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그녀
왕딩궈 지음, 김소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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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그녀 #왕딩궈 #rhk코리아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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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존재가 정말 거추장스러운 짐이긴 했나보다. 내가 나간 후 공기마저 달라졌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슬퍼하고 싶진 않았다. 큰 집 하나 마련한다는 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이던가. 젊은 세대는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려면 타인을 포기해야 했다.심지어 그게 자기 사람일지라도.시대 환경이 그들을 이렇게 가르쳤으니 각박한 경제 사회를 탓할 수밖에.

📖어머니가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니 집뒤에서 노오란 함소화 두 송이를 꺾어왔다.아직 꽃이 피지 않아 짙은 외피가 봉오리를 감싸고 있었다.어머니는 외피를 벗겨 내 가슴 앞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안에 넣어두고 꺼내지 마. 몸에 열기가 올라오면 저절로 향기가 퍼질거야. 계산해보니까 거기까지 가는 시간이면 딱 맞겠더라. 향기가 난다 싶으면 얼른 눈을 크게 뜨고 봐봐. 거의 도착했을 거야."

💡57세의 남자가 감옥에서 나와 홀로서기 위한 과정으로 시작하는 소설은 그가 왜 감옥에 가야 했었는지 아주 조금씩 알려주면서 끝까지 이야기를 밀고나간다. 삶에서 시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주인공은 학업도 뒤로한 채 시계를 팔면서 생계를 유지해 나가는데 '쑤' 라는 여자를 고객으로 만나고 운명처럼 사랑에 빠진다거나 하는 게 아닌, 또 다른 운명처럼 그녀와 엮인다.

대만작가의 소설은 처음 읽어 보는데 가부장적인 분위기나 출세 열망, 성차별 등이 엿보였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량허우보다 오히려 그의 아내 '쑤'가 더 주인공 같이 느껴지는데 작가는 쑤가 아들을 데리고 나타나기 전 몇 년간의 이야기나 쑤가 죽기전에 겪은 일들을 자세히 말하지 않음으로 더 소설을 흥미롭게 만든 것 같다.

표지의 그림에 눈 부분은 잘렸고 입은 꽃으로 가려져 있는 여자의 그림이 있는데 다 읽고 나서 그림을 보니 주인공의 아내 쑤 를 떠올리게 했다.어딘가 미스테리하고 여운이 많이 남는 소설이었다.
+어딘지 모르는 곳에 아버지를 찾으러 가야하는 아들에게 엄마가 꽃을 품에 넣어주고 향기가 날 때 그곳에 아버지가 있을거라고 말하는 대목은 진짜 너무 낭만적이었다.

#독서 #독서일기 #책 #북클럽 #책리뷰 #책소개 #소설추천 #대만소설 #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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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쁜 딸입니다 라임 청소년 문학 65
파스칼린 놀로 지음, 김자연 옮김 / 라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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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나쁜딸입니다 #파스칼린놀로 #김자연_옮김 #라임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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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엄마 혼자 그 모든 걸 감당하도록 감당하도록 내버려둔 채 도망쳤다.동생들을 보호한다는 구실을 내세우고는 잽싸게 숨어 버렸다.나는 항상 좋은 누나가 되려고 노력했지만,엄마에게는 나쁜 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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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엄마를 보면서 분명하게 깨달았다.살아남기 위해 맞서 싸우면서 동시에 대화를 나눌 수는 없다는 사실을.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너무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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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그 단단한 무정함을 뚫을 정도로 우리의 운명이 불행해졌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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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 강렬한 소설이다. 가정폭력으로 한 소녀가 삶의 색이 빠져나가는 것 같은 묘사, 결말도 예상가능하지만 충격적이지 않은 건 아니었다. 이런 소설 같은 일이 현실에는 없길 바라지만 지금도 어디선가는 조용히 가정폭력이 일어나고 있고, 또 누군가는 죽어가고 있을 것이다.

쌍둥이 동생과 남겨진 주인공은 다시 인생의 색들을 찾을 수 있을까? 상처를 딛고 다시 남자를 믿을 수 있게 될까? 마음이 아팠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인물은 비명을 듣고도 조용히 집으로 들어간 그 야멸찬 이웃이다. 혹시 나도 그런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은지 돌아보게 된다.

데이트 폭력, 결별하자고 한 여성에 대한 보복살인 등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뉴스에 간담이 서늘하다. 모두가 관심을 기울이고 교육을 시키고 그 누구의 폭력도 정당화 될 수 없는 그런 사회 분위기가 되길...

#가정폭력 #소설 #독서 #독서일기 #책 #책리뷰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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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가게 글월
백승연(스토리플러스) 지음 / 텍스티(TXTY)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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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가게글월 #백승연 #텍스티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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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글이라는 건 과거라는 우물에서 길어 올린 물 한 동이라는 재료가 필요했다.서툴고 부끄러워도 물 한 동이를 퍼내야 다음 할 말이 차올랐다.그렇게 과거라는 우물을 정화한 사람은 현실에서도 자기 마음을 투명하게 볼 줄 알았다.

💡 '편지 가게 글월'은 연희동, 성수에 진짜로 있는 장소이고, 그 장소를 배경으로 쓰인 이 책은 소설이다. 모르는 사람과 한 통의 편지를 교환하는 펜팔 서비스. 편지라는 것을 이젠 잘 쓰지도 않는데 모르는 사람에게 쓴다고? 어떤 내용을 어떤 마음으로 쓰게 될까. 만나지 않을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더 솔직해 질 수 있는 것 같다. 편견도 선입견도 눈치도 보지 않을테니까...
그런데 나는 읽는 동안 편지 보다 편지를 쓸 수 있는 가게 가 더 궁금했고 그 공간이 주는 어떤 힘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사실 이 책은 엄청 빨리 읽었는데 편지 가게 글월에 직접 가보고 리뷰를 쓰고 싶어서 미루고 미뤘다. 그런데 생각보다 시간이 나지 않아서 아직 가보지 못했고 이번주에도 연휴가 있어 어려울 것 같아 일단 리뷰부터 쓰고 있어 너무 아쉽다.
진짜 있는 가게, 진짜 있는 편지, 펜팔, 사람들의 사연, 현실-소설 차원을 넘나드는 느낌이 드는 소설이다.

#독서 #독서일기 #소설추천 #책추천 #펜팔 #편지 #책리뷰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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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수놓다 - 제9회 가와이 하야오 이야기상 수상
데라치 하루나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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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수놓다 #데라치하루나 #김선영_옮김 #북다 #도서제공

📖즐거운 일이 있었을 때 하는 바느질은 그 방에 새로운 문이나 창문을 만들어준다. 창문을 활짝 열면 빛이 들어온다. 상쾌한 바람이 분다. 문 너머에 처음 보는 낯선 풍경이 펼쳐지는 듯한 기분이다.

📖성장하는 존재는 순수하게 고귀하고 눈부시다.

📖자기에게 잘 맞는 옷은 자세를 곧게 만든다. 옷은 단순히 몸을 감싸는 천이 아니다. 세상과 대등하게 맞서기 위한 힘이다.

📖뭔가 수고를 들이는 것이 애정과 관심의 증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그것이 예전부터 어머니의 지론이었다.

💡바느질이 취미인 고등학생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2장에서는 결혼을 앞 두고 있지만 화려한 드레스는 입기 싫은 누나의 사정, 3장에서는 이혼은 했지만 아이들을 끝까지 책임지고 잘 기르고 싶은 평범한 공무원 엄마, 4장은 '여자'라는 이유로 자유를 억압당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혜롭고 자유로운 할머니 5장은 생활력 없는 아빠를 대신해 여러 역할을 해주는 아빠와 함께 지내고 있는 아빠친구 6장은 다시 고등학생의 이야기로 마무리 된다.

주요 사건은 결혼을 앞둔 누나의 드레스를 만들어가는 과정이겠지만 그 동안의 각자의 이야기가 짧고 굵게 담겨 있다.특별한 사건이나 선인/악인이 없이도 충분히 탄력있는 한 편의 소설이었다.

'우리는 타인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이해 받고자 노력하지 않는 상황이 훨씬 더 많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남자니까 여자니까 당연한 것도 없는데 우린 참 많은 편견에 사로잡혀 있고,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걸 예쁘게도 꼬집어준다.

#소설 #소설추천 #일본소설 #책추천 #가족드라마 #성장소설
#책리뷰 #서평단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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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꼭 안아줄 것 - 영원한 이별을 가르쳐야 했던 한 아버지의 이야기
강남구 지음 / 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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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꼭안아줄것 #강남구 #클출판사 #도서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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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고 보니 누군가 내게 말을 걸어준다는 건 무척 고마운 일이었다. 그냥 속에 있는 이야기를 풀어놓는 건 그만큼 상대를 신뢰하기 때문이라는 걸 뒤늦게 알았다. 그래서 어쩌면 말을 하는 데 중요한 건 말이 담고 있는 내용이 아니라 말에 앞선 관계였다. 해결책을 제시해주거나 문제를 파악해주는 게 아니라, 그냥 상대의 말을 들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그건 행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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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하늘나라에서 만나는 것보다 더 소중한 건 지금 여기에서 민호 곁에 있는 아빠와 이모, 삼촌, 할아버지, 할머니와 행복하게 지내는 것임을 지속적으로 이야기했다.

💡로보트 선물을 가지고 어린이날 돌아오겠다고 약속하고 병원에 간 엄마를 끝내 만나지 못하고 헤어져야 했던 어린 아들과 남겨진 남자의 이야기다.
아내를 갑자기 잃은 충격, 남겨진 일들, 생업, 아들의 정서안정, 육아 모든 걸 껴안아야 했던 한 사람에 대한 위태로움, 외로움, 무게가 느껴져서 읽어내려 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른다.
준비한다고 덜 슬프지는 않겠지만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죽음, 마지막 인사도 남기지 못한 그 여인의 마음은 어땠을지...엄마의 자리를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 아이가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뒷부분에 이어지는데 수 많은 이들의 도움과 사랑으로 두 사람이 더 똘돌 뭉쳤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하루하루가 매일 비슷하고 너무 빨리 하루는 끝나고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순간순간 후회를 남기는 말과 행동을 할 때도 많다. 그래도 늦지 않았다. 한 번 더 안아주고, 눈 한 번 더 마주치고, 좋은 시간을 힘껏 만들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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