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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지 않는 것이 낫다 - 존재하게 되는 것의 해악
데이비드 베너타 지음, 이한 옮김 / 서광사 / 2019년 3월
평점 :
“삶은 너무나 끔찍해서 아예 태어나지 않았다면 더 나았을 것이다. 누가 그렇게 운이 좋은가? 십만 명 중에서 한 명도 찾을 수 없다!” -유대인 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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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러나 태어날 수밖에 없다면, 그다음으로 좋은 것은 우리가 나왔던 곳으로 재빨리 돌아가는 것이다.” -소포클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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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비존재의 축복받은 고요를 방해하는, 이로울 것이 없는 사건으로 여길 수 있다.”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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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해악에 대한 과거 현인들의 아포리즘에는 냉소와 허무의 감정이 담겨있다. 마찬가지로 이 책은 존재하게 되는 것은 항상 심각한 해악이며 나아가 모든 존재하게 하는 행위는 잘못이라는 논증을 보여 준다. 이는 관념적 서술뿐 아니라 실천적 함의를 가진다는 점에서 충격적인 진술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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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요하고 정교한 논리의 향연이 펼쳐지지만, 아래 표를 보면 간략하게 그 핵심 논증을 엿볼 수 있다. 존재하게 되는 것은 고통과 쾌락을 수반한다. 고통의 존재는 ‘나쁨’, 쾌락의 존재는 ‘좋음’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비존재에게 고통의 부재는 ‘좋음’, 쾌락의 부재는 ‘나쁘지 않음’이다. 왜냐하면, 부재하는 이득이 박탈될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종합하면 존재하지 않게 하는 것이 더 낫다. 이어 출산하지 않을 의무, 낙태의 찬성, 인류 멸종의 좋음에 대한 결론까지 이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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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 반직관적인 결론에 대해 수많은 반론이 있으나 저자는 차가운 이성으로 조목조목 반박한다. 게다가 이런 결론은 절대 허무주의가 아니며 오히려 인류애적인 논증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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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이 책은 존재를 개시하는 것은 나쁘지만, 존재의 중단을 옹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경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삶은 지속할 가치가 있다. 의식적인 존재의 소멸은 개인을 넘어 주변과 사회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악으로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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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한때 이런 ‘반출생주의’에 경도된 적이 있었다. 접근 방식이 약간 다르기는 하지만 인류의 존재는 해악이라는 부분은 그때의 생각과 궤를 같이한다. 지금은 생각이 좀 달라지긴 했지만, 완전히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존재하게 되는 것의 해악, 당신은 생각은 어떠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