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 나는 책을 무척 싫어했었다. 마음 먹고 책을 읽으려고 하면 서너장 읽다보면 어느새 잠이들고 내 별명은 책잠보였다. 그런 내가 지금 한 달에 한 권씩 책을 읽게 된 것은 창비의 만남때문이었다.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봤던 몽실언니는 어린 나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당시의 나에게는 가늠하기조차 힘들었던 때의 이야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어린 몽실이가 마치 어른처럼 생활을 이끌어나가는 모습은 큰 충격이었다. 지금도 기억이 난다. 책을 읽으며 훌쩍이는 나를 보고 말없이 안아주던 엄마의 따뜻한 품을. 그때 이후로 나는 나보다는 남을 우선으로 하는 생활에 적극적이 되었고 오지랖이 넓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였다. 한 번은 친구의 조카가 백혈병에 걸려 피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전교를 돌며 헌혈증서를 모을 다녔고 며칠 만에 40여장 되는 헌혈증서를 모아 그 친구에게 건네주었다. 그 때가 시험기간이었는 데 공부보다는 헌혈증서모으는데 집중한 결과 시험점수는 최악이었지만 나는 후회하지 않았다. 엄마의 꾸지람에도 굴하지 않고. 시험이야 다음에 잘 보면 되지만 생명을 구하는 일에는 다음이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지금도 몽실언니라는 이름만 들으면 괜히 마음이 아파온다. 한 권의 책 속에 담긴 많은 것들은 읽는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한창 꿈을 꾸고 키우며 자라는 어린이들에게 책은 그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부분을 채워준다는 생각도 든다. 어린이들이 창비 아동문고의 책을 함께 하며 꿈을 품고, 키워나갈 수 있으리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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