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소소하게, 여행중독 - 여행의 유통기한을 늘려주는 사소하면서도 소소한 기록
문상건 글.사진 / 더블:엔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책 안에 들어있는 사진 속 광활한 초록물결의 찻잎 밭을 바라보며 찻물이 담겨진 작은 유리잔이 심신의 안정과 고요한 잔잔함을 가져다 준다. 작가가 다녀온 발자취에서 평화로운 휴식이 전해진다.
코발트 색깔의 빛을 띤 호수와 얼기설기 얽혀있어 긴장하게 만드는 흔들 다리, 만년설로 뒤덮여 푸르른 하늘과 맞닿아 있는 높은 산 등 국내에서는 보기 드물어 익숙하지는 않지만 사진 속에서는 끝없는 인생의 여정을 바라보는 것 같다. 최근에 부쩍 안정적인 직장과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일상생활을 접어버리고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 훌쩍 떠나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작가는 인도, 파키스탄, 캄보디아, 미얀마, 베트남, 태국 등으로 6개월간의 배낭여행을 떠난다. 다양한 공간과 분위기를 자아내는 사진이 여러 장 있어 글을 읽지 않고도 그곳의 느낌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들의 순박한 모습의 사진이 있는데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얼굴만 봐도 미소가 지어진다. 아마도 그들의 순수함이 전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인도는 다녀온 여행자마다 공통적으로 거짓말과 사기를 조심하라고 수 차례 당부하는 것을 보니 마음을 비우고 다녀야 하는 여행지임에 틀림없다. 전에 ‘류시화’시인의 <하늘 호수로 떠나는 여행>에서 인도에 대한 이야기를 가감없이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는데 비슷한 사례인 ‘릭샤’이야기를 보는 동안 독자인 내가 조바심을 내며 속으로”안돼” 를 얼마나 외쳤는지 모른다.

사진 속 녹슨 깡통에서 나오는 빈티지 느낌은 우리나라 60-70년대 우리네 골목길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표현은 서정적이고 감성적이며 시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일상을 과감히 뒤로하고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는지 모르겠다. 기차의 이유없는 연착과 같은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익숙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 발견되는 나 자신의 내면을 찾아가는 과정들은 사소하면서도 소소한 것이 아닌 거룩하고 위대한 과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