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마감] 9기 신간평가단 마지막 도서를 발송했습니다.

 


- 신간평가단 활동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책과 그 이유


휴, 뭐든 하나만 고르라는 질문은 언제나 곤란하다. 12권 중에 하나를 뽑으라는 말이 아니라 12권 중 나머지 11권을 버려야 한다는 말처럼 들리니까. ‘가장 기억에 남았던’이 ‘가장 좋아하는’과 반드시 동의어일 필요는 없는거겠지? 라는 혼자만의 전제 하에, 최인호 작가의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를 뽑는다. 오랜만에 만나는 작가의 신작에 반가움과 떨림으로 열었고 ‘작가의 말’을 읽으면서 움찔, 저도 모르게 손끝을 떨고 말았다.

사실 책 자체는 (주관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꽤 관념적인 소설이었다. 지금도 이따금 떠오르지만 자주 떠오르는 대신 여전히 말은 궁해진다. 다만 이런 생각을 한다. 작가의 사생활과 작가 자신은 유리(遊離)됨이 근본적으로 옳다고 생각하지만 별 수 없이 작가 자신이 떠오를 때가 있다. 그리고 작가를 떠올리며 텍스트 안의 이미지와 문장이 더 크고 격하게 다가올 때가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작가가 그간 스스로 느꼈을 침묵의 시간들을 짐작하며 침착된 것들을 예상해보니 어쩐지 마음이 퍽퍽하면서도 짠하다. 글이란 때론 증언이기도 하고 관념이기도 하며 안정제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 신간평가단 도서 중 내맘대로 좋은 책 베스트 5 (출간일 순) 


 

 

 

 


 

7년의 밤 (정유정) - 개인적으로는 전작인『내 심장을 쏴라』이 더 좋지만 분명 이 책이 작가의 대표작이 될 거라 생각한다. 문장력과 묘사력, 이야기의 얼개를 짜는 구성력, 그리고 담대함까지. 무엇보다 영화적 상상력과 여성 작가들에게선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장르적 특성에 관해서라면 정유정 작가는 탁월하다.

숨 쉬러 나가다 (조지 오웰) - 조지 오웰의 아성. 명불허전. 단 두 마디로도 가능하다. 특히 조지 오웰의 멀티플레이적 재능에는 부러워서 이를 갈 정도.

천명의 백인신부 (짐 퍼거스) - ‘좋았다’ 라고 말하긴 개운하지가 않다. 책이 꼬오오옥 마음에 들어서 뽑은 것이 아니라 이 책을 신간평가단에서 만난 것이 기뻤던 것이라. 여러모로 볼 때 내가 개인적으로 골랐다면 결코 골랐을 책이 아니다. 허나 이렇게 만나서 예상보다 좋은 느낌을 갖게 해준 것이 고마울 따름이다. 나 혼자 골랐다면 (아마도) 절대 몰랐을 책을 알게 해주었으니까.

고의는 아니지만 (구병모) - 가장 열정적으로, 거침없이 리뷰를 써내려가기도 했지만 읽으면서 가장 흥분했던 책이 아닌가 싶다. 전작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기에 약간의 불안감이 있었으나 그것을 밀어내버린 책. 그녀와 동시대에 살고 있는 것은 얼마나 다행인가. 어서 다른 글을 읽고 싶다.

모든 사람은 거짓말쟁이 (알베르토 망구엘) - 『인어의 노래』와『모든 사람은 거짓말쟁이』중에 고민을 했다. 둘 중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이쪽이 더 즐거워서가 아니라 『천 명의 백인신부』와 같은 이유다. 아마 신간평가단을 위해 고르지 않았다면 모르고 지나쳤을 거라 생각했기에.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려운 인연의 끈을 놓아준 신간평가단에 의의를 담아 고른다. 
 

 


처음 평가단이 됐을 때는 그저 즐거웠다. 신권을 두 권씩 읽을 수 있으니까, 그것만 생각했다. 객관적으로 동의할 수 없는 책에는 혹평을 하기도 했다. 도무지 취향과 맞지 않는 책을 만난 적도 있다. 낯설고 신기했으나 그것을 글로 써야한다는 부담감이 느껴졌다. 그러다 생각해봤다. 만약 신간평가단이 혹평을 해서 독자들에게 영향을 끼쳐 책의 판매에 문제가 생기면 어떡하나. 출판사는 알라딘과의 협의 아래 지원한 것일텐데 오히려 악영향이 끼치는 건 아닐까. 그러면 우리에게 일말의 책임감이 있는건가. 아니면 판단은 우리의 문제가 아니라 생각하고 그저 소신대로 쓰면 되나. 아니 그전에 나에게 그런 영향력이 있는건가.

곰곰이 생각을 해봤지만 그래도 유혹은 달콤했다. 마침 운이 좋아 한 번 더 신간평가단을 하게 되었다. 첫 달,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을 받았을 때는 다시 기뻤다(단순하긴). 정유정 작가의 신간이 나오면 소장하고 싶다고 생각했으니 어쩐지 이득을 본 기분도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고민은 여전했다. 중간부터는 더 심한 혼란이 느껴졌다. 무식한 게 용감한 거라고, 어중간하게 알고 접하고 발을 담그니 생각해볼 거리는 자꾸 늘어났다. 

그래서(그래서라고 말해도 될까) 이번에는 아예 지원하지 않았다. 사실 세 번이나 뽑힐 운도 없을 것 같고 장기집권(?)은 바람직하지 않은 듯 하며 무엇보다 신간평가단의 의미에 대한 의구심이 심해졌다. 하지만 말을 아꼈다. 내 자신이 -어느 쪽이든 어떤 의견이든- 확신을 갖지 못하는데 어떻게 함부로 말을 꺼낸단 말인가.  

이 페이퍼를 끝으로 신간평가단으로서의 내 책무는 끝났고 이제 모른 척 해도 될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여전히 아리송하다. 평가단과 서평단의 구분을, 추천과 강권이 차이를, 개인적 견해와 입장적 견해의 간극을 나는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을까. 이해하고 있다 해서 그것을 반드시 행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런 면에서는 자문(自問)할 것 투성이다.  

그렇지만 신간평가단의 설렘과 기다림에 대해서는 여전하다. 불쑥 도착할 선물을 기다리는 그 마음, 그거 참 짜릿하다.  

 

 

덧) 매번 리스트를 취합하고 조율하고 실질적인 책의 획득까지 애쓸 담당자분께 감사의 마음를 건네는 동시에 건투를 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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