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리운 날엔 사랑을 지어 먹어야겠다 - 엄마의 밥상에서 내가 배운 것들
류예지 지음 / 책과이음 / 2024년 8월
평점 :
이렇게 비가 오는 날, 생각나는 냄새와 음식은 무엇일까.. 잠시 생각에 잠겼다. 기억에 담긴 음식이라 하면 나이에 따른 시기 혹은 어떤 사람과의 추억이 함께 할 것이다. 아마 그 중 제일은 대부분 - 특이나 우리나라 정서에는 - 엄마의 음식이 아닐까?
그냥 생각만 해도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릴 것 같은 엄마의 밥상이야기를, #류예지 작가가 제목도 이쁜 #그리운날엔사랑을지어먹어야겠다 에세이로 내어놓은 책을 만났다.
프롤로그도 그렇고, 내용도 내가 자란 환경과는 많이 달랐지만, 그 진심만은 충분히 통해서 세대불문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람냄새 나는 글이였다. 북적북적 해서 다양한 말들이 많은 이들이 부럽기도 했다가, 멀리 살았을 때 제일 먼저 떠올랐었던 내 엄마의 음식은 무엇이였는지 기억을 더듬어 보기도 하면서 읽어가는 여정에는 어김없이 우리네 엄마들이 보였다.
그냥 엄마 그 자체로 소비하는 이미지만이 아니라, 애쓰고 노력하면 삶을 살아낸 한 인간으로서의 엄마도 다양하게 풀어주고 있어서 더 와닿았던 에세이였다. 정성들임의 소중함 또한 새삼스럽게 묵직하게 다가오는 내용이였다.
이제 나도 점점 줄어드는 엄마의 먹거리에 내 음식을 더해서 챙기게 되었고, 그저 건강하게 사셨으면.. 하는 나이가 되었다. 엄마라는 이미지를 떠나 한 사람으로 깊이 이해하고 싶어지는 때가 되었다. 그 시작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였다.
_엄마의 ‘할 수 없는’ 목록이 하나씩 늘어날수록, 당신의 마음 저편에 무어라 설명할 수 없는, 이를테면 들기름의 은근한 노란 빛을 닮은 감정이 묵직하게 가라앉고 있음을 이해한다. 그것은 아마도 머지않은 날, 당신에게 혹은 그보다 먼 훗날 나에게도 필연적으로 다가올 일 중 하나일 테니까.
하여 아주 가끔은 자꾸만 들여다봐도 질리지 않는 ‘잘생김’을 장착한 배우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엄마의 정성이 담긴 반찬을 더욱 세밀하게 아끼고 들여다보고 맛보기 위해 노력한다._p105
_아는 맛이라 슬픈, 아는 맛이라 두려운, 아는 맛이라 더욱 무서운 햇살의 맛을 찬찬히 음미하며 다시 한 번 눈을 질끈 감는다._p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