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 쉬고, 아홉명이 모였습니다.
지난 회 데카르트에 이어
오늘은 <17세기 관념론> 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철학으로서의 철학사』에서는
<17세기 관념론> 항목 아래
데카르트와 프랑스의 데카르트주의자, 스피노자, 라이프니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강유원 선생님의 강의에서는
<자연적 필연성의 영역>에서 확실성을 추구한 철학을
근대철학의 Part 1 로 분류하고
데카르트, 스피노자, 로크, 뉴턴을 포함하였습니다.
분류가 어찌되었건 17세기 근대 철학은 데카르트에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Cartesian mind를 토대로 삼은 17세기 철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스피노자입니다.
스피노자는 단독 실체로서의 신과 신의 변형태로서의 자연을 역설하였습니다.
데카르트가 나눈 사유와 연장은 신의 두 가지 속성에 불과할 뿐이고,
이 세계의 개별 사물들(자연)은 모두 신의 다양한 양태들입니다. 인간 역시 신의 변형태입니다. 이 개념에 따르면 " 실체 = 신 = 자연 " 의 공식이 성립합니다.
스피노자의 형이상학을 "무한자와 유한자의 무차별적 통일로서의 동일철학" 이라고 말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우리가 익히 들어온 용어로는 범신론입니다.
스피노자의 형이상학은 그의 대표작인 『에티카』 에 잘 드러나 있습니다. 이 책의 원제목은 『기하학적 질서에 따라 증명된 윤리학』입니다. 윤리학에서 증명한 것이 무한자와 유한자의 관계 즉 형이상학이고, 그 방법론은 기하학입니다. 하나의 책에 형이상학과 윤리학 그리고 방법론이 모두 포함된 역작이라고 합니다.
사실 기하학으로 어떻게 무한자와 유한자가 통일되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지 짐작도 가지 않습니다. 원작을 읽어보아도 아마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핵심은 스피노자의 윤리학은 곧 형이상학이라는 것입니다.
희랍철학의 전통에서 윤리학의 목표는 행복, Eudaimonia 입니다. 행복은 '잘 사는 것' 입니다. 'well(잘)' 에는 기능이 함축되어 있습니다. 좋은 바이올린은 음을 잘 냅니다. 좋은 커피는 향과 맛을 잘 냅니다. 좋은 사람은? 이성을 잘 사용합니다. 인간의 고유한 기능이 바로 이성을 사용하는 것, 앎을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이 바로 언어를 사용하고 사고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소크라테스는 인간의 탁월함을 앎이라고 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인간은 본능적으로 알고자 한다' 라고 말했습니다. 데카르트의 Cogito 명제 또한 인간의 본질을 사유 즉 정신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스피노자 역시 서양사상의 지적 전통 아래 있습니다. 스피노자가 주장한 것은 '신에 대한 지적인 사랑' 입니다. 지적 직관에 의해 유한자인 인간은 무한자인 신을 알 수 있게 됩니다. 지적 직관이란 신적인 입장으로 올라서서 즉 신의 위치에 서서 세계를 바라보는 것을 말합니다. 플라톤의 '갑자기'에 상응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누스를 통해 제1 원리를 알수 있다고 한 아리스토텔레스도 생각납니다. 무한자에 대한 앎은 이렇게 늘 직관을 통해서만 설명되어 왔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그렇지 않을까요?
스피노자가 지적 직관으로 알아낸 것은 신적인 필연성입니다. 그는 "이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신 안에 있고, 신이 없다면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고 생각할 수도 없다."고 했습니다. 이 때의 신은 필연성을 따르는 신입니다. 17세기 근대과학이 발견한 자연적 필연성이 곧 신의 필연성인 것입니다. 자연법칙에 반하는 기적을 마구 일으키는 전능으로서의 신이 아니라 법칙을 따르는 지혜로서의 신입니다.
이 세계가 신적 필연성의 법칙에 따라 조화롭게 질서지어져 있다는 사실을 인식한다면 불확실성의 두려움에서 벗어나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신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행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스피노자는 신에 대한 이런 복종에서 역설적으로 인간의 자유를 보았습니다.
하지만 데카르트에서 시작하여 뉴턴에서 그 정점에 이르른
고전역학의 결정론적 세계에서 인간은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한치의 오차도 없이 인과법칙에 맞물린 질서정연한 세계, 완벽한 체계에서
인간은 단지 노예이거나 기계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요?
이런 의문을 제기하고
근대 형이상학을 전복하려 했던 철학자가 니체입니다.
강유원 선생님은 1900년 니체의 죽음과 함께 근대 철학도 끝이난다고 합니다.
다음주는 영국의 근대철학입니다.
<철학으로서의 철학사>
p407 ~ 427
<2012 서양 철학사 강의>
34강 로크 (1시 25분 경 ~)
36강 흄 (1시 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