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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의 기생충 같은 이야기
서민 지음, 지승호 인터뷰 / 인물과사상사 / 2014년 5월
평점 :
[서민의 기생충 같은 이야기] 외모 콤플렉스, 기생충학, 독서광
서민 교수의 인생 이야기를 읽으며 떠오르는 단어가 있었다. ‘단순’과 ‘긍정’. 그는 단순했다. ‘외모, 기생충, 독서’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보면 그의 인생이 단순하게 정리됐다. 여기에 ‘긍정’이라는 단어가 추가된다. 그의 다소 자신감 없어하는 말투나 외모, 기생충학 전공자라는 점 등은 긍정에서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그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가 얼마나 긍정적인 사람인지 알게 된다. 그래서 그의 인생 이야기는 엉뚱한 면도 있지만 기발하고도 즐거운 스토리 여행기였다.
그는 외모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서민 교수의 얼굴을 본 적이 있다. 외모만 놓고 보자면 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지 이해도 된다. 하지만 그가 하는 말이나 말투를 보면 못생긴 외모를 가진 사람으로 치부하기는 뭣한 묘한 느낌을 가지게 된다. 그는 어렸을 적부터 못생겼다고 놀림을 받자 공부를 하자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못생겼는데 공부도 못하면 인생에 답이 없다는 것. 못생겼다고 놀림 받았을 때 공부 말고 다른 부정적인 생각을 하기도 쉬웠을텐데 그는 의외로 ‘공부’라는 엉뚱한 답을 찾았다. 지독할 정도로 공부벌레였던 그는 서서히 석차를 올려 의과대에 당당히 합격하게 된다. 타고난 천재가 아니라 지독하게 노력하는 형이라고 말하는 그는 하나에 꽂히면 깊이, 끝까지 하고야 마는 근성이 있다. 결국 전문성을 갖추며 못생긴 외모 콤플렉스에서 벗어나게 됐다.
두 번째 키워드 ‘기생충’. 기생충학이라는 것이 있는지 이 책을 보며 처음 알게 됐다. 텔레비전에서 자주 보던 서민 교수가 기생충학 전공자라니! 왠지 기생충학이라고 하면 이상한 선입견을 가지게 된다. 소위 말해 멋있어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기생충에 대해 잘 모르기도 하지만 주변에 기생충을 연구하는 이들도 잘 노출되지 않기에 멋대로 생각하기가 쉽다. 이 책에서 그는 기초의학이 죽어가고 있는 현실에 개탄했다. 기생충으로 병들고 고생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데, 기생충 학문을 공부하려는 의대생들이 적어 후학이 걱정된다는 것. 공과, 이과 등 기초과학 분야도 인재가 없다고 언론에서 떠들썩했었는데 의학 분야도 마찬가지였다. 또 인상 깊었던 것은 기생충과 바이러스 구분론이었다. 바이러스는 ‘우리가 널 다 먹겠다’며 덤비는 아이들이고 기생충은 ‘이만큼만 주면 여기서 잘 살겠다’고 말하는 착한 아이들이라는 것. 기생충에 대한 애정이 얼만큼 깊은지 알게 해주는 대목이었다.
독서도 그의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그는 알라딘 인터넷 블로그에서 글을 쓰며 유명해지기도 했는데 어렸을 적에는 아버지가 책을 못 읽게 하기도 했단다. 어렸을 적 책을 많이 읽은 아이들 중엔 자기밖에 모르고 남들을 무시하는 인성의 소유자들도 있다는데 오히려 서른이 넘어 다독하게 돼 책을 깊이 이해하게 됐다고. 독서를 해야 이기심을 넘어 왜 우리 것을 나눠야 하는지 이해하게 된다고 꼬집는 모습에서 독서를 진정 사랑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책은 시종일관 인터뷰 형식으로 이어진다. 독자들은 편하게 읽으며 서민 교수의 인생에 대해 천천히 알게 된다. ‘외모, 기생충, 독서’ 이 세가지 키워드로 그의 인생을 정리해봤는데, 나의 인생의 키워드는 무엇이 있을지 반문해보게 됐다. 특히 부족한 외모를 공부광이 돼 극복하고, 의대생인데 기생충학과를 선택해 서른 초반에 교수가 되며, 늦게 독서를 시작했지만 책도 내고 칼럼도 자주 쓰는 그의 모습에서 반전의 인생 묘미를 느꼈다. 나도 내 인생을 어떻게 재미있게 꾸며나갈 수 있을지 생각해보게 하는 좋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