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이런 가족
전아리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산북스에서 또 책을 두 권 보내주었다. 다산북스 한 권, 다산 3.0 한 권. 지난 번 책도 '놀'이라는 출판사 명을 달고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다산북스는 임프린트가 많은가보다. '다산북스'라는 이름이 가진 힘이 꽤 크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보다는 새로운 이름이 주는 신선함이 더 좋았나보지? 마케팅 전문가들이 고심해서 내린 결정일테니 뭐 깊은 뜻이 있으리라고 짐작해본다. 앞으로 새로운 이름들이 쌓아갈 일들을 생각해서 투자한 걸 수도 있겠지!


  오늘 리뷰할 책은 '어쩌다 이런 가족'이다. 솔직히 이 책의 첫 인상이 썩 좋았던 건 아니다. 우선 앞 표지의 일러스트가, 이런 그림체가 많이 있다는 건 아는데, 나는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그림체라서 말이다. 묘하게 왜곡시키면서도 또 사실적인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 느낌이 예뻐 보이지 않아서 우선 이런 그림이 있는 책은 바로 집어들지는 않는다. 글쎄, 일단 봐야 아는거라 생각하고 뒤로 넘기는데 뒷표지 줄거리 소개는 또 왜이리 자극적인지. 물론 내용에 없는 말을 한 건 아닌데... 그래 뭐 맞는 말이고 중요한 소재니 넣을 수도 있는데... 시선을 확 끄는 것에 주목하지 뭔가 의미있는 것 같지가 않다. 또 글쎄, 일단.. 봐야 아는 거겠지.


  작가 소개를 읽다가 눈이 번쩍 뜨였다. '김종욱 찾기'를 쓴 작가라고 쓰여있었거든. 표지야 그냥 나의 취향인거고 내용이 읽을 재미가 있겠다 싶어 바로 기분이 좋아졌다(김종욱 찾기를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놀라울 정도의 신뢰감 상승이다). 목차를 보니 여러 인물의 시점을 돌아가며 전개하는 방식인데 그것도 좋아한다.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정말.


  결론부터 말하자면 좀 많이 허술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20년 이상을 유지해 온 한 가족의 습관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는 일이라던가, 여자를 위해 2년을 집 밖으로 나오지 않은 남자라는 설정이나, 집을 탈출하기 위해 엄청난 계획을 세워 두었을 것 같았던 인물이 금방 가족 내로 들어올 생각을 한다거나, 다시 돌아보니 심지어 계획조차 형편 없는 것 같고, 대꾸하지 않는 비밀의 말상대가 필요해서 누군가를 20년 이상 의식불명(식물인간인지 뇌사인지 정확한 설정이 없는 듯 하다- 식물인간이라면 언제든 깨어날 가능성이 있기에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는건데 그 부분이 명확치 않아서 또 불만이었다)상태로 붙잡아 두는 거라던가. 후, 이건 가족 내에서만의 설정이고 가족 외 인물의 설정도 기가 막힌다. 가족이 죽어도 순식간에 용서하기, 왜냐하면 은혜를 입었으니까, 사실 그 은혜로 또 20년동안 온갖 일 다 해야 했기는 한데 그래도 고마우니까, 라니. 성인군자가 따로 없다. 그러니까 모든 설정과 내용 전개 중 단 한 가지도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었다. 마지막에 아저씨가 딸 동영상을 열어보는 것까지. 그걸 왜 봐! 변태같다고!


  보통 이렇게 쓰고 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어야 할 장점들을 꼽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책들은 그것을 읽어야 할 매력들을 가지고 잇으니까. 그런데 이 소설에서는 그 매력이 뭔지 아직 잘 모르겠다. 하다못해 엄청 조금 나오는 인물 하나가 마력을 가지고 있어서 그 사람이 나오는 장면을 찾느라 몹시 바쁘다는 말도 못하겠다. 그냥 아이디어는 참 좋은데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힘이 별로 없었다고 할까... 그렇다고 할까보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잘 풀어냈으면 흥미로운 이야기가 되었을거다. '고령화 가족'정도의 퀄리티를 가지고 있었다면 꽤 많이 알려질 수도 있었을 것 같은 느낌이다. 다시 한 번 아쉽다는 말로 마무리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박연선 지음 / 놀 / 201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산북스 나나흰 5기에 뽑혔다. 뽑혔다고 말하기에는 인원이 어마어마하게 많지만ㅋㅋㅋㅋ 코지 미스터리 책이 출간됐는데 선착순으로 리뷰 할 사람을 뽑는다는 공지를 본 순간 이건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코지 미스터리라니! 한국에서! 한국산 추리소설은 그 자체로도 숫자가 별로 없지만, 소름이 우수수 돋는 추리 말고 즐겁게 읽을만한 추리는 더더욱 없어서 항상 일본산을 읽으며 아쉬워 했더랬다. 이 책을 시작으로 코지 미스터리가 많이 나오길, 진심으로 바라는 바입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시골집에 할머니 기쁨조로 홀로 남겨진 백수 삼수생 여주인공은 어쩌다가 마을의 소녀 네 명이 한 번에 사라진 십 년 전의 사건을 풀어내게 된다. 풀려고 애쓰지도 않고 행동의 목적도 추리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모든 비밀을 다 알게 되는건 여주인공 뿐, 게다가 까칠한 귀요미 꽃돌이도 나오니까 정말 딱 코지 미스터리다. 그렇다고 귀여운 캐릭터로 밀고나가는 것도 아니고 뒤에 깔린 설정과 스토리도 제법 탄탄하다.


  솔직히 네 명이 사라졌네, 하니까 굉장히 뻔한 내용으로 끝날 줄 알았다. 처음 도입부만 읽고는 지루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받은 책이니까 다 읽어야지 하고 읽은건데, 중간부터 탄력 받아가지고는 끝까지 쭉 쭉 읽었다. 이 내용으로 영화가 나온다면 가볍게 웃으면서 보러갈 것 같다. 흠, 그 심은경 배우가 연기한 수상한 그녀같은 기분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추리소설을 보고 싶기는 한데 진지하게 무서운 건 보기 싫을 때 주로 일본이나 영국 추리소설을 읽곤 했는데(하긴 무서운 거 읽을 때에도 일본이랑 영국꺼 보긴 했네ㅎㅎ) 이렇게 한국 소설을 만족스럽게 읽어서 좋았다고 리뷰를 마무리한다. 이 무더위에 늘어지는데 재미난 여흥으로 딱 좋았다. 깔끔한 소설이었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푸른숲 서평단에 당첨됐다! 추리소설 서평은 처음이다. 즐겁게 받아 읽었다.


  장마다 번갈아 화자를 바꿔가며 진행되는 추리 소설이다. 죽여 마땅한 사람들, 이라는 말은 전적으로 여주인공의 시선에서 나오는 말이다. 화자가 바뀐다고 해도 어쨌든 주인공이 있기 때문에 그녀의 심리를 따라가다보면 피해자들은 어쩐지 정말 죽여 마땅한 것 같기도 하고, 죽어도 큰 문제가 없을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사실 죽어(나아가 살인당해) '마땅한' 이들은 없는 건데, 너무나 당연하다는 말투로 평안하게 '죽여 마땅하잖아요. 안그래요? 그들이 살아 있어서 사회는 득 보는게 없고, 죽었다고 해서 손해보는 것도 없어요.'라고 말하니까 어리석고 감정 이입 잘하는 독자는 어쩐지 '아 그렇군요' 하고 동의하게 된다. 


  엄청 특출난 추리소설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흡입력도 괜찮고 내용도 쭉쭉 진행돼서 킬링타임용으로 읽기에는 나쁘지 않은 소설이다. 마지막 한 문단까지 정신을 놓지 말고 읽으세요!라고만 말을 해 줄 수 밖에 없는 것이 미리 받아본 서평단의 운명일까. 끝까지 읽어서 나쁠 것이 없으니 의심 말고 읽어 보아요. 스포일러는 자제요!


  추리소설은 언제나 환영이다. 요즘은 '영화화 하면 어떨까?' 싶은 책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얘도 영화로 나온단다. 그 모든 영화들이 정말 만들만한 가치가 있는지의 문제는 제쳐둔다 치고, 이 이야기는 영화로 만드는 이가 섬세하고 잘 구성해야 할 텐데 좀 걱정이 된다. 스토리의 참신함보다 그냥 이끌어가는 맛이 있는 얘기라서 말이야. 잘 매만져지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쁜 뉴스의 나라 - 우리는 왜 뉴스를 믿지 못하게 되었나
조윤호 지음 / 한빛비즈 / 201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당신에게 뉴스란 무엇인가? 과거에는 신문사 데스크가 선택해 지면에 올려 준 사실만이 '뉴스'라 일컬어졌다면 이제 뉴스는 포털과 페이스북과 메신저에 회자되는 모든 사건을 가리킨다. 채널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현대 언론은 극심한 지각 변동을 겪고 있다. 그 속에서 소비자에게 뉴스는 점차 다른 의미로 변화하고 있다.


  지금은 다채널의 시대다. 채널의 이해관계가 명확히 드러나면서 채널의 의도를 간파해내기 쉬워졌다는 장점과 중요한 의도를 가리는 쓰레기 같은 뉴스가 그 어느 때보다 많이 양산되고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동시에 가진 시대다. 당신이 어떤 눈을 가졌느냐에 따라 의도가 뚜렷이 보이기도 하고 전혀 보이지 않기도 하는, 그런 시대다. 


  이 책은 언론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그 속에서 언론이 어째서 점점 더 신뢰를 잃어가는지에 대해 논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찌라시와 음모론을 믿어야 하는가? 의도가 담긴 찌라시는 그 어떤 뉴스보다 매혹적이지만 그만큼이나 위험하다. 소설가 김훈은 "정확한 팩트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육하원칙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팩트 뒤에 숨겨진 인간의 진실까지 육하원칙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뉴스에서 언론과 이해 세력 간의 힘겨루기를 낱낱이 보여주는 것은 불가능하다. 독자인 우리가 끊임없이 의심함으로써 뉴스는 완성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실과 진실의 차이를 생각한다면, 본인에게 제공되는 뉴스가 짜여진 프레임 속의 의도 싸움인 것을 눈치챘다면, 그럼에도 어떤 시각을 견지해야 하는지 아직 확신을 갖기 어렵다면 조윤호 작가의 조언을 한 번 들어봐도 좋다. 그가 정답은 아니지만, 그의 대답을 통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대안 언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은 확실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양 목에 방울달기
코니 윌리스 지음, 이수현 옮김 / 아작 / 201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생에 가제본을 받아본 건 처음이야! 우연찮게 대한지적단을 신청했는데 당첨이 됐다. 출간 전에 책을 읽어볼 수 있는 건 정말 진기한 경험이라 신나서 읽었다. 심지어 재밌기까지 해! 드디어 발매된 이 책에 대해 나는 아주 기꺼운 마음으로 리뷰를 쓴다. 여러분, 이 책 재밌어요!!


  코니 윌리스의 책은 아작에서 세 권이나 출간했다는구만(이란 말로 출판사 독자단으로써의 의무를 마감한다ㅋㅋㅋ). 난 이 책이 진짜 마음에 들어서 화재감시원도 찾아볼 참이다. 학문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집합소(집합 회사? 솔직히 이런 회사가 실재하는지 난 잘 모르겠다- 과학에 대해 아는 게 1도 없어) 하이텍에서 일하는 주인공은 유행의 기원에 대해서 연구한다. 하지만 유행의 연원을 찾아내는 것이 어디 쉬운가. 저쪽 대륙에서 나비가 날개 한 번 팔랑여도 여기서는 태풍이 일어나는데 말이다. 심지어 우리 주인공은 유행에 민감한 스타일이 아니어서, 최신 유행은 끝내주게  쫓아가면서도 일은 더럽게 못하는 비서(는 아니지만 쉽게 얘기하자) 폴립을 보며 괴이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주인공이 찾아낸 건 양! 무난하지만 우우우 단체행동을 하는 데는 1등인 양의 유행을 연구하면 유행의 전파 과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연히 알게 된 다른 동료와 유행을 선도하는 양의 목에 방울을 다는 실험을 하기 시작하는데.... 근데 유행을 선도하는 양이 누군지 알게 뭐야. 리드 양을 찾기 위한 고군분투, 말도 안되는 하이텍의 보고서 체계로 인한 사건 사고, 유행을 연구하는 주인공의 독백, 잠재력과 참신함은 크지만 연구자금이 부족한 과학자들에게 엄청 큰 지원금을 주는 비밀의 후원자 이야기들이 책 속에 빼곡히 얽혀있다. 그러니 어쩌겠니! 처음부터 끝까지 쫀쫀하게 재미나지 않겠니!


  평소에 SF를 즐겨보는 편은 아니어서 아작의 책을 눈여겨보지 않았는데, 이 책으로 인해 인식이 확 바뀌었다. 가볍게 읽을 흥미로운 소설을 찾고 있는데 큰 사건은 없지만 소소한 일상들로 가득찬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라면 이 책을 진짜 추천한다. 사실 SF라고 전혀 느껴지지 않는 소설이었다. 10대 청소년들도 꽤 좋아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에, 나도 나름 소녀감성이거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