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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문화 - 미국과 일본의 선택적 기억, 집단적 망각 ㅣ Philos 시리즈 34
존 다우어 지음, 최파일 옮김, 김동춘 해제 / arte(아르테) / 2024년 12월
평점 :
_"진주만“은 알고 보니 다른 것들-예를 들어 미국의 무고함, 희생자화, ”예외주의“의 신화와 더불어 상상력과 상식의 실패-의 코드이기도 한 까닭이다. 편견과 선입견은 구조적 실패에 초점을 맞추는 이들이 보통 인정하는 것보다 잠재적 적들의 의도와 능력에 대한 평가를 왜곡한다. 인종, 문화, 종교의 차이들이 개입하는 경우에는 특히 그렇다. 게다가 그러한 편향들은 적대자들이 품은 불만을 이해하는 데 방해가 된다. 그들이 그런 불만을 호소해 지지를 동원하는데도 말이다._P67
전쟁..... 규모에 따라 명칭이 조금씩 달라질 뿐이지, 인류사 시작 이래 서로간의 갈등은 역사의 큰 축을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처음 이 책 제목 #전쟁의문화 를 보고 좀 의아했었지만 하나의 문화로 분류될 수 있음이 이해가 되었고, #전쟁문화 로 파헤쳐 보는 세상 돌아가는 배경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이 책에서는 진주만, 히로시마, 9.11 테러, 이라크, 4가지를 “폭력과 침략은 어떻게 정당화되는가?”를 주제로 상세히 분석해주고 있었다. 전쟁/분쟁이 발생하는 제도적, 지적, 심리적 병리를 중심으로 제국주의 지배 논리를 예리하게 비판하고 있었다. 아마도 이런 내용들을 한참 전에 말했다면 음모론으로 치부해버리는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환경으로 시대가 바뀐 것도 참 고무적이다.
저자 #존다우어 는 ‘미국의 대외관계, 근현대 문화 및 각 나라 정책 등의 비교연구에서 주요한 위치에 있는 저명한 역사학자’로, 미국과 관계국 간의 역학 관계, 군사, 외교정책 등을 실증적 자료를 토대로 비교 분석을 해오고 있으며, 2차세계대전 패전 직후의 일본의 사회상을 사실적으로 연구해 왔다고 한다.
<전쟁의 문화>를 통해서는, 1부에서 1941년 진주만공격과 2001년 9.11을 비교하며, 사전에 입수된 정보를 오판한 점들, 타민족이나 국가에 대한 미국의 오만한 인식, 전략적인 실패요인, 이어지는 ‘스스로 선택한 전쟁’인 이라크전의 비극적 패턴을 분석해주고 있었고,
2부는 ‘1945년의 그라운드제로와 2001년의 그라운드제로’를 제목으로, 세계무역센터의 테러 폭탄 현장을 ‘그라운드제로’ 로 불리고,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투하 지점을 지칭하던 이 단어가, 9.11 이후 미국의 희생자들의 전유물이 된 것을 언급하며 미국이 과저에 자행한 민간인 대량 살상에 대한 어떤 자기 반성도 없음을 비판하고 있었다. 민간이 대량 살상의 예시로는 제2차세계대전 중의 각종 테러 폭격들, 원자폭탄 사용과 이후 이라크 침공으로 연결지어 설명해주고 있었다.
마지막 3부를 통해서는, 전쟁후 점령지가 된 일본과 이라크를 비교분석하며, 성공적인 사례와 실패를 대비해서 비교하면서, 일본의 사회문화적인 특징이나 미국의 간섭의 형태와 세력 굳히기의 양국 간의 차이점들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3부 뒤에 넣은 에필로그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현재 진행형인 이런 내용들을 현재 문화적인 병리나 사이버공간 진보로 인한 현대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 분석을 위해서도 적용될 수 있음을 경제적 인간심리적인 측면에서 설명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한 가닥 인류에 대한 희망도 던져주었다.
단순한 역사적 비교를 넘어, 다각도로 접근하고 통찰력 있게 세상을 지배하는 제국주의적 사상 및 지배와 자본주의 구조, 전략분석가들의 오류가 미치는 영향, 편견 등을 깨닫게 하는 이 책은 그냥 수동적으로 집단사고와 우연에 몸과 생각을 맡기며 사는 삶을 벗어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최근 여기저기 발생하고 있는 국지전이나 국내 갈등 상황 등도 그 배경을 살펴볼 수 있는 눈과 지식이 함께 한다면 더 깨어있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_1941년과 2001년의 미 군사정보의 실패는 이런 은둔자적 정신상태를 반영한다. 1941년 일본이 선택한 전쟁의 “전략적 멍청함”과 60여 년 뒤 미국이 이라크를 상대로 선택한 전쟁도 마찬가지인데, 둘 다 희망적이고 망상적인 사고를 반영했다. 거듭하여 도그마가 비편향적인 분석을 압도했고, 예리한 비판과 자기비판이 의사결정과정의 최상위에 파고드는 것을 저해했다. 집단사고가 만연했다._p614
_“비전투원”이 자취를 감추게 된 것은 영미 공군이 실시한 유럽의 공중전에서 시작됐다. 일찍이 1941년 7월에 영국 공군 폭격기 사령부는 “민간인 전반 그리고 특히 산업노동자의 사기를 꺾는 것”을 독일 공습의 목표 가운데 하나로 명시적으로 확인하는 지침을 내렸다._p262
-미국과 일본의 선택적 기억, 집단적 망각, “전쟁의 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