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기가 궁금해요 - 아기와 함께하는 재미있는 육아 실험 50가지
숀 갤러거 지음, 장정인 옮김, 이지연 감수 / 처음북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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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는 말이 없지만 행동으로 많은 것을 말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말 없는 아기의 다양한 행동이 사실은 여러 발달과정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사실 아기가 태어나 성장하면서 보이는 행동들은 어른이 보기에는 답답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의미를 해석하려고 하지 않는다. 어차피 어른이 되면 아기의 행동을 하지 않아도 생활하는데 문제가 없는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더 이상 모유를 먹느라 어머니에게 의존하지 않아도 되고 방바닥을 기어다니지 않아도 된다. 침을 흘리거나 넘어지지 않아도 된다. 아기의 행동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지 않는 것은 어른이 되면 완전한 상태로 변할 것이란 사실을 잘 알아서다. 하지만 아기의 행동의 의미를 아는 것은 꽤 유익한 일이다. 아기들의 행동의 의미를 알면 아기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 그럼 그들을 더 잘 다룰 수 있게 되고 답답했던 행동이 자연스런 행동이 될 것이다. 따라서 아이를 갓 출산했거나 출산예정인 사람들이 이 책을 본다면 더없이 좋은 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실제로 자신의 아기를 가지고 실험할 수 있도록 내용이 구성돼 있다. 각 챕터별로 실험주제가 나오는데 이는 아기의 행동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내용들이다. 실험도 표준적인 내용이지 각자 아기가 모두 ‘그래야 한다’는 법은 없다. 따라서 실험의 결과대로 아기의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반응할 필요는 없다. 그저 책을 읽으며 실험과정을 상상하고 결과를 보는 것만으로도 도움은 됐다.

 

아기는 혀를 잘 내민다. 특히 6개월 된 아기보다 4개월 된 아기가, 4개월 보다 2개월 아기가 더 혀를 잘 내밀었다. 반면 6개월로 갈수록 아기는 혀보다 손을 내밀어 사람에게 반응했다. 이를 통해 아기들이 왜 그렇게 어렸을 적 침을 흘리는지 이해하게 됐다. 인간에게 손은 세상을 이해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손으로 만져보면 감각기관을 통해 물체의 재질이나 형태 등에 대해 손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어린 아기에게 손은 아직 자신이 자유롭게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못 된다. 기껏해야 손을 쭉 뻗거나 잼잼하는 정도. 그러니 자신의 의지로 자유롭게 통제 가능한 혀를 감각기관으로 사용하려는 것이다. 이렇게 혀를 통해 학습하려는 시도는 점점 자라며 손으로 옮겨간다. 커가며 손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게 된다. 어떤 아기가 입을 벌리고 침을 흘리고 있다면? ‘아기는 뭔가 학습 중’이라고 생각한다면 침 흘리는 장면도 끔찍하지는 않을 것 같다.

 

아기는 기본적으로 음이 낮아지는 소리를 애용한다. 아기들의 옹알이를 듣고 있으면 음의 변화 끝에 음이 낮아지는 소리를 택함을 알게 된다. 신기하지 않은가? 왜 아기들은 음이 낮아지는 소리를 택할까. 또 신기한 것은 부모가 아기가 소리를 내는 중간에 높아지는 소리를 구사하면 이를 모방한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아기는 낮아지는 소리 대신 높아지는 소리를 낸다. 그러니 아기들과 생활하는 엄마들이 쉴새없이 아기에게 말을 걸고 노래를 부르는 등의 행동이 아기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상할 수 있게 된다. 다양한 소리를 모방해 본 아기는 자연히 소리를 구사하는 능력이 다른 아기보다 뛰어나게 될 것이다.

 

아기들은 목소리만 듣고도 사람의 나이가 구별 가능할까? 나이대별로 다르겠지만 같은 성이라도 목소리에 따라 나이가 많고 적고를 구별할 수 있다고 한다. 어른들이 아무렇지 않게 하는 일들이 아기들에게는 ‘능력’이 된다는 사실이 참 신기했다. 어른의 눈높이에서 보면 아기들의 행동이 귀여울 때도 있지만 답답할 때도 많다. 하지만 그들의 눈높이에서는 모든 것이 ‘학습 중’인 상태인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다양한 주제를 접하고 아기들을 관찰한다면 아기들에 대해 꽤 많은 것들을 알게 될 것이라고 믿게 됐다. 이 책으로 성장 원리를 이해하게 되면 아기들을 좀 더 지혜로운 사랑으로 돌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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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준 선물 - 아빠의 빈 자리를 채운 52번의 기적
사라 스마일리 지음, 조미라 옮김 / 처음북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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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준 선물

 

“저녁이나 먹자.” 우리가 사람을 만나고 헤어질 때 종종 하는 말이다. 밥을 먹을 생각이 없으면서도 이 말을 남발한다. 신기한 것은 상대방도 진짜 저녁을 먹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예상한다는 것이다. 저녁이나 먹자고 하고 먹지 않은 것을 두고 삐쳤다가는 의사소통에 문제 있는 사람으로 낙인 될 여지가 있다. 그런데 저녁이나 먹자는 말을 남발하는 현대인들 중에는 저녁을 혼자 해결하는 이들이 많다. 지은이처럼 남편과 떨어져 살아야하는 경우, 이혼이나 사별 등 다양한 이유로 혼자 저녁을 해결하는 것이다. 사라의 저녁식사 프로젝트는 저녁이나 먹자는 알맹이 없는 말을 남발하는 현대인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여러 면에서 현대인들에게 부족한 ‘정’을 일깨워주고 저녁식사가 내 자신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는 ‘기회’가 됨을 저자는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남편이 파병을 가게 되자 사라는 남편의 빈자리가 걱정됐다. 한창 커가는 세 아들들에게 매일 식탁에서 가족이 단란하게 모여 식사하는 기회를 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본받을 남자사람의 부재는 사라에게 큰 고민거리가 됐고 소극적인 성격의 자신 또한 걱정됐다. 쉽게 우울증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나온 묘안이 바로 매주 이웃들과 식사하기. 아이들 선생님에서부터 시장, 경찰서장 등 다양한 사람들과 저녁을 먹게 된다.

 

누군가와 저녁식사하자는 말은 남발해도 정작 식사를 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내가 저녁식사 의향이 있어도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른다. 또 내가 먹자고 했으니 계산을 해야 하고 경제적인 부담이 된다. 이런 여러 이유로 저녁을 누군가와 같이 하기가 어려워진다. 하지만 이런 골치아픈 얘기는 차치하고 일단 누군가와 저녁을 먹기 시작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낯선 사람이지만 아이들을 매개로 저녁식사를 시작한 사라에게 저녁식사는 놀라운 ‘기회’의 장이 됐다.

 

일단 첫째 아들 포드와의 관계회복이다. 큰 아들과의 갈등이 사라에게는 큰 골칫거리였다. 아버지의 부재로 포드는 반항을 했고 아빠가 없는 것보다 엄마가 없는 것이 견디기 쉽겠다고 말하는 가슴아픈 아들이었다. 이웃들과의 만남은 아들과의 갈등 과정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했고 아빠의 소중함을 일깨우며 아들과의 대화의 장을 마련하게 했다. 매주 다른 사람들과 만나며 세 아들의 개성도 돋보이게 된다. 첫째 아들인 포드는 이성적이고, 둘째 오웬은 사람들과 융화가 잘 됨을 알게 됐다. 막내 린델은 특유의 재롱으로 귀여움을 독차지 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선생님을 통해서는 가족의 다른 모습도 발견하게 된다. 린델의 선생님은 린델이 집에서와 달리 학교에서는 의젓하다는 것을 알려줬다. 이처럼 다른 사람들을 매개로 가족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고 그들에게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게 된 것이다.

 

누군가의 집에 가서 저녁식사를 대접받는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행복한 일이다. 어떤 대가관계가 아닌 순수한 의미의 저녁식사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이웃과도 교류없이 살아가야 하는 각박한 세상에 대한 회의도 들었다. 그러나 저녁식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장점을 이 책을 통해 알았으니 가까운 친척, 친구들을 시작으로 식사하기 프로젝트를 진행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처럼 남편이 파병간 상황은 아니지만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대인관계에서 알 수 없는 외로움을 느낄 것이다. 저녁식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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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화통 캠프 - 마음을 비우면 얻게 되는 것들
보관 지음 / 나무의철학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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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화통 캠프

 

나는 울화통을 쌓고 사는 사람은 아니다. 적절히 풀어주고 관리하기에 심각한 지경에 이른 적은 없다. 하지만 일상 생활을 하며 누군가의 단점이 보이고 내 마음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을 때면 ‘울컥’하는 감정이 잘 생기긴 한다. 울화통을 관리하는 것 못지 않게 내 마음을 어떤 방향으로 관리하느냐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통해 마음을 어떻게 고쳐먹어야 하는지 많은 참고가 됐다.

 

식물원에 가 보면 수많은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물론 식물원 직원들이 잘 관리하기에 푸릇푸릇 싱그러운 식물들이 대부분이다. 그 중에 관리가 덜 돼 메마른 식물이 있다고 하자. 그 메마른 식물을 눈여겨 볼 사람이 얼마나 될까. 집 안에 키우는 식물도 잘 자라야 눈에 들고 사랑도 주게 되는 법이다. 메마른 식물을 봤을 때 사랑을 주기 어려운 것은 인간의 자연스런 감정이다. 그렇다면 나는 싱그러운 식물일까, 메마른 식물일까. 내 스스로 나를 사랑해 싱그러워진다면 남도 싱그러운 나를 보며 행복하지 않을까. 이런 내용을 읽다보니 내가 가진 눈을 너무 타인을 보는 데만 썼구나 하는 후회가 들었다. 나부터 싱그러운 식물이 돼야 남도 나를 사랑하게 된다.

 

인간관계를 맺다 보면 정말 답이 안 나온다고 생각되는 인물들을 마주치곤 한다. 그럴 때 울화통을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가게를 열면 손님들이 들어온다. 장사를 하려는데 이런 손님도 있고 저런 손님도 있다. 그렇다고 손님을 내 편의대로 가려 받는다면 되겠는가. 주인으로서는 맘에 안 들어도 그 손님을 받아야 도리다. 오히려 가탈스러운 손님이 내게 약이 되는 교훈을 줄 지도 모른다.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기에 그가 많은 손님을 물어다 줄지도 모른다. 결국 내 맘의 주인은 나일뿐 다른 사람의 행동에 따라 좌지우지 될 필요가 없다. 그 손님이 내 인생의 성공길을 이끄는 소중한 인연이 될 지도 모른다. 긍정적인 생각이 바로 울화통을 잠재우는 비법이다.

 

늘 조금 더 주는 사람은 외로울 틈이 없다는 말도 공감이 됐다.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대접 받을까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모두가 대접받을 생각만 하면 주변에는 사람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회사에서도 월급받는 것보다 조금 더 일하고, 봉사도 다른 이들보다 조금 더 하고 그러다 보면 주변에 사람도 모이고 성공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정말 조금 더 받으려는 궁리로 일에 집중 못하고 민폐만 끼치는 것보다, 늘 조금 더 주려고 부지런을 떤다면 주변에 사람이 없어 외로울 틈은 절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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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 김태원의 청춘을 위하여!
최경 지음 / 미르북컴퍼니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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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 김태원의 청춘을 위하여


아침에 일어나서 밥 세끼 먹고 비슷한 희로애락을 겪으며 사는 것이 우리네 인생사다. 하지만 그 인생에서 느끼는 것도 다르고 느낌의 표현법도 다르다. 누군가는 행동으로, 누군가는 말로서 후세에게 교훈을 준다. 이외수, 김태원 멘토들은 어떠한가. 강력한 ‘말’이라는 무기로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다. 말로 천냥 빚을 지는 사람도 많은데, 그들의 말은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고도 남는다. 그들의 긍정적인 언어는 많은 이들, 특히 청년들에게 큰 위안이 된다.

 

이 책을 읽으며 특히 김태원 멘토의 삶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됐다. 사실 김태원 씨는 KBS 2TV ‘남자의 자격’이란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에게 익숙해진 사람이다. 국민할매가 돼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더니 MBC ‘위대한 탄생’에서는 뛰어난 표현력과 감성적인 말솜씨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사실 그간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며 참 불편했었다. 무한경쟁 시대에 꼭 어린 아이들을 가지고 경쟁시키고 그것을 적나라하게 온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이 맞는가 싶어서다. 매몰차게 평가하고 나오는 싹까지 자를 듯이 말하는 심사위원들을 보면 더욱 그 생각이 들었다. ‘오디션 참가자들에게 부정적인 말만 약이 되는 것은 아닐텐데’하고 말이다. 그럴 때 김태원 씨의 긍정적인 언어술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넘어 많은 청춘들에게 약이 되는 한마디였다는 생각을 한다.

 

야무진 말솜씨와는 달리 그의 인생사는 야무지지 못했다. 부활이라는 그룹을 통해 수많은 보컬들을 키워냈지만 반복해서 배신을 당했기 때문이다. 배신당한 걸로 부족해서 배신당했던 가수에게 손을 내밀어줬는데 그가 어떤 마음으로 사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는 용서한만큼 용서받을 자격이 생긴다는 생각으로 그런 행동을 한다고 말했다. 누군가 나에게 가해를 하면 보통 사람이면 마음이 괴로워서 잠이 안 온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 괴로운 자신을 보는 것이 더 괴로워지곤 한다. 그런데 그는 용서를 베풀며 용서받을 자격을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마치 천국에 자신의 자리를 여럿 만드는 사람처럼 말이다.

 

능력이 부족하거나 장애를 가져 자책하는 이들도 많다. 그런 이들에게 그는 이런 말을 한다. ‘당신은 퍼즐의 한 조각이다. 당신 없인 우주 퍼즐이 완성되지 못한다. 당신은 소중한 사람이다’ 퍼즐을 맞추다보면 그림의 중요부분도 있지만 그저 큰 면을 색으로 채운 부분들도 있다. 그림의 중요부분이 아무리 중요한들 작은 조각 하나가 없다면 전체 그림은 쓸모없는 것이 된다. 우리는 우주의 구성부분으로서 작지만 이 세상에 불필요한 존재는 없다는 것을 잘 비유한 말이다.

 

이외수, 김태원 멘토의 이야기를 보면서 한 가지 느낀 것이 있다. 그들은 누군가에게 말로써 힘을 주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런 그들에게 큰 힘을 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사모님들. 이외수 씨는 부인이 머리를 감겨주는 것을 비롯해 말 한마디면 고장 난 노트북을 바로 교체해주는 등 글만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고 한다. 김태원 씨도 젊은 시절 방황할 때 감옥에 갔었는데 20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부인이 한결같이 자기 곁을 지켜줬다고 한다. 사랑을 많이 받아본 사람들이기에 누군가에게 사랑이 듬뿍 담긴 말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것을 보면 사모님들이 더 대단한 사람들일지도. 나는 누군가를 용서하고 사랑할 준비가 돼 있을까. 생각에 잠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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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밥상 - 평범한 한 끼가 선물한 살아갈 이유
염창환.송진선 지음 / 예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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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밥상

따뜻한 쌀밥에 매콤한 김치 한 조각. 꼭 진수성찬이 아니더라도, 작은 밥상이라도 인간은 먹는 것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 인간에게 식욕이라는 것은 욕구이자 스트레스를 해소해주는 수단이 된다. 오늘 잠을 자면서 ‘내일 이런 식욕이 없으면 어쩌지’하고 고민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건강한 사람이라면 식욕이 줄까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호스피스 병동에 있는 사람들은 다르다. 온갖 치료를 해봐도 소용없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기에 평범한 한 끼를 제대로 먹는 것이 소원인 사람도 있다. 그들을 통해 우리가 먹는 것에 얼마나 감사함을 가져야 하는지 곱씹어보게 됐다.

 

며느리의 열무국수, 엄마표 김밥 등 다양한 환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음식들이 얼마나 소중한 추억들을 담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평소 열무국수를 좋아하는 시어머니는 죽는 순간까지 열무국수 이야기면 눈을 크게 뜨고 집중할 정도로 먹는 것에 열의를 보인다. 먹는 즐거움을 누린다는 것은 진짜 살아있다는 증거가 된다. 평범한 김밥도 먹을 수 없는 환자들은 엄마가 손수 만든 소화 잘 되는 김밥을 가지고 소풍을 떠난다. 김밥에 들어가는 재료만 봐도 각 가정마다 다른 이야기가 담겨있다. 먹는 것이 각 사람들에게는 추억의 재료가 되는 것이다.

 

늦은 밤이면 시원한 맥주가 생각나는 때가 많다. 즉흥적으로 생각나는 이런 식욕은 바로 채워주면 묘한 쾌감을 준다. 그런데 아픈 사람들에게는 그런 쾌감을 가질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그런 각자의 사연을 듣고 보니 ‘후회 없이 오늘을 살자’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KBS ‘개그콘서트’에서 ‘누려’라는 유행어가 나오고 있던데, 말 그대로 건강한 사람들이 누려야 하는 것은 이런 평범하지만 위대한 음식들이다. 그렇다고 폭음이나 폭식을 하자는 말은 아니다. 음식을 먹을 때도 감사한 마음을 가지면 좋겠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아플 때는 계획해도 하지 못하는 운동이나 여행 같은 것들도 미루지 말고 하자는 생각을 했다. 내일 일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기에 하루를 가치 있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호스피스 병동에서 환자들을 돌보는 의사나 가족들을 보며 든 생각이 있다. 힘든 길이지만 그들은 마음껏 누군가를 위해 봉사하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상황은 힘들지만 아픈 환자를 위해 헌신하고 밝은 모습을 보이려고 애쓰는 가족들을 보며 역설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마더 테레사는 말했다.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필요로 하는 사람도 없다고 느낄 때 오는 고독감은 가난 중의 가난이라고. 그런 의미에서 그들은 마음이 부자인 사람들이다. 나는 누구에게 필요한 사람일까.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하고 있는가. 내 주변을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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