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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아이, 루치뇰로 ㅣ 도마뱀 그림책 3
로사리오 에스포지토 라 로싸 지음, 빈첸조 델 베키오 그림, 황지영 옮김 / 작은코도마뱀 / 2022년 4월
평점 :

제목부터 '나쁜 아이'라니. 그리고 가만히 쳐다보는 아이의 눈빛도 강렬하다.
존 버닝햄의 '에드와르도, 세상에서 가장 못된 아이'도 생각나네.
그 책의 청소년 버전 같기도 하다.
책을 펼치면 그림들이 한 컷 한 컷 환상적이게 아름답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제목은 나쁜 아이, 루치뇰로 라지만 나는 "멋진 아이 루치뇰로" 라고 말해 주고 싶다.
어른인 나조차도 과거의 나를 버리고, 새로 시작하는 건 몹시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루치뇰로는 걷는다. 아이들이 공부를 할 때, 즐겁게 놀 때 멀리 있는 교도소를 향해 걷는다.
걸으면서 루치뇰로가 투덜거렸을까, 왜 나는 이 먼 거리를 데려다 줄 친척 하나 없지? 왜 엄마도 없지? 왜 요정도 없지? 짜증이 났을까?
아니, 루치뇰로는 걸으면서 후회했을 것 같다.
자신이 때린 사람들에게 미안해하면서, 놀렸던 친구들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그때의 자신을 부끄러워하면서, 걷고 또 걸었을 것이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되돌리고 싶었을 거다.
무언가 실패해 본 사람은 안다. 다시 시작하는 것이 얼마나 버거운 일인지를.
피노키오 이야기 속에서 유일하게 피노키오에게 금화를 준 사람이 인형극단의 단장 '만쟈푸오코'인데,(피노키오는 만쟈푸오코가 준 금화를 여우와 고양이의 꾐에 넘어가 땅에 심어버리지만 말이다.- 예전에 읽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피노키오는 참 말썽쟁이였지.)
루치뇰로의 아버지 이름이 만쟈푸오코라니.
그래서 루치뇰로는 아버지를 보자마자 금화를 달라고 했구나. 싶었다.
아버지는 역시 아들에게 무언가를 주는 존재인 걸까?
이 책에서 가장 좋은 건, 역시 마지막 그림이다.
꼭두각시 줄을 끊어버린 루치뇰로의 커다란 발걸음. 그 첫 걸음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