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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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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장난스러운 편지에도 재치 있게 답장을 해주는 나미야 할아버지의 지혜에 살가운 미소가 지어졌다. 누군가 성의 없는 편지를 적었어도 그에 대한 답변은 깊은 고뇌와 생각을 통해 한 자 한 자 적어 내려가는 그 노력이 답장을 받아보고 싶어 하는 이유일 것이다. 편지에 대한 의뢰 내용은 "새뱃돈을 어떻게하면 많이 받을 수 있을까요?" 아주 귀여운 어린 아이들의 질문부터 사랑하는 사람과 약속과 같은 심각하고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직면 한 사람들의 진중한 고민까지 이어진다. 낡고 허물어진 간판에 이름도 희미하게 보일만큼 오래 된 그 잡화점에서 사람들은 무엇을 얻으려 했을까. 유명한 심리 상담사라기보다 그저 평범한 슈퍼마켓에서 장사를 하는 할아버지의 진심이 담긴 말 한 마디가 필요했던 것 같다.

 

 

 

심리 상담, 고민 상담을 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대강은 짐작하고 있다. 그럼에도 상담을 요청하는 것은 자신이 결심한 그 선택을 확인 받고 싶은 것이고 혹은 그보다 더 나은 방향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질문들은 여러 사람 인생에서 꼭 한 번은 마주칠 그런 고민들이 많다. 그럴 때마다 나 자신은 어떤 답을 써 내려 갈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얼굴도 모른 채, 글씨로만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때로는 그 글씨가 직설적이고 독설적으로 느껴지며, 따뜻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읽어 내려 갈수록 그 스토리의 단단함과 소재에 감탄을 하게 된다. 뿔뿔이 흩어져있던 소재들이 하나로 통합되고 그 속에 숨겨진 사연들과 얽힌 인연들이 비로소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궁지에 물린 도둑 3인방이 잡화점에 숨어들어 기묘한 우연으로 고민상담을 시작한 그 순간도 잡화점과의 인연이라 여길 수 있는 것 같다.

  
 

 

누구나 살아가다보면 수많은 선택과 고민 앞에 마주하게 되는데, 이 때마다 조력자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미래를 내다 볼 수 있는 예언자나 신의 음성이 들린다면 말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인간의 삶이 특수한 존재에게 의존하게 되고 수동적으로 변함에 있어 모든 고민과 걱정은 스스로 풀어나가는 것이 현명한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그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동일한 고민을 안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과 나누는 것 또한 지혜롭다고 생각한다.

  

 

 

해코지가 됐든 못된 장난질이 됐든 나미야 잡화점에 이런 편지를 보낸 사람들도 다른 상담자들과 근본적으로는 똑같아. 마음 한구석에 구멍이 휑하니 뚫렸고 거기서 중요한 뭔가가 쏟아져 나온 거야. 증거를 대볼까? 그런 편지를 보낸 사람들도 반드시 답장을 받으러 찾아와. 우유 상자 안을 들여다보러 온단 말이야. 자신이 보낸 편지에 나미야 영감이 어떤 답장을 해줄지 너무 궁금한 거야. 생각 좀 해봐라. 설령 엉터리 같은 내용이라도 서른 통이나 이 궁리 저 궁리 해가며 편지를 써 보낼 때는 얼마나 힘이 들었겠냐. 그런 수고를 하고서도 답장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절대로 없어 그래서 내가 답장을 써주려는 거야. 물론 착실히 답을 내려줘야지. 인간의 마음속에서 흘러나온 소리는 어떤 것이든 절대로 무시해서는 안 돼.”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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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인 2017-08-11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에도 나미야 할아버지가 있었어요!
책을 읽는 내내, 나에게도 ‘나미야 할아버지‘와 같은 존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페이스북에 ‘나미야 잡화점을 현실로‘라고 검색하니 실제로 누군가가 익명 편지 상담을 운영하고 있더라구요.
namiya114@daum.net 여기로 편지를 받고 있고, 광주광역시 동구 궁동 52-2, 3층 나미야할아버지 로 손편지를 보내면 손편지 답장도 받을 수 있다고 하네요.
아마 이 책을 읽으신 분들이라면 대부분 저같은 생각을 한번쯤 해보셨을 거라 생각돼 이곳에 공유합니다.
 
우리는 만날 수 있을까요?
김연지 지음 / 처음북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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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행각을 하는 연인들을 보면 사랑이 그리 좋을까? 라는 반문이 들곤 한다. 소개팅 앱을 통해서 만난 안면도 없는 남자를 사랑한다고 말하면 그것도 그 남자가 한국이 아닌 뉴욕에 사는 남자라면. 영화 <Her>처럼 서로의 얼굴은 볼 수 없어도 정신적으로 교감을 나누는 그런 사랑은 사랑일까 그저 심심풀이 땅콩일까? 에필로그를 읽으면서 약간 충격이었던 것이 사랑에서도 강자와 약자가 나뉜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이토록 엇갈릴 수 있는 인연이 있단 말이야? 실화라고 해도 꾸며진 이야기처럼 신빙성이 없었다. 영어도 지리도 모르는 20대 후반의 여자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오롯이 사랑을 위해서 11,000km를 갈 결심을 하다니 무모하다는 말이 절로 나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멋졌다.

 

 

 

 

그녀가 쓴 글에서 그 미스터 프린스라는 남자를 향한 마음이 아무런 감정 없는 글자에서 막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녀가 뉴욕에 있는 동안 그 남자가 뉴욕으로 돌아오기를 속으로 응원하기도 했다. 처음부터 이어질 인연이 아니었다고 생각한 여자는 삐뚤어지기 시작한다. 같은 숙소에 머무는 룸메이트와 클럽에 가고, 영어를 배우기 위해 여자 혼자 무작정 흑인 남자의 차를 타기도 하는 대범함을 보인다. 3개월 동안 뉴욕에 있으면서 그녀에게는 여러 사건들이 일어난다. 그 사건 중에 미스터 프린스와의 만남은 없다. 하지만 그녀는 뉴욕이라는 지역에 빠진다.

 

 

 

 

주변에서 그녀가 미스터 프린스를 만나러 가겠다고 말했을 때 굳이 그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냐며 말렸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는 이제껏 자신이 살아온 삶의 방식대로 마음이 시키는 대로 비행기에 올랐다. “난 지금까지의 삶이 모여 지금의 네가 됐다고 생각해. 그리고 내가 봤을 때 지금의 넌 재미있고, 유쾌하고, 매력적이고, 굉장히 멋지지. 그럼 넌 지금까지 잘 살아 온 게 아닐까? 지금처럼 살아. 그게 너야.” 뉴욕에 도착하던 첫 날 그녀가 앉았던 빨간색 의자에 다시 앉아서 만난 외국인이 해준 그 말이 그녀에게 큰 용기를 주었다. 그것은 실로 나이스 타이밍이었다.

   

 

 

   

여전히 나는 네 마음대로 살아, 네가 주최가 되어 살아, 인생은 네가 선택하는 것이야 와 같은 말들이 때로는 무성의하게 때로는 두렵게 느껴진다. 뜬구름 잡는 이 환상적인 말들은 바다의 깊이 같다. 얕은 바다는 누구나 쉽게 접근 하며 그 속에 어떤 물고기가 사는지 알 수 있지만, 끝이 어딘지도 모르는 컴컴한 깊은 바다 속에는 미지의 생물들을 볼 수 있으니까. 그러나 가보지 못한 사람은 영원히 모를 사실. 난 거의 내가 주최가 된 삶을 살아본 경험이 없기에 앞으로도 쭉 그렇게 못할 것 같은 불안함이 엄습한다. 시간은 흐르고 성장은 더디고 성격은 멈추어간다. 성격의 완성도가 견고하고 단단해지기 전에 허물어보려는 시도는 해봐야지.

     

 

 

 

 

 

 

지금 이 순간 어떻게 뉴욕으로 3개월이나 떠날 결심을 할 수가 있어요?” 라고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내 대답은 딱 하나. Love will show you everything(사랑이 모든 걸 말해 줄 거예요) -p31 <한국에 사는 여자, 미국에 사는 남자>

 

 

 

 

얼마에요?”

내 질문이 끝남과 동시에 나는 생각지도 못 한 뉴욕 엔젤 2호를 만날 수 있었다.

오늘 당신의 하루에 행복한 일도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가뜩이나 핸드폰 잃어버려서 속상할 텐데. 그냥 마셔요.” 세상에……. 아직 세상은 따뜻하고, 그 세상 안에는 좋은 사람이 참 많다. 그의 한 마디는 온종일 핸드폰을 찾으러 돌아다니느라 지친 몸과 마음을 어루만져주기에 충분했고, 심지어 착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p181- <New York! 넌 나를 위해 존재해>

 

 

 

 

섬머의 인연은 반드시 있어요! 사랑을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내가 장애인이라고 해서 사랑을 포기했다면 아마 난 지금처럼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지 못했을 거고, 그럼 이 여자를 만나지도 못했겠죠. 그렇게 생각하면 끔찍해요. 난 아무리 힘들어도 사랑을 포기하지 않았어요. 꼭 내 인생에 아름다운 음악을 쓰게 해줄 사랑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믿어왔고, 만났어요. 이 사람이 내 음악이에요.” -p279- <뉴욕과 사랑에 바지다>

 

 

 

 

참 아이러니한 게, 세상은 보통 많이 가진 자가 강자인데 연애는 그렇지 않다. 연애는 사랑을 더 많이 가진 자가 약자다. 그런데 그게 진정한 의미에서 약자이냐, 그렇게 들어가면 또 섣불리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참 아이러니하다. -P302-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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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감 - 샤오미가 직접 공개하는 창의성과 혁신의 원천
리완창 지음, 박주은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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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실수라 불리는 샤오미 보조배터리. 혹자는 샤오미가 성공 할 수 있던 요인을 단순히 가격 대비 우수한 품질, 가성비가 전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샤오미는 브랜드 이름과 도메인 상품의 생산, 포장, 서비스의 모든 과정을 직원들이 직접 담당하여 소비자들로부터 신뢰와 신임을 얻은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 하였다. 그 짧은 시간에 기존에 있던 대기업들을 제치고 당당히 중국 내륙의 휴대폰 브랜드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샤오미만의 새로운 소비형태의 모델이었다. 그것은 바로 참여형이라는 소비자가 직접 제품 개발과 개선에 참여하는 것이었다.


샤오미가 바라본 소비형태의 변화는 이렇다. 기능형-브랜드형-체험형-참여형. 과거에는 단순히 제품의 기능만을 중요시했고 시간이 좀 흐른 뒤에는 관련제품의 브랜드가 어딘가를 따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직접 만지고 느낄 수 있는 체험형의 모델이 나오게 되었다. 대표적으로 애플이나 삼성이 곳곳에 체험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신제품을 직접 눈으로 보고 사용 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거기서 그쳤다. 샤오미는 더 나아가 전자게시판을 통하여 소비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했다. 그들은 미펀이라는 샤오미 팬을 갖게 된 것이다. 샤오미는 미펀을 위한 축제를 기획하고 신제품이 출시되기 전까지 지속적으로 자문을 구하며 소통을 멈추지 않았다.

 



 

많은 기업들이 제품을 사용 이라는 관점에 두었다면 샤오미는 휴대폰을 가지고 논다 라고 표현했다. 그들은 우리 제품을 가지고 사용자들이 놀았으면 좋겠다.” 라고 말했다. 또한 음악이라 하지 않고 보다 편안한 느낌의 노래라는 단어를 택한 이유도 그렇다. 샤오미는 강압적으로 제품에 대한 홍보를 하지 않았다.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직원들과 머리를 맞대며 밤을 지새웠다. 제품 발표회가 있을 때면 그들은 마지막까지도 원고를 수정했다. 소비자들이 스스로 기업에 참여 할 수 있도록 SNS 마케팅을 적절히 활용했다. 또한 부가적인 내용은 생략하고 제품을 가장 잘 나타 낼 수 있는 단어와 이미지를 간단명료하게 정의하여 홍보했다. 샤오미의 제품이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이유는 바로 이런 이유다.

 



 

샤오미는 또한 직원들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조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들은 직원 채용을 할 때 장시간의 면접을 거쳐 인원을 뽑았다. 심지어는 미펀들 중에서도 직원을 뽑기도 했다. 그들은 한 마디로 우리 제품에 미쳐있는 사람.’을 뽑는다고 했다. 회사 상품에 대해서 직원이 가장 미쳐있어야 하며 팬이 되어야 된다고 했다. 휴대폰 어플은 어떤 것을 사용하는지 어떤 불편한 점이 있었는지 본인 스스로가 알고 있어야 한다. 주인의식을 가진 직원들은 일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기대 할 수 있고 샤오미는 기업의 투명성을 위해 직원들과 소비자들과 이익금을 공개하기도 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과 같은 소셜미디어가 성공 할 수 있던 요인도 결국은 샤오미가 제시하는 이 참여형과 상통한다. 앞으로의 기업들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참여감을 이끌어내야 한다. 많은 공감과 소통을 일으키는 상품이야말로 히트 상품이며 그런 마음을 잘 읽어내는 사람은 명 MC.  결과적으로 샤오미가 성공 할 수 있던 요인은 여러 복합적인 성공 요인들이 모여 만들어 낸 결과다. 관료주의에 익숙해진 한국 기업들 뿐 아니라 세계 여러나라의 대기업들이 이제는 샤오미의 성공전략을 연구하고 배워야 할 것이다.



최고의 전문성이란 업계에서 충분히 쌓은 경력과 능력을 의미한다. 엔지니어 채용에서는 한 사람의 뛰어난 인재가 평범한 10, 아니 100명의 가치와 맞먹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와 잘 맞는다는 것은 자신의 일을 한없이 즐거워하는 마음, 즉 창업 마인드를 의미한다. 직원 스스로 창업 마인드를 가지고 있으면 KPI 같은 관리제도가 없어도 스스로 고도의 자주성으로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며 일하기 마련이다. -p76- <조직이 우선 제품은 그 다음이다>

   


제품과 마케팅의 관계는 10의 관계와 같다. 포장 광고 마케팅 보급 등은 모두 제품이라는 ‘1’ 뒤에 붙는 ‘0’ 이다. 먼저 좋은 제품이 없다면, 그 뒤에 아무리 많은 노력이 따라도 의미가 없다. 반대로 제품이 충분히 좋다면, 마케팅 수완은 다소 부족하더라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p154- <업계 선두가 되어 헤드라인을 차지하라>

 


 

샤오미의 브랜드 발전 과정은 호감도-충성도-지명도순이었다. 우리도 다른 인터넷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샤오미의 제품이 좋다는 것을 알리면서도 호감도를 먼저 내세웠지만, 곧바로 지명도를 쌓는 데 매달리지 않았다. 오히려 초기 사용자들의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더욱 노력했다. 여러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핵심 사용자들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점점 팬을 늘려갔다. 우리는 창업 3년째인 2013년에 처음으로 브랜드 광고를 하면서 지명도를 확대시켰다. 우리를 신뢰하고 높이 평가하는 열혈마니아들이 만들어낸 위치에너지 덕분에 우리의 브랜드 광고는 더욱 효과적으로 퍼져나갔다.

 

 

이 기자 친구는 마지막으로 나에게 미래의 꿈을 물었다. 나는 오랫동안 뜨거운 사랑을 간직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모든 일이 안정되었을 때 그동안 찍어둔 사진을 하나하나 인화해보고 싶다. 진정으로 시공을 초월하는 것은 결국 비즈니스가 아니라 철학이나 문학, 예술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p343- <카메라에 빠져들면서 얻은 입소문 마케팅의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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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은 아니지만 지구정복 - 350만원 들고 떠난 141일간의 고군분투 여행기
안시내 지음 / 처음북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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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활동을 마치고 처음 읽은 책. 꽁꽁 감싸져있던 비닐을 뜯고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350만원으로 141일간의 세계여행. 도대체 그게 가능할까 라는 의구심을 가졌다.최대한 돈을 아끼기 위해서 저가 항공을 예매하고 낮은 등급의 버스를 타고 게스트하우스나 샤워시설이 구비되어있지 않은 값 싼 호텔을 이용했다. 그녀의 여행 철학이 나와 매우 흡사하여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그녀가 만난 사람들과 풍경들이다.

 

 

 

 

 

사람 때문에 울고 사람 때문에 웃고 그녀의 여행에서의 중심은 ‘사람’ 그 자체였다. 몇몇 못 된 사람들 때문에 그 나라기 미워지기도 했다. 소매치기를 당하고 체념한 상태에서 분수 앞에 앉아 있었는데, 옆에서 빵조각을 바닥에 뿌리고 있던 아저씨가 건넨 말에 금세 또 기분이 나아진다.

 

 

 

 

 

“빵조각들을 비둘기들에게 뿌리면 기분이 나아져. 그래서 종종 이렇게 나온단다.”

 

 

 

 

 

나는 왠지 모르게 인도가 가고 싶어서 인도 여행 책을 샀다. 하지만, 한 쪽도 읽어보지 않았다. 대신 나는 인도 친구를 온라인을 통해 만났다. 그는 내게 브로, 브로 하면서 날 부른다. 어느 날은 이 친구가 내게 녹음 파일을 하나 보내왔다. 어설프지만 기타 반주에 맞추어 한국 노래를 부르는데 그 노력이 너무 귀여웠다. 언제 꼭 한 번 한국에 놀러오라고 넌지시 이야기하곤 하는데, 이 책 속의 나오는 인도의 풍경을 떠올려보면 그들이 한국에 한 번 오려면 얼마나 많은 돈이 필요한지 느끼게 된다.

 

 

 

 

하루 종일 일해도 몇 천원 밖에 안 되는 그 사실이 너무 슬펐다. 기차에서 자리가 없어 꾸역꾸역 몸을 부비는 사람들과 관광객들에게 초롱초롱한 눈을 껌뻑거리며 금전을 요구하는 아이들까지. 나는 그곳에 가면 울 것 같다. 그리고 그녀처럼 떠날 때 너무 슬퍼서 뒤도 돌아보지 못하고 갈 것 같다. 여행 책자에도 나와 있지 않는 인도의 진짜 모습을 나는 원한다. 그래서 그런지 책으로 보는 인도는 별 감흥이 없다. 나는 그들의 진짜 이야기를 듣고 싶다. 가령, 인도인들의 특유의 냄새 같은 사소한 궁금함부터 빈부격차, 경제, 정치 같은 진지한 이야기들까지. 언제 나는 인도에 가는 비행기에 오를 수 있을까? 가고 싶지만 갈 수 없는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알고 있지만 알 수 없는 것. 마치 내가 샀던 인도 여행 책처럼 베일에 쌓여있는 그 땅을 뚜벅뚜벅 걷고 싶다 지칠 만큼, 아플 만큼.

 

 

 

 

 

여행, 다른 도시나 나라를 유람하는 것. 나의 여행은 사전적 의미의 여행과는 조금 다르다. 그들이 사는 세상에 푹 절여지는 것. 푹 절여진 후 삭을 때까지 그 속을 헤엄친다. 유람하며 유랑한다. -p47- <India>

 

 

 

첫인상이 좋지 않았던 모로코. 결국 나는 뒤늦게야 사랑에 빠지고는 이별을 고했다. 여행지와의 이별보다 여행자와 이별하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 냄새 나는 곳을 이래서 여행하나 보다. 다가올 유럽 여행이 설레기도 했지만, 유럽을 이만큼 사랑하게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p207- <Moroc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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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 보고서
폴 오스터 지음, 송은주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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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라는 절대적인 공간에서 회상한 ‘당신’의 과거. 소년에서 청년 그리고 대학시절의 당신이 살아온 환경들을 회고하며 느꼈던 감정과 생각들. 최초의 당신이 언어를 자신만의 세계로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들에 둘러싸여 혼란스러워하고 그것을 끝내 인정 할 수밖에 없었던 그 당시의 상황들을 난 이해 할 수 없었다. 나는 그곳에 있지 않았고 당신과 국적도 언어도 문화도 다르다. 나의 ‘당신’은 전쟁이 이미 한참 전에 끝난 비교적 평화스럽고 살만한 시대였다.

 

 

 

내가 흥미롭게 느낀 당신의 과거는 당신이 기억하는 몇 편의 영화 내용이었다. 줄어드는 한 남자의 이야기와 탈옥수의 이야기. 당신의 묘사가 너무 정밀하고 흥미로워서 대형 스크린과 풍성하게 들리는 사운드가 없더라도 괜찮았다. 당신이 사랑하는 여자에게 준 편지도 인상적이었다. 좋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치열하게 글을 써내려간 당신의 대학시절. 종종 시에 대한 번역을 해서 그런지 때로는 당신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경제, 사회, 정치적인 고통은 당신의 정신으로 스며들어와 부모님과의 갈등을 빚고 불안정한 생활을 영위하며 글을 써야 했던 당신의 상태를 대변해준다. 그럼에도 당신은 당신이 좋아하는 것을 놓치지 않았고 꽉 붙잡고 있었다. 책상 앞에 앉아 한 손으로 턱을 괴고 곰곰이 생각하는 당신의 모습이 왠지 낯설지가 않다. 과거 친구들보다 게임을 더 좋아한 내가 책과 글쓰기에 대한 흥미를 가진지 얼마나 되었다고 오래 전부터 글을 써온 당신의 생각들과 느낌들을 평가해야만 하다니 난감하다.

 

 

 

나의 과거는 당신의 과거처럼 기억해낼만한 것들이 많지 않다. 하지만, 지금부터 기록 될 나의 과거는 미래의 내가 기억하고 싶은 순간으로 남을 것이다. 당신의 내면 보고서의 끝장이 대학시절이었다면, 나의 내면 보고서의 첫 장은 대학시절부터 시작 할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낸 세월만큼 시간이 흐른다면 그때는 내가 당신의 과거를 조금은 더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

 

 

 

 

 

 

 

 

 

 

 

 

11월17일

솔직히 말하면 여기 있어도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 지난 몇 년 동안……. 나 자신을 아주 많이 뿌리 뽑아서 환경과 균형을 맞췄어. 무관심해졌고, 더 좋게 표현하자면 차분해진거지. 모든 곳에서는 다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어. 중요한 것은 살아가기 시작하는 것, 내면의 명령을 따라 계속 나아가는 것이지. 미국은 마치 감염되어 곪아 가는 상처 같은 곳이야. 문제들로 부풀어 오른 거대한 종기랄까……. 여기 있으니까 정말 흥분돼. -p246-

 

 

 

너는 지하에서 사는 인간들의 태도에 있는 특이한 성격을 이해할 수 있을 거야.

완전히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어떤 도전이든 다 받아들이고 어떤 결과든 감수할 준비가 돼 있는 상태지. 걱정하지도, 흥분하지도, 지루해하지도 않아.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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