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면 크고 작은 시상식이 거행된다. 무슨무슨 어워드랄지 아니면 누가 뽑은 올해의 뭐뭐뭐라든지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공적이든 사적이든. 올해의 최고 또는 최악을 뽑는다. 몇 번 해본 적이 있다. 한 해를 정리하는 의미로. 몇 월에 뭐가 있었고 뭐는 좋았고 뭐는 아쉬웠지, 싶은 혼자만의 일기처럼. 이번엔 제법 의욕이 넘쳤는데 올해도 개봉영화는 많이 안 봤고 책은 원래 베스트 같은 걸 뽑지 않으니, 할 만한 부문이 별로 없다는 생각에 의기소침해졌다. 그러면 작년의 M님처럼 놓쳐서 아쉬운 영화를 해볼까 하다가 그렇게 하다간 끝이 없을 거라는 생각에 다시 소강, 내년 기대작을 모아볼까 하다가 일일이 검색하기도 귀찮아서 패스. 조울증 환자 마냥 그래! 하다가 아니다, 하면서 이런저런 고심만 하다가 일단 저질러본다.

 

 

 

* 올해의 남자 (개봉순서) 

 

 

 

  

 

최민식 (범죄와의 전쟁)  - 하정우는 참 상복이 없다. <황해>의 김윤석과 <범죄와의 전쟁>의 최민식이 상대라니.

 

류승룡 (내 아내의 모든 것) - 미남이 아니나 매력 있고 풍체 좋고 목소리가 멋진, 좋은 배우의 요건을 다 갖췄다.

 

마이클 케인 (다크나이트 라이즈) - 짧게 등장해도 역할이 작아도 극의 균형을 잡는 건, 그가 마이클 케인이기 때문이다.

 

김윤석 (도둑들) - <천하장사 마돈나>때부터 성공하겠다 싶었지. 올해의 더티섹시.

 

다니엘 크레이그 (007 스카이폴) - 제임스 본드가 이렇게 멋진 역할이었나? 다니엘 크레이그가 이렇게 멋졌나?

 

유덕화(심플 라이프) - 고마워요, 멋지게 나이 들어줘서. 젠틀하고 품위있고 연기도 잘 해서. 당신과 함께 걷고 싶군요.

 

 

* 올해의 여자 (개봉 순서)

 

 

 

 

 

루니 마라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 1월이었지만 영화를 보는 순간 즉시 결정. 전무후무 마성의 캐릭터.

 

임수정 (내 아내의 모든 것) - 청순한데 섹시하고 짜증나는데 귀엽다. 임수정이라서.

 

앤 헤서웨이 (다크나이트 라이즈) - 미셸 파이퍼를 잊게 할 캣우먼의 탄생.

 

전지현 (도둑들) - 슈퍼 루키로 등장해 10년간 기대주만 하다가 이제야 홈런 친다.

 

틸다 스윈튼 (케빈에 대하여) - 틸다 스윈튼 앞에서는 늘 한쪽 무릎을 꿇고 경외의 키스를 바치게 된다.

 

조민수 (피에타) - 최적의 캐스팅과 고도의 집중력, 얼마간의 광기가 만난 결과물.

 

 

 

  

 

 

* 올해의 포스터 (범죄와의 전쟁) - 하나, 틸컷으로도 인물의 성격, 태도, 관계를 느끼게 한다. 둘, 제목을 잘 보이게 -그러나 촌스럽지 않게- 배치한다. 셋, 메인 카피는 영화를 가장 잘 표현하는, 한 줄이면 된다. 잘 만든 포스터의 정석. (<피에타>와 둘 중에 고민했지만 이 포스터에 더 떨린다, 지금도)

 

* 올해의 연기 (최민식 / 범죄와의 전쟁) (이것은 사론私論입니다) 연기에는 두 가지가 있다. 내(배우)가 그 인물(캐릭터)가 되거나 그 인물이 내가 되게 하는 것. 이것을 일부에서는 외공, 내공 연기라고 지칭하며 대부분의 배우는 한쪽만을 구사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대개 한쪽만 할 수 있는데 그 한쪽도 제대로 하는 건 어렵다. 때문에 둘 중의 하나만 제대로 해도 연기 잘 하는 배우로 인정받게 되는 것이고 두 가지를 넘나드는 배우는 거의 없다. <범죄와의 전쟁>에서의 최민식은 두 가지를 다 한다. <명량>이 무척이나 기대된다.

 

* 올해의 감독 (샘 멘데스 / 007 스카이폴) - 엄마가 아이에게 숙제를 부과한다. 이걸 다 하면 네가 하고 싶은 걸 하게 해줄게. 꼬마는 눈이 반짝인다. 엄마가 부과한 것들을 얼른 해치운다. 그 다음에 하고 싶은 걸 맘껏 하고 잠이 든다. 엄마가 돌아와 아이의 결과물을 확인하며 웃는다. 그는 007의 클리셰를 가뿐히 해내고 자기만의 예술을 했다. 물론 결과는, 참 잘했어요. 꽝꽝.

 

 

 

 

* 올해의 '나와줘서 고마워요'상  (출시일 기준 가장 첫 작품 또는 대표작)

 

 

 

 

 

 

 

 

 

 

 

 

* 헤밍웨이 - 평전을 읽다보면 인물에 대한 없던 애정도 생기는 법인데 헤밍웨이에겐 감정이입이 참 어렵다. 작가와 작품은 별개라지만 이런 절조도 없고 유치하고 오만한 나르시시스트라니. 한숨이 나올법도 한데. 젠장, 글 하나는 정말 잘 쓰신다. 그리고 이런 말 하고 싶진 않지만......정말 잘 생기셨다(사진 볼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 로맹 가리 (마음 산책) - 마음산책에서 두 세권이 나왔을 뿐이다. 전집도 아니고 헤밍웨이처럼 사후 저작권 기간 만료도 아니다. 하지만 멋도 모르고 그의 단편집을 읽었던 열 일곱살 때부터 그의 팬인 사람으로, 이것도 그저 감사하다.

 

* 앨러리 퀸 전집 (검은 숲) - 황금가지에서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이 나오기 전까지 동서 미스터리 북스나 해문출판사 것으로 조각조각 읽는 것으로 갈증을 달랠 수 밖에 없었다. 앨러리 퀸도 물론. 크리스티보다 훨씬 더 늦었지만 이제라도 나와줘서 기쁘다.

 

* 대실 해밋 전집 (황금가지) - 조르주 심농 전집이 출간될 때는 심드렁했는데 대실 해밋 전집은 반갑구나.

 

* 밀란 쿤데라 전집 (민음사) - 반갑기로 따지자면 이 분이 갑일세. 밀란 쿤데라 전집이라니. 민음사여 흥하거라.

 

 

 

 

 

* 올해의 음반 (에피톤 프로젝트 정규 2집 / 브로콜리 너마저 EP 1/10)

 

  에피톤 프로젝트라고 발매 직후부터 지난주까지 확신했는데, 브로콜리 너마저는 발매 된지 2주도 안 됐는데, 그것도 EP인데, 라면서 스스로를 설득했지만 회유에 실패했다. 기어이 두 개를 같이 넣어야 한단다. 백 곡이 들었든 열 곡이 들었든 단 한 곡에 맘이 움직이면 어차피 그 음반은 선택 되는 것, 이란다. 맞는 말이다.

 

올해의 노래는 <손편지>(막판에 1/10도 밀어낸 짧고 굵은 노래).

 

 

 

 

 

보내려던 메세지를 닫아두고서 연필을 들었어

길지 않은 말인데도 써내려가는 손이 막 떨렸어

떨리는 호흡에 자꾸 틀리는 글자

새로 쓸 종이도 이 시간엔 없는데

열 몇자 되는 말이 무슨 큰 의미야 있겠니

하지만

눈물로 번져 알아볼 수도 없는

마지막 인사에는 수 없이 많은 말이 있네     - 브로콜리 너마저, 손편지

 

 

 

이래저래 엉망인 어워드다. 우선 분야가 제각각이고 접한 것이 적다보니 후보도 적고 그 적은 후보 중에 고르려니 쏠림도 심하고 기준도 모호하다. 이런 어워드가 -그럴리 없겠지만- 개최된다면 나는 위원장 직을 내놓고 네티즌의 총알세례를 받겠지. 하지만 뭐 어떠랴. 이건 그저 내 마음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일인걸.

 

'배우'가 아니라 '남자','여자'로 표현한 건 연기력에 국한되지 않은 어떤 개인적이고 사소한 끌림이 기준에 작용한 탓이다. 내년에 기대되는 영화로는 당연히 <라이프 오브 파이>가 있고 <스토커>와 <비포 미드나잇>과 <설국열차>가 있다. 2013년 12월로 개봉 날짜를 잡은 -아직 1도 안 본- <호빗2>도 있고. 물론 내년의 '나와줘서 고마워요'상은 포크너와 헤세다. 나는 아무리 봐도 헤밍웨이파보다는 헤세파거든. 포크너의 『팔월의 빛』도 좋았고. 

 

기다리는 지루함, 예상되는 설렘, 기대치 않은 즐거움이 내년에도 분명 있을 것이기에. 2012년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어, 라고 호쾌하게 이쯤에서 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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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12-16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일일이 찾고 찍고 쓰느라 고생많으셨어요.
올해가 한 눈에 팟 들어오는 군요.
범죄와의 전쟁은 안 봤는데 요즘들어 곳곳에서 재밌다고 그러더군요.
살아있네~ 하는 거도 이 영화에 나왔고 ㅋㅋ 이쪽에선 자주 쓰거든요.
전 영화도 책도 음악도 많이 안 보고 읽고 들으니 이런 어워드는 꿈도 못 꾼답니다ㅠㅠ
나중에 여성 작가 어워드나 하...한번

Shining 2012-12-17 12:42   좋아요 0 | URL
네, 힘들었어요ㅎㅎ 이런 걸 거의 안 해서 캡처하면서 은근 귀찮다고 투덜투덜(웃음).
<밤죄와의 전쟁>, 내용면이나 연출에도 할 말이 많지만 개인적으로는 연기면에서 재밌었어요.
출중한 배우들이 많이 나오는데다 최민식 씨 연기가 정말...d-_-b(원숭이 아니고 투 썸즈 업!)
오, 꼭 해주세요, 제가 일번으로 읽으러 갈게요^^

프레이야 2012-12-16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틸다스윈튼과 유덕화에 한표! 유덕화 좋아해본 적 없는데 심플라이프 보고 좋아졌어요. ^^ 전 대학살의 신,에서 케이트 윈슬릿이요ㅎㅎ

Shining 2012-12-17 12:50   좋아요 0 | URL
저도요! 너무 깎아놓은 얼굴 같아서 부담스럽다고, 촘 느끼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영화에서 왜 이렇게 멋져요? 에어컨 수리 기사 같은(ㅋㅋ) 잠바때기(점퍼 아니고 잠바요ㅎㅎ) 걸치고 나오는데도 하트 뿅뿅.. 으, 대학살의 신은 못 봤어요, 아쉽습니다ㅠ

맥거핀 2012-12-16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네요. 내용 측면에서도 여러모로 재미있고, 쓰는 이의 고유의 어떤 것 - 예를 들어, 올해의 남녀에 외국배우 3명과 우리배우 3명 씩을 번갈아 배치한 것이라든가.. - 도 보여서 재미있구요. 사실, 이런 리스트, 어워드에서 가장 재미없는 것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결과를 보이는 것이잖아요. 나름의 주관이 살아있네..(라고 최다부문 수상한 '범죄와의 전쟁'의 대사를 슬쩍.)

그냥 재미로 한 두마디 첨언하자면, 저 같으면 올해의 남자에는 <토리노의 말>의 마부를, 올해의 여자에는 <화차>의 김민희, 올해의 괴물에는 <프로메테우스>의 마이클 파스빈더를 넣고 싶군요. (막상 이렇게 쓰고보니, 이 셋에 이상한 공통점이 있네요...) 김민희는 연말 시상식에서 좀 챙겨줬음 싶었는데, 다 푸대접이라 좀 아쉬웠고요. 아..드라마 캐릭터도 넣을 수 있다면 <골든타임>의 이성민. 포스터는 언급하시지 않은 것 중에, 개인적으로 인상에 남았던 게 <미드나잇 인 파리>, <케빈에 대하여>, <송곳니> 정도..

역시 쓰고보니 중구난방이군요. 저는 그저 나중에 올해 보았어야 할 영화나 정리해보렵니다. 그래야 언제라도 챙겨보게 될 것 같아서..


Shining 2012-12-17 12:50   좋아요 0 | URL
엇...그렇네요; 의도한 건 아니구요, 숫자만 맞췄어요. 남자를 다섯명으로 줄일 수가 없어서 여자를 여섯명으로 늘렸는데^^;(추가 된 여배우가 누구냐고는 묻지 말아주세요~) 주관이 살아...있다기보단 그냥 주관적이에요ㅋㅋ 올해 극장에서 본 영화가 스무 편이고 제가 좋았던 영화들은 이미 다 말해서, 안 읽어도 예상하셨을 거예요ㅎㅎ

아, <미드나잇 인 파리>가 있었구나!! 올해의 감독, 우디 앨런으로 바꿀래요(...흑흑).

저도 맥거핀님 따라서 올해 놓친 영화 하려다가 그거 하면 끝이 없을 것 같아서; 내년 기대작 하려다가; 결국 이렇게 뒤죽박죽 어워드가 됐습니다ㅠ 올려주세요, 기다리고 있을게요+_+

2012-12-19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어워드 재밌고 좋아요~. 수상결과와 그 이유에 완전 동의함! 이제 해마다 해주셔야 해요~ㅎㅎ / 아, 맞다! 맥거핀님 말대로 김민희!!^^

Shining 2012-12-20 21:16   좋아요 0 | URL
잡다하고 소소한 어워드에 동의해주신 섬님, 고마워요 :) 섬님의 어워드는 뭔가요? 연말이 가기 전에 꼭 부탁!

티티카카 2013-01-12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노래, 자꾸 듣게 되네요.
저는 손편지 쓰는 것도 받는 것도 굉장히 좋아하는 데 너무 감성적이 되버리는 것 같아서..
그냥 타자칠까, 생각해버리고 ㅋ

Shining 2013-01-14 12:43   좋아요 0 | URL
저도 예전엔 같은 동네에 사는 친구한테도 가끔 서프라이즈로 손편지 쓰곤 했거든요. 꽃도 말려서 보내고 향수도 뿌리고 하면서. 근데 요새는 통 한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을 때, 뭔가 잃어버린 것처럼 괜히 슬프고 아련했어요. 예전엔 외국가는 친구들이 편지 쓰거나, 가끔 메일로 보냈는데 이젠 실시간으로 카톡이 날라오니 편하면서도 기다림의 낭만도 없다는 생각도 들구요(하하, 전 아날로그 인간이 맞나봐요).
 

 

 

 

 

오래 숨을 참는다고 물이 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어리석게도 잠수만 길어질 뿐이지. 숨기지 않은 척 하려고 아무렇지 않으려고 아무렇게나 숨겨뒀는데 숨이 차서 고통이 느릿해진다. 따끔해진 코와 희뿌연 눈의 감각을 참으며 잠시 머리를 굴린다. 그래, M의 이야기로 시작하자. 그녀는 섬세하고 예민하고 매우 다정한 사람이다. 그 단어들이 그녀를 표현할 가장 적합한 것들이고 그녀의 매력이며 매번 그 점에 새롭게 반하곤 하니까. 그런데 아주 가끔씩 특히 요즘 들어 희한하게도 강렬한, 어떤 흉폭한 충동을 느낀다. 그녀에게는 아주 선명한 선의로 가득한 말과 행동에서 오는 둔함이나 몰이해 같은 것들이 있었다. 순진무구함이나 무결함 같은 것들. 선과 정당함을 믿어왔고 그 이상의 보답을 인생이나 사람에게서 받아온 삶을 영위한 사람들에게서만 느껴지는 특유의 결벽성과 청결함 같은 것. 세상은 근본적으로 선한 곳이고 노력은 배반하지 않으며 힘든 날도 거짓처럼 소멸된다는, 인생에 있어 인과관계를 믿는 사람들, 어쩌면 세상을 더 낫게 만들 수 있을만한 그런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나는 제일 무서웠다. 그들만이 아무런 악의없이 심지어 순결한 선의로 다른 사람을 지독하게 상처입힐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그래서 M이 나의 -어떤- 스위치를 누를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지만 실은 아주 잔인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상하지. M의 선량함, 배려심, 꾸미지 않은 선의. 나와 전혀 닮지 않았고 어떤 상징성이라고 해도 될만큼 다른, 그 점들을 무척이나 소중하게 여겨왔는데도 가끔씩 그 점들에 분노를 느낀다는 것이. 그런 적이 있었다. 아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였던 걸로 기억한다. M은 고의적으로 어떤 거짓말을 했고 그러나 나는 그 거짓말이 인간적이라 생각했고 반드시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여겼다. 치명적으로 나쁘지도 않았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사실 할 법한 거짓말이었으니까. M은 절대 인정하지 않았다. 자신은, 모르고 했을 뿐이라고, 일을 그르치려는 생각 따윈 없다고 눈물을 글썽였지. 나는 M의 마음이 보였는데 M은 자기 자신을 속이고 있거나 혹은 스스로를 속이는 것도 모르는 것 같았다. '착한 사람'으로 남고 싶었을 지도 모르지. 여튼 그 때 어렴풋 느꼈다. 세상에는 혹독한 진심에 무게를 두는 사람과 온후한 거짓에 위안 받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대체로 진실은 더 아프고 독해서 후자가 전자보다 많다는 것을, 그러나 나는, 단호한 전자라는 것을.

 

 

네가 무슨 생각을 하든 그건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네 마음은 하루에도 수백 번 모순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너는 엄마가 떠나길 바랐고 동시에 엄마를 간절히 구하고 싶었다. 너는 거짓말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고통스러운 진실을 알면서도 마음을 달래주는 거짓말을 믿은 것이다. 그리고 네 마음은 두 가지를 다 믿는 것에 대해 너를 벌주는 것이다.

 

삶은 말로 쓰는 게 아니다. 삶은 행동으로 쓰는 거다. 네가 무얼 생각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오직 네가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중략)

 

코너는 지금이라는 걸 알았다. 이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무얼 바라든, 어떤 심정이든 간에, 결국 그렇게 되리라는 것을. 그리고 자기가 이것을 이겨 내리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끔찍할 것이다. 끔찍한 것 이상일 것이다. 그렇지만 코너는 버텨낼 것이다. 그걸 위해 몬스터가 온 것이다. 틀림없었다. 코너는 몬스터가 필요했고 그래서 몬스터를 불러냈다. 그래서 몬스터가 걸어왔다. 바로 이 순간을 위해서.  - 시본 도우드 - 패트릭 네스, 몬스터 콜스

 

 

대충 가방을 던져놓고 외투만 벗은 채 책의 마지막으로 걸어간다. 몬스터는 -뭐 몬스터니까- 전혀 다정하지 않았고 오만했고 가끔은 재치있기도 했다. 그가 하는 이야기는 추상적이고 모호했지. 하지만 그 말의 핵심이 보였던 건 아마도 내가 코너보다 어른이기 때문인 것 같고 그래서 나는 이 꼬마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 무척이나 마음이 쓰였다. 몬스터의 말이 맞아. 마음이란 모순투성이니까. 누군가 죽어버리길 바라면서도 떠나지 않길 바라는 것, 이해받길 원하면서도 벌 해주길 기다리는 것, 원하면서 원하지 않는 것, 믿으면서 믿지 않는 것, 듣고 싶지만 듣고 싶지 않는 것, 이 마음 안에서 같은 밀도와 질량으로 발생한다는 게 무에 그리 새삼스러운 일이겠는가. 온갖 생각들이 다 제 의지를 드러낸다면 나는 진작에 깊은 곳으로 침잠되었을 것이다. 생각이 두려웠던 적은 거의 없다.

 

 

그가 나에게 다가왔지만, 지나치게 가까이 접근하지는 않았다. 부동산 창문에서 나오는 불빛이 얼굴에 비치도록 한쪽 옆으로 서서 자신이 누구인지 내가 볼 수 있게 해주었다. “괜찮아요? 아니, 멍청한 질문이었지. 좋아요, 깊게 숨을 쉬어요, 어서. 나랑 같이 숨을 쉬어봐요.” (중략)

 

“기분은 좀 어때요?”

“난 괜찮아요.”

이가 딱딱 부딪치는데도 나는 거짓말을 했다. 낮고 푹신하고 놀랄 만큼 편안한 소파에 앉아서 무릎을 감싸 안았다. 갑자기 굉장히 피곤해졌다.

“나중에도 계속 괜찮을 것 같아요?”

“그럼요.” 내 말에 그는 머뭇거리다가 차를 조금 마셨다.

“공황 발작이 일어날 거 같으면 나한테 알려주겠어요? 올라와서 노크할래요?”

나는 대답하지 않고 그의 말을 한참 곱씹어 보았다. ‘그럴게요’라고 대답하고 싶었다. 그가 옳다는 걸, 의심할 필요도 없이 나중에 공황 발작을 일으킬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고 또 발작을 일으키면 설령 야생마 한 무리를 끌고 와도 나를 우리 집에서 끌어낼 수 없을 거라는 사실 역시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찻잔을 들어도 될 만큼 손 떨림이 가라앉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잔을 들고 차를 마셨다. 차는 뜨거웠고, 놀랍게도 꽤 맛있었다. 우유가 충분하진 않지만 마실 만한 정도였다.

 

“미안해요.” 내 말에 그가 대답했다.

“미안할 거 없어요. 미안해하지 마요. 당신 잘못이 아니잖아요.”

 

그 말에 다시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해서 나는 잔을 내려놓고 양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반쯤은 그가 다가와서 나를 안아주려 할 거라고 생각하고 그 충격에 대비하기 위한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잠시 후 눈을 떠보니 앞쪽 테이블에 티슈 상자가 놓여 있었다. 나는 짧게 웃음을 터뜨리고 티슈를 뽑아 얼굴을 닦았다.  - 엘리자베스 헤인스, 어두운 기억 속으로

 

 

후회란 얼마나 유혹적이면서 달콤한가. 인간은 후회를 통해 더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변명을 구체화하고 합리화를 체계화한다. 후회란 애초에 가정이 더해진 절망일 뿐인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지금 아무리 후회해도, 결과가 처참해도, 그 때라면, 대부분 그 선택안을 택했을테니까. 미래의 눈으로 과거를 판단할 수는 없는 법이다. 물론 후회하지 않는다해서 아프지 않거나 생각하지 않는 건 아니다. 오히려 더 깊게 오래오래 한다. 그 때 대체 어떻게 했었어야 할까, 그 난폭한 열차를 어떻게 멈춰야 했을까, 그렇게 도리없이. 이제 더는 어리지도 않고 벌벌 떨 만큼 사로잡혀 있지 않다. 잘잘못을 나누고 혜안을 제시할 수 있을만큼 대충은 복기할 수 있게 되었다. 만약 마주친다 해도 두려움을 내비치지 않을 자신이 있다. 그러나 두려워하지 않을 자신은 없다.

 

어떤 과거는 현재를 살고 때로는 미래까지 싱싱한 얼굴로 장악한다. 스튜어트, 그러니까 이 남자가 캐시의 모든 것이 되어줄 순 없다. 스튜어트가 인내하고 노력하고 사랑해도 캐시의 두려움까지 가져갈 수는 없다. 하지만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위로를 받는 건, 자신도 눈치채지 못한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을 듣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 자신을 밝힐 수 있도록 빛에 비춰 서지만 그녀가 두려워 할만큼 가까이 오지는 않는 것, 자신이 한 질문이 얼마나 의례적이고 상투적인, 어리석기 짝이 없는 질문인지 아는 것, 그건 당신 잘못이 아니니까요 라고 그녀 자신과 그녀의 두려움을 분리시켜 주는 것, 정신과 상담을 권하는 대신 얼린 양파 수프를 내미는 것, 팸플릿과 책을 다 살펴본 캐시에게 마지막 장에 이런 메모 - 여기까지 살펴줘서 고마워요, 이제 당신은 출발을 한 거예요- 를 남겨주는 것. 나는 비교적 객관적인 편이라, 객관적인 만큼 자신에게 혹독한 경향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힘들었구나, 라고 오냐오냐 해주는 대신 하지만 그 안에는 네 잘못도 있어 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면서 몰아붙인다고. 그래, 내 생각은 나를 두렵게 하지 않지만 나는 내가 두렵다. 용케 여기까지도 왔구나, 장하다, 라며 어깨 위로 머리를 올려놓던 당신 앞에서 나는 약해졌다. 

 

 

그러나 막상 당신에게 가지 않자, 깊기만 하던 가슴의 통증이 마치 넓게 도려내어진 듯 슴벅거려 더욱 견디기 어려웠습니다. 한 달 만에 다시 당신을 찾았을 때 나는 얼마간 체념한 채 당신의 얼굴을 똑바로 올려다보았습니다. 내 어둡고 고통스러운 시선을 들키는 한이 있더라도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사람이 그토록 내 마음을 괴롭혔던 그 사람인지, 할 수 있다면 나를 단번에 실망시킬 구석을 찾아내 그 이상한 고통을 통째로 들어내고 싶었습니다.

그때 당신이 나에게 물었습니다.

 

어디가, 아팠니?

 

나도 모르게 떨리는 손이 가슴으로 올라왔습니다. 가슴뼈 사이 오목한 곳, 어떤 장기도 없는, 그렇게 아파보기 전에는 그런 장소가 몸에 있는지조차 몰랐던 곳이었습니다. 당신은 잠시 우두커니 서 있다가 손을 뻗어 내 손을 가볍게 쥐었습니다. 담담하게, 무언가를 위로하듯이. 격렬한 비참함과 환희가 동시에 치밀어 올라왔습니다. 그 혼란한 순간 내가 희미하게 깨달은 것은, 그 모든 고통이 아마도 당신을 통해서만 달래어질 수 있으리라는 것이었습니다. (중략)

 

내가 용감하게 당신의 입술에 다시 내 입술을 포개었을 때, 당신은 내 등을 껴안고 잠시 떨었지요. 그리곤 가만히 내 몸을 밀어냈습니다. ......여기까지. 당신은 상기된 얼굴로 말했습니다. 내 뺨을 쓸어내리는 당신의 먹 묻은 손에 나는 한 번 더 입맞추었습니다. 어서어서 커. 당신이 웃으며 건넨 말에 우리는 함께 오래 웃었지요. 웃음 끝에 당신은 쾌활하게 말했습니다.

궁금해, 네가 어떻게 나이를 먹어갈지. 늙어가는 모습은 어떨지.    - 한강, 노랑무늬 영원, 속 「파란 돌」

 

 

한강의 소설을 읽었다. 그러니까, 일년 만이구나. 액막이라도 하듯이 다소 노골적으로 피했다. 한강의 글과 그 병실이 하나였으니까. 덜덜 떨려서 또 다른 떨리는 손으로 떨리는 손을 제어해내지 않으면 안 됐던, 숨막히게 따뜻하고 비현실적이었던 그 병실로 데려간다. 라디에이터 한쪽에 칠이 벗겨진 것과 창문을 열 때 나던 소음까지도 기억이 난다. 내게, 한강의 글은 이런 느낌이다. 3계단 위에서 껑충 뛰어내리는 느낌. 심장이 단숨에 달음질 치던 느낌, 아니면 나는 3계단 밑으로 내려왔는데 심장은 여전히 3계단 위에 있는 느낌, 풀쩍 착지하는 순간 역동적으로 휘청거리던 느낌, 그 때 발목이 차갑게 욱씬 하던 느낌, 깨진 무릎팍의 시큰함 같은 느낌. 세상이 노골적으로 멀어지는 그런 느낌. 그래서 한강의 소설을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는 건 불가능해보인다. 어떤 단어와 문장과 사연이 '내 것처럼' 느껴져서 몰입하는 게 아니라 나노의 길이, 갤런의 부피, 광년의 거리, 같은 것이 느껴져 저도 모르게 두렵게 된다. 

 

이 여자의, 이후의 삶이 얼마나 수척해질까. 저런 감각을 알아버린 사람이 어떤 방법으로 다른 사람을 품을 수 있을까. 이미 누군가가 들고 가버린 내 마음의 주인을 어떻게 찾겠냐는 말이다. 이미 내 속에 생겨버린 장기, 잃어버린 세포, 떨어져나간 비늘 조각의 자리가 있는데. 쪽빛으로 음팍한 조각을 새겨놓았는데. 어쩌면 그 과거가 어제를 살고 오늘을 살고 심지어 내일마저 내 대신 살아갈텐데 말이다.

 

 

그쯤에서 나는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제지했다. (인아야, 오늘 왜 그래? 무슨 얘길 하려는 거야?) 그 순간 인아는 폭발했다. 지나치게 뻑뻑하게 감은 오르골처럼 부서졌다. 자잘한 부속들이 사방으로 튀듯 더 빠르게 쏟아져 나오는 취중독백 같은 문장들 속에서 나는 깨달았다. 인아가 최근에 끔찍한 일을 겪었다는 것을. 논리와 인과가 무의미해지는 지점을 통화해, 내가 모르는 어딘가로 넘어갔다가 우연히 제자리로 돌아왔다는 것을. 이상한 열기와 집요함을 그 와중에 얻어냈다는 것을. 그것이 어떤 일인지 알고 싶지 않았다. 그걸 겪고도 부서지지 않은 인아의 가냘픈 몸이 어쩐지 두렵게 느껴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생 동안 크게 색깔과 형태를 바꾸지 않고 살아가지만, 어떤 사람들은 여러 차례에 걸쳐 자신의 몸을 바꾼다. 지난 십 년 동안 내가 만나온 인아가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이젠 알 것 같다.   - 한강, 노랑무늬 영원, 속 「에우로파」

 

 

얼마 전부터 아파트 어딘가에서 뻐꾹이 소리가 들려온다. 옆집이나 위 아랫집처럼 근접한 곳이 아니라 꽤 먼 집일 것이다. 누군가 이사를 온 걸까, 아니면 이제야 뻐꾹이 시계를 갑자기 장만한걸까. 한 때는 저 시계가 유행이었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으론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렇게 숭숭한 소리를 듣고 싶어 하다니. 정각에만 바깥으로 나올 수 있는 자유를 박탈당한 새가 알려주는 시간이라니. 자는 동안에도 저 뻐꾹이가 몇 번은 나오겠지. 아파트 전체를 울리게 하며. 명확하지 않은 그러나 못 들었다고는 할 수 없는 절묘한 데시벨로. 오싹하고 서늘하다. 뭔가를 토로해야 할 것만 같다.

 

그래, 나는 M의 둔함을 분개하면서도 부러워했다. 그래서 나는 몬스터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가장 오랫동안 강렬하게 사람을 지배하는 것 속에는 공포가 있다는 걸 알기에, 캐시의 편집증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어떤 사람은 만나는 순간 더 이상의 삶이 불가능하다는 걸 보았기에 소설 속 여자의 삶이 아찔했다. 이 모든 것을 이해할만하다고 느끼는 스스로에게 현기증이 나고 진저리가 쳐진다. M의 순수한 믿음을 대견하고 애틋하게 바라보면서도 왜 나는 그 기회를 박탈당한건지 분노했다. 어쩌면 질투이거나 절망일지도 모르겠다. M의 둔함에 분노하면서도 나도 둔한 쪽이길 바라기도 했다. 예민함 따윈, 이런 이해따윈 필요없다고 냉담하게 굴기도 했다.

 

오레오라는 과자가 생각난다. 아니면 머시멜로우가 끼어있는 그 파이. 반절로 뚝 나눠 흰 것과 검정 것을 구별할 수 있는 과자들. M은 그런 과자였다. 나는  어두운 것과 덜 어두운 것, 밝은 것을 구별하는 게 아주 어려웠다. 별 의미도 없었고. 아마 나는 초코칩 쿠키의 모양이었나 보다. 내가 이해하는 것들은 아마도 초코칩인 것 같고. 그것도 완성 된 후 뿌려지거나 놓여진 게 아니라 처음부터 함께 반죽이 되어 울퉁불퉁하게 생긴 -중간중간 스미고 밖으로 빠져나온- 초코칩 쿠키로 된 것 같다. 아아, 만약 너의 초코칩을 떼어달라고 누군가 말해도 곤란하다. 초코칩에 쿠키 부스러기까지 같이 움켜쥐고 살점을 으스러트리지 않는 한 깨끗하게 떼어낼 수 없을테니까. 그러니 나로선 오레오나 초코파이의 삶을 상상하기가 어려울 수 밖에.

 

내가 다른 과자들을 부러워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심지어 초코칩 쿠키의 삶도 썩 나쁘지 않다고 침착해질 수 있었던 건, 내가 나에게 혹독하게 대할 수 있었던 건, 공포로부터 어줍짢게 벗어날 수 있는 건. 근거라고 부를만한 것이 있고, 다행히 그것이 근거라는 것을 내가 알아차렸다. 혹독한 진심에 의미를 두는 전자(前者)파이기에, 그것만으로도 부족하지 않다. 언젠가 이런저런 색채와 형태를 바꾸어 혹 다른 과자가 된다 해도, 나의 비늘조각이 떨어져나가는 시간의 틈을 기억하고, 몬스터가 걸어오는 것을 목격했고, 스튜어트를 만난 적이 있다.

 

 

 

 

* 인용문의 일부는 행을 재배열했으며

『몬스터 콜스』의 기울임 글씨는 '몬스터'의 말로 원문그대로 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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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12-14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오늘 샤이닝님의 글은 정말 좋은 걸요.
특히 한강의 글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는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어쩌면 그토록이나 섬세하고 유연하게, 마치 한강처럼 표현하시나요! 한강의 글에 대한 샤이닝님의 생각과 저는 동감입니다. 욱씬 하던 느낌, 아릿하던 느낌.
몬스터 콜스는 한 알라디너 분께서 생일 선물로 보내주셨는데, 아직까지 못 읽고 있어요. 얼른 한국 소설을 청산하고 읽어내야할텐데요.

아 어쨌든, 이 페이퍼는 두고두고 볼 만한 페이퍼군요. 페이퍼가 이뻐요. 따라해봐야겠어요. 히히. 저작권료는 언젠가 낼 게요. 히히.

Shining 2012-12-16 00:39   좋아요 0 | URL
하하. 이진님 너무 비행기 태우는 거 아닙니까? 저 막 어지러운데요 @_@
한강의 글은, 도무지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가 없어요 저는. 어떤 깊고 먼 이야기를 하는데 그게 이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제 자신이, 겁이 나는, 그런 느낌이에요.

무려 몬스터 콜스를 선물해주시다니! 이진님은 좋겠다^^(부럽부럽) 잠들기 전에 읽으면 금방 읽을걸요, 아니다, 잠들기 전에 읽으면 울다 잘 수도 있겠구나(...)

두고두고 보지는 마요, 창피하게ㅎㅎ 저작권료, 네, 적어둘게요, 이진님이 먼저 얘기한거예요?!(후훗)

댈러웨이 2012-12-14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슴뼈 사이 오목한 곳'. 하. 아무래도 한강 작가의 소설집을 지르겠지 싶어요. <시계가 걸렸던 자리>와 <오래된 일기>도 지금 와 있죠. 샤이닝님 덕분에. 잘 읽었어요. 더워요. 날씨가. 마음이 더운건지. 좋은 주말요.

Shining 2012-12-16 00:43   좋아요 0 | URL
정말요? 그 책들이 해외까지 비행기를 탔다니. 아, 왠지 흐뭇하고 조심스럽고 그런데 한없이 기쁜, 그런 느낌이예요 댈러웨이 님 :) 마음은 아주 조금 후끈한 편이 좋은 거 아닐까요, 음, 더운 것과는 다를까요. 전 내일 <호빗>을 보러 가요. 댈러웨이님도 좋은 주말요 :D

아이리시스 2012-12-15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샤이닝님이 말했던 지난 번 그 초코칩 쿠키의 초코칩이구나. 끄덕끄덕. 다 이해하는 것 아니지만 그럴 리도 없지만 일단 하트를 보내요. 뭐 어때. 모두가 떠나도 나만 샤이닝님 좋아하면 되죠! 그리고 이거 되게 오랜만이긴한데 우리집에도 뻐꾸기 있는데ㅎㅎㅎ 십 년도 넘었을 거예요. 잘 기억도 안나지만 오랜시간 못나오도록 박제해버린 뻐꾸기. 불쌍해. 가여워. 안됐어. 슬퍼 333=333

Shining 2012-12-16 00:46   좋아요 0 | URL
응, 그 친구를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들어요. 이 아이는 오레오나 초코파이, 나는 초코칩쿠키. 어떤 기억들이 박제가 되어서, 여전히 반죽된 속에서 웅숭그리고 숨을 쉬는, 그런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아이님은 절 잊어버릴거잖아요, 나빠ㅠㅠ(아직 남아있는 15%의 잔재...ㅎㅎ)

저는 뻐꾸기 시계가 무서워요, 예전에도 그랬던 것 같은데 요새는 특히. 아, 어느 집인지 모르겠지만 떼어주면(!) 좋겠는데 찾을수도 없어 찾아가서 부탁할 수도 없고;

2012-12-18 14: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19 0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티티카카 2013-01-13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곱씹어 보고 싶은 페이퍼네요..
드러내면서 감추고 싶은, 감추면서 드러내고 싶은.. 그런 문장도 떠오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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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적부터 취미란은 늘 독서였고 스무살이 넘어 영화가 추가되었다. 언니는 자주 놀렸다. 음악감상과 우표 수집만 하면 취미계의 사대천왕이라는 둥 면접용 대답이라른 둥. 취미(趣味)의 사전적 정의는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이란다(네이버 국어사전 발췌). 일반적 용법이라면 '자주, 즐겨 하는 일'이라고 하자. 역시, 독서와 영화가 맞는데 정말 맞는데. 억울하다. 물론 전문적인 아닌 자주 하는 즐겨 하는 일에는 멍 때리기, 잠 빨리들기 신공(이건 학계(?)에 인정받지 못해서 그렇지 나름 좀 전문적인 것 같기도 한데) 등이 있지만 이런 건 쓸 수가 없으니까. 진짜 맞는데. 여러모로 억울한 인생으로 점철했다.

 

지난 번 도서관에 가니 대량으로 책이 입고되었다. 방심한 채 갔다가 넋 놓고 구경하다 문 닫는다는 말에 겨우 발을 돌렸다(신간코너에 서서 000부터 999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매의 눈으로 훑는다. 세로로 된 제목, 가로로 된 제목, 작은 글자, 큰 글자, 때문에 고개만 이쪽저쪽 왔다갔다 하면서). 엇, 이 책? 하는 순간 옆에도 하나 건너 옆에도 오오오, 하는 책들이 있다. 볼이 발그레해졌다. 그 짜릿함을 다시 느끼고 싶어 2초 정도 눈을 감았다 떴다. 처음만큼 설레지는 않지만 처음보다 신난다. 유레카! 그래, 이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거다! 그 순간의 흥분, 왠지 모를 감동, 대출카드를 찍어서 잠시나마 내 것으로 만든 책을 안고 다시 책 사이를 누비는 것. 거창하게 말하면 도서관 우주여행. 그래, 이거다. 앞으로 내 취미는 도서관에서 책 읽기 혹은 빌리기라고 말해야지(단순히 책 읽기, 책 사기와는 다른 흡족함이 있다). 그런데 누구한테 말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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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일이 있다. 나는 늘 똑같은 곳에서 신호에 걸린다.

 

꼭 슈퍼를 지날 때, 약 십미터 앞에서 건너야 할 초록불이 바뀌고 아파트 담벼락을 끼고 돌면 신호가 바뀌는 식이다. 열 번 중 아홉번은 그런 식이고 아홉 번 중 여덟 번은 고민한다. 뛸까 말까. 짜증내면서 뛰거나 짜증내면서 말아버린다. 열 번 중 한 번은 에라이, 안 뛰어, 라며 팔자걸음으로 느릿느릿 걷는다. 도서관 가는 길도 한 가지인데 매번 이런 식이다. 신기한 건, 어떤 날은 도서관에서 10분만에 나올 때도 있고 어떤 날은 한 시간 후에 나올 때도 있고 열 시에 갈 때도 있고 여섯 시에 갈 때도 있는데 어떻게 이렇게 한결같이 어정쩡하게 바뀌냐는 것이다.

 

철학자라면 사유를 하거나 물리학자라면 무슨 법칙을 발견하거나 가설을 만들겠지만 나는 그냥 먹고 살기 바쁜 일반인이라 젠장젠장을 외치며 마하의 속도로 경보를 할 수 밖에. 가끔 내가 트루먼 씨가 아닐까 생각한다(주 : 영화 <트루먼쇼>의 주인공) 누군가 신호등을 조정하는 깜빡이를 들고 뒤에서 서 있다 내가 나가면 얼른 바꾸는, 뭐 그런 음모론적인 것(외계인에 이어 뭔가 또 초인류적인 뭔가가 나온다...). 그렇지 않고서야! 한 번쯤은 시청 교통과에 민원을 넣어도 될 것 같다.  

 

가끔 엉뚱하게 신호를 잘 만나면 -기쁘기보단- 의심스러워진다. 간판 밑으로 안 다닌다거나 횡당보도의 방향을 잘 맞춰 걷는다거나 사다리 밑으로는 안 다니면서, 하루 종일 몸을 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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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일은 또 있다. 대체 왜 수수료와 택배비는 아까울까? 이천 오백원을 메우기 위해 오천 원짜리 물건(또는 그 이상이 허다하다)을 사는 일이 비합리적이라는 건 덧셈뺄셈을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다 안다. 그런데도 한다. 가끔은, 그래, 택배비를 지불하고 다른 물건을 안 사겠어, 라고 결제하면 그게 또 왜 그리 낭비하는 것처럼 느껴질까. 오천원짜리 물건, 혹은 그 이상을 주문하면서 더 흡족해지는 것 -일테면 "언젠가는 그 물건을 살 거였어, 그런데 지금 샀으니까 택배비도 아끼고 물건도 가졌잖아? 그리고 다음달엔 이 물건 결제금액이 없어질테니까 이건 분명 이익이야" 라는 식의- 은 대체 왜인가. 왜 그런식으로 합리화 하는게 더 편리할까. 왜왜왜. 십만원 이상 사면 만원권 상품권을 준다는 백화점의 DM에 이만원 짜리를 더 사서 십만원을 맞추려는 걸까. 왜 이 만원 더 써서 만원짜리 상품권 받고 좋아하는걸까.

 

하아. 이성적인 좌뇌는 합리성을 찾고 감성적인 우뇌는 편리함만 찾는다. 그래서 우리는....... 이건 대출광고잖아. 역시 세뇌는 무섭다.

 

 

 

 

-

- 영화에서 내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폭력의 재현이다.

 

- 그 다음은 실화.

 

- 그 다음은 폭력과 실화에 의한 감정적 동요, 눈물, 선동이다.

 

- <호빗>을 보고싶다고 하는 말과 <남영동 1985>를 보고싶다고 말하는 건 조금 다르다.

 

- 이 영화를 봐야할까, 본다면 무엇을 경계해야할까. 이 영화를 보지 않아야 할까. 보지 않는다면 무엇을 짐작하는건가.

 

- 어째서 이 영화는, <부러진 화살>이나 <도가니>만큼 큰 반향을 일으키지 않은걸까. 세 가지 모두 실화였으며 어떤 의미로든 선동을 기대했을 것이며 (멀고 길고의 차이일 뿐) 과거시제이며 그러나 현재진행형이다. 단지 등급때문에, 고문장면 때문만은 아니다. 사법제도를 희롱하는 한 교수를 통해 통쾌함을 느끼고, 법이 제헌될 정도로 아동성폭력에 분노했으면서. 어째서 이 이야기에는 침묵하는가. 책망하거나 잣대를 들이대는게 아니라 약간 궁금하다. 이 침묵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 침묵의 의미를 궁금해하는 나는 왜일까.

 

- 어떤 영화는 현실과 픽션을 분리할 수 없게 만든다. 그러나 반드시 그 픽션이 현실이라는 것은 아니다.

 

- (정치적인 관점이나 사건과 유리시켜) 실존적인 의미로 묻고싶다. 어떻게 피해자가 아직 용서를 말하지 않았는데 가해자가 용서에 대해 말할 수 있는가. 어떻게 피해자의 기억이 선연한데 이제 그만 청산하라고, 제 3자가 말할 수 있는가. 이미 삶이 송두리째 뽑혀 거꾸로 쳐박혔는데 이제 잊으라고 그건 과거의 일이 아니냐고 할 수 있는가. 어떻게 내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것을 용서하라고 하느님이 내게 말한단 말인가. 어떻게 신이 나의 속죄를, 구원을, 용서를 대신할 수 있는가. 어떻게 경험하지 못한 것을 이해하려 하는가. 어떻게 타인이 당사자를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

 

- 영화적인 의미로는, 배우들의 연기가 하나같이 좋다. 감독의 의지가 똑바로 투영된 영화다. 비현실적으로 잔인한 고문에 치중하기보단 현실적인 고문자들의 대화나 행동에 집중한다. 그들도 똑같이 자식을 키우고 동생을 가진, 가장이자 직장인일 뿐이라는 것에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한다. 그들도 진급시험을 위해 공부하고, 애인에게 차이고, 아들과 프로야구를 보러 간다. 허나 그렇다고 그들을 미화하지는 않는다. 그저 몰래카메라를 찍듯 거기 카메라가 있을 뿐이다. 판단은, 관객의 몫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인식한 장면은, 공적인 폭력을 직업의 연장으로 여기는 이가 사적인 폭력을 사적으로 사과한다는 장면이었다. 그 장면에서 이 영화가 영화적으로도 결코 나쁘지 않음을, 감독이 결코 물렁한 사람이 아님을 깨달았다. 

 

- 그러나 이 영화는 정치적이다. 개봉 시기와 폭력의 재현을 통한 내재적 목적 달성의 은밀함이 그렇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구태여 다시 말한다는 것이다. 이 영화를 찍음으로써, 찍겠다고 결정함으로써, 그들은 그 분을 또 다시 과거로 데려가 그 고통의 층위를 재생시키고 그들로 하여금 다시 용서를 하게 한다. 우리를 카메라 뒤편에 앉혀 누군가의 무의식으로 들어가 내가 그를 이해하는 척, 그의 고통을 이해하는 척 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고 그들의 고통을 짐작할 수 없다. 다만 영화를 볼 뿐이다.

 

어쩌면 그들은 자신들의 영화가 더 중요한 것, 엄청난 것을 표현하려 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숨겨진 진실이나 대중의 깨달음, 과거사의 재현 등등등보다 당사자의 생경한 고통이 몇 백배는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영화는 타인의 고통을 더 넓은 스크린으로 옮겨와 더 구석구석 조명함으로, 누군가의 고통을 미끼로 대중의 깨달음을 강요하는 인질극으로 비쳐져 여기 앉아있는 내 자신이 영화를 만든 이들보다 더 싫어졌다.

 

- 나는 이 영화를 봤지만 누군가에게 보라고 말하지 않겠다.

 

 

 

 

 

-

 

 

브로콜리너마저의 '앵콜요청금지'를 듣고 듣고 또 듣고 용케도 지겹지도 않게 들었다. 잠깐 안 듣다가 최근에 또 듣고 듣는다. 아무리 좋아하는 책도 백 번 읽기는 힘들고 아무리 좋아하는 영화도 백 번 보기는 힘들지만 음악은 하루에도 백 번을 들을 수 있다니. 음악이란 위대한 것이구나(음악 한 곡은 시간이 짧잖아요, 라고 댓글 달면 반칙이에요).

 

요새는 이 노래다. 아직 소속된 앨범은 없다. 앨범은 내일 모레(12월 6일) 발매된다. 나는 내 삶의 열에 하나는 기억하고 있을까.

 

 

 

 

- <남영동 1985>에 대한 생각이, 다중적이다. 왜 이 영화는 <도가니>나 <부러진 화살>만큼 반응을 하지 않냐고 묻더니 영화는 정치적이라고 하고, 그러나 영화적으로는 나쁘지 않다고 하며 그러다 영화관에 앉아있는 자신이 싫다니. 읽는 사람으로서는 혼란스러울 것 같다. 비슷비슷한 비중으로 모두 진심이다. 이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중요하게 생각하길 바라지만, 이 영화를 많이 보길 바라는 건 아니다. 이 이야기가 사실이라는 걸 알았으면 하지만, 영화가 사실이라고 믿지 않길 바란다. 감정을 동요하길 원하지만, 영화로 선동받는 걸 염려한다. 이것이 최선의 표현이다.   

 

독립된 페이퍼를 만드려고 했다. 그러나 최대한 깎고 배제하고 줄이고 축소시키고 싶었고 또 그래야만 했다. 그래도 고민스러웠다. 잡담, 이라는 제목 아래 넣기에 -어떤 의미든- 이 영화는 너무 묵직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다. 게다가 다른 전체적인 이야기들과 무게와 방향도 심하게 이질적이라 고심햇지만 결국 이 안에 소속시켰다. 영화로서 접근한 것도, 잡담 안에 넣는 것도, 독립된 페이퍼로 만들지 않는 것도 실은 같은 이유다. 다른 '영화'와 똑같이 대하겠다. 그래야 마땅하다. 이 영화라고 다른 비중, 다른 식으로 접근하는 건 오히려 이 영화를 -어떤 의미에서든- 차별하는 것이니. 여지껏 영화에 대한 편린들을 잡담 안에 넣었으니. 그냥 똑같이 한다.

 

말이 길었다. 방어적이고 변명조인 탓이다. 어쩔 수 없이 이게 내 역량이다. 책에 대한 이야기는 또 하게 될 것 같아 과감하게 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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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12-04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 빨리 들기 신공에서 빵터졌어요 ㅋㅋ 팝콘을 주워먹고 있었는데 뿜을 뻔 했네요.
저는 우표 수집만 빼고... 그러니까 취미계의 삼대천왕인가요 ㅋㅋㅋ 사실 영화감상은 취미랄것도 없지만 ㅎ

Shining 2012-12-05 10:44   좋아요 0 | URL
진짜랍니다, 이진님^^ 20초만에 잠든 적도 있구, 서서도 잘 자는걸요ㅋ (생각해보니 이건 취미가 아니라 특기구나.. 맞다, 그렇구나...) 크, 우리는 진부한 사람들이었어요ㅋㅋ 사대천왕 말고 다른 취미를 좀 배워(!)봐야나 하고 있습니다-_ㅠ

dreamout 2012-12-04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밤중에 듣기 퍽. 좋네요.

Shining 2012-12-05 10:46   좋아요 0 | URL
아, 이 뿌듯한 기분 뭐죠ㅎㅎ 요즘 제가 하루에 한 서른번씩 듣는 노래예요.
사실 앨범 발매 전에 이 곡을 소개해드리고 싶어 당겨서 쓴(!) 페이퍼랍니다 :)

2012-12-05 0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05 1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05 1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05 15: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05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갑자기 우표수집이 하고 싶어졌어요. 근데 이미 그런 문화가 없다는 썰렁한 우편 현실..ㅎ
2. 신호등의 법칙이 그런 거였군요. 정말 얄밉군요. 그렇게 한결같이 사람 약을 올리다니 뭔가 음모가 있을지도요?ㅎㅎ
3. 그러고 보니 저는 <부러진 화살>도 <도가니>도 안 봤어요. <남영동>도 안 볼 거구요. 저는 진짜 그런 영화를 안 보고 싶어해요.. 들어보니 <남영동>은 꺼려 하는 그 재현 부분만 아니라면, 평은 좋은 편이던데 말입니다. 여튼 샤이닝님의 그 영화에 대한 복잡다단한 심경이 모두 공감갔어요. 읽으면서.
4. 아, 음악의 100번 반복. 저는 한 곡만 그렇게 무한 반복 듣기는 못하지만 지금 20여곡을 석달째 마르고 닳도록 듣고 있으니, 다른 것과 다르다는 것 인정해요. (반칙은 읽자마자 툭 튀어나오는 생각으로 이미 했지만. 후후~)
그나저나 좋다 하신 저 노래 기대되네요. 잘 듣겠습니다~

Shining 2012-12-05 16:01   좋아요 0 | URL
1. 엄마께 물려받은(?) 우표책이 있는데요, 가끔 이걸 팔면 얼마나 할까 생각하곤 해요(응?) 제 눈에는 꽤 귀해보이는게 많아서. 언제 진품명품이라도ㅎㅎ

2. 네, 저 시청에다 민원 넣을 뻔 했어요!

3. 저도 도가니,는 안 봤어요(책은 읽었지만요). 부러진 화살도 사실 얼마전에 봤죠. 복잡다난해요, 정말. 아, 서재에 쓰지 말았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구요.

4. 하하하. 그래서 제가 먼저 덧붙였죠(에헴). 앵콜요청금지,는 아마 제가 태어나서(!) 가장 많이 들은 노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_- 아니 왜 몇 백번을 들어도 안 질리지... 앗, 계속 반복하다보면 나중에 트랙과 트랙사이 텀까지 기억하게 되지 않아요? 마치 스무곡이 하나의 곡처럼, 메들리처럼 들리고ㅎㅎ 가수가 언제 숨쉬는지까지 알게 되잖아요(저만 그런가요;)


뷰리풀말미잘 2012-12-05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영화를 보지 않고 영화에 대해 썼는데, 영화를 본 샤이닝님과 얼추 생각이 비슷한 것 같네요. 잘 읽고 갑니다.

Shining 2012-12-07 11:07   좋아요 0 | URL
사실,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지 않았나, 여전히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또한 어쨌든 영화이기에, 그저 공평(?)하게 대하려고 했고 그 생각을 조심스레 써봤습니다.

댈러웨이 2012-12-05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에 대한 책들이나 어떤 작가들의 에세이를 블로거들의 리뷰만 보고 구입했다가, 안 읽으면 못 배길 것 같으니까 사놓고는, 후회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럴 땐 제가 이용할 수 있는 서점이나 도서관이 좀 가까이 있었으면 해요. 요즘 샤이닝님 글 많이 올라오니 좋으네요. 신간평가단 축하해요. 빛나는 활약을 기대하겠어요. (푸쉬푸쉬.) ^^

Shining 2012-12-07 11:0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도서관은 절대적으로 가까이 있어야 해요-_ㅠ 전 도서관이 근접한 환경에서 쭉 자라서 자연스럽게 도서관인생(?)이 습관이 되었거든요. 하하. 제가 이렇게 글을 자주 올리는 경우는(완성도는 차치하고;) 거의 없긴 해요^^; 댈러웨이님 말씀 들으니 더 반성반성ㅠ 넵, 한 번 열심히 해보겠습니다(불끈!)
 

 

 

 

 

 

모년 모월의 GQ에서였다. 한 에디터는 피츠제럴드 단편선에 대한 추억을 꺼내며, 가을은 피츠제럴드를 읽기 좋은, 차라리 응당 -그의 제목처럼- ‘분별 있는’ 일로 느껴질만한 계절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 표현력이 얼마나 (지큐스럽게 말하자면) 나이브하면서도 임프레시브했는지 그 후로 자주 그 말을 인용하곤 했다(물론 출처는 밝혔다). 가을은 피츠제럴드를 읽기 좋은 계절. 그것은 분별 있는 일. 하긴 어찌 피츠제럴드 뿐이랴. 가을은 단편소설 읽기에 절묘한 계절이다. 예를 들어 이런 책이면 어떨까.

 

 

 

나는 커피 스푼으로 귓불을 긁다가 그것을 접시에 내려놓았다. 여동생은 또 내 다리를 찼지만 컴퓨터 엔지니어는 그 동작의 의미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아마 2진법의 농담이라는 것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을 것이다.

 

“가능하면 가을쯤에 결혼을 할까 생각합니다.” 하고 와타나베 노보루가 화제를 바꾸었다.

“결혼식은 역시 가을이 좋지. 그때면 아직 다람쥐도 곰도 부를 수 있고.”

 

“그리고 약혼 축하해. 혼자 마셔서 미안하지만.”

“식은 10월에 올릴 생각입니다. 다람쥐도 곰도 부를 수 없어 유감입니다만.”

“그 일이라면 신경 쓰지 않아도 돼.” 하고 나는 말했다. 어럽쇼. 이 놈이 농담을 다 하고 있네.   

- 무라카미 하루키, 빵가게 재습격

 

 

유머라는 건 정말 어렵다. 그것은 대개 즉홍적이고(또는 즉홍적으로 보여야 하고, 즉 연습한 것이라 한들 티를 내면 안 되고) 섬세하고 예리하면서도 누구에게도 불쾌하지 않고 거의 모두를 동의하게 만들어야 하니까. 그래서, 유머러스한 건 멋진 것이나 똑똑한 것보다 어렵다. 아니지, 멋지고 똑똑한 사람의 조건에 유머도 들어가는 것인가 뭐 어쩄든. 20세기에도 21세기에도 '먹히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매력이란 이런 유머러스함 아닐까. 그의 단편 대부분을 좋아하고 특히 이 단편집은 몇 번 읽어도 흥미롭지만 백미는「패밀리 어페어」로 꼽겠다. 만사태평에 절조 없고 그저 그런 바람둥이인 이 남자주인공을 미워할 수 없는 것도 같은 이치. 아, 다람쥐와 곰은 아무리 읽어도 너무 웃겨. 그러니까, 귀엽다. 멋진 남자는 매력적이지만 귀여운 남자는 치명적이다.

 

 

내가 태어난 그 날짜에, 아침햇살이 고향집 안방 문턱에 떨어져내리는 그곳에 가 서게 된다면 내가 태어난 정확한 시각을 알 수 있는 거였다. 햇살은 태양력을 따라 움직이므로 나는 그해 음력 8월 25일의 양력을 알아야 했다. 9월 18일이었다. 뭔가에 간절하거나 절박하면 답은 저절로 하늘에서 떨어진다고 했던가. 어느날 갑작스레 코앞에 다가와 나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옥죄고 있는 죽음의 그림자. 그 옴짝달싹 못하는 지경에서 내 숨통을 틔운 건 오로지 태어난 시각을 정확히 아는 것뿐이라는 식이 돼버렸다. 어째서 그런 결론에 도달하게 됐는지 알 턱이 없었다. 알 수도 없었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다만 그런 식이 돼버렸다는 것이고, 날짜에 맞춰 고향집에 당도했다는 사실만 중요하게 여겨질 뿐이었다. 그럭저럭 잘 걷던, 그러나 생에 유일했던 길이 코앞에서 턱 막혀버린다면 무슨 기현상인들 안 일어날까. 생일이 내 여생의 범위 안에 있었다는 사실에 안도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 집이 아직도 그때의 문턱 높이를 간직한 채 그곳에 있다는 것, 언제라도 그 방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  

- 구효서, 시계가 걸렸던 자리

 

 

처음 읽는 순간 -뻔한 표현이지만- 홀린듯이 빠지는 글이 있다. 첫 문단, 첫 문장, 첫 글자, 서문, 제목부터 읽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책들. 구효서의 『시계가 걸렸던 자리』가 그랬다. 이 문단이 이 책의 표제작, 첫 단편, 첫 문단이다. 자신이 태어난 날, 태어난 시각, 태어난 곳에 서 있는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이사와 전학이 잦았던 탓에 마음에 들었던 동네를 떠날 때마다, 떠나기 직전까지 무던히 오랜 산책을 했다. 놀이터의 흙알갱이, 늘 같은 시간에 지나가던 버스, 친구들끼리 몰래 갔던 흉흉한 소문이 돌던 동네, 등하교길마다 보던 붉은 담벼락까지. 내가 이렇게 많은 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는 것, 그래서 기억해야 할 것도 많다는 것을 번번이 알았다. 이삿짐 센터의 차 속에서 멀어지는 동네를 보며 기억은 눈으로 각인할 수 있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나는, 혼자서도 그 곳을 충분히 찾아갈 수 있는 나이가 된 후에도 단 한 곳도 가본 적이 없다. 언제 알았더라. 기억은 어떤 방식으로도 재생될 수 없다는 것을. 기억은 재현되거나 재구성되기에, 심지어 있었던 일도 없는 것으로 만들고 없는 것도 있는 것으로 기억할 수 있는 기억 앞에서. 어떻게 기억의 힘, 시간의 견고함 따위를 믿겠는가. 그 때의 풍경은 기억에만 존재하고 그 기억은 완벽하지 않아서 실재 앞에서 무너져 버릴 게 분명하다.

 

구효서의 『시계가 걸렸던 자리』에는 이상한 타국의 느낌이 있다. 실제 배경이 타향인 것도 있지만, 어쩐지 오래 외국생활을 했던 이가 들려주는 먼 도시의 괴괴한 이야기 같은 느낌. 쓸쓸하고 버겁고 아스라하다. 기억의 실재가 희미한 것처럼.

 

 

 

나는 어린 아이들이 순진하다는 믿음은 어른들이 내놓고 속아주는 미신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순진하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순진함은 때로, 그것이 악인 줄 모르고, 왜냐하면 순진하니까, 악마를 연기하곤 한다. 악마가 순진함의 외양을 가지고 있든, 순진함이 악마의 내용을 가지고 있든 무슨 차이란 말인가.

 

너의 아버지를 죽인 사람이 네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가. 내 안에서 태어나고 자라난 신념이 나를 취조하고 심문했다. 나를 변호하는 목소리는 어디서도 들리지 않았다. 불합리한 재판이었다. 시간이 흐르면 죄책감이 엷어지지 않을까, 하고 은근히 기대해보았지만 기대대로 되지 않았다. 마음의 법정에서는 시간도 내 편이 아니었다. 시간은 오히려 나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죄의식은 오히려 더 생생해지고 빤질빤질해졌다.     - 이승우, 오래된 일기

 

 

부채(負債)의식, 이나 죄의식, 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아주 모르지는 않다고 여긴다. 더 많이 주거나 덜 기대하는 이들을 사람들은 관대하다거나 상냥하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들은 매우 비겁하고 솔직한 이기주의자들일 뿐이다. 덜 받거나 덜 기대하게 하는 것이 자유롭다는 것을 그들은 안다. 어느 누구도 부채의식에서 어떤 죄의식에서 솔직할 수 없기에 그들은 최대한 벗어나려 애쓴다. 타인에게 미안함을 심는 것이 나 자신의 미안함을 견디는 것보다 가볍다. 무엇을 사과해야 하는지 도무지 알지 못하는 이들과는 지내지 않는 편이 좋다. 삶에 있어 누구에게도 부채의식을 갖지 않고 한 번도 죄의식을 가진 적이 없는 사람은 믿지 않는 것이 낫다. 죄책감은 배우는 것이 아니라 절로 얻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이승우의 글은, 인물들은 사람을 지긋하게 누른다.

 

 

 

나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나는 우리 집 안에 있었다. 그건 분명했다. 하지만 내가 어디 안에 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이거 진짜 대단하군요." 나는 말했다.       

- 레이먼드 카버, 대성당

 

단편소설집을 제법 읽지만 사실 단편소설을 '잘' 읽기란 좀 어렵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존 치버의 단편집과 트루먼 카포티의 『차가운 벽』같은 경우가 그렇다. 어떤 서사는 뜬금없고 어떤 맺음은 갑작스럽고 심지어 '다음 시간에' 자리에 '끝'이 나와있기도 하다. 이쯤 되면 "나랑 장난하냐?" 고 묻고 싶어질 때도 있고 나는 문학적인 사람이 아닌거라고 자학할 때도 있다. 그래, 이상하게 단편소설은 장편보다 더 어렵고 더 문학적이다.  그런데도 단편을 읽는 이유가 뭐냐면 레이먼드 카버의 글을 치켜올릴 수 밖에.

 

물론 레이먼드 카버 역시 오롯이 '읽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어떤 것은 그냥 좋았지만 어떤 것은 그저 그랬다. 하지만 시간의 융단이 펄럭 흔들리고 나서도 카버의 몇몇 것들은 기억이 남았다. 그런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지 않는다면 어떤 것을 장담할 수 있을까. 단 하나만, 내 것처럼 자랑할 수 있다면, 그래도 이 단편을 골라야겠다.

 

 

 

세상에는 시간이 얼마든지 있었다. 그의 시간과 그녀의 시간 말이다. 그러나 그녀의 입술에 키스하는 순간, 그는 아무리 영원히 찾아 헤매더라도 잃어버린 4월의 시간은 절대로 되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두 팔의 근육이 저려올 때까지 그녀를 꼭 껴안을 수도 있었다. 그녀야말로 갖고 싶은 고귀한 그 무엇으로, 분투해 마침내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그 옛날 어스름 속에서나 산들바람 살랑거리던 밤에 주고받은 그 속삭임은 이제 다시는 되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 갈 테면 가라, 그는 생각했다. 4월은 흘러갔다. 이제 4월은 이미 지나가 버렸다. 이 세상에는 온갖 종류의 사랑이 있건만 똑같은 사랑은 두 번 다시 없을 것이다.   

- F. 스콧 피츠제럴드, 피츠제럴드 단편선 1

 

 

(정말로) 피츠제럴드를 가을에 읽었다. 물론 여름에도 읽었지만. 가을에 읽는 쪽이, 누군가를 기다리며 낙엽이 우북한 벤치에 앉아 은행과 단풍잎을 간헐적으로 받아들이며 읽는 쪽이 기억에 남는다. 약간 추운 날이었고 책장은 날이 서있어서 손가락 끝이 스스슥 베였던 것도 같다. 설탕이 잔뜩 들어있다는, 그래서 평소에는 잘 마시지 않은 캔커피가 옆에 휑뎅그레하게 놓여았었다. 피츠제럴드는 어째서 젤다를 사랑했을까. 개츠비는 왜 하필 데이지였을까. 묻고 싶었으나 묻지 않았다. 이유가 있을까. 이유가 있다한들 이유일까. 오로지 하나를 위해 생을 바쳐왔으나 그 하나를 얻는 순간 이것이 끝날 것임을 아는, 언젠가 그 노력이 그리워질 것임을 아는, 기묘한 이 청년은 누구일까. 청년의 얼굴을 하고 노년의 회한을 그려내는 이 사람은 누구인가. 모든 단편을 정확하게 한 가운데로 관통하는, 어떤 조락의 예감에 오소소 떨렸다. 지나간 사랑, 지나갈 사랑, 지나친 사랑. 사랑, 성공, 행복, 안정, 믿음. 어떤 말로 바꿔도 통할, 이상하고 슬픈 소설들.

 

 

 

 

요즘 페이퍼 소급 적용, 같다. 대부분 리뷰와 페이퍼가 꽤 전부터 기획(?)해오던 것들을 이제야 겨우겨우 엮어내서 어정쩡하고 민망한 기분. 이 페이퍼는 '단편소설 읽는 가을', 에 무려 국내,외로 나뉜 대특집(콘셉트는 책 읽어주는 여자로)이었으나 지금은 11월 하고도 스무날. 가을이라기엔 서운한 날이다. 국,내외로 나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꺼낸 까닭은, 아까워서가 아니고 -그런 마음이 없지도 않지만- 단편소설 읽는 계절이, 소설이, 책 읽는 계절이 꼭 가을이라는 이름이 붙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다시 쓰려고 처음부터 단편들을 다시 물색한 순간 정말 많은 이름들이 지나갔다. 일부만 훑자면, 잭 런던, 패트리샤 하이스미스, 존 치버, 보르헤스, 체호프, 생텍쥐베리, 마루야마 겐지, 정이현, 김훈 등등. 내가 알고 있는 잘 쓴 단편소설을 쓴 모든 소설가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 중에선 다소 무난한 혹은 익숙한 이름만 남았다.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집도 몇인데 그 중 또 『대성당』을 골랐고 입이 닳도록 말하던 피츠제럴드이고(단호하게도 여전히 단편선 1이며) 민망할 정도로 자주 언급한 이승우 작가의 『오래된 일기』다. 세상 모든 것을 기웃거렸지만 결국 도착한 곳은 클래식이었다는 어느 디자이너의 말처럼 결국, 이들이었다. 이들이 더 훌륭하거나 더 나아서가 아니라. 내가 이들을 제외시킨 후 단편소설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을 방법을 알지 못한다, 라는 것이 진심이다.

 

가을이다. 겨울인가. 여하튼 계절이다.

어느 쪽이든, 세상은 언제나 책 읽기 좋은 계절이며 이 사실은 자뭇 분별 있는 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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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11-19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책읽기좋은계절! 동감이에요, 샤이닝님. 행복한하루~~ 보내요.^^

Shining 2012-11-19 12:21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의 소중한 댓글로 시작한 하루인데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____^
프레이야님께도 다시 기(?)를 쏴드릴게요>_< 야야야야야얍!

다크아이즈 2012-11-19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샤이닝님께서 이 페이퍼의 제목을 '분별 있는 일'로 지은신 건 님의 독자인 저를 위해 잘하신 것 같습니다.
참으로 분별 있는 선정을 하신 이 단편집들을 사서 봐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지금 계절은 불분명해도 책 읽기는 언제나 분별 있는 일이고, 저로서는 님의 매혹적인 글을 읽는 것이야말로
분별 있는 일이라 생각하옵니다. 고맙습니다.

Shining 2012-11-19 12:27   좋아요 0 | URL
사실 어제 졸면서 쓴거라; 고치려고 들어왔는데 빠진 단어, 비문, 오타, 장난 아니군요ㅠ 이 모질한 글을 칭찬해주시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꾸벅). 제목부터 고치려고 했는데, 팜므느와르 님께 좋은 의미가 되었다니 제목 이대로 확정입니다!(하하)

어제까진 가을, 오늘은 겨울 같은 날씨네요^^ 감기 조심하시구요 앞으로 자주 만나요 팜므느와르님 :)

댈러웨이 2012-11-19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밑에서 두 번째 문단 통째로 마음에 담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단편은 쉽지가 않아요. 레이먼드 카버도 두 편 읽다가 못 알아 듣겠어서 덮었어요. 무튼, 통째로 담아가는 페이펍니다. 고맙습니다.

Shining 2012-11-19 15:06   좋아요 0 | URL
하하^^ 맞아요ㅠ 특히 외국 단편소설들은 당최 좌절하게 하는 글들이 많은데 저만 그런 게 아닌 것 같아 초큼 안심됩니다(소심해라). 심플하게 쓰려고 나름 노력한 페이퍼, 댈러웨이님 마음이 남는 문장이 있길 바랍니다 :)

2012-11-19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핸폰으로 읽어 긴 답변 못하고요. 추천 지그시 누르고 갑니다. 총총..^^ (피츠제럴드 단편선 읽어야겠군요! o.o)

Shining 2012-11-20 11:59   좋아요 0 | URL
핸드폰으로... 대단하십니다-_-b 전 아이패드로 읽어도 눈이 침침... 역시 PC가 짱이라는ㅋ
어렵사리 제 글을 읽고 추천까지 누르신 섬님! 사,사,사...좋아합니다(어머).

하하. 백의 그림자 다음은 피츠제럴드입니까?^^

2012-11-20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승우의 <오래된 일기>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모두들 이승우, 이승우 하는데 어느 책이 가장 좋은지 물어보면 <오래된 일기>인건가요? 아님 그저 우문이고, 모두 읽어야 하는 건가요? 샤이닝님이 리뷰로 칭찬한 작품은 언젠가는 읽어야지 하게 되는데, 그 목록엔 한강 소설도 두 권 있었던 것 같고요.(희랍어시간, 노랑무늬 영원. -둘 중 한 권이 좋다면 어느 게 좋을지? 하는 우문을 또 던져 봅니다.)
피씨가 제일 좋아요. 하지만 공짜 인터넷이 막 되는 피씨가 집에도 있으면 좋겠네요. 월 몇 만원 내는 거 아까워서 시골 다녀온 후 재개통 안 했더니 네트워크에서 도태되고 있어여..흑.ㅋ

Shining 2012-11-20 12:58   좋아요 0 | URL
개인적으로는 칼과 오래된 일기(표제작 두 단편이요^^)가 최고라고 생각합니다만 사실 처음부터 쭈욱 읽는게 좋기야 하겠죠?ㅎㅎ 장편 중에서는 그래도 역시 생의 이면, 이 아닐까 싶구요. 아, 에리직톤의 초상, 은 현재 품절이나 절판으로 나오는데 작가님 말씀으로는 조만간(이 언제인지는 확답하시지 않았지만!) 개정판 내지는 복간이 나온다고 합니다. 저도 그 때 읽으려구요+_+

감사해요, 저도 섬님 글 덕에 이다혜씨 책 읽었지만(그것 말고도 있는데 갑자기 기억이...) 리뷰 쓴 사람으로서 이보다 좋은 칭찬은 없는 것 같아요 :)(씨익)

한강의 노랑무늬 영원, 은 아직 읽지 못했어요ㅠ 희랍어 시간,은 제가, 그 때, 읽어서 좋은 소설이었지 객관적으로 추천할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하구요(하하. 냉정한 독자)

오, 그래서 요즘 섬님께선 낮(?)에만 들어오시는군요! 아마도 회사에서 몰아서 하시는 듯 합니다ㅋ 너무 오래는 지겨워도 나름 현실에 충실할 수 있어 네트워크에서 도태된 삶도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요?(멋모르고 하는 소리인가요ㅋㅋ)

Shining 2012-11-20 13:01   좋아요 0 | URL
앗, 근데... 제가 지금 섬님의 독서 루트(백의 그림자 → 피츠제럴드 → 이승우)를 유인하고 있는 겁니까?
^_______^ (어쩐지 뿌듯한 이 기분은 뭐죠)

아이리시스 2012-11-22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샤이닝님 안녕? 저도 가을에 피츠제럴드도 읽고 체호프도 읽고 또 누구더라.. 좋아하는 임철우도 읽었는데.. 으힛..그리고 <안 그러면 아비규환>이랑 <직업의 광채>.. 카버나 치버가 잘 읽히지 않는 건 동서양 정서의 차이일까요? 서양소설이 유머나 풍자를 구사하면 내 쪽에서는 하나도 안 웃기거나 안 풍자스럽게 여겨지는 것 같은.. 안 읽어본 카포티나 잭 런던은 잘 모르겠어요. 보자보자하면서 안 보게 되어요. 어떨지 느낌이 오니까 그 느낌과 같을까봐 멀리하게 되는 것 같고요. 그러다보니 책을 고를 때 당연히 빼놓게 되고.. 미리 짐작하거나 좋아하는 것, 편한 것만 읽으려는 버릇은 (개인적으로 저는) 고치고 싶은 점이라서.. 이런 얘기 하기 싫다..

아핫. 아래에 책이 있네요! 요즘은 저거 읽어요? 이청준?

Shining 2012-11-23 11:49   좋아요 0 | URL
음, 그럴지도 몰라요..라고 하면 이해하지 못하는게 다 납득될 것 같아요ㅎㅎ 아, 근데 왜 무라카미 하루키는 왜 좋을까요? 왜 하루키 유머는 먹히죠?-_- 범세계적 유머코드인가ㅋㅋㅋ

...나 또 읽힌거에요?ㅠㅠ 난 왜 이리 뻔하지.. 전집 독파는 어려워도 하나하나 차분히 읽어가는 중인데 의외로 책정보도 허술하고, 독자들 관심도 적은 것 같아서 안타까워요. 그래서 저라도 홍보해드리고 싶어서요-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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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를 선물 받았다. 스마트폰도 쓰지 않는 나로선 뭔가 급 신분상승(?)을 한 느낌. 어쩌다 누군가에게 말을 꺼내면 열광적으로 최고다! 좋겠다! 라는데. 최고다, 좋기도 한다. 그런데 뭐가? 나로서는 알지 못하니 뭐가 좋은지 어떻게 최곤지 모르겠다. 좋다니까 좋긴한데 좋은걸 좋다고 아직 모르겠다고.

 

어쨌든 보호필름과 파우치는 사야했다. 생각지 않던 지출이다. 아니 뭔 비닐 한 장이 그렇게 비싸, 알고 보면 14k 금이라도 눈꼽만치 섞였나. 이게 뭐라고 이렇게 손 떨면서 붙여야하나(그랬구나, 나 수전증이 있었구나, 술을 줄여야하는구나, 비닐때기가 건강을 챙기게 해주었구나). 내 손이 언제부터 유전이었다고 지문이 이렇게 묻는겨. 투덜댔지만 붙이긴 붙였다,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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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동차를 갖고 있지 않고 차를 가질 계획도 (아직까진) 없다. 차를 가진 사람들은 묻는다. 대중교통 이용하면 불편하지 않냐고. 글쎄, 그럴지도. 그러나 나는 비교할 만한 비고를 가지고 있지 않고 때문에 비교 할 수 없다.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기에 그에 맞는 루트를 짜거나 시간을 계산하고, 보행자이자 자전거라이더이기 때문에 필요할 때 조금 일찍 나가야 한다는, 그런 것들이 자동차 드라이버들에게는 다분한 수고로움으로 아날로그로 비쳐질 수 있다는 걸 이해한다. 그들이 친절하게 이렇게 지적하면 나도 사람인지라 귀가 얇아지며 그런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진심으로 불편하다고 느낀 적은 -몇몇 경우를 제외하곤-  거의 없다. 조금 일찍 나가고 약간 걷고 좀 더 큰 가방을 맬 뿐이다. 그건 결정적인 수고로움이 아니다. 내세울만한 점으로는, 교통비를 적게 들이고 기름값을 걱정하지 않고 운전자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다. 가장 최고는 책을 읽을 수 있다.

 

그러니까, 판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좀 더 일찍 나가는게 미련스럽다고 걷고 버스 타는게 촌스럽다고 생각하지 말고 불편하지 않냐고 괜히 되묻지도 말라(차를 사줄 생각이 아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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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하나의 예다. 자동차, 로 예를 들었지만 아이패드, 나 스마트폰, 등으로 바꿔도 된다. 타다보면 깔다보면(?) 쓰다보면 편할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경험한 후의 몇몇의 경우가 아닐까. 만약 지금 스마트폰을 쓰는 친구는 당장 스마트폰이 없어진다면 아 불편하다, 미치겠다, 할지 모르지만 쓰지 않는 내가 스마트폰이 없다고 불편하다고 느끼진 않는다. 

 

걸으면서 통화를 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누군가 내놓기 전까지는 사람들은 걸으면서 전화를 할 필요가 없었다. 나가서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된 후에야 아, 음악을 아무데서나 못 듣다니 얼마나 불편한 일인가, 탄식한다. 번호키 도어락이 생기기 전까지 열쇠를 가족 수별로 만들어도 딱히 수고롭다고 여기지도 않았다.

 

공급이 수요를 만족시킨다는 명제는 틀렸다. 공급이 발생했을 때야 비로소 수요를 깨닫는다. 정확히는 공급이 이뤄지면 그때서야 수요가 있었다고 착각한다. 무엇보다. 공급은 또 다른 잠재적 수요와 구체적 공급을 불러온다. 예를 들면. mp3를 산 것까지는 좋은데, 걸으면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건 좋은데. 덕분에 예쁜 이어폰도 사고 싶고 귀가 아프지 않게, 운동할 때 쓸 헤드폰도 갖고 싶고. 긴 줄이 귀찮아서 이어폰 줄감개도 사야하고 지저분해지는 액정을 위해 비싼 비닐때기도 붙여야 하고. 추워보이지도 않는데 다칠까봐 친절하게도 케이스도 씌워야한다. mp3값 플러스 블라블라블라. 정말 우리가 이 모든 것을 필요로 했을까? 어디서나 음악을 들을 수 없었던 때의 우리는 정말 불편하거나 불행했을까? 궁극적으로 이런 기술들이, 발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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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있음으로 당신은 이런 것들을 할 수 있다, 가 아니라 이것이 없음으로 당신만 이런 것들을 할 수 없다, 고 말하다니. 지나치게 영리하면서도 짜증나는 광고였다. 위화감을 팍팍 조성시키는.

 

보고 있음 약간 황홀경에 빠질뻔한 적이 있긴 하다. 그런데 내가 정말 저런 것들을 다 사용할까? 라고 물으면 역시 고개를 돌리곤 했다. 카페 같은데서 보면 다른 사람들도 하트 보내는, 그 게임을 하거나 고스톱을 치던데. 그걸 위해 저 신식(옛스런 단어구나)기계에 돈을 쓸 필요가 있을까.   

 

아, 근데 얼떨결에 생겼으니 쓰긴 써야하는데. 이건 뭐 설명서도 없고 기계만 덩그러니. 자자, 난 고스톱도 게임도 안 하니까, 뭔가 잘 쓰고 싶다고. 근데 팟캐스트 앱을 다운 받다 뭔 문제가 생겼는지 아이튠즈, 앱스토어, 모두 다 먹통이다. 난 궁극의 길치에서 궁극의 기계치까지 2관왕을 하는건가? 우울하다. 위화감 주는 이 기계, 사용하시는 분 있음 저 요령 좀 알려주실래요? 부탁드립니다(굽신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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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몸으로 무언가를 하는 사람들에게 경외심과 존경심을 느꼈다. 자신도 어쩔 수 없는 몸의 영역을 지배하기 위해 자신도 어쩔 수 없는 싸움을 평생동안 하는 사람들. 그들이 세상에서 가장 단단하고 유연하며 고독하다고 느껴졌다.

 

네메시스에서 나오는 책들을 늘 주목하고 있었지만 어째 번번이 볼 기회가 없었는데 도서관에서 우연히(이런 큰 책이 눈에 안 띌수가!) 만난 책. 대충 그린 그림 같은데 실은 세심하고 배려깊다. 한 사람의 인생을 거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마주한, 고민과 갈등과 눈물을 함께 한 다행스러움과 고단함이 느껴진다. 눈물이 날 것 같아 덮었다.  

 

 

 

나카무라 요시후미 씨는 그림을 참 잘 그린다. 빠르게 드로잉 한 거라고는 하는데 허허. 그의 그림을 훔쳐보는 재미만으로도 이 한 권은 너끈히 읽는다. 그리고 안도 다다오의 집은 몇 번째 봐도 신기하다. 안도 다다오에 대해선 좋은 책들이 있으니 다른 책들도 읽어보길 권유.

 

전권인『집을 순례하다』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분들의 집들이 등장하니 그만큼 낯설기도 중(重)하기도 하다. 전문적인 것을 바라기보단 쉬어가는 기분으로 술술 넘겨보길 권장.

 

   

 

저자가 머리말에 쓴 것처럼 고흐의 이야기는 지나치게 뻔하다고 생각했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가장 많이 아는 인상주의이자 화가가 아닌가. 이미 좋은 혹은 나쁜 텍스트가 범람하는 상태에서 또 고흐라니. 하지만 이 책은 고흐의 '그림 자취'를 따라가는 일종의 여행서로도 읽히기에 기대를 갖고 읽었는데.  

 

아, 이런. 내가 어째서 여행서를 잘 읽지 않는지 잊었었다. 아무리 특별한 풍광과 경험을 담은 글도  내가 느낄 수는 없기에, 내 여행이 아니기에, 대체적으로 문장이 뻔하기에. 그림의 아우라를 사진으로 담아내는 재주도 없고 글 재간도 평범. 지루해서 중간에 덮어버렸다. 고흐의 그림이라면 내가 알아서 찾아가마, 싶은 마음으로. 아무리 기획이 좋아도, 책이 예뻐도, 일단 문장이 좋아야 한다.  

 

 

어째서 더 많은, 더 중요한 멸종 생물보다 돌고래나 북금곰의 비극을 더 마음 아파 하냐고 비아냥댄다면 할 말은 없다. 공정한 일이 아니라는 걸 안다. 일종의 위선이라는 것도. 예쁘고 사랑스러운 외모를 가졌기에 맘이 끌린다는 것도 인정한다. 하지만 이미 향한 마음을 제어할 길이 없다.

 

인간에게는 분류학적으로 유사한 종을 더욱 동정하는 본능이 있다. 우리가 물고기의 죽음보다 원숭이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고래는 물고기보다 인간에게 더 가깝다.

 

인간에게 가까운 생물, 그 중에서도 예쁘고 고아한 이 동물에게 본능적으로 더 죄책감을 느끼게 되는구나. 하지만 그러면서도, 고래의 종은 둘 셋 밖에 모른다(우리나라 사람들은 고래를 늘 비슷하게 그리는 것도 같은 이치라고 한다). 미안하다. 사랑한다면서 그것도 몰랐구나. 나는 이제 너를 배운다.  

 

 

 

 

동화책, 그림책을 많이 보고 자라지 않은게 희한한 자격지심이 됐다. 기껏해야 로알드 달, 그림 형제, 루이스 캐롤 정도. 내가 창의적이지도 긍정적이지도 않은 건 동화를 적게 읽어서라고 내심 투덜댔다. 지금은 창의성도 긍정성을 위해서도 아니라, 그냥 읽는다. 오, 이 책들을 모두 읽으면 얼마나 좋을까.

 

 

 

 

위 세 권은 읽은 책, 아래 두 권은 아직 읽고 있는 책이다. 염두에 뒀는데 만났거나 전혀 몰랐는데 도서관을 부유하며 발견한 책들이다. 오늘 한 권 더, 오이겐 헤리겔의 『마음을 쏘다, 활』을 찾았다. 이 책이 입고되다니. 도서관아 미안, 내가 너를 과소평가했구나. 그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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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ward Hopper, Sheridan Theatre (1937)

 

 

, New York Movie (1939)

 

 

, Nighthawks (1942)

 

 

영화가 보고 싶어진다. 특히 히치콕의 영화와 <밤샘하는 사람들Nighthawks>를 처음 본 순간부터 떠올랐던 <밀리언 달러 베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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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2-11-07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켜!! 첫번째 댓글은 내꺼야!)

근데 전자제품이란 게 참 웃겨서 한번 어떤 제품을 구입하고 나면 그보다 예전으로 돌아갈 수가 없어요. 이어폰도 아무거나 막듣다가 한번 괜찮은 거에 길들여지면, 옛날처럼 아무 거나 막 들을 수가 없고, 모니터 같은 것도 예전에 쓰던 것보다 작은 화면으로 돌아가면 막 짜증이 납니다.

근데 또 웃긴건, 분명히 그런 식으로 우리는(아니, 전자제품은) 발전하고 있는데, 왜 예전의 불편함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는지..여기에는 도대체 무슨 비밀이 들어있을까..예를 들어서 10년에 쓰던 컴퓨터를 생각해보면 지금의 컴퓨터가 분명히 그보다 수십, 아니 수백배는 빠른 제품일텐데, 왜 인터넷 창은 빠릿빠릿하게 여전히 뜨지 못하는 걸까. 참 미스테리해요.

아..그리고 저같으면 일단 개러지 밴드를 깔고 뚱땅뚱땅 피아노를 치겠음(스마트폰으로 엄지손가락으로 치는 건 도저히 맛이 안나니까). 멀쩡한 피아노 놔두고 왜 그 고생이세요..라는 건 묻지 마시구요. (그건 그렇고 그런 건 도대체 누가 사줍니까?)

Shining 2012-11-08 11:32   좋아요 0 | URL
맥거핀님도 첫번째 댓글에 집착하시는군요ㅋㅋ 귀여우십니다_-*

아, 그거 알 것 같아요. 전 헤드폰 처음 쓰고, 이건 뭐지, 짱이다...했거든요_-b 근데 비싼 거라고 고장이 안 나거나 하는 법은 아니라는 거. 제 친구는 십오만원 짜리 헤드폰을 샀는데 일 년도 못 썼대요_- 그렇게 생각하면 굳이 비싼 걸 쓸 필요가 있을까, 근데 비싼 것 중 진짜 좋은 게 있으니까. 이렇게 물질의 노예가 되는거죠, 자본주의 사회란(이런다).

하하. 한국인의 급한 성격탓도 있는 것 같아요. 자판기 빨간 불 꺼지기 전에 손 넣는것처럼요ㅎㅎ

오, 그게 그 광고에 나오는 그건가요? 광고 볼 때는 우와, 짱이다, 괜히 이랬는데 막상 뭘 해야할지 난감_- x-ray사진 보는거랑 천문학, 그걸 해보고 싶은데(뭐지). 네, 무려 형부님(언니가 결혼하고 나서 느낀 건 '형부'가 참 좋다는거였어요ㅋ 새언니나 매형, 하고는 또 다른 느낌. 언니가 부러워합니다, 좋겠다, 너는 형부도 있고)께서 선물해주신겁니다. 제가 문명의 이기에 어두운 사람인걸 아는지라 주면서도 염려했는데.. 큰 소리쳤는데.. 네, 하나도 모르겠어요ㅠ

뷰리풀말미잘 2012-11-08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아주 오랫만에 즐겨찾기를 추가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좋은 글들을 쓰시죠?

Shining 2012-11-08 11:32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뷰리풀말미잘 님. 닉네임이 굉장히 재밌네요^^
좋은 인상을 드렸다니 감사합니다(꾸벅). 앞으로도 자주 뵈요 :)

2012-11-09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재밌게 읽었어요.
저도 '돌봐 줄' 전화기가 하나 있어서 비싼 비닐때기 입혀주러 번화가에 함 가봐야 하는 처지~ㅎㅎㅎ 운전, 안 하고 살면 좋겠긴 하겠어요. 마치 알콜중독자처럼 '언제라도 운전 따위 끊을 수 있어!'라고 생각하면서 오늘도 차를 몬답니다.ㅠ.ㅜ 주차비, 벌금, 수리비, 다 아깝지만 젤 아까운 건 돈도 꽤나 크게 들어가는 자동차 보험료..
여튼 형부님, 짱! 멋지십니다.

Shining 2012-11-10 23:52   좋아요 0 | URL
돌봐 줄...ㅎㅎ 맞아요, 이건 내가 기계의 주인인지 노예인지 원_-
그렇군요, 어쩌면 이건 운이 좋은걸지도 모르겠어요. 대중교통이 닿는 곳에서 충분히 생활할 운 같은 거 말이죠. 그 생각은 해보지 않았네요!
그러고 보니 제 USB, 외장하드, 마우스 다 형부님꼐서.... 짱 멋있는 분이셨어요!(웃음).

카스피 2012-11-09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패드 선물 받으신것 축하드려요.근데 아이패드 액세사리를 하나 둘 사다보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말을 생각나실 거에요^^;;;;

Shining 2012-11-10 23:53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카스피 님. 반갑습니다 :)
헛, 전 보호필름과 파우치로 충분히 과분한데.. 여기서 더 써야 하나요?-_ㅠ
유지비 많이 드는 기계같으니라구.. 여전히 여러모로 활용을 못 하고 있는데 말이죠ㅠ

아이리시스 2012-11-12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겠다..좋겠다..(언니를 만들든지 해야지!)
일단 제가 엄마 뱃속으로 들어가서 언니더러 먼저 밖으로 나가라고 하고 제가 나오면..(!!)

Shining 2012-11-12 23:02   좋아요 0 | URL
하하, 형부라고 다 좋은건 아니니까요...라고 하면 위안이 안 되겠죠?^^;
좋은 형부님이시죠ㅎㅎ(자랑했다고 생색내야지ㅋ)
언니가 8년정도 연애하고 결혼한거라 친하고 편해요, 어릴때부터 봐서 아직도 꼬마취급할 때도 있거든요_-

아이리시스 2012-11-13 20:33   좋아요 0 | URL
그렇죠.. 그치만 누구든 먼저 나가면 언니나 오빠가 생기잖아요. 키득키득. 사실은 살면서 언니 있는 사람들은 하나도 부럽지가 않았는데.. 부모님께 딸은 나 하나면 된다라는 자부심! 자신감! 소중함! 푸핫. 저는 오빠가 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어요. 물론 (상상 속의 내) 오빠도 갖춰야 할 조건과 스타일이 있지만. 출생의 비밀인데요, 엄마 몸이 약해서 제가 미숙아로 태어났는데 젖을 못 물리니까 바로 동생이 또 생겼대요. 어쩔 수 없이 그 동생을 낳을 수 없었는데, 이후 지금의 제 동생이 태어났거든요. 못 태어난 동생은 여동생이었을 거예요. 여동생 있었다면 남동생은 안 태어났을텐데..!! 제 동생은 사주보면 우리 부모님 아들 아닌 걸로 나온대요. 부모님 사주에도 아들이 없대요.

결론적으로 나는 어떻게 해도 형부를 가질 수 없는 운명이었던 거야.. orz

Shining 2012-11-14 11:21   좋아요 0 | URL
....뭔가 아이리시스님의 역사(?)를 들은 기분이에요(버엉).

그렇구나. 저는 가운데 아이라서 옛날부터 이게 엄청 싫었거든요(누구든 뭐 자기 위치가 좋은 사람은 없겠지만요). 나이 차이나는 언니고, 아래는 남동생이라 은연중에 양보하라거나 참으라는 부당함(아니, 위아래로 다 참으라는 이게 말이 됩니까!!)을 받고 살았다고 생각하거든요ㅋ 지금은 뭐 이것저것 다 상관없는 시크하고 무심한 둘째가 되었지만요(씨익).

뭐, 언니 덕분에 (재밌는) 형부도 있고 (웃긴) 조카도 있으니 좋습니다. 동생 덕분에 올케 있으니 시집살이도 시킬 수 있잖아요(ㅋㅋㅋ).

아이리시스 2012-11-14 15:43   좋아요 0 | URL
맞아맞아, 짱부럽;; 난 내동생 어딘가 버려버리면 좋겠다, 생각한 적 많아요. 근데 걔도 그래요. 이런 누나 따위;;(ㅋㅋ) 우린 만나면 맨날 그런 걸로 대화를 이어가요(씨익) 우리 엄마께서는 오빠가 둘에 언니도 있고 남/여동생 하나씩 있거든요. 저는 그게 짱 부럽더라고요. 꼬꼬마는 이제 좀 외계인을 벗어났나요?!

Shining 2012-11-15 11:30   좋아요 0 | URL
뭐 이달 말이면 백일이니까 이제 좀 사람의 모양새는 나와요ㅋㅋ
이제 눈도 거의 보여서 시선이 왔다갔다 하는게 재밌긴 한데 표정이 왠지 건방져서 어쭈_- 이럽니다.
전 유치한 이모니까요(으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