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서는 국내개봉일 기준입니다.

레이첼 바이즈, <더 페이버릿>
<더 페이버릿>의 레이첼 바이스는 낮고 강하고 묵직하다. 언제나 잘했지만 이번에는 특별히 더 잘한다.
무엇보다 그녀에게 승마복을 입히고 말을 타게하며 안대까지 채운 의상팀에게 박수를.

올리비아 콜먼, <더 페이버릿>
언제나 잘했지만 이번에는 특별히 더 잘한 경우 2. 여리지만 변덕스럽고 나약하지만 못된 연기를 이렇게 잘할 수가.

엠마 스톤, <더 페이버릿>
개인적으로 엠마 스톤이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버드맨>은 보고 있기 민망할 정도였고 <라라랜드>는 연기 지망생보다도 별로였다. 하지만 <더 페이버릿>에선 놀랄만큼 잘한다. 본인의 정형화된 표현이나 특유의 표정을 버리고 신랄하고 영악하고 교활해진, 완벽한 애비게일이었다.

글렌 클로즈, <더 와이프>
언제나 잘했지만 특별히 더 잘한 케이스3. 글렌 클로즈의 연기는 늘 우아하고 품위있다.

사이먼 러셀 빌, <스탈린이 죽었다!>
모든 출연진이 다 잘하는 영화지만 그 중 가장 잘했던 건 사이먼 러셀 빌.
다채롭기에 매력적인('옳다'는 뜻은 아니다) 캐릭터를 한층 더 풍부하게 연기한다.

태론 에저튼, <로켓맨>
뮤지션을 연기한다면, 뮤지컬 영화에 출연한다면 이 정도는 해야 되지 않아 싶을만큼 잘했다. 연기력도 다시 봤지만 무엇보다 쇼맨십과 모사연기, 노래 실력에 놀랐다.

아담 드라이버, <결혼 이야기>
아담 드라이버는 아트무비의 얼굴이 되어가는 한편으로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시리즈의 악역으로 자기매김한다. 지금까지도 그랬으나 앞으로는 더욱 크게 될 배우임이 자명하다.

크리스찬 베일, <바이스> / <포드 V 페라리>
직접 편집한게 아니라 구글링만 해도 바로 이렇게 비교 사진이 뜬다. 한 해에 이뤄진 일이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우려하는 한편 그의 연기를 보면 그가 왜 저렇게까지 변화하는지 십분 이해가 간다. 자신을 지우고 완벽히 캐릭터로만 남겠다는 철학을 고수하는 의지와 그 의지를 뒷받침하는 연기력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조나단 프라이스, <더 와이프> / <두 교황>
명불허전 앤서니 홉킨스도 대단했으나 개인적으로는 조나단 프라이스의 완벽한 억양, 온전히 사제처럼 보이던 분위기 전환에 감탄했다. 심지어 그가 같은 해에 <더 와이프>에서 보여줬던 연기와 비교하니 새삼 더 대단해 보인다.
한 해를 마치며 올해의 영화 10편을 꼽는 페이퍼를 쓰고 있으나 올해는 페이퍼를 쓰지 못했다. 기대작(퍼스트 리폼드, 콜드 워, 러브리스, 논픽션, 아이리시맨 등)을 많이 놓쳤기도 했거니와 관람했던 영화 중 기꺼이 10편을 뽑기가 마땅하지 않다는 충격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새해를 흘려보내기도 조금 아쉬운 터, 대신 영화 속 인상적인 배우 혹은 연기를 곱씹어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하나씩 채우기 시작했다. 일부러 한국영화는 넣지 않았으며 적잖은 수상을 한 <원스 어픈 어 타임 인 할리우드>와 <조커>는 개인적인 연유로 영화를 볼 계획이 없어서 마찬가지로 제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