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꾸 걸려 넘어지는 부분이 있었다. 페이퍼를 쓰려고 알라딘 페이지를 열고 나서 아, 혹시 검색해보니 이미 같은 지적을 다른 분들께서도 하셨다(역시. 그리 예민하지 않은 내가 의아하다고 느꼈을 정도인데). '~답니다' 혹은 '~랍니다'라는 종결 어미의 반복. 그냥 ~했습니다, ~합니다, 정도로 써도 됐을텐데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다,

 

번역자가 두 분이시고 특정한 글에 반복되는 경향이 있는 걸로 짐작, 번역자 한 분의 습관이 아니신가 추측해봤다. 어쩌면 이런 것일수도 있다. 긴 글을 쓰다보면 의외로 단어나 조사보다 종결어미에 신경이 많이 쓰인다. 특히 ~다, ~한다, ~것이다(비문이라는 걸 아는데도 내가 종종 쓰게 되는 표현) 등의 반복되면 필자 스스로가 지루해한다. 어쨌든 문장을 가장 많이 읽는 건 -아마도- 필자니까. 스스로가 의식을 많이 하고 문장 구조의 변화를 시도하게 된다, 는 것은 이해하지만 아무래도 아쉽다.

 

자신이 3번을 보고 다른 사람이 3번을 봐도, 그러니까 크로스 체킹을 해도, 안 보이는 건 죽어도 안 보이기도 한다(나도 간단히 숫자 더하는 일로 몇 번 식겁해본 적이 있다). 때문에 오,탈자 두 세개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문장 구조의 반복이라면 필자 자신도 쓰면서 알았을테고 교정을 볼 때도 느낌이 왔을텐데. 게다가 '~합니다', '~랍니다'는 어조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더 아쉽다. 많은 분들이 읽을 책이고 또 좋아할만한 책이니, 추가로 출간 될 시리즈가 있으니. 염려하는 마음에서 적어둔다.

 

 

* http://www.theparisreview.org <파리 리뷰>의 인터뷰를 번역한 책이다. 한 외국 작가의 역자 후기에서 파리 리뷰에 대한 이야기를 읽어서 얼마 전 알게 되었는데 문장도 꽤 길고 아무래도 영어라 쭉쭉 읽히는 느낌은 없었는데 번역 되어 반갑다. 다만 인터뷰 원문도 그랬지만 인터뷰 전문을 싣기보다 생략한 질문들이 많은듯 인터뷰의 방향이 하나로 이어지는 느낌보단 갈래갈래 뻗어가는 쪽에 가깝다.

 

 

* 1권의 작가들은 움베르트 에코, 오르한 파묵, 무라카미 하루키, 폴 오스터, 이언 매큐언, 필립 로스, 밀란 쿤데라, 레이먼드 카버,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어니스트 헤밍웨이, 윌리엄 포크너, E.M.포스터. 책날개에 소개된 2권의 작가들은 오에 겐자부로, 스티븐 킹, 살만 루시디, 주제 사라마구, 토니 모리슨, 귄터 그라스,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도리스 레싱, 조이스 캐롤 오츠,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올더스 헉슬리.

 

헉 소리 나는 목록이다. 파리 리뷰 홈페이지를 훑어보며 안 사실인데 (내가) 모르는 작가들이 많다. 외국에선 유명해도 아직 국내에 소개 되지 않았거나 한참 뒤에야 소개되거나(제임스 설터 같은 경우) 대중적으로 읽히지 않은 작가들도 꽤 있다. 그 중에서 위 목록의 작가들을 우선 추려냈으니 영리한 기획임은 틀림없다(이름만 읽어도 사고 싶어지지 않은가!). 궁금한 건 책 내 인터뷰 순서인데 나이 아니 연세 순서도 아니고 인터뷰가 이뤄진 년도별도 아닌 것 같고.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는데, 이런 걸 궁금해한다고 고양이가 죽진 않겠지?

 

 

* 다만, (역시 홈페이지를 보면 금세 알게 되지만) 시기가 천차만별이다. 작품이 쓰여진 시기와 인터뷰의 시기, 현재의 낙차 모두 유동적이기 때문에 독자 자신이 기대하는 내용이나 책이 전혀 언급이 안 될 가능성도 있고 작가의 작풍이 -특히 현존하는 작가의 경우- 바뀔수도 있다. 대체로 구문舊聞이라는 것을 참조하고 읽어야겠다.

 

예를 들면 파리 리뷰와 필립 로스가 인터뷰한 시기는 1984년. 기대했던『울분』이나 『에브리맨』에 대해선 전혀 정보가 없을 뿐 아니라 필립 로스의 책이 국내에 미번역 된 책이 많아(한 강연에서 번역가 정영목 씨께서 필립 로스의 책을 몇 권 계약했고 두 어권은 이미 번역을 마친 상태라 대답해주셨으니 기쁜 마음으로 기다려본다) 인터뷰 속 작품에 대한 이해는 커녕 질문도 알아듣기 힘들기도 하고 마찬가지로 밀란 쿤데라의 인터뷰도 1983년, 가장 좋아하는 소설 『불멸』이 출간되기 전이다. 폴 오스터는 2003년 인터뷰 이후 수권의 책을 더 냈고 E.M.포스터의 인터뷰는 균형이 맞지 않을만큼 분량이 심하게 짧다. 반면에 레이먼드 카버, 무라카미 하루키, 윌리엄 포크너 등은 작품 연보와 인터뷰 시기를 맞춰볼 때 꽤 시의적절한 인터뷰였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말인데. 작품 연보 공간에 글자의 색, 크기, 음영 등의 변화를 줘 인터뷰가 이루어진 시점에 대해 써주셨음 참고하기 조금 더 쉬울텐데, 싶은 개인적인 바람도 있다.

 

 

* 의미심장한 글이다. 작가들은 인터뷰에 응해주고 있지만 대부분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불편해하거나 꺼려하고 나아가 왜 이야기해야 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작품에 대해서도 얼추 비슷하다. 서평이나 평론에 무관심하거나 무지하다는 것(어쩌면 작가라는 가면이 가진 방어기제일지도. 속이야 모르지, 만서도 어쨌든 그들은 그렇게 말한다)과 덕분이라 해야할지 자신답지 않음에 대한 강박도 적어보인다. 뭐, 그런걸 원하시면 다른 작가를 읽으시면 되지요 혹은 그건 제가 할 일이 아니죠, 라는 식의. 글쓰기에 대한 환상을 찬양하지 않는만큼 창작의 고통도 과장하지 않는다는 것. 지금 소설을 쓰는 자만이 소설가라 불려야 한다는 이론(?)에 대한 방증.

 

 

* 이런 사람이 되어야지, 라는 존경심보다는 어쩌면 이런 사람들만이 창작을 할 수 있겠구나, 라는 속된 호기심. 인터뷰어의 능력과 윤색도 중요하겠지만 어쨌든 대부분 작가들은 말도 잘한다는 것 같다는 편견. 밑줄을 좍좍 긋고 싶은 구절이 군데군데 많았지만 지금 기억나는 건 윌리엄 포크너의 말. 비평가는 예술가를 제외한 모든 사람을 감복시킬 무엇인가를 쓰는 반면에, 예술가는 비평가들을 감탄시킬 무엇인가를 쓰기 때문이다.

 

 

* 인지도도 높고 좋은 평가를 받는 책이니 싶어 굳이 나까지 덧붙일 필요 있을까. 다만 몇몇 의아했던 부분을 짧게 남기는 단상......이었는데 쓰고 보니 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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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7 0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려한 작가진이긴 하지만, 제가 한 권이라도 완독한 작가는 세 명 밖에 없다는 충격적 사실! ㅠㅜ (거의 다 읽었더라도 다 못 읽은 책 뺀 건, 양심의 문제가 아니라 경계선 애매함의 문제..^^;) 여튼 원문 있는 사이트 링크 고맙네요. 요즘 영어공부 욕구가 다시 솟고 있어서..ㅎ 여튼 소설가들은 저를 즐겁게 해줘서 참 고마운 사람들. 요즘은 주로 한국소설쪽 읽고 있지만...

Shining 2014-02-28 14:30   좋아요 0 | URL
음, 섬님 댓글 읽고 생각해보니 제게 1권의 작가들은 '한 권이라도 완독'한 작가들이고(근데 딱 한 권 읽은 사람도 있다는거...쿡쿡) 그런데 특별히 좋아하거나 관심있는 작가는 절반이 안 되네요. 그런데도, 재밌었어요. 창작자의 말이나 행동을 창작물로 착각하지 말자, 생각하면서도 흥미로운 면면이 많았거든요 :) 작은 도움이나마 되었다니 기쁩니다(웃음). 정작 저는 요새......책 정말 안 읽고 있네요........ :(

아이리시스 2014-03-03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hining님 한니발 시즌2가 시작하는데 괜히 Shining님 생각이 나더라고요. 예전에 본다는 그 글 때문인가 봐요. 저도 그전엔 망설이다가 Shining님 믿고 이후 우연히 시작해서 보게 됐어요. 이 미드는 이상하게 영드느낌이 많이 나요. 화이트 채플이나 리퍼 스트리트 같은 거. 너무 어둡고 무거운 느낌이라 그런가봐요.

암튼 생각나서 왔어요! 우왓, 읽다가 영어만 읽고 해석 안되는 게 반이던 그 사이트.. 자주 들어는가지만 인내력을 많이 요구하는 사이트였어요(히히).

Shining 2014-03-03 15:31   좋아요 0 | URL
와 신기하다! 저 요즘 만날 서재 버려두고;; 정말 자주 안 들어오거든요ㅠㅠ 오늘은 페이퍼 끄적거리려고 잠깐 들어왔는데. 바로 답글 달 수 있어서 다행이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요ㅎㅎ 우리 촉이 통했나요? 생각나서 왔다, 니 더 좋아요 :D

한니발 시즌1 본거에요? 아 왠지 뿌듯하다, 전 DVD도 살거에요. 매즈 미켈슨 완전....흐흐. 근데 좀 징그럽지 않았어요? 전 그런거 잘 봐서 괜찮은데(...) 덕분에 주변인들한테는 추천 못했거든요; (영드를 많이 보진 않아서 두 드라마는 검색해보겠어요ㅠ)이렇게 그로테스크하면서도 고딕호러 느낌나는 우아한 분위기 정말 좋아요. 물론 가장 큰 이유는 매즈 미켈슨이지만;

2014-03-03 15: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03 19: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매그놀리아, 2000 

 

             

 

펀치 드렁크 러브, 2003

 

           

 

카포티, 2006

 

           

 

미션 임파서블3, 2006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 2009

 

           

 

다우트, 2009

 

           

 

마스터, 2013

 

          

 

 마지막 4중주, 2013

 

2월 2일 필립 세이모어 호프먼이 2월 10일 셜리 템플이 사망했다. 여전히 어릴 적만 기억하는 셜리 템플의 죽음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졌고 필립 세이모어 호프먼의 죽음은 허탈했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 이후 3번의 오스카 남우주연상 수상자가 나온다면 나는 그가 될 거라고 믿었다는 걸, 나조차 몰랐던 내 생각을, 부고 소식을 듣고 깨달았다. 당신이 맡아야 할 캐릭터가 얼마나 많은데. 보고 싶은 연기가 얼마나 더 있는데. 이기적인 원망 비슷한 이상한 배신감마저 들었다. 아쉬웠고 아까웠고 안타까웠다. 그러나 죽은 자는 말이 없었으니. 그저 이렇게 마음을 전할 뿐이다. 부디 편안히 쉬시길.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짐 자무시, 2014

 

문학에 능통한 이브와 기계와 음악에 정통한 아담. 수세기를 살아왔고 교양을 쌓았고 염세에 시달렸으며 인간의 흥망성쇠를 모두 보았고 그 시간동안 서로를 사랑했다. 그들이 언급하는 사건과 유명인과 일화들을 모두 이해할 관객들은 거의 없어 보이고 뱀파이어들은 무지몽매한 '좀비'들에게 설명해줄 친절은 갖고 있지 않다. 솔직히, 뱀파이어들은 대체로 귀여웠다(그들의 이름은 아담과 이브, 이며 이브의 여동생은 이브의 다른 발음인 에바다. 재밌다). 특히 아담이 인간에 대해 말할 때. 피는 오염됐고 탐욕적이며 물도 아껴쓰지 않는다고 할 때 피식 웃음이 터지면서도 뜨끔했다(물을 아끼느라 머리를 안 감는걸까. 영화 속 뱀파이어들은 그 세월동안 머리를 안 감은 것 마냥 다들 머리가 떡이 져있다. 그 특징으로 뱀파이어와 인간을 구별할 수 있을만큼). 음악과 미장센은 탁월하고 매혹적이지만 서사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당혹스러울 것 같다. 두 시간 동안 황홀하기도 하고 몽롱하기도 했고 우습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톰 히들스턴에겐 <미드나잇 인 파리>의 피츠제럴드, 틸다 스윈튼에겐 <나니아 연대기>, 눈의 여왕의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피츠제럴드의 어떤 사진과 굉장히 닮아 놀랐고, 어릴 적 안데르센 동화를 읽으며 상상한 이미지 자체였다).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함께 가장 강력한 팬덤을 만들고 있는 배우인 톰 히들스턴은 그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로키'와는 전혀 다르다. 외모도 눈빛도 목소리 톤도 음울하고 차분하기 그지 없어 허무주의에 빠진 뱀파이어, 딱 그렇게 보인다. 상대역인 틸다 스윈튼에겐 인간의 종류가 아닌 듯한 독특한 아름다움이 있다. 두 배우의 실제 나이 차는 21살, 얼핏 읽은 바로는 스크립트 상에서도 나이 차가 있는걸로 기억하는데 어찌 됐든 시쳇말로 '케미'가 최고다.

 

 

 

        프라미스드 랜드, 구스 반 산트, 2013

 

   <어바웃 타임>에서 레이첼 맥아덤스가 남편의 여동생, 킷캣(리디아 윌슨 분)과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착한 남자가 다 재미없는 건 아니라"고 말하면서 "맷 데이먼 같은 남자라면 괜찮다."는 식의 대화가 나온다.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를 TV에서 보다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내가 저 영화에서 황당했던 건 동물원을 샀다는 게 아니라 좁고 작은 시골에 사는 스칼렛 요한슨이라는 거야. 뭐 맷 데이먼이라면 그럴 수 있겠지만." 농담 섞인 말이지만, 맷 데이먼은 사실 그렇게 보인다. 시골 출신일것 같고 우직하고 정직하고 순진해보이기도 하고 공부를 잘 했을 것 같고. 배우라기보단 믿음직스러운 중간 관리자, 정도로 보이기도 하고 어쨌거나 착한 사람으로 보인다. 그에게 일을 맡기면 톰 크루즈처럼 임파서블하게 해내거나 조지 클루니의 일당들을 모으지 않아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처럼 화려한 수트도 없고 제임스 본드처럼 섹시미로 무장하지 않아도 '어떻게든' 일을 잘 해결할 것 같다.

 

<굿 윌 헌팅>이후 오랜만에 조우한 배우와 감독의 협업. 각본에 참여(본인이 연출하려 했으나 몇몇 사정으로 구스 반 산트에게 연출을 맡기며 각본이 수정, 보완됐다는 말을 들었다)한 맷 데이먼의 -어떤 이미지적인- 성실함과 신중함도 돋보이고. 다소 밋밋할 수 있는 영화고 실제로 많은 이야기를 하진 않아도 생각해볼 거리가 충분한 영화기도 하다.

 

스티브가 사람들에게 땅을 팔라고 하는 건 자신의 승진 때문만은 아니다. 그가 곧 그들과 같은 선택지에 있었기에 그는 그들을 '도와주고' 싶어하는 마음도 있다. 그러나 단지 돈만의 문제가 아니며 장기적으로 그들은 땅과 돈을 모두 잃게 되리라는 전망 또한 그른 것은 아니다. 스티브의 생각은 조금도 틀리지 않고 그들의 주장 또한 잘못 되지 않았다. 어쨌든 우리 모두 돈이 필요하니까. 어차피 다른 땅을 개발할 그들이기에, 그게 내 땅이 아니어야 할 이유가 있냐고 물을 수도. 약속의 땅은 사실 어떤 미래도 약속해주지 않는다. 

 

우문현답이란 단지 현자를 위한 말인 듯 하다. 중요한 건 대답이 아니라 질문일지도 모른다. 아마 그래야 할 것 같다. 좋은 영화란, 좋은 텍스트란 좋은 대답을 강요하거나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하는 것.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냐고 영화는 묻지만 당최 며칠이 지난 지금도 대답하지를 못하겠다.

 

 

 

   영화를 보다 체계적으로 알고 싶어질 때는 『영화의 이해』등의 개론서를 뒤적거리지만 신기하게도 가까이 가고자 펼친 책이 오히려 거리감을 조장하기도 한다. 복잡해보이는 이야기, 역사에 대한 이론이 지루하게 느껴지는 건 차치하고 가장 난감한 것은 책에 있는 예시들이 대부분 전혀 모르는 영화이거나 감독, 배우, 장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독일 표현주의를 이야기할 때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을 예로 드는 건 별 수 없는 일일지 모르고, 네오 리얼리즘의 예시가 매번 데 시카의 <자전거 도둑>인 것도 이해한다손 쳐도. 앵글이나 몽타주의 예를 들 때 전혀 모르는 낯선 영화들로 장면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거의 모든 영화 책에 삽입된 <전함 포템킨>의 '오데사의 계단' 장면이나 오슨 웰즈의 <시민 케인>등을 보며 더 답답해지거나 난감해질 수도 있다. 영화에 대해 모르니까 읽는건데 영화를 아는 사람만 읽을 수 있는 책처럼 느껴져 거기서 손을 놓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이 책은, 바로 그런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후반부는 이상하게 힘이 빠져 있고 영화나 영화인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므로 맹신은 경계해야하지만, 적어도 가이드 라인 역할은 해줄 것 같다. 일단, 만화로 되어있고 역사에 관한 이야기는 짧고 개론적이며 라이벌 구도로 진행되므로 찰리 채플린과 버스터 키튼처럼 비교하면서 읽기도 쉽다. 히치콕과 큐브릭, 우디 앨런과 스콜세지 정도는 덜 부담스럽고 영화를 찾아 보기도 비교적 쉬우니까. 수학은 집합 부분만 새카맣고 영어는 품사만 너덜해진 것처럼 영화에 대한 책도 만날 앞부분에서 멈춰야했다면. 이 책으로 시작해도 괜찮을 것 같다.

 

 

   대부분의 책은 최대한 많은 이들에게 읽히길 희망하며 세상에 나오지만, 어떤 책들은 아주 극소수의 이들을 위해 기꺼이 태어난다. 이 책은 독일에 거주하는 일본인 폰트 디자이너가 쓴 타이포그래피 입문서(정도)다. 폰트에는 익숙해도 폰트 디자이너라는 직업은 낯설지만 학술적이기보단 에세이 식으로 서술되어 아무 관련 없는 일반인도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유명 브랜드의 폰트와 자간에 따른 이미지 메이킹에 미묘하게 다른 것을 보는 것도 재미지고, 거리에 있는 간판이나 표지판으로 폰트 이야기를 하는 것도 흥미롭다. 나 역시 폰트 디자인과 어떤 센스도 감도 없지만 흡족하게 읽은 편이고 특히, 초콜릿이 먹고 싶어 참을 수가 없었다(책을 읽으신 분들은 무슨 말인지 아시겠죠..?). 많은 사람들을 위한 책은 아니어도 일부 사람들에겐 꼭 필요한 책이 될 수도 있겠다.

 

 

 

MP3에 담긴 음악은 Fun과 Mayer Hawthorne, Regina Spektor 그리고 3월에 내한하는 Trav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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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15 2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17 1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16 14: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17 1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직업이 사람을 대변한다는 말은 믿지 않았다. 직업의식과 윤리의식의 분리는 당연하고 사회적 지위가 높은 자들이므로 더 상식적일 것이라 은연 중 믿는 지인의 말에 속으로 웃었던 것 같다. 비싼 옷과 세팅된 머리카락이 그 사람의 행동의 고상함이라고 믿지도 않았다. 그러나 착각을 한 것도 분명 있었다. 예컨대 '이런' 영화나 음악회나 전시회에 가는 사람은, 이만큼 책을 읽고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은, 적어도 '괜찮은' 사람이리라 믿었다. 이렇게 감수성 어린 글을 쓰는 사람이 저만큼 저열한 언어로 저속한 비아냥을 한다는 것이 혼란스러웠다. 저만큼 연민과 인간애가 넘치는 마음을 토로한 사람이 타인을 쉽게 낮춰본다는 사실에, 이상한 괴리를 느꼈다. 글이 사람은 아니고, 창작물이 창작자는 아닌데. 좋은 친구가 좋은 애인이 되는 건 아니고, 좋은 사람만이 부모가 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모든 부모가 좋은 사람은 아닐텐데. 나에게 좋은 사람이라고 너에게 좋으란 법도 없는데. 겨울이 되면 이따금 눈이 내린다는 것처럼, 당연하기 그지 없는 사실을 여즉 헷갈리고 있다는게 슬펐다. 

 

친구 아버지의 병환은 갑작스러웠다. 병원을 찾았을 때 이미 3기 암이 진행되고 있었다. 친구가 그 말을 했을 때 나는 잠깐 믿기지가 않았는데 이미 친구의 고모께서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은지 다섯달이 지났기 때문이었다. 친구의 고모는 아버지를 키워준 분이셨고 자가족이 없는 분이라 친구 가족이 곧 그분의 가족인 분이셨다. 고모에게 말하지 않겠다는 아버지의 결정을 가족들이 받아들인지, 한 달여만에 고모는 돌아가셨다. 11월 중순경. 아저씨는 수술을 받으셨다.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다며 최소한의 지인(가족)만 안다고 하여 병문안을 가도 되는지 망설였다. 친구는 오라고, 너를 보고 싶어하신다고 했다. 4일째 금식하고 있는 환자라서, 음료수나 음식은 적합하지 않았고 수술을 했다고는 하나 축하할 일이 아니었기에 당최 뭘 사가야 할지 몰라 수수한 꽃을 샀다. 무척 마르셨지만 손이 따뜻했다. 아저씨는, 그러니까, 『시크릿』과 같은 책이 필요하지 않으신 분이셨다. 이미 계획과 의지의 당위를 지극히 믿고 계셨기 때문에. 지금도 아들, 딸들에게 계획성 있게 살라며 못마땅한 기색을 보이셨다. 내게도 말씀하신다. 하지만 아저씨, 삶은 결코 뜻대로 되는게 아니란걸 누구보다 아저씨가 잘 아시잖아요. 라고 생각하는 대신 웃었다. 네, 그렇게 할게요. 열심히 잘 할게요. 그건 거짓말이라기보단 대답이었다. 사람이 변한다는 사실은 늘 믿기가 어렵다.

 

첫눈이 내리기 전날, 머리카락을 잘랐다. 예전보다 머리카락이 빨리 자라는 것 같아요, 매번 보는 미용사 언니가 말했다. 그러게요. 진짜 그런 것 같았다. 귀밑으로는 3cm 정도밖에 내려오지 않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뒷통수 덕에 보브컷처럼 되어버린 머리 모양은 소녀보다도 어쩌면 소년 같았다. 뒷목이 시렸다. 아니 시원했다.

 

첫눈이 내린 날, 호주에 있는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편견에 선입관에 휘두르려는건 아니지만 숭숭한 소식을 들으니 걱정이 되긴 한다고, 부모님께 연락 자주 드리라는 언니 같은 말이었다.

 

아빠가 동생에게 말씀하신다. 세 권의 책을 언급하신다. 아빠,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를 읽어도 사람은 안 변해요. 읽은 책이 그 사람이 될 수는 없잖아요, 라고 생각했지만 그러면 너는 뭐하려고 책을 읽냐 물으실까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 

 

철도 파업, 의료 민영화 논란, 한참을 모니터를 바라보다 꺼버렸다. 잠이 오지 않았다. 드물게도 집에 소주가 있었던 탓에 소주와 맥주를 7대 3 정도로 섞어 부엌 창문으로 밖을 바라보며 서서 마셨다. 속이 아프지 않은 건 술을 잘 마시기 때문이 아니라 이미 속이 상해있던 탓이다. 잠이 오지 않았다.

 

계모가 의붓 딸을 때려 죽게 한 사건을 읽었다. 8살 짜리를 그렇게까지 때릴 수 있는게 사람이냐고 구태여 입밖으로 내지 않았다. 이런 경우 계모보다 나쁜건 친부라고 덧붙이지도 않았다. 그게 바로 내 윗집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고 형형한 눈빛으로 자글자글한 마음을 쓰다듬지 않았다. 다만, 이 집에서 나가지 않으면 내가 그를 죽일것 같다는, 눈물이 가득찬 눈으로 웃던 친구의 얼굴이 생각이 났다. 만난지 십 분이 넘은 것 같은데도 만날 때부터 이미 범벅이던 코피가 멈추지 않았었다. 입이 점차 가려서 보이지 않았다. 걸어서 30분이 넘게 걸리는 거리의 친구 집, 걸어왔다고 말했는데. 119에 전화를 해야하는지 택시를 타고 응급실로 가야하는지도 판단이 서지 않았다. 손이란게 그렇게까지 빠르고 잘게 떨릴 수 있음을 배웠다.  

 

좋아하는 배우가 애니메이션 <바람이 분다>의 북미더빙 주인공 역을 맡았단다. 복잡한 마음 끄트머리에서 흐릿하게 쓰인 실망감이라는 글자를 발견했다. 내가 그에 대해 뭘 안다고 실망을 하나. 필모그래피, 체격과 표정, 알려진 바이오그래피, 토크쇼와 인터뷰, 영상을 다루는 그의 모습, 웃는 얼굴과 목소리와 귀가 빨개지는 버릇? 그런 것으로 인성이나 성격을 알 수 있다고 믿다니. 일과 가치관을 착각하다니. 나의 순진함이 부끄러웠다. 배우와 개인을 착각하며 실망 따위를 느끼다니. 나는, 차라리 나에게 실망했다.  

 

발을 씻는데 물이 선홍빛으로 보인다. 뭔가를 밟았나. 핏방울이 뚝뚝 떨어져 다홍빛이 된 채 수챗구멍으로 흘러간다. 어디서 그랬나. 통증이 크진 않은데도 양말이 벌겋게 물들었다. 운동화도 발뒤꿈치께에 피가 고였다.

 

친구의 아버지께서 두 번째 수술을 하셨다. 한달 반이 채 되지 않았는데 검사 차 찾은 병원에서 빠르게 전이된 덩어리를 발견했단다. 진행이 빨라서 경과를 장담하긴 어렵다고, 걷잡을 수 없으면 덮겠다고 했단다. 다행히 수술은 잘 끝났다. 그러나 친구는 반쯤 지쳤다. 특히, 할 일이 많다며 아버지 병실은 지키지 않으려고 하면서 여자친구와 크리스마스에 놀러간 남동생에게, 누나보다 잘해야 한다며 열심히 공부 시킨 남동생인데, 자식에게조차 희망은 생각대로 돌려받을 수 없는 거라며 친구는 말했다. 어떤 것도 뜻대로 살 수 없는데 나는 왜 내년에는 더 나아질 거고, 다음 번에는 더 잘할 거라는 생각 따윌 한거지? 마치 궁금하다는 말투였다. 내년에나 봐야겠다며 웃는다. 어떤 말을 해도 의미가 없을터였고 그러나 아무 말이든 하고 싶기도 했다. 편지를 썼다. 편지를 끝까지 쓰고도 전해주지 않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면 미련없이 찢을터였다. 어쩌면 반드시 그렇게 될 편지였다. 그래도 쓴다. 끝내 찢어지기 위한 편지를 쓰는 일. 세상 온갖 일이 있는데 까짓 그런 일이 없을리야 왜 없겠는가.

 

까치발을 들고 앞을 보니 이쪽으로 가시면 안 된다며 길을 막는다. 아, 그렇구나. 이런 날 하필 전시 따위를 보러 온 스스로에게 맥이 빠져 부정없이 발길을 돌렸다(심지어 전시장에는 너무 많은 사람이 있어 자괴감마저 누그러질 정도였다). 내 뒤에 가느다란 여자의 목소리가 신경질적으로 울린다. 아, 왜 여기서 이러고 난리야. 짜증나게. 근데 저거 뭐야? 코트를 여미고 머플러를 고쳐매도 추운 날이었다. 지난 토요일, 광화문에서 일이었다. 살갗이 어는 듯한 기분이었다.

 

"넌 용감한 애야." 피아가 말했다.

"아냐. 무서웠는걸."

"사람은 용감하면서 동시에 무서워할 수도 있어."

"그래?"

"응. 비겁한 거랑은 다른거야. 넌 나랑 같이 가줬잖아. 그거면 된 거야."

 

고모가 문가에서 돌아서더니 이렇게 말했다. "집에 애가 있으니 참 좋구나."

둘은 잠시 서로를 말없이 바라봤다. 고모가 웃음을 지었다.

"저 위에는 달이 있고, 이 방에는 소년이 있고, 정말 좋다."

 

내가 읽은 책은 내가 될 수 없다면, 나는 누구일까. 책이 사람을 바꿀 수 없다면 나는 무엇을 위해 책을 읽을까. 한 해 동안 지치지 않고 질문했지만 나는 대답이 없었다. 아니면 너무 많은 대답이 있거나. 조금 더 나아질 희망 따위가 없다면 대체 어떤 식으로 살아야 할까. 고작 일력이 하나 넘어간다고 해서, 일기장을 바꾼다고 바뀌는 일은 없다. 내년에도 나는 나일테지. 어쩌면 나이거나 운이 좋아 나이거나 겨우 나일지도. 나는 더 이상 내가 아닌 누군가가 되려고 하지 않는다. 그게 나라는 비관주의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희망이었다. 

 

잠이 든 조카의 이마를 쓰다듬는다. 그랬으면 좋겠다. 저 위에 달이 있고 여기에 눈이 내리고. 여기 잠든 아이가 있고. 단지 그래서 좋았으면. 무서워도 용기를 잃지 않았으면. 비겁하지도 무책임하지도 않았으면. 새삼스럽게 아프고 여전히 다쳐도. 멀어도 얼어도 비틀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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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31 1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1-05 1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1-03 2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1-05 19: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난 주 <그래비티>를 보고 어젯밤 잠들기 전 갑자기 찰리 채플린의 <시티 라이트>가 보고 싶어져 DVD를 보다 잠들었다. 이상한 월요일이다. 궁극의 신기술이라는 영화와 무성 영화. 그런데도 두 영화 모두 좋아졌고 좋아하는 건 다소 모순인가. 칼과 방패 중 하나는 반드시 부서져야 하는 감상일까.

 

마찬가지로 <블루 재스민>의 케이트 블란쳇과 <그래비티>의 산드라 블록의 연기 모두 훌륭하게 느껴졌다. 전혀 다른 영화, 연출, 내용, 캐릭터와 연기 스타일. 후자를 낮춰볼 생각도 전자를 추켜올릴 생각도 없다. 외공연기냐 내공연기냐 둘 중 하나만 택하라는 우문에 우답을 피하고 싶듯. 다만 영화의 변화가 연기의 변화를 촉구한다는 가설을 탄탄이 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마침내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기술은 가치를 바꾸는가. 아니면 가치의 원론을 변화시키는가. 혼란스러운 월요일이다.

 

 

-

요새 영화 이야기를 많이 하는 이유는 순전히 9,10월 유난히 영화를 많이 봤기 때문이다(상대적으로 책을 안 읽었기도 했다). 그 외에도 책에 관해서라면 묻어두는 쪽이 가깝고 영화는 풀어놓는 쪽에 가까워서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헐리우드 단신短信을 하나 더하자면 드디어 J.J.에이브람스가 <스타워즈>의 메가폰을 잡았다. 원래 그는 트레키가 아니라 <스타워즈>의 팬이었고 때문에 원작 팬들은 약간의 염려와 화를 냈었단다. 하지만 -어쩌면 트레키가 아니었기에- 그는 객관적으로 연출을 잘 했다 평가받았으며 새로운 팬덤을 끌어들였다(물론 원작의 팬들은 백 퍼센트 만족하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누가 하든 순혈주의 팬들을 만족시키긴 쉽지 않지 않은가).

 

브라이언 싱어의 경우가 떠오른다. <슈퍼맨>의 광팬인 그는 <엑스맨>을 연출한 후에야 비로소 <슈퍼맨>과 만났다. 허나 결과는 처참했다. 어쩌면 그는 팬이 아니었기에 <엑스맨>을 잘 만들었고 팬이었기에 <슈퍼맨>을 잘 만들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좋은 매니아가 반드시 좋은 창작자는 아니니까. J.J.에이브람스는 어떨까. 궁금하긴 한데 <스타워즈>도 실은 잘 알지 못한다. 게다가 <스타트렉>을 떠난다니. 이제 이 시리즈의 매력을 알게 된 새로운 팬으로서 아쉽고 아쉽고 아쉽다.

   

 

  기대치가 낮을수록 만족은 달고 달다. 이런 기획이야 -실례지만- 뻔하고 뻔하다고 생각했는데 생각외로 괜찮았다. 인물 구성이 다양하고(화가, 작가, 사진가, 조각가, 음악가, 건축가, 영화감독) 삶에 대해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진 사람과 덜 알려진 쪽이 적절히 나뉘어있어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재확인하는 기분으로 읽어도 좋고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어도 좋다. 사진이 적다는 점은 치명적인 단점이지만 나로선 굉장히 좋아하는 인물 몇몇이 등장한다는 사실에 더 좋았을지도.

 

예술가는 모두 조금씩 괴상하다, 는 속설(?)을 믿는건 아니지만 확실히 그들의 삶은 평탄치 않은 구석이 있다(아니, 사실 삶은 모두 괴상하고 평탄치 않다. 그들이 유명해서 유명할 뿐). 예전에 읽은 미술 경매에 관한 책에서 저자는 이런 말을 했다. 화가의 삶이 불행하면 불행할 수록 그림 값은 오릅니다. 단명할수록 사연이 많을수록. 물론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만 사실 그렇게 값은 뛰는거죠. 라는 식의 프로페셔널한 연민의 말투. 

 

내 삶이 힘들수록 작품의 가치가 높아진다니. 그렇게 높아져봤자 나는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는데. 속된 측은지심을 느낀다.

   

 

  그런 아내의 몸속에 암세포가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그는 인정하기 어려웠다. 마치 그녀가 믿고 기도하는 대상인 전능한 하나님이 그녀의 몸에 암세포를 집어놓고 키우기라도 한 것처럼 그는 하나님을 원망했다. 그는, 자기 몸 속에 암세포를 집어넣고 키운 것이 분명한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는 아내를 이해할 수 없었다. 독한 항암제를 맞아 머리가 빠지고 거죽만 남을 정도로 말라 가는데도 아내의 믿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한정효는 그런 하나님도 그런 아내도 이해할 수 없었다. 자기에게 전적으로 헌신하고 온전히 의지하는 추종자의 안전조차 보호해 주지 않는 전능자의 능력이란 게 대체 뭐냐고. 전능자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그 힘을 어디에 쓰려고 아껴두는 거냐고. 자기에 대한 믿음 하나로 사는 사람의 생명조차 보호해 주지 못하는 신을 왜 믿어야 하느냐고 윽박질렀다. 그렇게 말하면서 그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힘에 대한 생각을 은연중에 드러냈다. 그는 힘이 어떻게 쓰이며 어떻게 쓰여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10월이었다. 소매가 두어번 접힌 셔츠는 벚꽃색이었다. 바람이 드문드문 불었다. 카푸치노 한 잔, 비스킷 위에 햄과 치즈, 반절로 자른 방울토마토를 얹은 초간단 카나페가 네댓 조각 있었다. 길어진 앞머리가 자꾸 시야를 가려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짧은 손톱으로 습관처럼 머리칼을 쓸어넘겼다. 오후에서 저녁으로 넘어가는 10월의 어느 완벽한 날. 위 문단을 읽다 무심코 고개를 들고 머리를 갸웃거렸다. 길고도 짧은 오후가 될 것 같았다. 마침내 마지막 문장을 읽고 머리가 띵할 정도의 기분좋은 아득함에 고개를 돌리니 이미 저녁이 된 그런, 날이었다.

 

이승우 작가의 『지상의 노래』가 동인문학상을 수상했다. 발표날 알았는데 이제야 페이퍼에 쓰게 되었다. 축하합니다, 이승우 작가님. 밑도 끝도 없이 괜히 제가 기쁜 것, 이게 팬의 마음이라는 건가봐요.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잊을 수 없는 하나의 10월을, 추가해주셔서 그것 또한 감사해요.

   

 

-   

  하지만 그런 식으로 계속 죄책감을 느끼면서 살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내가 살인자를 잡았고 무고한 사람이 풀려나게 했다는 걸 스스로에게 일깨워 주는 것이다. 인생이란 게임은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는 법이다. 질 때마다 자책할 순 없는 법이지. 이러는데 매튜 스커더에 안 빠질 수가.

 

4월과 10월은 바닥을 보고 걷기엔 너무 아까운 계절, 이라는 말은 입버릇처럼 자주 하는 말이다. 구름이 이동하는 속도, 바람의 속력과 하늘의 속살까지 볼 수 있는 계절. 9월은 아직 덥고 11월은 평행선처럼 뻗어 사람을 불안하게 하지만 10월은 십월이 아닌 시월은, 무엇을 해도 좋은 계절. 심지어 이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도시의 10월은 1년 중 가장 쾌적한 때다. 늦여름의 열기는 사라졌지만 본격적인 추위는 아직 찾아오지 않았고. 9월엔 비가 꽤 내렸지만, 그것도 다 지나갔다. 대기 오염은 평소보다 덜했고, 온도가 내려가서 더 깨끗해진 느낌도 든다. 이래서야 로렌스 블록이 안 좋을 수가.  

   

 

인터넷 접속 문제로 순식간에 다 쓴 페이퍼가 날아갔다. 허탈하고 허무하고 짜증을 내다 결국 야맹증 환자가 밤길을 걷듯 기억에 의지해 더듬더듬 다시 썼다. 방금 전 쓴 문장 하나 제대로 재현해내지 못하면서 대체 뭘 봤다고 믿으며 사는걸까. 뭘 기억하겠다며 읽고 쓰는걸까. 혼란스러운 월요일이다.  

 

지난 주부터는 계속해서 Birdy. 지난 앨범과 9월에 나온 신보를 섞어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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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3-10-22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상의 노래 저 부분은 저도 매우 좋았어요!! 매튜 스커더는 다음주문 때 봐야겠네요. 요즘 뒤늦게 애거서크리스티에 홀릭중 ㅋㅋ 하지만 하드보일드도 놓칠 순 없죠!

Shining 2013-10-23 16:16   좋아요 0 | URL
좋은 문장, 문단은 많은데요 이상하게 저 문단을 읽은 순간, 순간 자체가 기억이 나요. 떨림 섞인 한숨 같은 거요. 매튜 스커더, 정말 좋아요-_ㅠ 국내 번역된 순서가 책의 수순이 아니라 왔다갔다하는데; 네 권이 다 좋아요 세상에... 늦긴요, 동지가 한 명 더 늘어서 기쁜걸요. 히히 :D

Forgettable. 2013-10-24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상 느끼지만 참 다정하심^^

Shining 2013-10-24 23:05   좋아요 0 | URL
하하, 쑥스럽네요. 음.. 아마 그건 뽀님이 저를 다정히 대해 주셔서 그런걸거에요. 고마워요 후후 :-)

2013-11-12 2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스마트폰 때문에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 고 말할 수 있을까. 하나같이 휴대폰만 들여다보는 광경을 본다면 아무래도 '그렇다'라고 답해야 할 것 같긴 하다. 심지어 지하철 옆자리에 나란히 앉은, 야구점퍼를 똑같이 맞춰입은, 시간 상 데이트를 하는 게 분명할 커플은 내가 탈 때부터 내릴 때까지 한 마디도 나누지 않은 듯 싶다. 까페에 앉아도 휴대폰 게임을 나눠하는 경우가, 한 마디도 하지 않고 각자 휴대폰만 보는 경우가, 친구이든 연인이든, 남녀이든 남남, 여여이든, 참 많다는 것을 요새 알았다. 대체 그럴 거면 뭐하러 아까운 시간을 보내고 돈을 쓰러 나왔을까. 상대에게 집중하지 않을거면 무엇 때문에 상대를 만났을까. 보수적인 나는, 아무래도 궁금하다. 한국인 평균 독서량은 매해 줄어가고 독서 시장은 나날이 불황인걸 보면 그 책임을 스마트폰에 돌려도, 할 말은 없기도 하겠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스마트폰 이전 시대에 그들이 책을 읽었냐고 물었냐면 의견은 갈릴 수 밖에 없다. 일부는 그랬을지도 모른다. 물질 문명 문화의 변화로 책의 비중을 줄였을 것이다. 하지만 한 달에 10권 읽는 사람이 갑자기 스마트 기기에 빠져 한 달에 한 권도 읽지 않았다고 말한다면 그건 좀 이상하다. 궤변이지만, 책은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책은 볼 사람만 본다. 실은 언제나 그랬다. 스마트 기기가 집중력을 분산시켜 책보다는 영화, 책보다는 웹툰, 책보다는 게임, 할 수는 있어도. 반대로 한 달에 애초 10권 읽는 사람이 5권 읽을 순 있어도 1년에 책을 열 권도 안 보던 사람이 갑자기 한 해에 100권씩 읽는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그 대상이 책이라면. 그러면 스마트 기기에 빠진 사람 대부분이 원래 책과 먼 사람들이었을까. 장담은 못하지만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상한 말이지만, 책은 그렇다.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는 과거에 읽어 온 사람이 현재에 읽고 현재에 읽는 사람만이 미래에도 읽는다.

 

어찌 되었든 그 와중에 출간 된 반가운, 이제는 차라리 고마운 책들이 있다. 어쨌거나 책도 근본적으로는 돈을 벌기 위해 생산되는 소비재로서 이 책들을 팔아 돈을 벌 수 있을까 불안하면서도 독자로서는 왈칵 껴안아주고 싶을만큼. 기쁜, 감사한 출간이 있다.

 

 

 

   『농담』을 필두로 출간되던 밀란 쿤데라 전집(민음사)이 2년여 만에 끝맺음했다. 가장 최근 출간된 것은 『우스운 사랑들』(시리즈 번호로는 2번인데 출간은 지난 9월이었다), 시리즈 마지막은 『자크와 그의 주인』이다. 광고 문구에 따르면 프랑스를 제외한 세계 최초 전집 완역이라고 하니 약간 감상적인 마음이 되는 것도 사실.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 된 책을 읽다 이렇게 정열된 모습으로 만나니 반갑다(마그리트의 그림인 것도 반가운데 이상하게 저 마그리트 그림이 인쇄가 아니라 띠지다. 돈의 문제 아니면 저작권 탓인가. 띠지를 벗기면 그냥 하얀 책이라 약간 아쉽다). 15권 중 대부분을 이미 읽었지만 다시 읽어도 좋을 것 같다. 특히 오래 전 읽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필수 재독. 지금 읽고 있는 건 『우스운 사랑들』, 밀란 쿤데라의 유일한 소설집이란다. 아, 가장 좋은 점은 저 『밀란 쿤데라 읽기』인데 가격이 무척 저렴한데도 구성이 훌륭하다. 밀란 쿤데라 초심자라면, 아니면 전집을 마무리하고 끝맺음 하며 읽어도 좋겠다. 집에 하나 두기만 해도 절로 든든해진다는 건 나만 알고 싶은 비밀.

 

 

 

  나쓰메 소세키도 사정은 비슷하다. 국내 출간 된 책은 다 읽은 듯 싶은데 절판된 책, 미번역 된 책들이 있어서 아쉽다 현암사에서 전집이 출간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4권만 선출간 되었는데 표지도 예쁘다. 나머지 책을 상세 페이지에선 확인할 수 없었는데 서점 가서 뒷날개에 적힌 걸 보니. 완벽한 전집이다. 사실 밀란 쿤데라는 책에 대한 애정도가 각각이라 전집으로 소장하고 싶다는 욕심까진 없었는데 나쓰메 소세키는 아마 조금씩이라도 모으지 싶다.

 

두 권은 이미 출간된 책 중 당장 갖고 싶은 책. 『풀베개』는 예전 책세상 문고로 읽었고 『태풍』은 아직. 

 

 

   

   로렌스 블록의 책은 전집이 아니라 신간이다. 황금가지 밀리언셀러 클럽 중 하나로 근간. 로렌스 블록의 명성에 비해 국내 출간이 많지 않고 나 역시 읽은지 얼마 되지 않았건만 이 분의 문체가, 매튜 스커더라는 주인공이 이상하게 좋다. 필립 말로(레이먼드 챈들러)나 샘 스페이드(대실 해밋)의 하드보일드함, 마초성은 불편하거나 불안할 때가 제법 있지만 매튜 스커더는 마초적인데도 묘하게 부드럽거나 연약한 부분이 있달까. 치명적인 죄책감을 주홍글자처럼 가슴에 새긴 사람이지만 산 사람은 살 수 밖에 없다는 강인함이 보이는 한편 죽는 날을 기다릴 수 없어 사는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 모든 것을 합쳐 그게 나예요, 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것조차 귀찮다는 식의. 그러나 따뜻함. 반가워요 매튜 스커더.

 

에드 맥베인의 책에 찬사를 보내고 금세 소심해졌지만. 이런, 그의 책은 정말 재밌었다(물론 87분서 시리즈가 다 재밌지야 않겠다만 지난 두 권은 정말 재밌었다). 피니스아프리카에라는 독특한 이름의 출판사에서 추가로 에드 맥베인의 책이 나왔다. 이건 안 읽을 수 없어, 싶은 마음에 사버렸다. 번역은 지난 두 권과 같은 분인데 이 분, 능력도 출중하신 듯 하고 유머능력도 발군이신데 다만 사적인 이야기는 조금 줄여주셨으면. 예를 들어 번역자 소개에 애인 있음, 이라고 쓰시는거 자의식 과잉인지 유머인지 몰라도(유머라면 실패. 별로 안 재밌었다) 굳이 그런 이야기까지야.

 

 

 

  더 최근에 나온 『미야자와 겐지 걸작선』도 있지만 일단 이 쪽을 담는다. 1권에는 대중적인 작품인 「은하철도의 밤」,「주문이 많은 요리점」,「구스코 부도리의 전기」등이 수록 2권은 더 낯선 쪽이다. 나조차 아직 사거나 읽지 않았으니 추천은 아니다.

 

미야자와 겐지가 일본의 국민(여담이지만 이 말 참 싫다. 하지만 누군가 말하길 미야자와 겐지 정도면 그렇게 불러도 된단다)작가라는데 묶여진 책은 없었다. 미야자와 겐지를 몇 년 전 읽고 한동안 잊고 지내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3권에 무려『봄과 아수라』소책자가 함께 온 것을 보고 새삼 소상히 읽고 싶어졌다. 찾아보니 이런 책이 있더라. 다행이다, 이미 좋은 일은 누가 다 해주고 있구나. 

 

 

그 외에는 모비딕과 북스피어에서 나눠서 출간 중인 마쓰모토 세이초 시리즈가 있다. 마쓰모토 세이초 책이 어마어마하게 많은데다 팬이라고 하는 나조차 다 읽진 않았으니 분명 손해인 부분도 꽤 많을텐데. 드문드문 출간 소식을 들으면 묘한 안쓰러움과 기특함이 공존하는 이상한 마음이 된다. 황금가지에서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시리즈가 완간 됐는데 SF를 잘 모르는 나로선 아 그렇구나, 정도지만 팬들의 감격하는 마음을 들으면 약간 뭉클하기까지하다(필립 K.딕 걸작선 때도 비슷한 마음이었다). 작년, 사후 저작권 만료로 헤밍웨이 책이 앞다퉈 출간되었지만 그다지 이익을 얻지 못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 탓인지 올해 헤르만 헤세, 윌리엄 포크너의 책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출판사가 없다. 이해한다. 책 또한 소비재니까. 그래서 이런 책들이 유난히 고맙다.

 

지금 듣고 있는 곡은 이 노래, 영화 <밴디트>삽입곡. 10월은 바닥을 보고 걷기엔 아쉬운 시간이다. 하늘과 바람과 음악만으로 충분하겠지만. 책 한 권이 있다면 더 좋은 계절이 될 것이다. 당신을 만나려고 세상에 나온 얼굴만 봐도 반가운, 그런 책들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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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ning 2013-10-14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쩍 덧붙이면 가장 원하는 건 슈테판 츠바이크의 전집. 소설과 평전으로 겉표지를 흑/백 이런 식으로 나눠 내준다면. 장담컨대 한 달에 몇 권씩만이라도 나눠 구입, 모두 살 자신 있는데. 방금까진 고맙다는 말만 한 주제에(;;) 독자란 이렇게 이기적이고 탐욕스럽다.

양철나무꾼 2013-10-14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음의 한가운데'를 읽기 위하여 '아버지들의 죄'를 읽은 1인으로서,
"매튜 스커더라는 주인공이 이상하게 좋다."는 shining 님의 말에 적극 공감할 수 밖에 없습니다여, ㅋ~.

Shining 2013-10-14 22:30   좋아요 0 | URL
그쵸 그쵸? 딱 꼬집어 말하긴 힘든데 매튜 스커더가 참 멋져요. 게다가 전체적으로 '쿨'하지만 사람에 대한 연민과 따뜻함을 잃지 않는 작가의 시선이나 문체도 좋구요. 매력적이에요 :-)

맥거핀 2013-10-14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hining님은 전집을 한 번에 짠 하고 사시는 스타일은 아닌가봐요. 모으는 재미를 추구하시는 스타일, 아니면 금전적인 문제..? 저는 전집류는 서가에 이가 빠져 있으면 조바심이 생겨서, 되도록 한 두 권은 구매를 자제합니다만, 최근에 이런 전집류가 좋은 게 많이 나와서 어쩔 수 없이 산 것들이 있어요. 그 중에 하나는 위에서 얘기하신 마쓰모토 세이초 시리즈입니다. 사실 처음에 읽기 시작한 건 Shining님이 좋다고 추천하셔서였는데(진짜임), 읽다보니 좋아져서 몇 권을 차례로 구매하게 되었어요. 지금은 <잠복>이라는 단편집을 읽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얘기하신 건 전적으로 동감합니다만, 저도 가끔은 스마트폰만 미친듯이 들여다보고 있는 때가 있기에 깔 수가 없어요(그 중에 상당수는 야구중계를 보고 있음).ㅋ 전자책을 몇 권 구매해두긴 했는데, 이상하게 스마트폰으로는 안 보게 되더라구요. 저는 여전히 아날로그 세대인가 봅니다.

Shining 2013-10-14 22:41   좋아요 0 | URL
우선은 돈이 문제겠지만(...) 소장 욕심이 크지 않아서 그런가봐요.전집의 경우엔 반듯하게 꽂혀있는걸 보면 정리벽이 나와서 갖고 싶어! 하지만; 각각의 애정도가 다르면 그게 이상하게 불편하더라구요. 다소 극단적으로 예를 들면 A는 별 다섯인데 B는 별 셋, 심지어 C는 별 하나. 이러는데 ABC 다 꽂아두면 아, 이건 아닌데 하게 되서 말이죠;; 물론 빈칸 숭숭이 맘이 쓰이긴 해요(..우울). 그래서 슈테판 츠바이크와 나쓰메 소세키를 기다리나 봐요. 아마도 저의 별 다섯을 몽땅 바칠 작가들이라?ㅎㅎ 밀란 쿤데라는 좋지만 모든 책이 다 좋진 않아서요, 아직까진ㅠ_ㅠ 마쓰모토 세이초를 좋아하시게 됐다니. 이야. 뿌듯하네요(진짜로). 이보다 더 좋을수가요 히히 :)

하하. 제가 스마트폰이 없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고 친구는 말하더군요. 나는 이 기기로 단 일 퍼센트도 스마트해지지 않았어, 라고 말한 친구도 세 명이나(다 물어본 건 아니니 숫자는 모르지만 지금까진 백프로 다 아니다, 라며 냉소와 열변..) 있더라구요. 전 차안에선 주로 멍때려요; 차를 못 타서 책 읽다간 멀미 제대로 할걸요_-

저도 그래요. 정보면에선 확실히 좋은 면이 있지만 읽는다, 는 느낌도 없고 기억에 남지도 않고 질량이나 부피감이 없어서 안정이 안 되요. 저야 원체 아날로그적 인간이긴 하지만요(웃음)

덧) 저도 방금까지 야구 보다 들어왔어요.

2013-10-15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야자와 겐지 전집이라니! 딱 대상독자가 저인 책임다! 필구입 아이템! 밀린쿤데라 전집은 공공도서관님께 소장부탁 굽신아이템~.ㅎ / 소세키 시리즈는 침 살짝만 흘렸었는데 서점에서 실물보고 모바일로 바로 주문했어요. 그동안 소세키 책에 소홀했던 저에게 감사했다니까요. 그치만 시간-공간-금전, 3중의 압박에 그리 즐겁지만은 않은, 이 미친 책구매의 씁쓸함..^^;

Shining 2013-10-16 22:05   좋아요 0 | URL
앗, 그렇군요ㅎㅎ 섬님께 맞춤 독서였군요+_+ 저는 미야자와 겐지 두세편 정도 읽었는데 쿠쿵, 하고 와닿을 정도는 아니었는데 뭔가 오묘한 느낌은 기억나요. 우화같은데 철학 그 자체인 것도 같고. 이번 기회에 다시 읽어보고 싶어요 :) 그쵸, 책 생김새가 정말 귀티나죠? 게다가 총 14권의 그 목록만으로도 현기증이 나는 기분이었어요! 저도 여름에 책 좀 질러서... 조금 참았다가 사야해요, 흑흑ㅠㅁ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