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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나를 함부로 하지 못하게 하라
무옌거 지음, 최인애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12월
평점 :
이 책을 받아들고 제목에 흠칫 했었다. 자존감과 의사표현에 대한 것인가 하고 짐작했다가, '보자 보자 하니까', '물렁물렁하니까 물로 보이니?', '개소리를 정성스럽게 하시네요', '잔소리든 조언이든 듣기 싫어', '솔직한 게 아니라 무례한 겁니다', '친절이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고?'..... 등 챕터제목들을 훑어보고 직장생활 지침서나 자기계발서 인가도 했었다.
그러다가, 프롤로그부터 제대로 읽어보니 어라 '심리서', '심리 상담서' 구나 싶어졌다 (프롤로그 만으로도 집필의도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답답한 사례들을 어떻게 풀었을까’ 하고 읽은 이 책은, 단순히 이러이러하니 “너 저렇게 해!” 가 아니였다.
“문제 상황에 대한 대처법이 왜 문제가 될 수 있는지를 근본부터 차분히 설명하고, 그러니 이렇게 해보면 어떠니?” 라고 던진다.
_남에게 밉보이지 않으려 전전긍긍할수록 오히려 미움을 사기 쉽다. 내가 바라는 것을 제대로 표현하지 않으면 갈수록 내게 요구하는 사람만 늘어난다. 힘들게 일하고도 단지 겸연쩍다는 이유로 자기 권리를 주장하지 않으면 결국 혼자 고통을 곱씹어야 한다. 아는가? ‘미안한 마음’이 얼마나 많은 것을 놓치게 만드는지. ‘미안한 마음’ 때문에 잃은 우정, 사랑, 기회가 얼마나 많은지.
최소한의 선과 원칙을 지키고, 아첨하거나 비위 맞추지 않으며, 과감히 거절하면서도 적당히 도와주는 지혜를 가져야만 비로소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자기 팔자 자기가 꼰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_ p40
거절을 잘 못하는 이들을 위해 현명한 거절을 위한 20가지 방법도 제시해 주고 있다. 내 지인이 종종 얘기하는 고급스럽게 거절하는 법들이 온전히 들어있어서 깜짝 놀랐다. 내키지 않고 하기 싫었는데 억지로 부탁을 받아 해줘야하는 경우들이 많다면 활용해 볼 만 하다. 읽다보면 무조건 들어주는 소위 ‘착한 사람’ 이라는 타이틀이 자신에게 얼마나 상처를 주는 행위인지를 잘 알 수 있다.
_타인을 만족시키기 위해 자신을 억누르지 말고, 자기 자신을 괴롭히지도 마라. 당신이 어떻게 비춰지고 싶은지에 따라 스스로 표현하는 방식을 결정할 수 있다.
당신의 친절이 당신을 함부로 대하는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__p98
개인적으로 유독 와닿았던 내용은 ‘솔직한 게 아니라 무례한 겁니다’ 였다.
밖에 있다 들어오니 새삼 참 우리나라 사람들은 남 일에 관심들이 참 많으시구나 싶어질 때가 있다. 나이, 고향부터 연애사, 결혼, 결혼한 사람들에게는 언제 아이를 가질 예정인지 까지, 처음 보는 아줌마들도 이런 질문들을 처음 보는 이들에게 아무렇지 않게 하는 것을 많이 본다. 그리고 대답종류에 따라 또 마음대로 결론을 내고 본인들의 의견들을 강요한다. 생각해 보면 직장생활 할 때 년초에 받는 인사가 맨날 이런 개인사, 특히 결혼에 관한 거였다. 그 끝은 항상 기분이 별로 였었다.
바로 이런 류의 질문에 깔려있는 사람들의 심리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챕터다.
_ 서로 편안함을 느끼는 범위 안에서 계약 혹은 협의의 형식으로 서로의 필요를 교환하고 만족시켜야지, 단순하고 폭력적으로 참견하거나 강압적으로 옭아매서는 안 된다. 다름을 인정하는 것은 서로의 경계선을 존중하고 받아들인다는 뜻이다._ p141
국제화시대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덕목일 것이다.
읽으며 혹시 나도 가해자였던 적은 없었는지 되돌아보게도 되고, 내 속에 있는 착해야 한다는 강박이 어렴풋이 느껴지기도 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로 내 속을 내보이지 못하고 속앓이를 했으면 이런 내용의 심리조언서들이 나오고 있을까 생각도 들었고, 남 눈치를 보고 칭찬받아야 하는 강박이 얼마나 심했으면 ‘착한 사람 콤플렉스’를 강조하는 사회가 되었을까 싶기도 했다. 이 바탕에는 체면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도 한 몫 했었으리라... (작가가 중국인이다)
상담 심리 전문가인 저자 무옌거는 무엇보다도 ‘튼튼한 자아’를 강조하고 있다. 무조건 피해자만 옹호하지 않았으며 따끔한 충고와 더불어 따뜻한 이해도 담아내고 있다.
결론은 이렇다.
_부디 당신과 나는 선량함을 영원히 간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오해받을 때는 나를 보호할 수 있는 마음 한 조각을 지키고 악의적인 말에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모든 악한 행동에 절대 관용을 베풀지 않는 우리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란다. _ p210
"부드럽지만 강단 있게, 착하지만 단호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