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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는 계속 읽는다 - F. 스콧 피츠제럴드와 <위대한 개츠비>, 그리고 고전을 읽는 새로운 방법
모린 코리건 지음, 진영인 옮김 / 책세상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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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게 <위대한 개츠비>는 읽어보아야 할 것 같은 고전이지만 어쩐지 끌리지 않는 그런 책이었다. 그렇지만 집에 책이 있길래 한 번 읽었고, 역시나 큰 감흥 없이 다시 제자리에 두었다. 나는 사람들이 개츠비가 고전이라고 말하는 이유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고(왜 그런지 찾아볼 생각도 없었다), 몇 년 후 무려 디카프리오가 주연을 맡은 영화가 나온다고 했을 때서야 '진짜 뭔가 있는 책인가봐' 싶었다. 

 

  그렇다고 해서 바로 책을 집어든다면 그건 내가 아니지! 이 책을 읽게 된 이제서야 나는 다시 개츠비에 관심을 가졌다. 사실 개츠비는 한 번 읽어 봤으니까 다시 안 읽어도 되겠거니 하며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처음 몇 쪽 읽고 반성하며 원작을 읽었다. 몇 년만에 다시 읽어본 개츠비는 대충 읽어냈을 때보다 확실히 함축하는 것이 많다고 느꼈고, 다시 읽으면 뭔가 더 발견할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언제 여행 갈 때 챙겨가서 한 번 조용히 읽어봐도 괜찮겠다. 낯선 곳에서 낯선 시선으로. 개츠비는 매력적인 책이란 걸 이제 알아봤다.

 

  개츠비에 관한 내 감상은 제쳐두고(또 이야기할 수 있을 때가 금방 올 것 같거든), 이제 이 책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나는 이 책이 평가단 리뷰에 꼽힌 것이 1)그만큼 우리 나라 사람들도 개츠비를 사랑해서 2)'계속 읽는다'는 말에 책을 좋아하는 평가단 여러분이 꽂혀서 인지 분간하지 못하겠다. 그런 의문이 드는 것은 물론 1)내가 그만큼 개츠비를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2)표지를 보고 내가 그런 착각을 했기 때문에 두 가지 모두에 해당한다. 정말, 이렇게 깊게 개츠비를 파헤치고 싶어하는 사람이 우리 나라에 많단말이야?

 

  <위대한 개츠비>는 1920년대 미국의 한 일면을 놀랄만큼 잘 포착했다는 점에서 미국 내 누구나 학교에서 배운 이야기임과 동시에 수많은 콘텐츠를 재생산해는 작품이다. 하지만 '학교에서 배웠다'는 것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으니, 그것은 이야기를 이야기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끝없이 그 안의 함축적 의미, 심상, 감춰진 의도를 기계적으로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 내가 개츠비에 느꼈던 감상이 더 좋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이 책을 읽고 나니 저자의 팬심과 분석에 의해 내 감상이 방해를 받은 듯한 느낌이 든다. 책 처음부터 끝까지 저자의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지만, 그 중 나도 동의한 몇 군데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동시대 문제에 얽혀들면서도 1차원적인 정치 소설이 되지 않았다는 점은 <위대한 개츠비>가 거둔 놀라운 성과다.

 

비평가도 연구자도 입을 모아 칭찬하는 점이지만,

피츠제럴드가 <개츠비>에서 이뤄낸 가장 대단한 성과는

관찰력이 예리한 외부 화자가 주인공의 이야기를 둘려준다는 점이다.

(중략) 개츠비를 둘러싼 신비로운 분위기는 깨어지지 않는다.

 

새로운 <개츠비> 영화나 발레나 오페라나 연극이 나올 때마다 그와 비슷한 통설이 부활했는데,

이 소설은 영화로 만들거나 무대에 올리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소설의 힘이 플롯이나 캐릭터가 아니라 언어에 의존하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그리고 그건 사실이다.

 

  이 책은 <위대한 개츠비>라는 소설을 정말 좋아하고 흥미롭게 읽었던 데다가 피츠제럴드에게까지 관심이 지대해했던 사람이라면 몹시도 재미있게 읽을 것이다. 소설과 피츠제럴드에 대한 저자의 모든 이야기가 다 담겨있다. 저자의 연구, 강의한 얘기, 사람들 반응 얘기, 조사 얘기(심지어 조사를 도와준 사서까지!), 파고들고 분석하고 느낀 모든 것들이 다 있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이 책 덕분에 나는 책을 다시 읽었고-재발견해서 몹시 기쁘고- 영화도 보려고 준비한 참이다. 개츠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파고들고 싶은 사람이라면 읽어서 후회하지 않겠다.

 

  하지만 오로지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이야기므로 "그래서 우리는 계속 읽는다", '고전을 읽는 새로운 방법' 이런 문구에 현혹되어 아, 개츠비를 시작으로 고전 일반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인가봐- 하고 착각해서는 안된다(그건 바로 나다). 개츠비의, 개츠비에 의한, 개츠비를 위한! 분석서인 것을! 

 

 

* 맺으며

  나는 피츠제럴드가 생존했을 때 성공을 다 목격했기를 꼭 바라고 그런 건 아니지만, 그가 1940년에 죽은 후 채 몇 년도 지나지 않아서, 정확하게는 (55년 이후부터) 특히 64년 즈음에 "걸출한 미국 작가"로 높이 평가받았다는게 안쓰럽다. 저자가 소개한 피츠제럴드의 한 일화를 보면 누구라도 처연한 마음을 가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1937년 피츠제럴드는 실라 그레이엄을 만난 직후, 패서디나 극장에서 그의 단편 <리츠칼튼 호텔만큼 큰 다이아몬드>를 개작해서 공연한다는 뉴스를 신문에서 읽었다. 그는 기분을 내기로 결심했다. 극장에 전화해서 자신이 작가라고 알리고 좌석 두 개를 예약했다. 또 기사 딸린 리무진을 예약하고 실라와 함께 야회복 차림으로 밖에서 저녁식사를 한 다음 극장으로 갔다. 그들이 도착했을 때, 로비에는 아무도 없었다. 알고 보니 몇몇 학생들이 위층 홀에서 연극을 공연하고 있었다. 위층 홀 또한 거의 비어 있었는데, 열두 명쯤 되는 관객들은 평상복 차림이었고 대부분은 배우들의 엄마로 보였다. 공연 후 피츠제럴드는 무대 뒤로 가서 학생 배우들을 축하했고, 나중에 실라에게 그들은 "멋진 꼬마였다고, 그들에게 잘했다고 말해주었다"고 전했다. 

 

  얼마나 잔인한 현실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신을 작가라고 생각하고 포기하지 않은 그의 의지에 존경을 보낸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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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회의 탄생 - 중국의 지식인 시의 나라를 열다 이상의 도서관 52
강필임 지음 / 한길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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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딱 정말 시회의 탄생을 소개하는 책이다. 한시를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착각하면 안된다!

 

  시회가 어떻게 탄생되었는지를 시가 어떻게 국가의 중요한 문학이 되었는지에서부터 짚어내면서 설명해주는 이 책은 시와 시회의 당시 사회적 의미/기능을 깔끔히 정리하고 있다. 맨 마지막 장에 시와 그에 얽힌 이야기에 대한 소개가 나오는데 앞선 내용들은 다 설명인 반면 여기만 스토리텔링이다보니 맨 뒤가 제일 잘 읽힌다. 끝까지 읽다보면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장이다. 

 

  시회에 대해서 깔끔하고도 모든 것에 관련한 설명이 들어있는 책(a.k.a 시회 수업 대학교재)이 필요하다면 이 책을, 한시와 시회에 대한 일화가 가득 담긴 책을 읽고 싶다면 다른 책을 찾아가기를 추천하면서... 글을 마친다. 만세! 언젠가 시회에 대해서 설명해야 할 일이 생길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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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딕건축과 스콜라철학 한길그레이트북스 141
에르빈 파노프스키 지음, 김율 옮김 / 한길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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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딕 건축도 스콜라 철학도 중고등학교때 배운 것이 전부인 나지만 제목을 듣자마자 흥미가 생겼다. 고난의 앞날이 펼쳐지겠지만 아주 예전에 얕게 지녔던 의문에 답을 줄 것 같은 책이었기 때문이지. 나만 그런게 아니라, 다들 그냥 간단하게 생각해도 이성을 중시하는 스콜라 철학과 고딕 건축이 사상적으로 연관되어 있을 것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지 않나? 하지만 간단한 교양서 같은 데서 그것을 진지하게 파고드는 책을 아직까지 읽어 본 적이 없어서 말이다. 

 

  유럽 여행을 단면서 고딕 양식의 성당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열심히만 돌아다니면 이틀에 한 개 정도 볼 수도 있지. 높이 뻗은 성당을 지은 사람들이 받아들였을 사상에 대해서 제대로 듣고 싶었다. 책에서 고딕 건축의 대표적 성당으로 샤르트르 성당을 꼽기는 하지만 나는 영국 요크의 요크 대성당과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으로 인해 고딕 양식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무심히 보던 시각에서 벗어나 장미창의 아름다움과 높게 뻗은 창문들, 지지를 아름다운 날개벽, 파사드.... 하지만 대학 교양 수업에서도 '이런 특징이 있다', '높게 올려서 신의 권위를 나타냈다'까지만 알려줬을 뿐이다. 나는 왜, 왜!가 궁금했다.

 

  옮긴이가 파노프스키의 주장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한 가지 이론이고 모든 문화 현상에 일반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밝히기는 하지만 나는 파노프스키의 설명이 좋다. 문화적 경향들은 평행하고 있는데 이 평행은 단순한 평행인 경우가 있고 인과관계가 성립하는 경우가 있다. 여기서는 스콜라철학의 '명료화를 위한 명료화'라는 습성이 건축이라는 재현적 미술에 나타나는 것이다(다만 그와 같은 습성이 스콜라철학으로 인해 기인한 것인지, 아니면 그러한 습성이 모여 스콜라 철학이 비롯된 것인지는 열어 두어야 할 논의라고, 김율 선생님은 썼다).

 

  이 책을 다 읽기가 쉽지 않다면(저 같은 분 말입니다!!), 그런데 건축과 사상의 관계를 간단히 보고싶다면 나는 <전성기 고딕건축의 변증론적 전개 과정>이라는 표를 일단 보기를 추천한다. 깔끔하게, 하지만 얕은 지식을 가진 이도 아- 하고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좀 더 흥미가 생긴다면 계속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개인적으로 김율 선생님의 글을 일단 건너뛰고 파노프스키의 글부터 읽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이유야 뭐. 어려우니까!(구체적으로는- 무슨 내용인지 아직 모르는 파노프스키의 주장을 요약한 뒤 그에 관해 타당성에 대해, 남은 질문들에 대해 쓴 글인데 나같은 경우에는 구체적인 내용을 먼저 읽는게 좋지 요약을 먼저 보니까 굉장히 힘들었다.... ) 

 

  요즘에는 장기 유럽 여행을 가는 대학생들이 굉장히 많은데, 사실 그냥 간다~에 일단 흥분하는 거 다 알고 있다! 다들 가서 "무엇을" 보는지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잘 모르고 가면 진짜 다리 아프고 이게 저것같고 그렇단 말이야(뼈아픈 경험을 통한....). 가기 전에 미리 기본적으로 역사를 알아두고, 건축(결국 돌아다니면서 제일 열심히 보는게 건축물이다), 철학(왜 사람들이 이런 문화를 가지게 되었는지 알면 이해하기 좋죠)까지 공부하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좀 관심있는 친구라면 이런 책, 어렵더라도 꼭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내가 여행하면서 품었던 의문을 이제야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풀어주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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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드핸드 타임 - 호모 소비에티쿠스의 최후 러시아 현대문학 시리즈 1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김하은 옮김 / 이야기가있는집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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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레닌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혁명은 혁명이 원할 때 스스로 다가오는 것이지, 누군가 원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요.

 

  소련이 무너졌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나는 모른다. 내가 글자를 배울 즈음 러시아를 소련이라 부르는 것은 이미 틀린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나에게 소련은 러시아와 같은 단어였지만, 러시아를 잘못 쓴 단어이기도 했다. 소련은 소비에트 연방이라는 말인데 이제 그렇게 안써. 음, 그렇구나. 그 말 한 마디면 충분했던 어떤 나라에 대한 이야기.

 

   1917년 러시아는 차르의 시대를 끝내고 공산주의가 시작된다. 긴 공산주의를 지나 20세기 후반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가 있었고, 3일간의 쿠테타가 일어났다. 옐친을 끝으로 이제 우리가 아는 푸틴이 나온다. 외부자의 눈에는 이렇게나 간결하게 정리되는 한 나라의 100년이 국민에게 미친 영향에 대해 지독히도 자세히 들여다보는 책이다.

 

  공산주의자는 뿔달린 사람들인 줄 알았다는 믿지 못할 옛날 이야기를 이 21세기에 우리 엄마가 했다. 정말 그랬다니까. 그렇게 배웠다고. 공산주의가 절대 악(惡)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이미 모두 알고 있다. 그 사회에서 살던 사람들도 그냥 사람들이었다는 것 또한 안다. 그럼에도 그 사회에서 믿지 못할 일들이 일어났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니까 제 말은요, 화학적으로 순수한 절대 악은 없다는 거예요. 왜냐하면 그 악에는 스탈린과 베리야만 속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옆집 유라 아저씨, 예뻤던 올랴 누나도 속해있었으니까요.

 

  자식이 부모를, 친척을, 매일 보는 회사 동료를 신고해도 이상하지 않은 사회가 있었다. 회사 동료가 신고해 몇 년을 감옥에서 죽을 고생을 하고 돌아와 그 신고자와 같이 다시 같은 직장 같은 자리에서 일을 한 사람이 있었다는 이야기는 경악스러울 정도다. 그럼에도 그 많은 신고자들과 공산당원들이 지금 여기서 나와 같이 살았더라면 아마 평범하게 살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것이 너무 괴로웠다. 이들이 특별한 이들이 아닌 것 같아서, 이러한 처지에 내가 처하게 되면 내가 어떻게 변할 지 나도 잘 모르겠어서. 그들이 가진 생각과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이해가 가버려서 무서웠다. 비인간적인 일들은 분명 일어났는데 그 안에는 인간들밖에 없었다는게 내 세상을 뒤흔들었다.

 

 

  제 아들은 절대로 저나 제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 왜냐하면 소련에서 단 하루도 살아보지 않았기 때문이죠. 저와 제 아들 그리고 제 어머니는 모두 다 각기 다른 나라에서 살고 있어요. 그 나라들이 모두 러시아라고 불리는데도 말이죠. 단, 우리는 기괴하게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어요. 기괴하게요! 게다가 모두가 기만당했다고 느끼며 살아요.

 

  분단국가에 살고 있는 나이기에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사이에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을 보며 우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마 통일이 되면 남북한 사람들이 섞이면서 이와 같은 진통을 분명히 겪을 것이다. 이미 북한에 돈주라는 신흥 세력이 있고 시장은 너무나 일상적이라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공산주의를 아직 믿는 사람들이 분명히 많을텐데. 그들에게 이 남한이라는 사회는 꿈과 희망만을 줄 수는 없다. 그렇다고 그들을 이해해 주지도 않을 것이다. 그 모든 사람들이 섞이면서 나올 혼란 속에서 본인이 승자라고 생각하는 이가 누가 될 지 또한 뻔한 것만 같아서 슬펐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결국 돈이 최고가 될 테니까.

 

 

  전 지금까지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왜 그 시절에는 그렇게 이상주의자들이 많았을까라는 점이에요. 그렇게 많았던 그들이 지금은 모두 씨가 말랐잖아요. 펩시콜라 세대에게 이상주의가 가당키나 합니까? 이젠 실리주의자들의 시대예요.

 

  고통당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면 공산주의 사회는 끔찍한 것만 같고 사람이 살 수 없을 것 같은 사회지만, 그 시대를 그리워하는 사람은 분명 있다. 공산주의 속에서 일상은 더 괴롭고 가난했을지 몰라도 그들은 분명 역사를 세워가는 중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가난을 위로해줄 것이 아무것도 없다. 가난한 노인을 외면하는 시대. 예전과 똑같이 가난한데 희망조차 없는 시대. 어쩌면 가난한 누군가에게는 공산주의 사회가 강력한 위로를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자본주의 사회보다 훨씬 좋을지 모른다. 비단 러시아 뿐만이 아니라, 이 지구상의 모든 곳의 누군가에게.

 

 

  무서움 때문에 사람들은 성당을 찾기 시작했어요.

제가 공산주의를 믿고 있었을 때는 성당 같은 건 필요 없었어요.

 

  공산주의 사회를 긍정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일상을 무시한 채 큰 어떤 것만을 따라가다보면 정작 사소한 것의 중요성을 놓치는 법이다. 공산주의는 작은 것들을 너무나 많이 무시했기에 무너진 것이 아닐까. 일상의 작은 것을 버리고 이상을 따라가도록 만드는 것은 마치 종교와 비슷하다. 누군가에게는 사상이, 누군가에게는 종교가, 누군가에게는 돈이 위로를 한다.

 

  실리를 추구하는 성공한 사람들은 그럼 행복할까? 자본주의 시대에 잘 적응했다고 해서 한없이 행복한 것은 아니다. 가난한 대학생에게는 진정한 사랑을 어마어마한 돈을 가진 사람은 얻지 못한다. 그들은 급기야 감옥에 가는 체험을 돈을 주고 산다. 감옥에서 나왔을 때 자신이 가진 것을 감사하기 위해서.

 

  외로움은 행복과 매우 닮았어요.

 

  그 행복이라는 것은 실로 자본주의적인 행복만을 일컫는 것이니 그 끝에는 외로움밖에 없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것을. 그래서 자본주의 또한 공산주의만큼이나 잔인하고 무정하다. 그렇다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작고 작은 한 명의 사람으로써 도대체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이 큰 사회와, 그 사회를 움직이는 힘과, 그 힘을 만들어 내면서도 또한 힘을 전부 조종할 수는 없는 개인들과, 그리고 언젠가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을 나를 생각한다.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이야기가 있고 사람이 있다. 나는 겁을 엄청나게 먹었다. 2016년 지금도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나는 "아이고, 내 작은 새야." 딱 그 한 마디에 희망을 건다. 사상이 아닌 아무 것도 계산하지 않은 인간의 작은 본성에.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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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 시드니 걸어본다 7
박연준.장석주 지음 / 난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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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구성의 책은 또 처음이다. 책의 앞 절반은 부인이, 뒷 절반은 남편이 썼다. 둘의 여행기라기에 둘의 이야기가 가득할 줄 알았더니만 또 그렇지도 않다. 일단 체험형 여행기는 아니다.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기에 시드니를 전부 휘젓고 다닌 줄 착각했지 뭐. 물론 산책도 조심조심 해야하는 건 맞다.

 

  부인과 남편이 이리 다른 내용을 쓸 수 있나 싶어 읽다가 놀랐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박연준 작가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이야기를 읽으며 방심하다가 장석주 작가의 이야기를 읽고 어벙벙해졌다고나 할까. 같은 시간에 같은 공간에 있었다고 해서 같은 생각을 하는 건 아니구나. 사랑하는 사람끼리도 이러한 것을, 세상 사람들이 다 내 마음같지 않다고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둘 사이에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그것에 대해 각자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거나 그런 이야기는 아니다. 그냥 전체적으로, 보는 시야가 너무 다르다고 말하고 싶다. 이 책을 읽게 되리라 생각하면서 예상한 것은 박연준 작가가 풀어가는 것과 같은 이야기였다. 이런 소소한 일들이 있었고, 이런 사람들을 만났고, 혼자 이런 생각도 했다. 시드니에서 이런 그래서 장석주 작가의 사색적인 글을 읽고 놀랐다. 흠? 이건 여자와 남자의 차이점인가. 아니면 그냥 사람과 사람의 차이점일까?  장석주 작가를 실제로 만나면 엄청난 문학인의 포스가 느껴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고 그 중에 몇 가지 유난히 눈에 보이는 것들도 있지만 호주에 이민간 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카지노에 대한 이야기가 굉장히 흥미로웠기 때문에-나도 잃어버려도 괜찮을만큼 들고가서 다 날리고 싶다- 쓰고 싶지만 아는게 없어서 쓸 수 없는 안타까움). 한국에서 살기가 어려우니 이민을 가자!는 말을 인터넷에서건 친구들과의 모임에서건 심심찮게 듣는다. 나도 한국 사회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싫은 것이 너무 많다. 그럼에도 난 이민을 갈 수가 없다. 이민자의 삶, 변두리 인간의 삶, 내 뿌리를 멀리 두고 가는 삶을 난 살아낼 능력이 없다. 내가 주류가 아닌 곳에서 사는 것,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문화들이 전혀 당연하지 않은 곳에서 사는 걸 난 견뎌내지 못했다. 하지만 난 돈을 벌지 않았다. 낯선 곳에서 돈까지 벌며 사는 건 정말 고단하겠지. 그런 곳에서 살아가기를 시작하는 젊은 부부에게 노부부가 '살아보세요'라고 말하는 것은, 그 말 말고는 나오지를 않아서였을 것이다.

 

  이 책은 뒷표지의, 박연준 작가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나는 김민정 시인의 글을 먼저 읽으면 참 좋을 것 같다. '와인 한 병이 누워 있다'는 부분을 읽으며 이 부부가 참 사랑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책 소파'처럼 사는 게 이런 일들만 이어진다면 매일매일 즐거울거다(소파가 사고싶지는 않았지만..). 정말 다른 두 사람인 것 같은데 오래오래 잘 살 것 같기도 하다. 그러기를 응원한다. 결혼 축하해요.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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