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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여름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6월
평점 :
없음은 있음(기억)+상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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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대상은 여러 형태로 우리 앞에 나타난다. 안아볼 수도,만질 수도 없는 실체이기도 하고 <입동>, <노찬성과 에반>,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교회에서 수험생들에게 나눠주는 밥을 먹기 위해 같은 줄에 서 있었던 주인공들이 부엌과 거실의 공간으로 ‘건너편‘이 되게 만든 어떤 것이기도 하고 <건너편>, 전형적인 삶으로부터의 일탈에 대한 작은 기대감 같은 것이기도 하다 <풍경의 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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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음에 대해 우리가 또렷이 인식할수록 세계에 대한 나의 재구성에 균열을 일으키게 되는데 이는 ‘누군가를 일방적으로 편드는 세상이 우리만 빼고 자전하는 듯‘하고, ‘볼 안에서는 하얀 눈이 흩날리는데 구 바깥은 온통 여름인 시차의 차이‘를 만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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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존재하는 한 우리가 없음을 인식하지 않기란 어려울 듯하다. 혹 깨달음을 얻는다면 모를까. 특히 있음에 대한 기억이 강렬할수록 그 고통은 커질 수밖에 없다. 설사 없음을 미리 알 수 있다고 해도, 그래서 마음만 먹으면 겪지 않을 수 있다고 해도 우리의 자유의지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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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컨택트>에서 주인공은 외계 생명체의 언어를 습득하면서 놀라운 능력을 갖게 된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선형적 삶의 방식에서 벗어나 처음과 끝을 동시에 아우르는 비선형적 삶의 방식을 획득하게 된다. 즉 삶에서 선택과 결과가 동시에 인식되는 것이다. 그녀의 선택은 사랑스러운 딸의 존재를 있음으로 만들 수도, 아니면 불치병으로 죽게 되는 딸의 존재를 없음으로 만들 수도 있다. 만약 우리라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영화 속 그녀의 선택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어찌 보면 그것이 인간, 인간의 본질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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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you could see your whole life from start to finish, would you change things?
- 영화 <컨택트> 대사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