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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는 어떻게 현실을 바꾸는가
브라이언 애터버리 지음, 신솔잎 옮김 / 푸른숲 / 2025년 5월
평점 :
_판타지는 저 높은 지붕 위에서, 땅 아래 깊은 곳에서, 벽 안쪽에서 영혼을 바라본다. 환상 이야기는 표면적인 정확도를 포기하는 방식으로 압력과 지지대의 기본 골조를 드러낼 수 있다. 주춧돌이 어떻게 자리하고 있는지를 보여줄 수 있다._p41
나에게 판타지란, SF와 함께 도파민을 팡팡 솟아나게 하는 장르다.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을 아니다는 베이스에 온갖 신화들, 상상들이 더해진 스토리와 이미지들은 그야말로 환상의 세계로 이끌 때가 많다.
헌데 이런 판타지가 현실을 바꾼다고?
미국의 대표적인 판타지 소설 연구자이자 작가인 #브라이언애터버리 #BrianAttebery 가 #판타지는어떻게현실을바꾸는가 를 통해서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가지 면에서 놀랐는데, 일단은 판타지로 구분되는 폭이 무척이나 넓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공포로 기억되어 있는 ‘어셔가의 몰락’도 환상 이야기로 분류되어 ‘치명적인 균열이 어디서 생길지, 폐허에서 무엇이 나타날지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하며, ‘판타지가 복잡한 자아를 표현하는 한 가지 방법’ 이라고 분석하고 있었다. 한 가족과 인간심리 위주로 해석되었던 나에게는 새로운 관점이였다.
바로 이와 같이, 기존의 일반화된 판타지에 대한 틀을 넘어서, 다양한 판타지 작품 속에 숨어있는 기호학, 사회문화적 기능, 젠더이슈 - 소녀와 여성에게 환상 동화가 미치는 영향 -, 판타지가 정치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이 장르가 인간의 두려움을 처리하는 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고 정치인과 미디어 대기업들이 이를 어떻게 이용하는 지에 대한 분석까지,... 물론 판타지 작품들의 기조가 되는 메타포, 신화, 구조들에 대해서도 도입부에 먼저 언급해 주고 있어서, 뒤 이어 나올 내용들에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었다.
그리고, 5장의 ‘여성을 억압하는 북 클럽에 저항하기’ 챕터와 같이 여성 작가들을 배제하고 의도적으로 폄하하는 남성 작가들에 대한 텍스트적인 기록들과 작품 분석 등을 통해서 제시해주는 점도 기억에 남는 부분 중 하나였다.
이렇게 제시된 문제의식들은 어떻게 판타지를 통해 현실이 변화될 수 있는지에 대한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저자는 이런 가치관들을 품고 있는 판타지 작품들이 결국에는 공존과 화합을 전달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특히 9장, 두려움 너머의 진실을 보기 챕터에서는 스토리의 원동력이 되는 #두려움 을 #환상동화 와 연결하여 융과 르 귄의 관점을 통해 ‘적이었던 타자는 나의 원천으로, 힘과 자기 인식을 얻는 근원으로 삼을 수 있다’ 는 내용에 깊이 공감되었다.
읽는 동안, 다양한 문학작품들을 만날 수 있어서 더 의미 있었고, 마치 판타지에 대한 한 편의 논문을 본 것 같아서 보람 있는 마무리였다. “.. 스토리의 결말까지 계속해서 나아가는 법과 타자와 소통하는 법, 공포를 연민으로 바꾸는 법을 가르쳐줄 것이다” 는 저자의 마지막 문장은 앞으로도 책이나 영상물을 보면서 계속 생각날 것 같다.
_미토콘드리아는 자기만의 기원과 목적을 유지하는 동시에 숙주의 욕구와 목적을 함께한다. 지금까지 설명이 잘됐다면 한 텍스트가 다른 텍스트 안에 자리하는 방식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아이네이스>는 <라비니아>라는 세포 속 세포 소기관인 셈이다._p228
_익숙한 것은 낯설게, 낯선 것은 공감할 수 있게 제시하는 환상 동화의 힘이다._p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