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게 갔었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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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랜만에 신경숙 작가의 책을 만났다.

한때 신경숙 작가에게 푹 빠져서 여러 책들을 읽으며 소설 속에 머무를 때가 있었다.

소설 속 주인공의 이야기에 마음 아파하며 눈물 흘릴때도 있었는데...세월이 오래 지나서인지 소설 속 내용들이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다시 찬찬히 읽어 내려가다보면 그때의 기억들이 어느정도는 떠오르리라.

단지 기억하는 것은 작가의 섬세한 묘사라고 할까, 어떤 풍경이나 장면들을 그림 그리듯 자세히 얘기해줬던 기억에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생각이 난다.

소설 속 주인공들의 감정 변화를 상세히 표현해줘서 그 주인공의 감정을 따라 내마음도 함께 움직였던 기억들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엄마를 부탁해> 이후로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왔을까 궁금했다.

<아버지에게 갔었어>이 책은 400페이지가 넘는 긴 장편 소설이었다.

이 책에 적혀진 아버지의 이야기는 신경숙 작가의 아버지의 실제 살아오신 이야기인가 싶을정도로 장면과 감정표현이 아주 자세했다. J 시라는 도시가 작가의 고향인 것도 같았고, 실제 소설 속에 나오는 형제들의 이야기들도 작가의 형제들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쓰여진듯한 느낌이 들어, 현실과 소설속을 왔다갔다하며 읽었다.

우리 민족의 한맺힌 역사 속 이야기들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었고, 그 시대를 견디고 살아내왔을 수많은 아버지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14살 젊은 나이에 부모님을 잃어야 했던 아버지, 그 어린 소년이 힘든 세월을 거치며 어른이 되고, 결혼도 하고, 아버지가 되며, 버티고 견뎌내 온 삶의 이야기들이 애잔하게 담겨있다.

소설 속 지금의 아버지는 노년에 약해진 모습으로 서있지만, 자녀들을 향한 아버지의 사랑이 아련하게 계속 느껴진다.

자식의 자식, 손자 손녀에 이르기까지 아버지의 사랑은 미안함과 고마움으로 가득하다.

소설을 읽으며 힘겨운 시간을 살아온 어르신 세대를 생각하게 됐다.

살아낸 것이 기적이라 할만큼 가난하고 힘겹고 어려운 시대를 살아온 어르신들이지만 '나는 한 것이 없다'고 이야기 하시는 모습,

조금씩 약해지시는 어르신들의 모습과 수많은 죽음을 받아들이고 살아가시는 모습을 보며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도 만들었다.

“ 나는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다. 하늘 아래 니가 건강하면 그뿐이다” 라는 아버지의 말씀이 우리 아버지들의 모습이고 사랑임을 느낀다.

"그의 가슴에 잠겨 있는 그가 하지 못한 침묵의 말들을 호호 불어서라도 건져올려 죽음 저편으로까지 이어지게 하고 싶었다"는 작가의 마음과 노력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책이었다.

이 책을 통해 이 땅의 아버지들의 삶을 바라보고 이해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길, 힘든 삶을 살아온 여러 가족들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보듬어가는 시간들이 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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