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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에서 서울대 많이 보내는 진짜 이유
심정섭 지음 / 나무의철학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강남에서 서울대 많이 보내는 진짜 이유] 좋은 ‘공부그릇’ 만들어주기
<아내의 자격>이란 드라마를 재미있게 본 적이 있다. 김희애가 윤서래 역을 맡아 대한민국에서 자녀를 키우려면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잘 보여준 것. 극 중에서는 강남의 사교육 열풍 속에 ‘맹모삼천지교’를 몸소 실천하며 자녀의 좋은 대학 진학에 열을 올리는 많은 부모들이 묘사돼 있다. 이미 강남권에 몸 담아 있는 자들과, 그 무리에 들어가려고 애쓰는 자들. 이미 서울에 살고 있는 학부모들이라면 ‘강남’이라는 이름이 주는 어마어마한 아우라에 기가 눌린 적이 있었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서울대 가기 위해 강남에 오지 마라’이다. 좋은 환경을 갖춘 곳임에는 틀림없지만 결론적으로 공부머리가 있고 공부그릇이 되는 아이들이 강남으로 몰리기에 서울대 진학률이 높다는 것. 저자는 말한다. 모든 아이들이 강남권으로 가면 효율적으로 공부하게 되고 그러면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을 것이란 잘못된 평등의식에서 벗어나라고. 15년간 대치동 학원가에서 수많은 학생들을 가르치며 그가 얻은 결론이다. 어차피 공부그릇이 되는 아이들은 어디에 있어도 길을 찾는다고. 그러니 시간 낭비하지 말고 공부 쪽 머리가 아니면 다른 재능을 찾아주라는 말이다.
내 자녀의 공부머리가 어느 수준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일례로 수학 문제지를 주고 시험상황과 똑같이 풀어보게 한다. 그 다음 똑같은 문제를 오픈북으로 시간 제한 없이 풀어보게 한다. 전자와 후자의 성적차이를 비교한다. 성적 차이가 클수록 공부를 해서 커버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는 것이다. 즉 시험에서 30점을 맞았는데 오픈북에서 50점을 맞았다면? 시험 30점, 오픈북 80점 맞은 아이보다 공부머리가 없는 것이다. 이밖에 저자는 좋은 공부그릇을 만들기를 추천한다. 몸, 마음, 사고력으로 나눠 좋은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가장 우선돼야 하는 것은 튼튼한 그릇, 즉 건강이다. 정크푸드, 액상과당 등에 길들여진 학생들은 아무리 공부해도 집중도가 떨어지는 등 몸이 받쳐주지 않는다는 것. 공부도 체력이 있어야 장기전이 가능하다. 가공식품, 정크푸드를 즐겨먹을수록 체력이 뒷받침되지 못한다. 그밖에 평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잔소리 대신 격려와 지지를 주고, 사고력을 키워주기 위해 독서를 권장한다. 부모가 솔선수범해 독서를 하며 공부환경을 조성해준다면 더욱 좋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이제 안 통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데 저자는 다른 관점에서 이 말을 해석했다. 개천에서 용이 나도 예전의 용이 아니란 것. 우리는 명문대에 가면 용이 났다고 하는데 소위 SKY를 나와도 취업이 보장되던 시대는 지났다. 서울대생이라도 학계, 법조계, 의료계 이외에 다른 분야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다. 그렇게 좋은 인재들이 강남에 많이 몰리는데도 우물 안 개구리처럼 SKY를 목표로만 공부하는 것도 비효율적이다. 강남 출신 중에서도 서울대 합격생 중 재수생들의 비중이 높다고 하니 세계 명문도 아닌 SKY를 위해 이렇게 시간낭비를 감수해야하는 것은 어쩌면 불행한 시스템일지도. 이 책을 읽으며 <아내의 자격>에서 윤서래가 소신 있게 말하던 그녀만의 자녀 교육 방식에 대해 다시금 떠올리게 됐다. 강남이라는 단어에 함몰돼 그들만의 리그에 들어가려 애쓰지 말고 시야를 더 넓게 보고 자녀의 미래를 설계해야 할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