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픽션이 현실을 잠식한다. 며칠 전 읽은 엘리자베스 헤인스의 『어두운 기억 속으로』가 그랬다. 예상도 했고 짐작도 했건만 생각보다 우울했다. 세 줄의 문장을 읽고 불과 몇 초 만에 까무룩 눈물이 차오르는 걸 느끼고 인파 속에서 당혹스러웠다. 어떻게든 소강시켜야만 했다. 픽션과 현실을 분리해야겠다. 픽션을 현실의 주단 아래 잠시 감춰야했다. 

 

픽션과 현실 사이. 무수한 방점의 기록들, 을 상상한다. 찾아낸 먹이를 나르기 위해 몇 십 마리의 개미들이 하나씩 이고 지고 가는 땅의 모습과 비슷할까. 아니면 모르스 부호나 바코드처럼 간헐적이며 규칙적일까.

 

 

Edward Hopper, Hotel room (1931)

 

 

우리가 꿈을 꿀 때는 그 꿈이 진짜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꿈이니까요. 우리는 소설도 진짜라고 생각하며 읽습니다. 하지만 머릿속 한구석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이 모순되는 상황은 소설의 본질에서 옵니다. 소설 예술은 서로 모순되는 것들을 동시에 믿을 수 있는 우리의 능력에 바탕을 둡니다.

 

자신이 보고 있는 그림이 우선 눈을 즐겁게 해 주기를 바라는 박물관 관람객처럼, 젊은 시절 나는 소설을 읽을 때 다양한 사건, 갈등, 화려한 풍경을 좋아했습니다. 누군가의 사생활을 몰래 관찰하는 느낌뿐만 아니라, 광활한 풍경의 어두운 구석을 탐험하는 느낌이 아주 좋았던 거지요. 그렇다고 내 속에 항상 폭풍우가 몰아치는 그림만 있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젊은 시절 소설을 읽을 때면 내 속에 광활하고 깊고 평온한 풍경이 나타나곤 했습니다. 때로는 빛이 꺼지고, 흑백이 선명해지면서 서로 분리되고, 그림자들이 꿈틀거렸습니다. 때로는 온 세상이 아주 다른 빛으로 만들어졌음을 깨닫고 놀라곤 했습니다. 때로는 어스름이 내려앉아 온 사방을 뒤덮으며, 온 세상이 단 하나의 느낌으로, 하나의 스타일로 변하곤 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내가 이러한 느낌을 좋아하고, 이러한 분위기를 얻기 위해 책을 읽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소설 속 세계로 서서히 이끌려 들어갈 때면, 이스탄불 베쉭타시에 있는 집에 앉아 소설을 펼치기 전에 있었던 일들, 예컨대 방금 마신 물 한 잔, 어머니와 나눴던 대화, 머릿속을 오갔던 생각, 사소한 분노가 남긴 그림자들이 서서히 지워졌습니다. 내가 앉았던 오렌지색 안락의자, 바로 옆에 놓여있던 역겨운 냄새가 나는 재떨이, 카펫이 깔린 방, 골목에서 고함지르며 축구 하는 아이들, 멀리서 들려오는 뱃고동 소리가 점차 멀어지고, 내 앞에 새로운 세계가 단어들로, 문장들로 열렸습니다. - 오르한 파묵, 소설과 소설가

 

 

현실과 픽션을 혼동한다. 더러는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흡수한다.

 

여러 번, 다른 페이퍼와 리뷰에서 말했던 것처럼 책을 읽을 때 우리는 다른 누군가가 된다. 남편을 잃은 미망인이 되기도 하고, 어머니의 장례식에 참여하는 낯선 이가 되기도 하고, 전쟁 통에 고아가 되기도 한다. 돌이킬 수 없는 선택에 괴로워하고 어느 날 갑자기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기도 하며 연인에게 배신 당한 한 여인이 된다. 어떤 날에는 칼바람이 부는 곳에서, 어느 날은 햇살 좋은 고성에서, 어떤 때는 뜨거운 양철 지붕 위에 앉기도 한다. 때로는 이제 그만 안녕, 이라고 작가 자신이 끝맺음해도 우리는 여전히 여러 곳에 산재한다. 

 

그 모든 것은 단지 책장을 넘기는 행위로만 이루어진다. 책을 읽을 때 나는 내가 아니다.    

 

 

, Room in Brooklyn (1932)

 

 

지금의 나는 이미 27년이라는 글쓰기 경력을 갖고 있고 이제는 “나는 글쓰기를 사랑한다”라고 말할 수 있다. 누구나 일생을 통틀어 표현하고 싶은 무수한 욕망과 감정을 품게 된다. 하지만 실제 현실과 개인의 이성과 지혜가 이를 억누르고 만다. 하지만 글쓰기의 세계에서는 이렇게 억압된 욕망과 감정을 충분히 표출할 수 있다. 나는 글쓰기가 사람의 심신 건강에 큰 도움이 되고 인생을 더욱더 완전하게 만들어준다고 믿는다. 또는 글쓰기가 사람들에게 두 갈래 인생의 길을 갈 수 있게 해준다고 할 수도 있다. 하나는 현실의 길이고 다른 하나는 허구의 길이다. 이 두 가지 길은 건강과 질병의 관계와 같아서 하나가 강대해지면 다른 하나가 필연적으로 쇠약해진다. 내 현실에서의 삶의 길이 갈수록 평범해지는 것은 허구에서의 내 삶의 길이 갈수록 풍부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일 문학에 정말로 신비한 힘이 존재한다면 나는 아마도 이런 것이 그 힘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독자로 하여금 다른 시대, 다른 나라, 다른 민족, 다른 언어, 다른 문화에 속한 작가의 작품 속에서 자신의 느낌을 읽을 수 있게 하는 힘 말이다. 하이네가 쓴 시가 바로 내가 유년 시절 영안실에서 낮잠을 잘 때의 느낌이었다. 나는 나 자신에게 말했다.  “이것이 바로 문학이다.” - 위화,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현실과 픽션을 분리한다. 픽션 속 인물의 모든 행동을 따라가지만 반드시 그의 행동을 지지하거나 그에게 동의를 보내는 것은 아니다. 왜 그는 그런 행동을 했을까,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그는 나와 다르다, 나는 이 인물보다는 저 인물과 닮았다. 무엇보다 이건 내 이야기가 아니다. 고개를 들면 마술처럼 거짓처럼 원래의 초라하고 지루한 생활로 돌아온다. 그러나 그 잠깐의 꿈이, 나를 누구보다 나 자신으로 만든다는 것을 안다.   

 

누군가는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두 가지로 분류했다. 검은 구두를 신은 여자와 검은 구두가 아닌 것을 신은 여자. 나는 다른 것을 택한다. 책을 읽는 여자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은 현실 같지 않아 픽션같고 픽션같아서 현실처럼 보인다. 그의 그림은 대체로 쓸쓸하고 고즈넉하다. 초혼(初昏)의 명멸처럼 아스라하면서도 희한하게 명료하다. 뭐라 말하기 어려운, 더없이 미국적인 그 곳에서 그녀들은 책을 읽는다. 여장(旅裝)을 풀지도 않은 채, 브룩클린의 아파트에서, 기차 안과 호텔 로비에서도. 그녀들은 지금 어디에 있나. 여기가 아닌 곳, 자신이 아닌 곳, 그러나 무엇보다 자신일 수 밖에 없는 곳. 호퍼의 그림 속 여인들은 도리 없이 아름답다.

 

 

, Compartment C, Car 193 (1938)

 

 

소설에 대한 또는 글쓰기에 대한 책을 읽지 않는다. 한 번도, 였던 건 아니다. 어떤 글이 쓰여있나, 혹 이걸 읽으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거짓말처럼) 어떤 정수(精髓)가 배여있진 않을까. 두려움과 기대와 의구심을 안고 몇 번은 읽어본 적 있다(지금 생각나는 건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정도인데 사실 이 책은 작법론과 관계없이 그냥 재밌다, 역시 스티븐 킹). 하지만 번번이 실망과 당혹, 심하게는 모멸감을 느끼기도 했다. 좋은 문장을 필사하는 것도 발췌하는 것도 문장 성분에 대해 배우는 것도 좋지만, 시나리오를 쓰는 방법을 읽는 것도 재밌지만 이것이 글 쓰기의 본질일까. 아니, 아니라는 답 밖에 없었다.

 

이승우 작가의 소설에 대한 책 두 권을 각별히 평가하는 것은 그런 뻔한 이야기의 생략 때문이다(역시 중요한 것은 무엇을 첨하느냐가 아니라 제하는가, 인가보다). 그는 작법이나 문장이 아닌 글쓰기의 욕망, 욕구, 욕심에 대해 말했다. 대체 왜 글을, 소설을 써야 한단 말인가? 라고 누군가 말했을 때 그는 온전한 목소리로 대답하려 노력하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읽은 두 책도 기대 이상으로 인상깊다. 한 권은 강의의 녹취록, 소설 작법에 관한 책. 다른 한 권은 에세이로 분류되고 한 쪽은 노골적이고 한 쪽은 우회적이다. 하나는 직구이고 하나는 변화구이며 한 책은 글에 대해서만 집중하고 한 책은 여러 키워드 사이에 넣어두었다. 그런데도 신기하게. 두 책은 (위화의 책에 대해선 글쓰기, 와 독서, 의 제재로만 한정되어 이야기한다면)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두 사람은 현실과 픽션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모래바람 부는 바깥, 영안실의 세상과 활자로 된 세상을 명확히 구분했다. 그러나 그들은 책으로 도망쳤고 책과 함께 도망쳤고 결국 책이 되었다. 현실과 픽션은 다른 것이다 말하면서도 현실과 픽션이 다른 것이어야 할 필요는 무엇이냐고 묻는다.

 

두 사람은 소설가지만 이 이야기의 핵심은 비단 소설이나 문학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두 사람이 말하는 책에 대한 원초적 욕망, 태초의 구원, 타는 목마름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 책이 없어도 될 세상에 책이 없으면 안 될 이유의 답이 된다.

 

 

 

, Hotel robby (1943)

 

 

얼마 전 운 좋게도 이승우 작가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의 강연 내용은 이미 두 권의 책에서 말한 바와 거의 같았지만, 육성으로 듣는 느낌은 또 달랐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서사는 동사를 필요로 합니다. 그리고 경험이 이야기를 만듭니다. 즉, 삶이 이야기를 만들고 다시 이야기가 삶을 만든다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어쩌면 삶에 간섭하게 하기 위해 이야기를 만드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야기의 속성이란 한 번 만들어지면 삶에 참견하고 간섭하고 싶어 한다는 것입니다. 그건 이야기만의 아주 중요하고 특별한 특징입니다. 고개를 끄덕거리며 가끔 끄적거렸다. (책에 쓰인 것처럼) 저는, 소설가가 된 후로 더 이상 일기를 쓰지 않았습니다 라는 작가의 말이 두 갈래로 나뉘어 들린다. 하나는 모든 소설은 근본적으로 자신의 이야기, 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소설은 근원적으로 자신을 위해서, 라는 것으로.

 

우리는 언제 일기(또는 그냥 메모라거나 낙서라고 해도 상관없다)에 가장 골몰하는가. 역시 마이너스적인 감정이 박힐 때가 아닐까. 좋은 일은 감정이 되지만 나쁜 일은 감각이 된다. 그 감각들이, 일기가 된다. 짜증과 분노, 혼돈과 열망, 체념과 절망 등등. 엄마에게 혼난 일이 억울할 때, 친구와 싸우고 분이 풀리지 않았을 때, 오래토록 바라던 일이 이뤄지지 않았을 때, 시험에 떨어졌을 때, 배신을 당했을 때, 사랑이 떠났을 때, 죽음과 상실 후. 일기는, 글쓰기는 그럴 때 산발적이고 폭발적이며 자발적으로 나타난다. 누구를 위해서도 아니고 무엇을 위해서도 아니다. 그저 써내려가기 시작한다. 자신도 알 수 없는 어떤 욕망이나 갈증을 겪으며. 그러니까, 이승우 작가의 말처럼 대개의 경우. 사실상 참담함이 이야기를 만든다.

 

 

, Chair Car (1965)

 

 

『어두운 기억 속으로』는 픽션이지만 현실이 아니라고 단언할 수 없었고 또한 현실의 무언가를 상기시켰다. 심하다 싶을만큼 감정이 옴폭 빠져 우울했다. 그 날 나는 메모장을 꺼내 읽을 수 없을만큼 수많은 글자들을 썼다. 소설에 대한 감상, 마음을 지긋하게 누르는 대화들, 연쇄적으로 나타난 비판과 두려움과 기억의 편린들. 그렇게 일기를 쓰고나니 심하다 싶을만큼 침강된 마음이 조금씩 융기됨을 느낀다. 참담함이 글을 불러온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이것은 픽션이고 이쪽이 현실이지만 이 픽션은 현실의 일부가 된 것임을 수긍한다. 그것도 내가 택한 책이고 내가 감내한 경험의 수치라고 거창하게 말한다.

 

일기를 쓰는 자는 어쩌면 소설가가 되고 소설가는 더 이상 일기를 쓰지 않는다. 

나는 일기를 쓰고 소설가는 소설을 쓴다. 이 욕망의 출구는 달라도 입구는 하나다.  

 

 

 

 

 

 

 

 

 

 

 

 

 

 

 

 

 

 

 

*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은 연대순이며 인용문의 일부 단락은 임의 조정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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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2-11-07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뭐 물어봐도 돼요? 호퍼는 왜 책읽는 사람을 그린 거예요? 저렇게나 많이.. [북호텔]의 '북'이 책이 아니라 북쪽이란 걸 알고 깜놀한 나는 이 페이퍼 읽으면서 민음사판 [북호텔]의 그 어이없는 자태를 떠올릴 뿐이고.. 무슨 생각하며 책을 샀던 거냐..!

이승우 작가는 그래서 동사와 경험 이야기만 해줬어요? 동사는 그렇다치고 경험.. 나쁜 것도요? 예를 들어 <어두운 기억 속으로>와 같은 것도? 그건 아닐 거잖아요. 경험의 '경험'의 범위는 어디까지.. 아니면 내가 개념이해를 잘못한 건가요?

일기장에 썼던 일기를 페이퍼로 옮겨주면 안돼요?(라고 하면 나는 아이님한테 약해,이러면서 또 해줄거죠?^-^)

Shining 2012-11-07 21:39   좋아요 0 | URL
글쎄요, 사실 책읽는 그림들을 제가 짬짬이 모아뒀을 뿐 연작이 있거나 하진 않으니, 많이 그렸는지는 모르겠구요^^; 저는 마로니에북스의 포트폴리오(화집이라고 할까요)를 갖고 있는데요, 그 책에서도 지은이는 이렇다할 주장이나 짐작을 하지 않아요. 다만 <한편 여성의 독서 행위는 확연한 구분의 상징이자, 자기로의 회귀이며, 즉각적인 재현을 필요로 하지 않는 상징체계에 집중하는 태도이기도 하다.>라고만 쓰여있어요.

앗, 아이님 댓글 읽고보니.. 헷갈리네요 제가 봐도; 이승우 작가님의 말씀은 색깔은 바꿔뒀습니다, 고마워요(꾸벅). 많은 말씀을 하셨지만 제 기억에 남는 완전한 문장은 저런 것들이었어요. 뭐랄까, 모든 서사는 동사를 필요로 합니다, 는 실제 하신 문장이구요.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나온 말씀이에요. 경험, 이 궁극적으로 이야기를 만드는데 이야기가 되는 경험, 은 대개 참담한 것들이 되기 마련이라구요. 일기를 쓰지 않는 건 소설을 쓴 후였다, 라는 말씀도 실제구요.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고 있다, 라는 책에서 쓰신 것과 거의 유사한 말씀+흐름이었어요. 다만 육성으로 듣는 감흥과 실물(?)에 넋을 놓았다는ㅎㅎ

2012-11-07 2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1-13 2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1-14 1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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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팠다. 아니 아직 아프다. 근 2년 간 한 번도 아프지 않았다고 뿌듯하군, 싶더니 한 번에 왔다. 38. 2도의 열을 안고 일을 하러 갔다. 나는야 어른(유사 표현으로는 목구멍이 포도청, 이 있겠다). 토요일 밤, 잠들기 전 39.3도. 조금만 더 올라가면 응급실에 가야겠다, 고 생각하며 도롱이벌레처럼 웅숭그리고 잠든다. 주말 이틀동안 마흔 시간 가까이 잤다. 깨있는 시간마저 사실 자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기절한 것처럼 자다가 가끔 낑낑댔다. 기침과 코막힘과 열보다 괴로운건 두통과 이명. 왼쪽 귓속이 꽁꽁 부은 것처럼 아파서 깜빡 울 뻔했다. 며칠 간 잠만 자댔는데도 껄끄럽고 푸석하다.

 

몇 해 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다. 너는 혼자 살면 반드시 고독사 할 거라며 혀를 차며 친구가 왔었다. 죽과 약을 사와선, 이마를 짚으며 미련도 병이라며, 미친 짓이라고 온통 심한 말을 쏟아내며 화를 냈다. 그때까지 나는, 아픈 줄 몰랐다. 그냥 세상이 좀 덥구나, 기침이 나오는군, 싶었는데 전화를 받는 순간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걸 알았다. 어쩔 수 없이 들켰고, 달려왔다. 친구가 재본 내 열은 39.8도 였단다. 잘 참는다, 아픔도 제법 잘 견디고, 징징대지 않는다, 가 장점이라고 생각하지만 가끔씩 너무 오래 참았구나 머쓱해질 때가 있다.

 

아프다는 말을 하는게 그렇게 힘들까. 아무도 모르게 아프고 아무도 모르게 낫고 싶었다, 늘. 나는 가장 온건한 사람이길 바랐고, 심리적으로 약해졌을 땐 더더욱 아프지 않으려 필사의 노력을 했고 그래도 아플 땐 들키지 않으려 애썼다. 아플만해서 아프다, 는 연민이 고집스럽게 싫었다. 마음의 문제가 곧바로 몸의 문제로 이어진다는 인과관계를 지적당한 것만 같아 부끄러웠다. 손에 자주 생채기가 나고, 손목이 붓고, 파상풍 주사를 맞으러 가야할만큼 깊게 다치는, '다치는' 일은 막을 수가 없었지만 통증을 감춘다. 늘 상대방보다 잘 참아야한다는 일말의 책임감 때문에 마치 남을 받드는 것처럼 면밀히 건강을 살폈다.

 

아팠다. 아니 아직은 조금 아프다. 그러나 열이 많이 내려 휘청거리지 않고 알싸하지도 않으며, 말도 할 만 하다. 미련도 이만하면 병, 이라는 말에 기꺼이 동의한다. 하지만 여전히, 어떤 아픔도 지나가기 전까지 타인에게 고하지 않는 것이 버릇 아닌 버릇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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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서, 글을 안 쓴 건 당연히 아니다. 컨디션 난조와 본격적인 감기는 넉넉히 봐줘야 일주일. 그렇다면 약 3주 간 뭘했을까? 글쎄, 내가 더 궁금하다. 평온했다. 차근차근 여름옷을 정리하고 스카프와 윈드브레이커를 꺼냈다. 선풍기 날개를 씻어서 말리고 다시 조립해 덮개를 씌웠고 샌들과 슬리퍼를 정리해서 박스에 넣었다. 이런저런 생일 선물을 받기도 했으며 명절도 지났고 가볍게 기차여행도 다녀왔다. 어제가 오늘같고 오늘이 내일같은, 실제로 그렇게 바꿔 기억을 해도 별 탈이 없는 날들이었다. 날씨가 몹시 좋았고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고 그러나 심란해하지 않고 제법 책도 읽었다. 알라딘에는 이웃들의 소식이 궁금해 가끔 들어왔고 몰래 인사를 남겼다. 그런데도 글은 쓸수가 없어서. 막막해서 마침내 외면하기에 이르렀다.

 

결핍이 있는 자만이 무언가를 갈구한다, 고 말한 이는 나였는데. 내 안에는 결핍이 없던걸까, 그 결핍을 모색할 번민이 없었던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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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우는 동어반복의 글쓰기를 한다.

 

내적으로는 자문과 부정을 통한 문장의 외형이 그러하고 외적으로는 유사한 소재들의 반복이 그러하다. 마을의 수재였던 청년, 고시공부를 했던 남자, 아버지의 얼굴을 모르는 아들, 광에 갇힌 청년, 종교적 색채와 번민, 부정 등. 구조는, 서사는, 때로 주제는 반복된다. 

 

대부분의 경우, 동어반복은 부정적인 면으로 지적된다. 누구는 한계라 할 테고 누구는 지겹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예컨대 김훈의 경우가 그러하다. 그의 사고의 폭이 한정적이라 평하는 이도 있고, 그의 문체는 매력적이나 때론 문체가 사유를 제약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문제의식이 반복된다는 평도 있었고, 에세이의 문장과 소설의 문장이 같은 태도에서 그릇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승우의 동어반복은 김훈의 것과 닮고도 다르다. 그는 '애초 모든 소설은 자전적일 수밖에 없다'고 -자신의 다른 책에서- 말하며 자전적 소설임을 구태여 감추지 않고, 배경이나 상황이 시공간을 초월하지도 않는다. 김훈의 문장이 초고도로 집적 된 문장의 정수라면, 이승우의 문장은 이러하다.

 

그렇게 해야 했느냐고 물으면, 그렇게 해야 했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물론 그렇게 할 필요가 없었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 온다는 걸 안다. 그 순간이 언제나 너무 늦게 찾아온다는 것도. 그렇게 할 필요가 없었다는 걸 깨닫는 순간은 대개 어떤 이유로든 그렇게 할 수 없게 된 순간이다. 그렇게 할 수 없게 된 순간에야 그렇게 할 필요가 없었다는 걸 깨닫는다. 그러니까 불필요한 깨달음이다.  - 이승우, 칼

 

사랑하는 자는 자신의 사랑에서 획득한, 혹은 자신의 사랑으로부터 부여받았다고 세뇌당한 무소불위의 권력 때문에 두리번거리지 않고 질주하고(왜냐하면 무소불위의 권력은 두려움을 모르니까.) 무모함 속으로 빠져들고, 무모함 속으로 빠져들면서도 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왜나하면 무소불위의 권력은 반추와 성찰을 모르니까.) 뒤늦게 인식하고도 멈추지 못한다.(왜냐하면 무소불위의 권력은 패배를 모르니까.) 

 

(젼략) 장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이었다. 물론 아무렇지 않은지 어떤지는 그 말고는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아무렇든 아무렇지 않든 그는 오랫동안 그 표정만 짓고 살아온 사람이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그의 얼굴이 아무렇지 않다는 걸 표현하기 위해 지은 표정이라고 단정할 수 없었다. 아무렇지 않아도 짓는 표정이었지만 아무렇지 않지 않아도 지을 수밖에 없는 표정이었다. - 이승우, 지상의 노래

 

그는 원인과 결과를 구태여 규명한다. 원인 뒤 결과를 내비치지만 반드시 결과의 원인이 그것이 아닐수도 있다고 말한다. A의 결과는 B라고 말하더니 반드시 B의 원인이 A는 아니라고 하며 B의 원인이 C일수도 있지 않냐고 하더니 그렇다면 A의 결과도 D일수 있다고 하는 식이다. 또는 자신의 사고의 과정을 해명하거나 표현하기도 한다. 하나의 표현 -마지막 문단의 경우 '아무렇지 않은'- 으로 말장난을 하듯 꼬리에 꼬리를 문다.

 

처음 그의 문장을 읽고 아찔했다. 몸통 외에 모든 것을 잘라내고 필요한 수식을 걷어내고, 그렇게 명료하고 단순하게 쓰는 것이 잘 쓴 문장이라고 생각해 왔더랬다. 김훈의 문장은, 수식이 짧고 간결했지만 필수불가결한 요소들로만 이루어지지 않았던가. 헌데 이승우의 문장은 길고 복잡하다. 헌데 난해하지도 않고 어렵지도 않으며 문장의 깊이를 강화한다. 아마도 그 외에 누구도 이런 식으로 이렇게 이렇게까지 잘 쓰지는 못하리라, 혀를 끌끌 찬다.

 

개인적으로 그의 단편이 장편보다 더 밀도있게 느껴지는 건 아마 이런 동어반복의 서사와 문체 때문이 아닐까. 때문에 『지상의 노래』가 그의 다른 단편보다 혹은 이승우의 -내가 읽은- 모든 책 중 가장 뛰어나다고 말하긴 어렵다. 그러나 이 책엔, 그 외엔 아마 누구도 할 수 없는 것들이 들어있다. 소재, 서사, 문장, 사유. 그것들이 혹 동어반복으로 읽힐지라도 나는 그를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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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이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 중의 하나는, 맨발로 거리를 달리는 테레즈에게 로랑이 구두를 신겨주는 장면입니다. 두 인물이 재로 돌아가는 마지막 장면에서도 그 구두가 툭 하고 떨어지면서 영화의 문을 닫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 영화는 구두로 시작해서 구두로 끝나는 영화가 아닐까.   - 신형철, 느낌의 공동체

 

식후 소화도 되지 않은 채 들어간 영화관에서 일행과 나는 메슥거리는 속을 달래며 영화 <박쥐>를 봤다. 전혀 무섭거나 징그럽지는 않았는데, 피를 빠는 '쪽쪽'거리는 소리의 리얼리티가 귓속으로 끊임없이 안착해 어쩐지 속이 울렁거렸었다.

 

나 역시 그 장면을 기억한다. 맨발로 뛰는 것 외엔 돌파구가 없었던 태주(김옥빈)의 창백한 발에 신기던 무릎 꿇은 상현(송강호). 그 장면이 애틋하기보단 저릿했던 건, 그 다음에 올 파국의 드라마를, 알고 있기 때문이라.

 

하릴없이 또 한 켤레의 구두가 떠오른다. <아이 엠 러브>. 이 아름답고 빈틈없는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명징하다. 첫 장면, 엠마의 남편은 엠마에게 온갖 액세서리를 채워준다. 마치 인형을 꾸미는 것처럼, 무엇도 허용하지 않는 듯, 물건을 대하는 것 마냥. 마지막 장면, 남편은 엠마를 구두로 데려간다. 확신한다. 엠마는 거기서 그 말을 할 결심을 했을 것이라. 구두를 들고 사람에게 다가오는 게 아니라, 사람을 구두로 끌고 가는 남자. 그녀는 하나의 소품이었고 구두를 신을 예쁘고 우아한 인형이었구나. 그 말 후, 남편은 엠마의 어깨에 걸쳐 준 수트를 다시 벗겨간다. 이제 필요없어진 인형에게서 옷을 도로 벗겨가듯이. 그리고 당신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아아, (내가 이제 이 옷을 벗겼으니, 구두를 벗어던지고 머리카락을 자른) 당신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며 동시에) 아무것도 아니다,는 말이구나.

 

덩그마니 놓여있던 구두, 감정이 차오르는 엠마와 사람을 구두로 데려가는 남자. 이 영화가 눈부신 이유는 바로 이런 것이다. 일관되게 표현하는 감정, 우아한 표현, 기가 막힌 카메라와 정교하고 집적된 표현 방식. 다시 생각해도 멋지고 슬픈 장면. 한 켤레의 구두로 남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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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어른이라는 이유로 때로는 친척이라는 명목으로, 더 무섭게는 너를, 네 부모님을 생각해서 하는 말이라며 충고한다. 별로 어른스럽지 않은 어른도 어른다움에 대해 충고하고, 증오와 폭력의 결혼생활을 하는 이들도 그래도 결혼은 해야 한다고 충고하며, 자식과 갈라선 이들도 그래도 남는 건 가족밖에 없다고 충고한다. "내가 살아보니까"로 시작해 이런 직장에 다녀라, 결혼은 이런 사람과 해라, 지금부터 결혼을 생각해야한다, 이렇게 살아야한다, 저렇게 하지 말아라, 라는 충고대회라도 되는 듯한 이야기들을 계속 듣다보면 외려 반발심이 생기고 조소하거나 고소한다. 가끔 이 모든 것이 -죄송스런 말씀이지만- 징그럽다고 생각한다면. 나는 막돼먹은 사람일까, 아님 아직도 이런 일에 분개하는 어린애일까.

 

세상 모든 경험은 주관적이고 때문에 경험도, 충고도, 지혜도 일반화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내가 그런 삶을 살았다해서 너의 삶도 그럴 것이라 말할 수 없으며, 나는 그렇게 했으니 너도 그렇게 하라고 말해선 안 된다. 고생하는 게 안 되보이고 그래서 자신의 노하우(라는 것이 정말 존재한다면)를 알려주고 싶은 마음, 십분 이해한다. 그렇지만 인생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 백 명의 사람에겐 백 개의 삶이 있고, 백 개의 삶은 일정하게 해석하거나 공감할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이승우의 문장처럼 A의 결과 B가 생성될수도 있지만 B의 원인이 반드시 A는 아니며 A의 답 또한 C나 D, E, F등이 될 수 있고(실제로 더 많은 경우의 수가 있을테고) 그렇다면 B의 원인도 G나 H로 해석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무엇보다 어떤 것도 인과관계를 명확히 할 수 없는 게 삶의 불가피한 부분 아닐까.

 

궁극적으로 인간은 자신의 것으로만 사람이 되어가는 존재다. 당신의 당신 삶으로서 가치를 선택한 것처럼 나 역시 내 삶으로서 가치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 자신의 등에 짊어진 짐은 누가 대신 들어줄수도 줄여줄 수도 없으며, 무엇을 선택해서 어떤 답을 얻든지 그건 그의 몫. 다 괜찮아 질거라는 헛된 희망도, 누구나 그런 시기가 있다는 훈계도, 모두가 다 그런 시절을 지나왔다는 냉소도 필요치 않다. 아아, 누구도 함부로 충고하지 않았으면 한다. 동일한 이유로, 나 역시 누군가에게 조언하거나 충고하고 싶지 않다, 감히.

 

하지만 어쩌면 이런 단호한 표현, 충고하지 말라는, 모든 인간은 궁극적으로 경험론자라는 나의 생각 역시 누군가에게는 주장 더 나아가 충고로 들릴지 모른다. 그저 개인의 경험에서 얻어진 파편일 뿐인데, 내가 획득한 나의 가치관일 뿐인데. 내 말이 옳다고 교만하게 굴며 내 주장을 긍정하라고 은연 중에 압박하고 있지는 않을까. 그렇게 나도 모르게 충고하고 있지는 않을까.  

 

충고받지도 충고하지도 않은 삶을 살고 싶다. 유연해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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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따삐야 2012-10-17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hining님,
난해하지도 않고 어렵지도 않으며 문장의 깊이를 강화한다. 소재, 서사, 문장, 사유. 그것들이 혹 동어반복으로 읽힐지라도 나는 그를 지지한다. 이러한 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스물 초엽에 읽은 <에리직톤의 초상>의 감동과 충격을 어떻게 잊을까요. 그 반복의 의지를, 신념을 저 역시 애독합니다.

Shining 2012-10-19 11:40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깐따삐야 님 :)

누구에게나 잊을 수 없는 어떻게 노력해도 지울 수 없는 기억은 있지 않냐고, 그 심연에 파고드는 것도 작가의 정신이나 자세가 아니겠냐고, 그렇다면 이승우의 반복은 부진이 아니라 강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름만으로, 저를 절망하게 하는 동시에 설레게 하는 작가입니다.

2012-10-17 19: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0-19 1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dreamout 2012-10-17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에서 저자가 '명령받지도 명령하지도 않는 삶을 산다.'라는 말을 한 것이 떠올라요.
그 문장 읽으면서 진심으로 그런 삶을 바라고 있는 저를 봤는데, 충고받지도 충고하지도 않는다는 말도 좋네요.

Shining 2012-10-19 11:44   좋아요 0 | URL
충고하지는 않는데 충고받는 것도 억울하고, 충고받는데 충고하지 않는 것도 실은 어려운 일 같아요^^;
하지만, 정말 그렇게 살고 싶어요, dreamout님ㅠ

2012-10-18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승우 문장요약 재밌고, 그걸 샤이닝님 상황에 적절히 끌어온 것도 재밌어요. "사람은 자신의 것으로만 자기 삶을 만들어간다"는 표현, 인상적이네요. ^^ 건강 유의하세요. 날이 추워졌어요!

Shining 2012-10-19 11:48   좋아요 0 | URL
모든 인간은 궁극적으로 경험론자, 라는 것이 저만의 개똥철학이거든요, 하하.
그러게요, 이제 정말 가을, 을 넘어 겨울이 오려나봐요ㅠ 섬님도 감기 조심 :D

티티카카 2012-10-18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잡담 같지 않은 페이퍼, 잘 봤습니다 ^^

Shining 2012-10-19 11:49   좋아요 0 | URL
어서오세요, 티티카카님 :)
잡담 페이퍼도 잘 읽어주셨다니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요, 후훗.

맥거핀 2012-10-19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저는 충고보다는 술사주는 분이 더 좋습니다. 물론 가끔 충고를 하기 위해서 술을 사주는 선배가 있기는 하지만..저는 그럴 때 그러죠. 선배, 술이나 드세요(그래서 선배들이 저를 싫어하는 모양입니다.ㅋ). 물론 아무리 그래도 술에 취하면 충고를 시작하기는 하지만, 이미 그 때는 저도 취해있기 때문에..(라는 돼먹지 않은 댓글을 쓰고 있군요.)

뭐 아무튼 건강 잘 챙기시라는 얘깁니다. 건강해야 술을 먹죠.ㅋ


Shining 2012-10-22 12:50   좋아요 0 | URL
하하. 동의합니다. 술을 사주며 충고를 하는게 아니라, 충고를 하기 위해 술을 사주는 선배들이 있긴 하죠_- 네, 저도 술 사주는 분이 좋습니다ㅎㅎ 이주 가까이 술은 입에도 못 댔군요, 네, 건강해야합죠ㅠ 맥거핀님도 건강하셔서 술도 잘 드시는(...응?) 생활 하십시오*-_-*
 

 

 

 

 

정말, 많은 맥주를 마셨다. 함에는 늘 병과 캔이 나뒹굴었고 분리배출 하러 나갈 때마다 동생은 나와 맥주캔을 번갈아 바라보곤 했다. 법이 허용하지 않은 나이부터 꾸준히 열심히 마셨지만(...) 올해처럼 달고 살았던 적은 처음인 것 같다. 여름은 딱 미치지만 않을 정도로 더웠고 그러나 나는 바빴고 그래서 열대야도 없이 잘 잤다. 축적된 피로가 열대야를 누른 셈이다. 집에 오자마자 씻고 밥을 먹고 맥주를 마시며 책을 읽고 일찍 잔다, 로 7,8월을 보냈다. 동생이 더워 죽겠다며 히스테릭하게 굴 때마다, 언젠가는 이 더위가 그리워질거라고 어른답게 말했다. 물론 손에는 물방울이 맺힌 맥주병을 들고. 냉장고에서 덜그럭거리는 병의 소음을 흐뭇하게 들었고 줄어들 때를 기다리지 못하고 마트로 달려갔다. 마시는 전체의 양이 아니라 얼마나 의존하는지 얼마나 꾸준히 자주 먹는지가 관건이라는 알코올중독의 초기증상을 내가 보이고 있었다, 고 어느 날은 친구에게 진지한 얼굴로 의논도 했다.

 

두 번의(이제는 세 번이구나) 태풍이 지나가며 집 근처 나무를 족히 열 그루는 쓰러트렸고 친구네 윗집 창문을 모조리 깨부셨다. 그리고, 더위도 데려갔다. 이제 냉장고에는 남은 맥주가 두 병 들어있고 지난 주는 한 번도 손이 가지 않았다. 아아, 알코올홀릭을 향한 한걸음의 걱정따윈 없어도 될 것이었다. 맥주는 갔고 여름도 갔다. 여름이 가니 맥주도 자연스레 갔다.

 

 

 

Joseph  Mallord William Turner, <노햄 성, 일출 Norham Castle, Sunrise(1845)>

 

 

둘이서 마주 앉아, 잘못 배달된 도시락처럼 말없이, 서로의 눈썹을 향하여 손가락을,

이마를, 흐트러져 뚜렷해지지 않는 그림자를, 나란히 놓아둔 채 흐르는

 

우리는 빗방울만큼 떨어져 있다 오른뺨에 왼손을 대고 싶어져 마음은 무럭무럭 자라난다

둘이 앉아 있는 사정이 창문에 어려 있다 떠올라 가라앉지 않는, 生前의 감정 이런 일은

헐거운 장갑 같아서 나는 사랑하고 당신은 말이 없다

 

더 갈 수 없는 오늘을 편하게 생각해본 적 없다 손끝으로 당신을 둘러싼 것들만 더듬는다

말을 하기 직전의 입술은 다룰 줄 모르는 악기 같은 것 마주 앉은 당신에게 풀려나간,

돌아오지 않는 고요를 쥐여 주고 싶어서

 

불가능한 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당신이 뒤를 돌아볼 때까지

그 뒤를 뒤에서 볼 때까지     - 유희경, 내일, 내일

 

 

여름은 선연하고 찬란하고 진솔한 계절이다. 그러나 지난 계절을 부옇고 물들인 휘슬러와 터너로 보냈다. 어디가 어디인지, 몇 시쯤인지를 도통 알 수 없는 그의 그림을 바탕화면으로, 스크린세이버로 지정해 때때론 멍하니 커피를 마시며 눈으로 좇았다. 모두가 여름의 지독함에 대해 말했다. 더위를 많이 타는 나도 당연히, 여름의 끔찍함을 논하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그래도 나는 때때로 변절자처럼 여름의 다정함을 말한다. 지독하지만 실은 나쁜 녀석은 아니라고 옹호한다. 그가 주던, 퍼석하게 마르던 빨래와 햇빛냄새 나는 옷감, 부비던 나뭇잎 사이로 떨어지던 햇살 자락을 무엇과 바꿀 수 있을까.

 

여름은 첫사랑의 융단이었다. 친구는 자신의 첫사랑에 대해 그렇게 말했다. 중학생 때. 흙을 부대끼며 뛰어놀던 사내아이들이 점심시간이 끝나 우르르 들어오면 교실에 목탄의 땀냄새가 자욱해지고 힐끔, 짝사랑 하던 남학생을 보았는데 순간 그 아이가 엄청나게 예뻤단다. 날이 구겨진 하얀 교복 윗단과 그 아래 쭉 뻗은 뼈대가 굵고 가는 팔 아래로 땀방울이 맺힌 것을 보았을 때, 머리칼에서 떨어질 듯 매달리던 물방울과 상관없이 가지런한 이를 드러내며 웃는 그 남학생을 봤을 때. 자신이 짐작한 것보다 스스로가 심각한 짝사랑에 빠져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그래서 여름은 나무의 알큰한 뿌리 냄새 나는 첫사랑을 환기시킨다고. 말 한 마디 떼어보지 못하던, 돌아갈 수 없는 명징함이 주는 찬란한 아름다움의 세계,로 자신을 데려간다고.

나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스트로우를 휘휘 저었고 일본 애니메이션 <추억은 방울방울>과 <귀를 기울이면>, <바다가 들린다>등을 떠올리고 있었다. 방과후의 나른함과 아득히서 들리는 함성 소리, 책상에 매달려 흔들리던 작은 보조가방과 항상 제 자리에 있지 않던 빗자루와 지우개 자국이 나있는 성의없이 지워진 칠판. 누군가의 책상에 잠자던 러브레터. 확실히 여름은 첫사랑에 어울리는 계절이구나.

 

 

창밖은 얇고 무서운 계절

사내들, 언어를 안고 걸어간다

빗속을 나는 새에 대해 들어본 적 없지만

방금, 공중을 지나는 것이 있었다

 

꽉 쥔 주머기 하얗게 돋는다 나는

빈자리마다 앉아 있다 그곳에도 나는 있고

놀란 표정이 잠든 얼굴들, 떠내려간다

 

그것은 새였을지도 모른다

사내들 흘린 것들 줍기 위해 돌아서고

젖어가는 코르덴 바지는 슬프다

 

우산은 그렇게 태어난다 우리는

젖은 채 태어나고 젖으려고 사는 것들

답 없는 질문처럼 꼭 그렇게

 

지금은 우산의 색을 떠올릴 시간

얌전히 들어서는 어둡고 익숙한,

곁에 머물고 이따금 스치던 손의 차가움,

 

아무도 울지 않는 이런 날엔 또 모두가 울고

날아간 것은 새들의 아득한 꿈이었을지도

젖어가는 것은 속속들이 빗물이었을지도    - 유희경, 우산의 고향

 

 

여름은 온갖 것들이 젖어가고 젖어가는 속도로 말라갔다. 올 여름은 잊지 못할 만큼 더웠고 잊고 싶을 만큼 물이 넘쳤다. 우산은 늘 울음을 멈추지 못해 바보처럼 뚝뚝 눈물을 흘렸고 그 표현은 왕가위의 <중경삼림>의 대사가 생각나게 했으며 그 끝에서 유희경의 시집 속 우산 연작이 떠올랐다.   

 

여름은 상실이다. 여름날 나는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린 자의 전화를 받았다. 날카롭고 정직해서 닿기만 해도 핏방울이 맺힐 것처럼, 마치 스타카토처럼 말하던 사람. 진실을 믿어서가 아니라 진심을 숨기는게 귀찮았기에 사실만을 말하는 자. 거짓말이나 비밀에는 공격이 아니라 방어의 본능이 있다는 것을 이해 못하는 강하고 이기적인 자. 그는 어디로든 떠돌았다. 기차 안, 놀이터, 때 지난 바닷가, 산사 등등에서 목소리를 전했다. 나는 대부분의 전화를 잠에서 깨 받았는데 그럴 때마다 마치, 잘못을 저지른 채 아무렇지 않게 동면에 빠져버린 미련한 곰이 된 기분이었다. 어른이 되고 난 후 그는 더 멀리 갔다. 브뤼셀, 오슬로, 바그다드, 마닐라, 쿄토 등등. 그는 어느 여행가 못지 않게 세계 곳곳을 누볐지만 나는 그가 부럽긴 커녕 되레 가여웠다. 그는 온갖 곳을 갔고 거의 모든 것을 가졌지만, 오슬로의 미술관도 바그다드의 야시장도 교토의 허름한 여관도 그에게는 똑같은 거리일 뿐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어떤 사람은 타인이나 상황이 아닌 자기 자신 때문에 떠난다는 것을, 인간은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에 의해 상처 입는다는 것을, 그는 입증했다. 가끔씩 나는 그의 긴 그림자를 뎅강 잘라주고 싶었다.  

 

 

 

 

, Venice, San Guirgio from the Dogana : Sunrise (1819)

 

 

흔히들 봄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하지만 나는 여름처럼 각별한 대접을 받는 계절을 본 적이 없다. 계절은 대개 인사 없이 사라졌다. 가나? 싶어 고개를 빠끔 내밀면 새로운 계절이 문을 열며 여어, 태연하게 손을 흔들며 침입하는 식이다. 때문에 정식으로 인사를 받거나 배웅을 한 적이 없었다. 봄이 올 때는 겨울은 안중에도 없이 '봄이여 오라'를 흥얼거렸고, 여름은 지겹고 뜨거워서 아는 척 하지 않았고, 가을은 제일 조용한 녀석이라 밤 사이에 살포시 자리에 앉았으며 겨울은 구태여 안녕, 이라며 팔 벌리지 않았다. 떠나갈 때는 봄에게 정신이 팔려 무관심해졌고. 그런데 이상하게, 여름에겐 늘 작별을 고했다. 안녕, 내년에 만나겠지. 그건 아쉬움도 그리움도 아닐텐데. 차라리 홀가분함에 가까울텐데도. 여름에게는 정식으로 인사를 하게 된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밖은 마지막 남은 비를 토해내는 하늘로 온통 어둡고 문은 아주 조금 열려있다. Paolo nutini의 Autumn을 듣고 있다. 여름은 등 뒤에 서서 어깨 너머로 재생목록의 몇몇 곡과 나를 번갈아본다. 곤란한듯 힐끔대며 입술을 살풋 깨물더니 머리를 긁적인다. 서너번 방 안을 왕복하더니 갑자기 톡톡 가볍게 어깨를 두드리며 머리칼에 사라지듯 입맞춘다. 

 

여름, 나는 감기에 걸리지 않았고 빈혈이나 두통에 시달리지 않았고 더 절망하거나 덜 슬퍼하지도 않았으며 더 많은 것을 사랑하거나 더 적은 것을 상실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안녕, 하고 여름은 손을 흔들었고 그를 배웅하며 나는 이성복의 시를 읽는다.

 

 

새들은 무리지어 지나가면서 이곳을 무덤으로 덮는다

관 뚜껑을 미는 힘으로 나는 하늘을 바라본다 - 이성복, 아주 흐린 날의 기억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    - 이성복, 그 여름의 끝

 

 

 

 

 

 

 

 

 

 

 

 

 

* 시의 연은 원문 그대로 옮겼으나 행은 임의로 편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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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8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혹은 자주, shining님은 댓글은 못 쓰겠고 추천만 누르고 싶은 글을 쓰십니다.^^

Shining 2012-09-19 21:49   좋아요 0 | URL
한겹, 에 쓰는 건 일기 같고 편지 같은, 개인적이고 유치할만큼 센치한, 그런 얘기라 그런가봐요^^;
(제겐) 생각이 글을 불러오게 하기도 하지만, 글이 생각을 불러오게 하는 카테고리거든요.

맥거핀 2012-09-19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그러니까 저는 이런 글은 못씁니다. (오로지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이 말 뿐이군요.)

Shining 2012-09-19 21:51   좋아요 0 | URL
어..그러니까 저도 맥거핀 님 같은 글은 못씁니다ㅠㅠ(폭풍눈물..)
가끔씩 제가 추천만 누르고 흔적없이 사라지는 이유랍니다...

비로그인 2015-03-22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성복 시인의 중고 시집을 찾다가 이곳까지 흘러들었습니다.
와, 하는 감탄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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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황금사자상을 받았다는 뉴스를 들은 것은 지난 주 토요일 아침 그러니까 8일 아침이었다. 금요일에 조카를 보러 갔고 오 분마다 뒤척이고 한 시간에 한 번씩 찡찡대는 조카를 따라 번갈아 깬 우리(그러니까 언니와 형부와 나)는 아기가 아침 잠에 곤히 든 틈에야 부시시한 몰골들로 겨우 TV를 틀었다, 물론 볼륨은 1로 놓고서. 기억으로는 첫 뉴스, 아니면 두 번째였고 그것만으로도 그 뉴스의 무게를 알 수 있었다. 나는 토스트와 오렌지주스로 아침을 대신 하고 있었는데 순간 오렌지주스가 역류하는 따끔함에 눈물이 고였다.

 

다음 뉴스로 넘어갈 때 언니가 물었다. "근데 저거 대단한거지?" "뭐어? 당연하지. 지금은 칸이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다고 해도 어쨌든 3대 영화제잖아(나는 흥분한 톤으로 다다다 말했지만 실은 아기 때문에 내 목소리도 볼륨은 1이었다). 그러니까, 음, 미하엘 하네케나 다르덴 형제나 어, 로만 폴란스키, 라스 폰 트리에랑 동급이 되는 거라고! (여기서 언니의 그게 누군데?라고 묻고 싶으나 참고 있는 얼굴을 한 번 보고) 그러니까(아, 한 번에 퐉 이해가 될만한 사람이 누가 있지)...... 이안 감독?" "아하, 이안 감독. 대단한거네!" 언니는 깔끔하게 수긍했다. 그나마 이안 감독님이 있어서 살았다. 아, 이런 쿠엔틴 타란티노도 있었잖아. 구스 반 산트도 이해했을텐데. 아무튼 이안 감독님 땡쓰 얼 랏. 

 

 

 

-

이런 뉴스가 나왔기에 예상되는 과정은 뻔했다. 첫째, 언론에서 과도하게 떠들어대겠지. 특히 김기덕 감독과 한국영화계의 은근한 반목에 대해(근데 정말 그럴까? 이 주장에는 얼마간의 음모론이 섞인 것 같다). 수상경력과 3대 영화제 석권 블라블라 하면서. <아리랑>과 <아멘>에 대해서. 그리고 얼마간 관객이 들겠지. <밀양>과 <시>가 그랬던 것처럼 '일반'관객들.

 

지난 화요일 영화를 봤는데 와, 정말 놀랐다. 약 100여명 수용하는 상영관에 절반 정도가 찼으니까. 독립영화관에서 <북촌방향>을 열 명의 관객과 함께 한 것의 열 배쯤 되는 충격이었다. 와, 와, 와. 어르신 두 분의 심신이 조금 걱정됐고 어른 커플의 싱싱한 멘탈도 염려됐다. 어쨌든 영화는 시작했고 다행히(?) 중간에 나가는 사람도 끝나고 욕하는 사람도 없었다.

 

 

 

 

-

  * 줄거리 언급이 있습니다.

 

생각해보니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영화관에서 본 건 처음이다. 그런데 '보려고' 했던 것도 처음이었다. 관심의 근거는 아무래도 제목과 여주인공인 조민수에게 있을 것이다. 이정진의 연기는 때때론 어색한듯 때로는 어울리는 듯 헷갈리게 만들지만 조민수의 연기는 올해 최고 중 하나. 작고 예쁜 얼굴에 떠오르는 절망과 귀기(鬼氣)라니. 두 사람의 키 차이도 인상적이다. 풀샷에 잡히는 두 사람은 20cm이상이 차이나는 것 같은데 스크린이기에 다행히 그 점을 커버하며 때로는 이용하기까지 한다.

 

사실, 김기덕 감독의 거의 모든 작품, 특히 초기작을 전작한 관객으로 말하자면 <피에타>는 감독의 다른 영화에 비해 '쎄진'않다. 그러니까, 적어도 <나쁜 남자>나 <섬>처럼 토악질을 불러일으키진 않았다는 것. 심지어 나는 일말의 유순함 그리고 어렴풋 봉준호와 박찬욱의 향기를 느꼈고 대부분의 폭력은 암시로서 비춰진다. 그만큼 이 영화엔 이해하기 어려운 단점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하나는 상징과 알레고리가 제법 단순하고 노골적이며 가끔은 유치하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인물에 갑작스러운 변화에 대한 설득력 부족을 예로 들겠다. 시놉시스만 읽어도 대부분의 관객은 유추할 것이다. 이 여자는 강도의 (당연히) 어머니가 아니며 누군가가 한 사람이 갈망하던 이를 가장했을 때 그 이유는 필연적으로 복수로 귀결된다. 이유는 오프닝 씬에 나온다. 죽음, 누구의 죽음에 대한 문책 그리고 복수. 그렇다면 그녀가 '엄마'로서 찾아오는 이유는 간단하다. 관객 모두가 예측할 수 있는 것을 그(강도)는 너무 쉽게 믿는다. 그의 행동은 점진적이지 않고 급작스럽고 변화 후엔 극단적이다. 개연성 부족이라니, 이건 아마추어나 신인감독이 하는 가장 흔한 실수가 아닌가. 좀 의아했다.

 

<피에타>가 황금사자상을 받았다고 해서 영화를 무작정 추켜세울 생각은 없고 객관적으로 이 영화가 김기덕 감독이 최고작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상이 인지도를 올려줄 순 있어도 단점을 커버할 순 없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대단하다, 고 말해야겠다. 아니지, 김기덕 감독은 대단하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18번째 영화란다. 18번의 영화를 찍으면서도 영화에 누덕누덕 붙은 광기와 열정과 집중은 어떤가. 제목 하나로 사람을 흥분시키고 러닝타임 내내 눈을 뗄 수 없는 몰입은 어떻고. 마치 르포타주를 보는 것 같은 현실감각은 어떤가.

 

거부할 수도 없고 거절할 수도 없는. 아름답고 쓸쓸한 영화. 특히 라스트 씬은 오랫동안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

 

 

 

 

 

-

변태적인 이야기를 해보자. 하하. 너무 좋아하시진 마시길. 이런 얘기엔 별로 소질이 없다.

 

나는 약간의 정리벽이 있고 얼마간의 결벽증이 있다. 정리벽은 사실 봐줄만하다. 예를 들면 옷장을 정리할 때 컬러, 크기(길이 또는 넓이), 소재별로 나눈다던지 책 정리를 하는 것. 출판사 별로 작가별로 제목별로 크기별로 (도서관처럼) 분류별로 가끔 책장을 바꾼다. 책이 별로 없는 편이라 가능한 거겠지만 이건 정리 후 쾌감 상위 5% 드는 일이란 말이지(물론 노동력도 5%).

 

결벽증은 이런 것. 결벽성 테스트에서(어떤 잡지에서 본 것 같다) "사람들과 함께 하지 않는 자리에서 자신도 모르게 세균에 대해 생각할 때가 있습니까?"라는 질문이 있었다. 흥, 콧방귀. 무슨 그런 실례가? 아니라, 사실 나는 사람들과 함께 앉은 자리에서도 가끔 생각한다. 근데 이 정도면 거의...... 말을 말자. 특히 손을 자주 씻는 편인데 세어보진 않았지만 (여름에는) 약 서른 번 정도 되는 것 같다. 비누로 씻는게 스무 번 가량, 물로 싹싹 열 번 가량. 다만 의뭉스러운 성격이라 아주 가까운 사람이 아니고선 이런 결벽스러운 면은 잘 모른다(고 믿고 싶다). 피곤하게 산다는 자각은 있지만 성격은 성격이라 자각으로 바뀌는 게 아니란 말씀. 지저분한 사람과 깨끗한 사람이 살면 깨끗한 사람만 홧병나고 게으른 사람과 부지런한 사람이 결혼하면 부지런한 사람만 속이 터진다는 게 이런 거다. 

 

가지런하게 물건을 줄 세우거나 냉장고나 옷장, 책장을 정리하는 건 사실 어느 정도 예쁜 버릇이다. 그런데 이런 건 좀. 컴퓨터 파일을 일렬로 정리한다든지 외장하드에 담아둔 폴더들의 앞 제목을 통일해서 가나다순으로 정렬시킨다던지. 그 중 최고는 이거. 노트북의 휴지통을 비우기 전에 내 컴퓨터 폴더를 연다. 사용 용량의 바가 표시되게 되어있는데 나머지 한 쪽에 휴지통을 연다. 그리고 휴지통 비우기, 를 누르면 짜라락 하는 소리가 나면서 하드의 용량이 쑥 줄어드는데 그 때의 그 쾌감. 휴지통 용량이 너무 조금이면 가끔씩 더 버릴 것 없나(!) 찾아보기도 한다. 많이 줄어들수록 왠지 더 뿌듯하니까.

 

이건 좀 변태적인가? 여러분은 그런 적 없나요? 

 

 

 

 

-

그리고 페티시즘. 병적일 정도가 아니라면 페티시즘은 이해할만한, 사실 흥미로운 경향이라고 여긴다. 예쁜 다리를 사랑하는 남자가 있고 아름다운 손을 좋아하는 여자를 이해하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그러니까, 내가 류승룡과 김윤석의 목소리를 사랑하고 조지 클루니의 옷빨을 사랑하는 것도 그 연장선상이겠지. 

   

아가 외계인처럼 생긴(...) 좀 큰 문어만한(심하다) 조카의 차밍포인트는 단연 발이었다. 쪼꼬만 발. 발갛고 모조품 같았다. 세상에서 제일 연한 두부보다 부드러운 것 같다. 가장 재밌는 건 손가락으로 발가락을 훑으면 간지러워서 움찔, 할 때인데 그게 그렇게 웃겨서 삼일동안 내내 웃음을 참으며 간지럽혔다(아임 쏘리 베이비). 배냇짓 할 때라 웃긴(예쁜, 보다는) 표정이 많아서 언니랑 둘이 킬킬대며 잘 웃었다(땡쓰 베이비).

 

페티시즘, 이라고 할 정도로 거창하진 않지만 최근에 알게 된 건데 나는 점, 에 의미를 두는 것 같다. 점이 있는 사람이 좋다거나 점만 본다거나 그 정도는 아니고; 손목이나 귀 뒤나 턱선 같은 눈에 띄기 어려운 곳에 점이 있다면, 피부가 하얗고 그래서 더 두드러진다면. 어쩐지 상상력이 풍부해진다(?). 저 곳에 점이 있는 걸 누가 알까, 몇 명이나 발견했을까, 저 사람의 애인도 저 사람의 점을 시크릿포인트로 생각할까, 별자리처럼 이어지는 점들이 있다면 나도 모르게 계속 보게 되지 않을까, 등등. 남들이 알기 어려운 좋아하는 사람의 면을 나만 알게 되는 것 같은, 그런 만족감 비슷한 마음에 전율하지 않을까, 라고.

 

이것도 변태적인가? 정말 여러분은 이런 면들이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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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를 잘하는 척 말했지만 나라고 모든 물건을 버릴 수 있지는 않다. 나는 곤도 마리에 씨(주 :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의 저자)가 아니니까. 몇 년째, 몇 십번째 월별로 쌓인 GQ를 버려야한다고 생각하지만 계속 책장에 꽂혀있다. 여성지를 보는 건 정말 재미없는데 왜 이렇게 남성지는 재밌지. 여성지엔 다이어트, 몸매 관리, 성형, 피부 미용, 연애, 화장품 등이 있지만 남성지엔 넋이 나갈만큼 멋진 양복(난 쓰리피스 양복에 환장한다)과 입이 딱 벌어지는 시계와 끝내주는 구두, 커프스와 포켓 치프와 부토니에, 그리고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있다. 이번 책장 정리에도 살아남았다. 나는 아직 이걸 버릴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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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전>은 찾아보고 빌린 책, <무서운 그림>은 우연히 대출한 도서인데 의외로 후자가 더 흥미로웠다. 이미 알고 있는 일화도 꽤 많지만 이런저런 상식을 쌓기 위해 나쁘지 않은 두 권. 무겁지 않은 마음으로 술술 넘겨 읽자.

 

보지 않은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이따금 재미있지만 읽지 않은 책에 대한 이야기는 희한하게 즐겁지 않다. 아니지, 읽은 책에 대해 말하는 즐거움에 비할 바가 못 된다. 때문에 나는 대부분의 서평집을 '다' 읽지는 않는다. 그리고 세상의 태반의 책이 그렇듯 어느 부분은 몰입했고 어느 부분은 그렇지 않았다. 다만 저자의 입담과 필담은 멋지다는 걸 인정.

 

<내 곁의 키치>는 아직 반 정도 읽은 책이라 단언하기엔 빠르다. 키치, 사랑스럽고 귀엽고 오해가 많은 단어.

 

 

 

 

 

덧) 정말 여러분은 그런 면이 없나요? 한 가지씩만 말해주세요(플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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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른 2012-09-17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hining님 전 거의 언제나 세균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걸요~ csi현미경적인 시선이라고나 할까요...ㅎ생활기스가 아직 접근하지 못한 반짝거리는 시계와 구두, 멋진 슈트 사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질 때가 있어요^^

Shining 2012-09-18 11:19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아른님 :)
세균의 입장에서 생각하시다니.. 이런 배려심있고 독창적인 방법이 있었군요ㅋ
전 여자지만 남자의 시계와 구두와 소품은 너무 멋져요ㅠ 어쩌면 제 것이 아닌 걸 알기 때문에
가격도, 현실성도 무시한채 시각적 만족만 느끼는 걸지도 모르겠지만요^^;

비로그인 2012-09-17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변태적이지 않아요.. 라고 말하는 것은 저도 그렇습니다만 숨기고 사는거죠
저도 꽤나 정리벽있었는데 느슨하게 살려고 노력하니 편하네요.
보이는 건 느슨해졌는데 세정제로 집 안에 있는 문 손잡이 등등을 닦고 다닙니다.... 하하?

Shining 2012-09-18 11:22   좋아요 0 | URL
동지를 만나서 반가워요, 선유 님 :)
세정제로... 저보다 고수신 것 같은데요ㅋㅋ 고수님께 질문 있습니다+_+
어떻게 하면 느슨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을까요?ㅠ

이진 2012-09-17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샤이닝님, 저 조민수 되게 좋아해요.
최근에 조민수가 나온 드라마란 드라마는 다 봤을 거예요.
찾아본 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더군요.
어쨌든 조민수의 그 작은 키도 매력적이고 피부도 까맣고 동양적이잖아요. 연기도 잘하고.
그래서 <피에타> 보고 싶어요. 황금사자상이 우리로 따지자면 대상급인가요?
상 보고 보고싶은 건 아니고 상당히 재미있을 거 같아요. 흐... <마더>를 보고는 상당한 충격을 받았는데 이 영화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그나저나 되게 오랜만이어요 샤이닝님 ㅠ 샤이닝님은 꾸준히 오셨고, 이제 제가 안 오고 있네요! ㅎㅎ

Shining 2012-09-18 11:48   좋아요 0 | URL
소이진 님! 오랜만이에요>_< 아녜요, 제가 잘 안 들어와서;; 몇 백년 단위로 다니는 사람이 되었어요;

이진 님은 조민수 씨 좋아했구나, 그렇구나. 키가 작다는 걸 브라운관에선 몰랐는데 스크린에 풀샷으로
비추니까 알겠더군요; 이정진 씨가 키가 좀 크기도 하고. 무튼 여러모로 적격인 것 같아요, 캐스팅.
피에타, 미성년자 관람불가라 이진님은 못 보셔서 안타깝네요ㅠ 치사해서 얼른 어른이 되던지 해야지, 그쵸_-?ㅎㅎ

네, 황금사자(베니스), 황금곰(베를린), 황금종려(칸)상이죠. 일테면 대상급.. 최우수상, 정도 되겠네요 :^

맥거핀 2012-09-17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벽증..저는 상대적으로 결벽증이 점점 약해지고 있는 듯 합니다. 아마도 결벽증 혹은 정리벽이란게 가장 심했을 때는 중고등학교 다닐 때였던 것 같아요. 그 때는 노트 필기하다가 글자를 하나 잘못쓰게 되면 그 장을 찢어내고 다시 필기를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 때는 화이트라는 것도 그다지 보편적이지 않을 때였으니까요 - 아..뭐 이렇게 쓰니 되게 나이든 것 같음..ㅠㅠ 그래서 화이트란 대단한 발명품이라고 생각해요.) 근데 뭐 이제는 그런 게 거의 많이 약해졌구요. 일부분에 있어서는 조금 남아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만..

컴퓨터 파일 이야기를 하셔서 생각해보니 예를 들어 MP3파일 태그 정리 같은 것은 조금은 강박적으로 하고 있기도 하군요. 뭐 근데 어떻게 생각해보면 인류를 편리하게 만들어준다고 했던 물건들이 점점 강박 혹은 결벽의 길로 인간을 밀어넣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새로운 물건의 발명, 혹은 새로운 환경의 탄생이 점점 인간을 필요이상의 결벽의 길로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예를 들어 손씻는 이야기를 하셨는데, 그건 그만큼 '손을 씻는다'는 일이 예전보다 간편해졌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는 것 아닐까..) 아무튼 강박증 혹은 결벽증은 제 생각에는 현대인이 유달리 더 시달리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피에타'를 본 영화관도 예상외로 꽤 관객이, 그것도 말씀하신 것처럼 나이가 지긋하신 관객이 꽤 많아서 깜짝 놀랐어요. 저는 '영화 중계'를 하시는 (모르는) 두 아주머니 옆에 앉아서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요.(아주머니들 주말드라마 중계하는 것처럼 말이죠.) 예상외로 두분 다 영화에 상당히 만족하신 듯 같더군요. 요새 드라마에 센 이야기들이 많아서 이 정도는 별 것 아니라고 여기시는 것 같더라는..(김은숙 작가나 김순옥 작가 같은 사람들 상줘야함.) 그 분들만이 아니라 대다수 영화에 깊이 공감하는 듯한 눈치였어요. 위에 영화에 대한 유치한 상징, 단순한 알레고리같은 것을 이야기하셨는데, 저는 그런 부분은 괜찮았다고 봐요. 유치하고 직관적이긴 하지만 그간 김기덕의 이야기를 생각해보면 이런 것도 필요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물론 성긴 감정구조 같은 것은 저도 좀 이해가 안됩니다만...

이번 피에타 수상 다 좋고, 뭐 방송에서 띄우고, 각 개인이 국민적인 자부심 뭐 이런 것을 느끼고 하는 것 까지도 다 좋은데 솔직히 저는 MB정부가 이 영화의 수상을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제 얼굴에 침뱉기라고 봐요. 부끄러운 줄 알아야죠. 청계천에 흐르는 이 피를 보고도 그저 "아 그냥 대상 탔으니 we are the world.."하는 것은 무뇌인증이죠. 뭐 사실 영화를 보시기나 했으려니 싶습니다만..

아..그럼 저는 골든타임 보러..

Shining 2012-09-18 11:57   좋아요 0 | URL
아, 그거 알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스프링노트를 좋아했거든요, 언제든지 찢어버릴 수 있도록(뭐지ㅋㅋ) 정말 정리벽이나 결벽증이 유순해지기도(?) 하나요? 피곤하게 산다는 자각은 있는데, 이게 노력(?)한다고 나아지지가 않는 것 같아서요ㅠ 노력이 뭔지도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못 본 척 모른는 척;

맞습니다! 인간의 모든 발명은 궁극적으로 새로운 발명과 강박은 불러오는 것 같아요. 가끔은 내가 정말 편한 세상에 살고 있는 건지 궁금할 때가 있거든요_- 대부분 수요는 사실상 공급이 됐을 때 수요를 자각하잖아요? 예컨대 mp3가 없었다면 mp3파일을 받기 위한 시간, 노력, 돈도 없을테고 악세서리나 커버나 헤드폰을 살 필요도 없고, 파일을 정리하고 모으고 지울 필요도 없고요. 걸으면서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게 '좋다'는 건 사실 걸으면서 듣지 않았을 때는 모르는 것 말이죠ㅎㅎ

유치하다는 표현은, 덜 은유적이라는 말의 자극적인 단어였슴돠_- 네, 저도 그게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으나 약간 의외였다는 느낌이 들었구요. 감정선의 변화는... 이상하게 서투르고 갑작스럽더군요. <바스터즈>가 개봉할 때 노부부께서 상영관에 들어오시는 모습을 봤을 때와 비슷한 우려가...-_- 하지만 이것도 편견이라면 편견일 거에요. 저는 60대가 되도 타란티노 영화가 재밌을 것 같거든요. 어쩌면 나이가 아니라 접해온 문화의 축적 차이일지도요.

맞아요, 두 인물의 관계보다 청계천의 삶이 더 잔인한, 영화같으면서도 영화같지 않은, 그래서 잔인한 영화였는데 말이죠. 무뇌인증, 한 마디로 정리해주시는군요_-

아이리시스 2012-09-18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변기............ 얼마 전 극장에서 화장실 갔다가 나오면서 아, 진짜 남자들은 좋겠다, 누가 앉은 자리에 옷 벗고 다리 걸치고 앉는 기분을 알아? 잘못하면 액체가 떨어져 있을 수도 있는데.........(아, 남자들도 알긴 아는구나..) 걔가 그냥 저더러 돈가스나 드세요, 아가씨.라고 했어요. 늦은 저녁으로 돈가스와 아사히맥주를 먹는 중이었거든요. 에잇. 밖에 나가서도 변기를 씻을 수 없을까요? 여름에 날마다 변기를 씼었더니 엄마가 저더러 짜증난다고..( '')

손잡이는 수건으로 감싸서 돌리고, 앉은 자리는 닦고 앉고, 침대시트는 날마다 빨고 싶어요.
저 더하면 안될 듯.......... 근데 결벽증은 몰라도 저는 정리벽은 그다지 없어요. 외장하드와 mp3도 하다하다 정리 불가능......(이건 불가능이에요, 노래가 2000곡이 들었는데 아이팟 mp3파일도 정리 못하겠어요ㅠ.ㅠ

저도 골든타임 보러..

(맥거핀님 떠올리면서 주말에 10개나 봤어요!) 얼른 따라잡아야지;;(불끈!)
다 보고 응답하라- 볼라고요. 피에타는 뭐, 실컷 부채질하고 보러 안갔습니다.....(저는 이런 여자;;)

Shining 2012-09-18 12:01   좋아요 0 | URL
아이님, 저 지금 살짝 흡족해요ㅎㅎ 저만 결벽스럽고 강박스러운 현대인이 아니라는 것을 친절한 알라디너들께서 말씀해주셨잖아요-_ㅠ 전 제가 좀 변태적인 줄 알았어요;; 그렇군요, 저는 변기보다 오히려 도마, 수세미, 손, 나가서 먹는 얼음 같은 것에 신경이 쓰여요(이게 의외로 진짜 세균이 많다는 거...). 물론 변기도 그렇지만요_-

아, 근데 아이님은 저보다 더 심하셔ㅋㅋㅋㅋ 깔끔쟁이*-_-*
전 정리 잘해요, 그런가봐요; 제 친구들이 노트북이랑 외장하드 보고 깜놀_- 책장과 냉장고 보고 감탄ㅎㅎ 그런 거 있거든요, 엄청 심란하면 한밤중에도 살금살금 옷장정리하고_-; 고생을 사서 하죠;

이런이런이런! 골라서 볼 수 있다면서 자랑하시더니!! 왠지 모를 배신감을 느낍니다....

맥거핀 2012-09-19 01:03   좋아요 0 | URL
이미 저보다 훨씬 많은 영화를 보고 계시면서 뭘 따라잡는다고 그러십니까...

근데 남자들도 장 트러블 있는 남자들은 잘 압니다. 네..잘 알죠. 오..근데 돈가스와 아사히맥주 조합은 최고군요.

2012-09-18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티시즘도 귀엽고, 키치도 귀엽다 하신 말에, 생각해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귀여운 것"의 '귀여움'을 발견하는 그런 시선을 무척 좋아합니다.ㅎ / 저의 변태성도 하나쯤 밝혀드리고 싶지만 잘 생각이 안 나네요. 이건 제가 변태가 아니라서는 아닙니다..ㅎㅎ

Shining 2012-09-19 21:48   좋아요 0 | URL
하하하. 페티시즘의 '귀여움'과 키치의 '귀여움'은 다른거죠?ㅋㅋ
귀여움을 발견하는 시선... 저 잘해요..라고 말해서 섬님의 애정을 받고 싶군요*-_-*

치사해요! 다들 사이좋게(?) 결벽증을 하나씩 밝혀주셨는데...
어서 말씀해주세요, 얼마든지 기다릴게요+_+(쫑긋쫑긋)

들꽃 2012-09-24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벽증과 정리벽, 페티시즘에 대한 부분이 제일 재밌네요!!! 오 조만간 저도 써봐야겠어요 ㅋㅋ

Shining 2012-10-04 11:22   좋아요 0 | URL
인터넷 고장(?)을 포함 이런저런 이유로 한동안 알라딘에 들어오지 못했는데ㅠㅠ
맙소사, 댓글을 이제야 보다니요; 죄송하옵니다, 서늘한달빛 님ㅠ

전 변태스러움을 각오(!)하고 쓴 건데 호응이 좋아서 신기해요(웃음). 게다가 저만
결벽증은 아니라는-_-b 서늘한달빛 님께서도 써주시면 제가 얼른 보러 가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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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말해 나는 세기의 사랑, 따위에 관심이 없다...고 말하고 싶다. 물론 나도 사람이니까 흥미가 있다. 하지만 그들이 어떤 사랑을 했는지 알 게 뭔가? 어차피 누군가의 삶의 궤적을 따라간다고 해서 바깥에서 보면서 멋대로 분석해본들 그 사랑의 본질을 알 수 없을 테니까. A가 B를 사랑하는 이유를 추측할 수는 있지만 규정할 수는 없듯이 유명인들의 사랑도 일반인들의 그것처럼 분명 비밀스러울 것이다. 몇 월 며칠에 만나 몇 년에 결혼하고 헤어지고 그런 숫자로만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다.

 

때문에 이 책 소개를 처음 읽고 킬킬킬 웃었다. 관음증의 표본,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책이라는 생각에 불쾌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궁금해진다. 하지만 유명인의 유명한 사랑이라서가 아니라 그 대상이 로맹 가리와 진 세버그이기 때문이라고. 스스로에게 못 박는다.

 

그런데 의외로, 재미지다. 둘의 연대를 비교하되 각각의 측면에서 조명하며 마치 두 편의 평전이 섞인 책 같기도 하고, 둘의 사랑이라고는 해도 각자의 인생을 더 오래 비춘다. 무엇보다, 문장이 좋다.

 

영화계라는 좁은 세계와 스타시스템의 표면에서 겪어본 몇 차례의 촬영으로 그녀는 그 세계의 한계와 자기 자신의 한계를 가늠할 수 있었다. 이제 그녀는 자기 안에서 날개를 파닥이고 있는 여배우와 하나가 되고, 대사에 무한한 힘을 실어줄 그런 감각을 되찾고 싶었다. 그리고 앞으로는 그녀의 참신함이나 잘생긴 소년 같은 머리 모양이나 옷차림에 대한 말은 듣고 싶지 않았다. 성공이 경력을 앞지를 때 일어나는 이런 직업적 ‘사춘기’를 많은 배우들이 경험했다. 모든 경력은 어느 정도 사기로 시작된다. 타인과 자신을 속이다가 경험이 쌓이면 그때야 아직 배워야 할 게 얼마나 많은지 깨닫게 되는 것이다. 비평은 물론

 

그들과 멀리 떨어져 지내면서 가리는 위기상황과 일시적 진정이 거듭 그들을 따라다니리라 짐작했고, 진이 힘들어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는 조언조차 해줄 수 없는 형편이었고, 재정적으로 그녀를 돕고 병원 입원을 해결해주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숱한 전투를 이겨낸 가리는 이것이 패배한 전투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래도 싸웠고, 진 때문에 아파했다. 그래서 그는 아자르의 가면을 썼고, 『자기 앞의 생』에다 유머와 애정과 염세적 기질을 총동원해 그가 느끼는 모든 절망을 글로 썼다. 모든 것이 거기 있었다. 벨빌에서 아우슈비츠로 가는 여행에, 로자 부인과 어린 모모의 야이기 속에 말이다. 뜨끈하기도 하며

 

우연에 이미 많이도 휘둘려 유럽 역사의 샛길로 이끌린 가리는 언제나 불가능의 지평선에서 빛나는 별이 있어 손가락으로 더듬어 끝까지 길을 찾을 것이다.

 

행복은 때때로 여행의 얼굴을 하지만, 목적지인 경우는 드물다.

 

짧고도 예술적이다. 절반도 채 읽지 않아 저자의 이름을 검색해봤으니 국내 번역작은 없어 아쉽다. 로맹 가리에 대해서라면 도미니크 보나의 『로맹 가리』도 읽을만한 책(로맹 가리에 대해서는 언젠가 또 쓸 일이 생길 것 같아 말을 아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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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안 사려고(?) 많이 노력했다. 읽고 싶지 않다고, 소설가의 에세이야 지겹게(??) 읽었지 않냐고 (무엇보다) 모두가 좋아하는 책을 좋아하고 싶지 않다는 괴벽으로. 이런 싸움에선 나는 거의 언제나 진다. 결국 사고 말았는데 책은 분하게도(대체 왜?) 좋았다.

 

그러니까, 좋아서, 분할 정도로 괜찮다. 작가가 내가 모르는 '작가'가 아니라 내가 아는, 친구이거나 동료이거나 하물며 이웃이었다면 웃는 얼굴로 확 때려주고 싶을 만큼. 나는 웬만해선 다른 사람을 거의 부러워하지 않는 마이 페이스의 인간인데(부러 연민하지도 부러 부러워하지도 않는 편, 딱 잘라 말하자면 무심한 성격이다). 김연수는 정말 부럽다, 젠장.

 

그가 부러운 건 그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글을 잘 쓰는 작가라서가 아니라(미안해서 연수 씨) 그가 '이렇게' 글을 쓴다는 것이 부럽다는 것이다. '이렇게'가 어떻게냐면...... 읽어봐야 한다, 제길(자꾸 험한 말 해서 죄송해요 여러분). 

 

김연수는 성실하고 좋은 사람같고, 성실하고 좋은 사람 같다는 말을 싫어하는, 성실하고 좋은 사람같다. 한없이 심약하고 유려하면서도 다정하고 강하다. 소설가라서 소설가이자 시인이라서 소설가이자 시인인데 글도 잘 써서 부러운게 아니라 그의 에세이를 읽으면 이 모든 글들이 다 진심같고 진실같다는 게 부럽다는 것이다. 젠장젠장.

 

 

다만 이 '책', 그러니까 구성이나 편집에는 불만이 있다. 베스트셀러 작가, 에세이스트, 러너, 번역, 모든 면에서 김연수는 하루키와 닮았고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으며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이하 『달리기』)』를 떠올렸을 것이다. 그렇다면 출판사 쪽에서도 분명 염두에 두거나 신경을 썼을테고. 『달리기』는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책이고 아끼는 에세이다. 번역임에도 불구하고 '하루키스러움'을 드러낸, 잘 깎은 문장부터 달리기부터 글쓰기까지 사소하고 큰 이야기가 담긴 좋은 기획이다. 반면에『지지않는다는 말』은 김연수의 '글'에만 기댄 것 같다.

 

내가 좀 불만스러웠던 것은 1~5장으로 나눠놓기는 했지만 대체 왜 나눴는지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기왕지사 파트를 나눌거면 -또 얘기하지만 『달리기』처럼- 명확한 근거가 있었어야 할 것 같다. 『달리기』는 모두 달리기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기록적 마라톤, 젊음, 소설가가 된 자신 등등 비가시적이지만 납득갈만한 구별이 있다. 반면에 이 책은 소재도 아니고 날짜도 아니고 출처도 아닌 구분에다 들쑥날쑥 달리기만 주창해서 계속 읽다보면 -매우 유감이지만- 별로 달리고 싶지 않아진다.

 

또 하나는 작가가 인용한 문장이나 문단, 명언 등이 꽤 되는데도 똑같은 글자, 색깔 등으로 만들어놓았다는 것이다. 알록달록하게 해달라는게 아니라 작가의 다른 에세이 『청춘의 문장』처럼 색깔은 구분해줄 수 있지 않았을까. 에세이의 성격이 다르다해도 인용문 정도는 뭔가 다른, 음영이나 변화를 줬으면 좀 더 읽기 좋았을 것 같다. 가뜩이나 그림이나 사진, 일러스트도 하나도 없는데.

 

교훈 하나. 좋은 책은 당연히 좋은 글이 바탕이 된다. 하지만 좋은 글이 좋은 책에 전부는 아니다. 좋은 글을 확보했으니 됐다, 하지 말고 만듦새에도 좀 더 신경을 써줬다면.

 

그런데도 이 책은 좋다,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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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풀 만화는 언제나 대박이었지만 영화는 그렇지 않았다. 『아파트』,『순정만화』,『바보』,『통증』(또 있나요?). 『그대를 사랑합니다』만 유일하게 호평받았고 흥행에도 성공했던 걸로 기억한다. 가장 덜 주목받았던 영화였는데. 사실 나는 강풀 만화를 본 적이 없고(만화도 웹툰도 좋아하고 강풀 씨를 싫어하는 것도 전혀 아닌데 이상하게 없다) 영화도 『그대를 사랑합니다』만 봤는데 꽤나 뭉클했다. 뭐랄까, 사랑이구나. 이름이 없는 사람에게 왜 이름이 없냐고 묻지 않고 이름을 지어주는 것, 글자를 못 읽는 사람에게 그림으로 약속을 정하는 것. 이거야말로 사랑이구나, 짠했다. 『이웃 사람』도 강풀 만화가 원작이란다. 이번에도 나는 안 봤다. 오롯이, 배우진을 믿고 선택한 영화다.

 

거의 아파트에 살았고 지금도 그렇다. 딱 위 아래, 옆집. 얼굴을 아는 건 그 정도다. 옆집엔 남자애들이 둘 있고(밑의 아이인 세살짜리는 툭하면 우리집으로 따라 들어온다), 아랫집은 목사님 부부이고 아래 옆집 아줌마는 매번 이중주차를 해놓고 윗집은 두 분 다 인상이 참 좋으신데 아주머니는 통장이시다. 그 외에는 10시쯤 약주를 드시고 들어오시는 8층 아저씨 정도만 얼굴을 안다. 인사는 한다. 딱, 인사만 한다. 그런데도 순간적으로 상대를 파악한다. 인사를 잘 하거나 받아주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고 사람 무안하게시리 쌩하니 가버리는 사람도 있다(아랫집이 꼭 그런다, 그래서 나도 이제 인사 안 한다. 나 참 부부가 둘 다 그래)는 걸 안다. 그래도, 그 정도다. 그러니까 이 영화가 아니지 원작이 평범한 공포를 그려낸다는 것에 동의했다. 하지만 영화는 글쎄.

 

배우들의 연기는 좋다. 과장하면 '연기만' 좋다. 노련한 배우들인지라 자기 몫은 알뜰하게 해낸다는 느낌을 주지만 연출은 늘어진다. 예상보다 언론에 공개된 부분이 많아 다 아는 장면만 보고 온 느낌이 들고 전반부가 길어 지루하다. 무엇보다, 장르는 스릴러가 아니라 휴머니즘이었다. 

 

교훈 둘. 원작과 배우가 좋다고 연출까지 절로 좋아지는 건 아니다.

 

덧) 마동석 씨 덕분에 빵빵터졌다. 엄청 긴장되야 하는 부분인데 관객들이 하나 되어 자지러지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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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친구와 둘이서 남은 올해를 예상했다.

 

9월에는 <테이큰>을 봐야 해. 폴 그린그래스와 맷 데이먼이 떠난 <본>시리즈 나는 반댈세. 11월에 <007 : 스카이폴>을 보게 될까? 샘 멘데스라니 기대되면서도 엄청 불안하다. <아무르>가 국내개봉을 할까? 아직은 12월이라고 나오던데. 아 맞다, <위대한 개츠비>는 내년으로 미뤄졌더라. 맞다 <이스턴 프라미스 2> 제작 무산됐대. <호빗>은 무조건 봐줘야 해, 취향 기호 그런거 상관없이. 아이돌 좋아하는 여고생마냥 들떠서 얘기하다가 이 영화에서 멈췄다.

 

소설은 몇 년 전에 읽었지만 설마 이 소설이 영화화 될 줄 몰랐다. 게다가 감독이 이안이라니!! 얼마 전 우연히 트레일러를 봤는데 이런 젠장. 12월까지 어떻게 기다리란 말인가. 예고편만 보고 떨리긴 오랜만이다. 오 마이 갓. 이안 감독님 사랑합니다.

 

덧) 여태껏 귀찮아서 한 번도 안 했던(...) 유투브 동영상을 첨부했다. 이유는, 너무 멋져서 알라디너 여러분과 좋은 것(?) 함께 보고 싶은 마음에. 그리고 영화 많이 홍보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저는 영화사, 배급사, 이안 감독과는 어떤 상업적 관계도 없음을 밝힙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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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작하는 두려움은 상상에서 오는 현실감이 결여 된 두려움이다. 진짜 두려움은 겪고 보고 느끼고 만지고 난 후에 깨닫는다. 다른 말로 하면, 겪고 보고 느끼고 만진 사람만이 결과를 예상하며 그 과정에서 두려움을 느낀다. 어린아이였을 땐 천둥번개가 외려 약간 좋기까지 했다. 번쩍번쩍 쿠루룽, 모두가 와들와들 떨어도 나는 괜찮아, 뿌듯함까지. 어른이 된 지금은 무섭다. 그것들이 가져올 피해와 손상과 회복의 노력. 별처럼 져버릴 목숨과 안전을 알기 때문에. 어른인 나는 폭설이 내리고 폭우가 내리고 폭풍이 쳐도 내일 일을 해야니까.

 

부디 예상 규모보다 적게 끝나길. 모두가 무사하게 내일을 맞을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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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2-08-28 0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유명감독은 한 번씩 다음작품을 검색해보지만 대부분 기억하고 있질 못해요. 대신 저는 다음 드라마라인을 줄줄-_-;;
아웅 산 수치 여사 영화하고요(제가 양자경을 좋아해요, 공리도!), 본 레거시도 보고 피에타도 보고 청포도 사탕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일단 보고^^ 파이이야기는 책 못봤는데 이안 감독은 좀 짱이니까, 좋겠죠? 좋을 거예요.

그치만 엔제리너스의 달콤한 커피랑 와플 너무 먹고 싶어요. 일단 싸돌아다니면 먹는 데에 돈을 다 쓰게 된다는 게 가을이면 가방도 구두도 하나씩 사야하는 제 절망이랄까, 와중에 책은 안중에도 없어요!(-_-)

어떤 책이 좋을까요? 생각을 해볼게요. 나 DVD는 넣을 때가 없는데요. 맥북 이게 DVD를 보게 해줄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그럼 제 눈 빠질 거잖아욧! 다운해도 46인치로만 보는 게 버릇이 돼서^^

샤이닝님 조심해서 다녀요, 잘자요^^


Shining 2012-08-28 11:26   좋아요 0 | URL
아이님은 저랑 반대시군요ㅎㅎ 아, 피에타도 보고 싶긴 한데 여긴 개봉 안 할걸요-_ㅠ
맞아요, 이안 감독은 짱... 예고편 보고 혹하는 건 스물 몇 살 이후 관뒀는데 이 예고편 너무 멋지지 않아요? 특히 고래 나오는 장면.. 짱이에요, 어흥(나 빌렸어요ㅋㅋ)

하하. 책은 안중에도 없으니 제가 드릴게요ㅋ 어제 새벽에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자다깨다 해서 피곤해요=_= 뉴스에서 겁주니까 유리창 깨질까봐 얼마나 노심초사했는지; 무서워요, 아이님도 조심조심 :-)

맥거핀 2012-08-28 0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한 두 개 추천드리면 후반기에는 10월에 개봉한다는 허진호 감독에 장동건이 나온다는 <위험한 관계>나 휴 잭맨이 장발장으로 나온다는 <레미제라블>은 어떨까 싶네요. 뭐 스토리야 두 개다 익히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장동건+장백지+장쯔이나 휴잭맨+러셀크로+앤해서웨이+아만다사이프리스라고 하면 흥미가 생기지 않으실려나?

<이웃사람>은 재미있다, 신선하다는 평들이 꽤 많던데, 별로였던 모양이군요. 근데 이거는 범인이 누군지를 밝혀내는 게 중요한 영화인가요? 아파트 얘기를 하시니 얼마 전에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던 어린 남매가 생각이 나네요. 고개를 구십도로 숙여가며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애들을 정말 오래만에 봐서 일본이 몰래훔쳐간 반가사유상을 보는 것처럼 반가웠던 기억이 나네요. 근데 문제는 제가 술에 좀 쩔어있기는 했지만.

태풍이 진짜 큰게 오는지 예전에 잘 못들어봤던 바람 소리가 나네요. 아무튼 조심하시길.

Shining 2012-08-28 11:33   좋아요 0 | URL
아, 레미제라블이 있었군요! 전 위대한 개츠비에만 몰두하다ㅎㅎ 사실 장동건과 허진호의 조합은 그다지 끌리지 않네요_- 장동건은 배우로서 신뢰를 한 적이 없고 허진호 감독님께는 나날이 실망만...몇 년 전에만 해도 술자리에서 뵙고 사인도 받고 했는데 말이죠_- 덧없는 팬심ㅋ

재밌을줄 알았어요, 되게. 기대를 좀 많이 했던 것 같기도 하구요. 아뇨, 범인은 예고편부터 나옵니다ㅎㅎ(김성균 씨죠) 공권력(경찰)이 아닌 이웃사람들이 결국 범인을 잡는다는 식인데.. 이웃사람들이 범인을 눈치채는 장면들이 좀 길어요. 주연이 따로 없고 인물이 많이 등장해서 그런지. 암튼 전체적으로 스릴이 떨어지는 편이에요. 게다가 이미 나온 장면들이 많더라구요, 영화프로 같은데서 다 본 장면이라 놀랐어요; 평범한 공포를 강풀 작가는 잘 선택했지만 감독은 잘 한 것 같지 않아요. 배우들 연기는 좋아요, 특히 마동석 씨.

하하^^ 저도 그런 적 있어요. 인사하는 초등학생들 보면 뿌듯하다가도 내가 완전 어른은 어른이구나 씁쓸했다는_- 전 맨정신이었는데 말이죠 흑.

맥거핀님도 조심하세요, 날이 무섭군요ㅠ

Shining 2012-08-28 12:48   좋아요 0 | URL
맞다, 맥거핀님. 소식 들으셨어요? <이스턴 프라미스 2> 무산됐대요ㅠ
시나리오 때문인지 흥행 부진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제작사가 속편을 원하지 않는대요-_ㅠ 슬퍼라.

맥거핀 2012-08-28 16:32   좋아요 0 | URL
아..그렇군요. 아마 저 포스터에 등돌리고 계신 분이 범인인 모양이네요. 그럼 범인이 이미 다 밝혀져 있는데 2시간을 뭘로 채우는지 궁금하네요.

네..저도 인사하는 초등학생이 그나마 "안녕하세요. 아.저.씨."라고 안해서 고마웠습니다.;

근데 제작사가 뭘 잘 모르네요. <이스턴 프라미스>는 속편에서 할 얘기가 꽤 많을 것 같은데..일단 최소한 한국관객 2명은 놓쳤군요.^^

Shining 2012-08-29 00:28   좋아요 0 | URL
<범죄와의 전쟁>과는 반대여서 촬영장에 갔더니 마동석 선배와 감독님이 어떻게 하면 나를 잘 때릴까 의논하는 모습을 보고 겁먹었다, 라고 제작시사회 때 말씀하시더군요ㅎㅎ

이웃사람들이 범인을 알아보는 시간, 범인이 활동하는 시간, 충돌... 그런거요. 근데 이웃사람들이 범인을 알아보는 테이크가 좀 많았던 것 같아요(인물이 많으니까, 주요 장면이니까 그럴수는 있지만요).

그러게요!! <코스모폴리스>보다 <이스턴프라미스2>가 더 기다려졌는데 말이죠. 괜히 배신당한 기분이에요_-

2012-08-30 2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9-04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12월 전에 파이이야기 읽어야겠군요~.
<이웃사람>은 웹툰으로 재밌게 봤었는데(일부만) 영화는 왠지 안 땡겨요. 도대체 왜 강풀같은 훌륭한 이야기꾼의 원작을 사서 모두들 제대로 못 살리는 걸까요.
그나저나 저도 꽤나 뜸하지만, 샤이닝님도 만만치 않습니다..^^

Shining 2012-09-05 12:28   좋아요 0 | URL
흑흑.. 입이 스물두개라도 할 말이 없어요-_ㅠ 전 왜 이렇게 게으를까요;

리뷰랑 페이퍼, 시작만 해놨는데 네, 곧 완성 되겠죠 뭐....(자신 없습니돠ㅋ). 파이이야기는 그리 재밌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영화 예고편 보니 다시 읽고 싶어졌어요 :) 이안 감독 아닙니까~~

그러게요, 아니 그럴까요? 만화가 원작이라, 훌륭한 이야기꾼이라 더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뻔한 생각이 듭니다 :)

비로그인 2012-09-06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라, 제가 여기 댓글을 안 남겼네요. 분명 남겼다고 생각했는데! Shining님이 달아주신 댓글 봤어요. [투모로우]에 그런 장면이 있는줄 몰랐네요. 영화를 많이 보면 감성이 풍부해지나요? 영화를 많이 보고 싶어요 요즘에는. 또 다음에 와서 흔적 남길게요~ :)

Shining 2012-09-07 01:11   좋아요 0 | URL
그게 무슨 책이었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런 장면이 있었어요. 이 책은 안 돼, 이것도 안 돼, 막 옥신각신하죠ㅋ 네, 또 놀러와주셔요 수다쟁이님이라면 언제든 환영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