 '말재주 많이 부려서 겉보기에는 좋아보여도 별 맛이 없거나
무슨 말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도록 쓴 어른들의 시보다는
서툴지만 진솔하게 쓴 어린이의 시를 좋아합니다' 라고 이야기해요
작가의 <여는 글> 중에서
저역시 어른들이 쓴 시는 그닥 즐기지 않는 편입니다
음... 시를 좋아하면 제가 더 문학적인 느낌이 들긴하네요
하지만 위의 저자의 말처럼 읽으면 읽을수록 어른들이 쓴 시는 오리무중으로 빠지게 됩니다
시집중에 좋은책이 있기도 하겠지만 제가 아직까지 좋은책을 만나지 못한것일수도 있겠죠?
24가지 이야기중에 <걸레 같은 사람>이 기역에 남습니다
'걸레'하면 '더럽다'라는 생각을 먼저 떠올리게 되죠?
저역시 걸레하면 정말 더럽다라는 생각이 떠오릅니다
아무리 푹푹 삶고 열심히 빨아놓지만 걸레는 걸레일뿐이죠
걸레는 한쪽구석에 쳐박아 두는것인데
걸레 제가 어디 그렇게 되고 싶었겠나. 누가 이런 걸레 마음 알아줄까? (page 28)
그리고 아이가 쓴 시 또한 순수합니다
우리집엔 걸레가 네개다
우리방에 다 떨어진 헌런닝구 걸레다
떨어진 하얀 런닝구를 하도 닦아서 시커멓다
엄마가 방에서 우릴 때릴 때도 걸레로 때려서 더 찢어졌다
...
걸레는 자기 몸이 더렵혀져도
다 닳을 때까지 더러운 것을 닦아주는 착한걸레다
- 박미경 어린이<걸레>-
사람들은 '걸레 같은 자식! 이렇게 욕을 하기도 한다
치사하고 더러운 행동 하는 사람을 두고 하는 욕인데
걸레가 하는 일을 생각한다면 그렇게 걸레를 업신여기는 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
자기를 버리지 않고는 할 수 없는 높고 귀한 일을 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page 31)
전 여러 사람들과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야기를 하는 직업을 가졌어요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나름 그들의 고충을 알게되죠
그러다보면 내가 왜 이런이야기를 듣고 있는건가 회의가 들때도 있답니다
한참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 사람에게 화가날때가 있어요
그럴때에는 제가 그 사람을 업신여기고 있어서 그런게 아닌가해요
사람을 대할때에는 자신을 낮추라는 말을 듣긴했지만
나름 저도 그 사람보다 우위에 있다라고 생각이 들어서 일까요?
정말 이건 위험한생각이 아닐수 없네요
사람을 천히 여기는것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작가의 말에 고개가 절로 수그려집니다
제 자신이 다른사람을 그렇게 생각할 이유가 없는데도 왜 그런생각을 가졌는지 죄송할따름이네요

24가지 이야기중에 또 기역이 남는것이 있다면
<버스 안 풍경에서 느끼는 것> 이랍니다
버스를 탈때 항상 고민되는건 내가 자리에 앉았을때 '비켜줘? 말아?' 라는 거예요
머리카락이 히끗히끗한 작가도 버스에 타면 자리를 비켜주는 아이들에게
한순간 자리에 앉고 싶은생각이 싹 가신다네요
자리를 비켜준 착한아이에게 '이녀석들이 나를 아주 나이 많은 늙은이 취급을 하네!' 이렇게 말이죠
어떨때는 자리를 비워 주어도 그대로 서있기도 하는데 그럴다 보면 나보다 젋은 사람이 날름 앉아 버릴때에는
그런 눈치 없고 체면 없는 사람을 보면 정말 얄밉다라고 작가는 이야기합니다
버스를 타면 앉은 사람도 있고서있는 사람도 있다
"잠깐만요!" 아기업은 아주머니가 헐레벌떡 올라탔다
앉아 있는 사람들,
아가씨는 갑자기 무슨일이 있는듯 창밖을 내다보네
눈이 말똥말똥하던 아저씨 갑자기 고개를 숙이며 졸고있네
무슨 생각을 골똘히 할까? 눈을 지그시 감고 있네
신문을 열심히 보는 사람도 있네
- 소미령 어린이, <버스안>-
이시를 통해서 자기의 못난 양심을 회피하는 아름답지 못한 풍경이 보여집니다
하긴 고개를 숙이지 않는 양심적이지 못한 사람도 있긴 하겠죠?
저도 버스를 타면 학생들이 거의 노인분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는걸 보게됩니다
제가 본 그 학생은 노인분을 보자마자 벌떡 일어났었는데
그때 제 마음은 '휴 다행이다'라는 것이었어요
제가 안일어나도 된다는 안도감이라고나 할까...
제몸이 조금이라도 편했으면 좋겠다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이렇게 자신의 못난 양심을 회피하고 고민하는것보다는
그냥 편하게 자리를 내주는것이 더 낳다는걸 책을 통해서 다시한번 꺠닫게 되네요

24가지 생각은 이렇게 작가의 생각과 함께 아이들의 시가 나옵니다
이 시를 읽다보면 웃음이 괜시리 나옵니다
유치해서가 아닌 아이들이 마음이 너무나도 순수해서나오는 웃음이네요
일상속에 일어나는 작가의 24가지 생각을 읽고
적지도 않고 많지도 않은 여러가지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이세상은 나혼자 살아가는게 아니라 다른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라는걸
우리들이 세상 살아가는 데에는 닷만만 사랑하는게 아니라
쓴맛도 사랑할 줄 알아야 제대로 산다고 할수 있는게 아닐까 하네요
<본 포스팅은 현북스 서평단 8기로 현북스에서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