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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류시화 지음 / 무소의뿔 / 2016년 4월
평점 :
5월의 따스한 햇살 아래,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함께 시를 낭독해본다. 답답한 마음에 청량함을 가져다 주는 시. 사람내음을 느낄 수 있는 따뜻하고 섬세한 감성적인 필체를 가진 ‘류시화’시인의 시이기 때문에 책을 대하는 그 기대감은 크다. 마음에 들지 않은 시는 여러 편 덜어냈다는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을 별, 소금, 꽃, 새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들을 소재로 인간의 삶 속에 녹아있는 희, 노, 애, 락으로 승화시킨다.
개인적으로 책 속에 실려있는 <신비의 꽃을 나는 꺾었다>의 시가 마음에 와 닿는데 문득 연상되는 <어린왕자>의 장미 꽃과 또다른 의미를 가진 꽃이기 때문인가 보다. <어린왕자> 속 꽃은 흔한 꽃들 중 하나일 뿐이지만 많은 시간을 들여 정성스럽게 가꾼 나에게는 특별한 꽃이라는 것.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속 꽃은 정원 속 한가운데 밝고 눈부신 꽃이지만 꺽어버리는 순간 꽃은 물론이고 주변 전체가 빛을 잃고 시들어버린 꽃이 되었다는 것. 같은 꽃이지만 다른 뜻을 지니고 있어 시는 그 쓰임에 따라 다양한 아름다움을 가지는가 보다.
<여행자를 위한 서시> 중 ‘날이 밝았으니 이제 여행을 떠나야 하리’를 읽는 순간 마음 속 답답함, 두려움과 힘겨움이 동시에 밀려오는 것은 내 마음이 이미 많이 지쳐있다는 걸까? 시를 읽으며 나 자신을 되내이며 바라보기도 하고 과거 속 어떤 경험들을 떠오르게 한다. 당시의 선택에 대한 결과가 지금 현재의 모습이고 오늘의 선택 또한 미래의 모습일 거라는 걸 시를 통해 짐작해본다. 짧은 글 속 함축적 의미들로 가득하기에 독자 나름대로의 의미로 해석하면서 바라보는 묘한 매력을 가진 시.
쫓기듯 사는 삶이 버겁다면 싱그러운 바람, 차 한잔과 시 한편을 접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