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방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199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그럼서울 영등포의 '외딴 방'을 중심으로 10대 소녀의 삶을 잔잔하게 이야기하면서 70 ~ 80년대를 시대상까지 반영한 픽션과 넌픽션의 중간쯤 글이다.
글을 읽는 동안 내 기억 속에 희미하게 남아있는 국민학교와 중학교시절의 기억이 함께 떠올라 책을 읽는 내내 왠지 침울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에 나'라는 존재가 '어릴 적 기억 속에 나'라는 존재와의 대면이 그리 유쾌하지는 않은가 보다.


70 ~ 80년에는 외딴 방이 유난히 많았나 보다. 어릴 적 기억 속에 나도 외딴 방에 대한 기억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타지로 일하려 가신 부모님 때문에 동생과 둘만 남아 지내던 슬픈 기억속의 외딴 방, 시골에서 도망치듯 도시로 올라와 밤 늦게 들어간 좁은 골목길안에 작은 방, 몰래 스며든 젊은 날의 여자친구 자취방, 담배와 술냄새에 절은 대학교 동기 자취방 등등


작가의 외딴 방 생활은 '희재언니'라는 인물의 죽음으로 끝을 맺는다. 그리고 이후 그는 외딴 방의 기억들을 외면한다. 마치 10대 후반이 인생에서 지워진 것처럼...


하지만 그 지워진 인생 속에서도 많은 관계들이 있었다. 자기들을 기억해 주기를 바라는 많은 인생들이 있었다.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작가라는 직업을 특별한 존재로 부각시켰듯이 그 특별한 존재가 되지 못한 인생들이 특별한 존재가 된 인생과의 관계를 통해 특별한 존재라는 가면이라도 쓰고 싶어하는 ... 그런 기억해 주기를 바라는 많은 평범한 인생들이 작가가 지워버린 그 인생 속에 있었다.


그래서 글을 읽은 내내 속상했다. 작가가 스스로를 특별한 존재로 만들고서 평범한 인생들과의 관계를 부끄러워하는 것 같아서...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다만 '희재언니'의 죽음에 대한 기억을 지우고 싶었다고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미 특별한 존재가 된 작가에게는 특별한 존재로서 짊어지고 가야할 인생이 있음을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평범한 존재들이 비참하지 않도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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