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짧고도 사소한 인생 잠언 - 마흔, 후회 없는 삶을 위한 처방
정신과 의사 토미 지음, 이선미 옮김 / 리텍콘텐츠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항상 나이의 앞자리 숫자가 변할 때 많이도 방황하였습니다.

2에서 3으로 변할 때 그렇게나 <서른 즈음에>를 부르기보다 외침에 가까웠고

3에서 4로 변할 때...

여전히 방황하는 나 자신이 한심하게도 느껴졌지만 그럼에도 갈피를 잡지 못하는...

그래서 요즘이 더 고민이 많아지는데...

정신과 의사인 저자가 실제로 상담했던 누군가의 고민들, 그리고 스스로 힘든 시기를 이겨내면서 느낀 것들을 담은 문장들이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다고 하니 망설임 없이 읽게 되었습니다.

저에겐 어떤 처방이 제 마음을 어루만져 줄지 기대해 봅니다.

일본 베스트셀러 정신과 의사 토미 시리즈 2탄, 40만부 돌파 히트작!

인생, 인간관계, 고민에 대한 마음 치료제

지극히 짧고도 사소한 인생 잠언



이 책은 인생의 가치를 높여줄 짧고 강한 한마디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4개의 챕터로

CHAPTER 1. 다른 사람을 실망시켜도 괜찮아요

CHAPTER 2. 인간관계는 사실 개선되지 않아도 괜찮아요

CHAPTER 3. 사실 진짜 고민해야 할 일은 그리 많지 않아요

CHAPTER 4. 강해지는 방법은, 집착을 줄이는 거예요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으로 실천하지 못했던 고민에 대해 221개의 마음 처방전을 내려주었습니다.

이를 통해 저자가 전하고자 한 메시지.

인생은 언젠가는 끝납니다. 자신의 마음은 자신만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내용이죠. 저는 모든 사람이 보편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들을 더욱 쉽게 극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모든 사람이 "살아가는" 진정한 훌륭함을 맛볼 수 있다면 더 기쁜 일은 없을 거예요. - page 263

짧고 굵은 한 마디들.

앞에서부터 차분히 읽어 내려가도 좋고 상황에 맞춰서 읽는 것도 좋았습니다.

저에겐 이 처방전이 참 와닿았는데요...



나보다는 아이들을,

나보다는 가족들을

이렇게 자꾸만 '나'를 돌보는 일을 미루었더니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한 요즘.

이 말이 그리 거창한 말이 아닌데...

참 울컥하게 만들었습니다.

책 속엔 <TOMY의 상담실>이라며 실제로 상담했던 누군가의 고민들에 대한 해결책이



<만화로 보는 TOMY>로 한 템포 쉬어가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해 주었습니다.



하루에 한 페이지.

매일 확언 명상하듯 읽어나간다면 마음의 근육이 단단해지지 않을까 생각되었습니다.

상처에는 따뜻한 위로로 연고를 발라 주고,

나약한 부분에는 다시 일어날 힘을 실은 따끔한 충고를 건넨

이 책.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필요한 책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시태그 호치민 & 나트랑, 무이네, 달랏, 푸꾸옥 - 2024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15년 이후로 많은 저가항공이 취항하며 새로운 관광도시로 성장하고 있는 '베트남'.

이번에 인기 상승 중인 베트남 남부.

나트랑과 무이네, 달랏에 더해 호치민과 푸꾸옥까지.

다양한 매력을 가진 도시들을 거닐어보겠습니다.

해시태그 호치민 & 나트랑, 무이네, 달랏, 푸꾸옥



제 눈에 확! 띈 곳이 있었는데...

이곳은 쌀국수와 베트남 커피, 아오자이와 전통 모자 논을 쓰고 걷는 젊은 여인들이 베트남의 연상되는 모습이라면 이곳은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프랑스풍 건물이 가득한 '동양의 파리'라고도 불리는 이곳.

바로 '호치민'.

사이공으로 불리다 1975년 호치민 시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하였습니다.

아직 유럽인들에겐 '사이공'이라 부르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호치민이라 하면 딱 떠오르는 인물이 있는데...

혁명운동으로 베트남을 통일시킨 베트남 독립의 영웅이며 초대 정부 주석으로 취임한 인물 '호치민'.

현재도 '호 아저씨'라 불리며 베트남인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는데 베트남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도시 이름을 그의 이름으로 바꾸었을 정도이니...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할까!



현대적인 고층건물 주변에 19세기 건축물이 있고, 커피 옆에는 전통 녹차가 있으며, 성당 그늘 아래에는 절이 있는 대조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도시.

정말 매력적이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나 이곳에서는 베트남 전쟁의 참상들을 엿볼 수 있는데...

프랑스 식민지 시대부터 베트남 전쟁 이후 시대에 이르기까지 전쟁에 대한 모든 역사를 담고 있는 '전쟁박물관'.

그리고 호치민에서 약 60km 떨어져 있는 '꾸찌 터널'.

지금은 평화로운 풍경이지만 베트남 전쟁에서 미군을 괴롭히고 전쟁을 승리로 이끈 베트콩들의 치열했던 삶을 엿볼 수 있는 이 터널 체험은 이곳을 방문한다면 한 번은 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 들었습니다.



어려운 여건을 거치면서도 전통과 자부심을 지켜 온 베트남.

이들의 피 땀 눈물을 새삼 느낄 수 있었던 여행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시간을 복원하는 사람입니다 - 어느 문화재 복원가가 들려주는 유물의 말들
신은주 지음 / 앤의서재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짧게는 수백 년, 길게는 수천 년간 생을 이어온 유물들.

저마다의 서사를 간직한 유물을 닦고 붙이고 말리며 역사의 조각조각을 이어 붙이는 '보존과학자'.

사실 이렇게 책을 통해서가 아니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기회가 없기에 너무나 궁금하였습니다.

우리가 유물이라 불리는 것들의 기억을 복원하는 사람이 들려주는 유물의 말들.

어떤 이야기일까...

조각나고 녹슬고 갈라진 유물에서 건져 올린 인생의 지혜

유물의 기억을 되살리는 사람, 어느 보존과학자의 기록

나는 시간을 복원하는 사람입니다



이 책은 유물이 새로운 존재의 의미를 부여받고 두 번째 생을 살게 되기까지, 보존과학실에서 유물을 가장 먼저 마주하는 한 보존과학자의 유물 이야기였습니다.

총 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발견된 유물을 옮겨와 보존, 복원하고 전시, 또는 수장고에 보관하기까지 하나의 유물이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을 만나기까지 일어나는 일들을 시간 순으로 이야기를,

2부는 발견된 유물들의 아직 발견되지 못한 이야기와 역사와 유물에 작은 관심을 가진 누군가와 꼭 한 번쯤 나누고 싶었던 이야기를

담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저자가 우리에게 하고자 한 이야기는

인간의 삶도 문화유산의 시간도, 존재의 소중함을 아는 이들 덕분에 이어진다는 사실을 나는 유물을 통해 배웠다. 쓸모를 다한 채 부서져 길바닥을 뒹구는 핸드폰 파편 조각이 먼 훗날 우연히 발견되어 미래를 사는 사람들에게 미처 기록되지 못한 현재의 역사를 들려줄지 모른다는 것도 그렇게 조각난 토기를 이어 붙이고 녹슨 철제낫의 이물질을 제거하며 오래되고 낡은 모든 것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기울였다. 그리고 유물을, 나아가 삶을 좀 더 다정하게 바라보는 법을 배웠다. - page 6

장장 30여 년이 걸린 <미륵사지 석탑> 복원 과정에서, 진정한 복원의 길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광화문> 현판 복원에서, 혹시나 하는 마음과 담당자의 작은 관심으로 1600년 만에 헤어져 있던 편들이 제자리를 차장 진정한 의미의 복원을 하게 된 <봉수형 유리병> 이야기에서 우리가 정말 읽어내야 할 행간이 무엇인지 일깨워주었습니다.

진정한 나를, 우리의 삶을...

중요한 문화유산과 덜 중요한 문화유산은 없다. 그저 존재만으로 가치가 있다. 모든 것은 사라진다는 유일한 진리 앞에, 마지막까지 존재하여 자신을 증명하는 것이 유물의 생이고 우리의 삶이다. 그러니 삶의 방식도 기준도 그 누구와도 같지 않은, 오롯한 내 인생을 살자고 다짐해 본다. 내 인생의 이야기는 나로부터 시작되니까. 당시에는 아무것도 아닌, 흔해빠진 물건 나부랭이였을 유물들에서 위대한 이야기가 시작되듯이. - page 230

그동안 그저 무심히 바라보았던 우리의 유물들.

이렇게 누군가의 시간과 노력이 켜켜이 쌓여 지금의 우리가 있음에 벅찬 감동을 느꼈다고 할까...

덕분에 유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넓어지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녹'에 대한 이야기가 아이러니하였습니다.

그대로 놔두면 유물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지만 그렇다고 제거해 버리면 유물의 외형적 형태가 크게 달라져 고고학적 가치를 상실하게 되는데...

이런 '녹'으로부터도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었는데...

우리도 살면서 종종 그런 순간을 맞닥뜨린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건 알고 있지만 바로잡기에는 너무 늦었거나 어렵다고 생각하는 순간들. 더러는 내 삶을 녹슬게 하는 녹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고 제거하려는 노력을 했지만, 여전히 흔적이 남아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잘못된 것이라도 이를 대하는 나의 태도에 따라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녹이지만 이를 거울삼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나를 보호하는 방패로 삼을지, 나를 갉아먹는지 인식도 하지 못한 채 병들어 갈지,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지. - page 80

그리고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무형의 문화유산'.

눈에 보이는 문화유산보다 보전과 계승이 쉽지 않은 무형문화유산.

아무런 보상이 없을 때도,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을 때도 긴 시간 자신이 보유한 기술에 담긴 시대정신과 가치가 사라지지 않도록 지켜낸 분들.

K-POP이 한국을 넘어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된 것은 음악에 담긴 우리나라만의 정신과 특별함이 원천이 되었기에.

우리는 잊지 말아야 했습니다.

'한국만의 독자적인 것'들을 만들어낸 정신이 깃든 무형문화유산의 들리지 않는 아우성에 이제는 다정한 관심을 보여주어야 할 때다. 더 늦기 전에. - page 19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시태그 스페인 & 포르투갈 자동차 여행 - 2024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태양의 나라 '스페인'.

개인적으로도 무척이나 좋아하는 나라이자 언젠가 반드시 꼭 다시 가고 싶은 나라.

그곳으로의 여행을, 이번엔 '자동차'로 달려보고자 합니다.

새로운 시대의 스페인 & 포르투갈 자동차 여행

해시태그 스페인 & 포르투갈 자동차 여행



1년 내내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춤과 음악, 맛있는 음식, 술과 더불어 끊임없는 축제를 즐기는 나라 '스페인'.

이베리아 반도의 심장부에 위치한 스페인은 유럽 대륙에 속해 있지만 좁은 해협을 사이에 두고 아프리카 대륙과 마주보고 있는데다 오랜 기간 동안 이슬람 세력인 무어인의 지배를 받았기에 다른 서유럽 국가들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문화와 예술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나라.

벨라스케스와 고야, 피카소, 미로 등 위대한 예술가를 배출한 스페인에는 사람을 들뜨게 만드는 그 무엇인가가 공기 속에 깃들어 있었습니다.

(저도 그 어떤 나라보다 설레는...!)



우리에겐 <꽃보다 할배, 스페인>으로 소개되면서 대한민국의 유럽 여행 인기는 스페인을 1등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만큼 스페인의 매력에 사람들은 빠지면서 기존의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에서 시작해 안달루시아 지방을 둘러보고 나오는 여행방식도 점차 바뀌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특히나 2020년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사람들과의 접촉을 줄이면서 '자동차'로 원하는 도시로 여행을 하고 한 달 살기와 같은 장기 여행을 하게 되면서 여행의 패턴도 변화가 생겼는데...

그래서 이번 책에서도 우리가 알고 있던 유럽 여행과 전혀 다른 느낌을 보고 느낄 수 있도록, 초록이 뭉게구름과 함께 피어나는, 깊은 숨을 쉴 수 있도록 쉴 수 있고, 마음대로 자동차를 타고 여행하는 것이 편리한 '스페인 & 포르투갈' 여행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유럽국가이면서도 유럽적이지 않은 독특한 색채를 지닌 스페인.

발이 닿는 곳마다 저마다의 매력을 선사하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톨레도'를 꼽고 싶었습니다.

시간이 멈춘 듯 중세의 모습을 간직한 스페인의 옛 수도 톨레도.

약 400년간 이슬람의 지배를 받아 이슬람, 가톨릭 등 다양한 종교의 유적들이 공존하고 있어 새로운 모습으로 여행자에게 다가오는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의 돈키호테를, 스페인 3대 거장 엘 그레코의 발자취를 따라가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유럽의 여러 나라 중에 아직은 잘 알려지지 않은 낯선 나라 '포르투갈'.

독특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포르투갈은 1400년대 탐험가 마젤란이, 1500년대에 바스쿠 다 가마 등이 활약하던 시기에 강대국이었지만 그 화려함은 뒤로하고 힘없는 나라가 되어 버린 포르투갈.

그 영광을 간직한 '발견 기념비'



포르투갈 사람들은 아직도 대항해 시대의 황금기에 대한 자부심도 있지만 당시의 그리움으로 살아간다고 하니 씁쓸하곤 하였습니다.

몇 번을 방문해도 새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나라.

그렇지 않아도 제가 다시 방문하고 싶은 이유는 '사그라다 파밀리아(성가족) 성당'의 완공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베들레헴의 별'이 반짝이는 그날.

저도 그땐 여러 소도시들의 여행을 꿈꿔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어사전 - 죽어버린 시간 속 단어들을 찾아 떠나는 하루의 여행
마크 포사이스 지음, 김태권 옮김 / 비아북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너무 아름다워 오래 살지 못한 말

너무 재미있어 진지하지 못한 말

너무 적확해 널리 쓰이지 못한 말

너무 저속해 점잖은 사회에서 살아남지 못한 말

너무 시적이라 요즘 같은 산문의 시대에 버티지 못한 말

말, 말, 말...

시대에 따라 낱말들도 사라지곤 합니다.

그런 단어들을 찾아 언어 고고학자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수다쟁이' 마크 포사이즈가 시간여행을 떠난다고 하였습니다.

색다른 여행 속에 저도 한 번 떠나보려 합니다.

재담꾼 마크 포사이스,

먼지 틈으로 숨어버린 보석 같은 단어들과

'하팍스 레고메나'를 찾아서

사어사전



우선 저자는 왜 이 책을 썼을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 답변이 <프롤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었는데...

중세에는 어디나 시간의 책이 있었다. 하루 중 어느 때라도 경건한 사제는 『성무일도서』를 꺼내 딱 맞는 페이지를 넘기고, 판토플 성인이랄지 그 시간에 맞는 성인을 찾아 기도를 올릴 수 있었다. 내 의도도 비슷하다. 이 책이 빠르게 넘겨볼 수 있는 참고서적이 되면 좋겠다. '이 상황은 무슨 낱말이지?' 혼잣말하며 시계를 확인하고, 이 책을 권총집에서 꺼내 맞는 페이지를 넘기고, 식전바람ante-jentacular, 발록구니gongoozler, 빙고 모트bingo-mort 따위 낱말을 찾을 터이다. - page 6

알파벳 순으로 정렬된 사전의 쓸모없음을 한탄한 그.

그래서 이 책의 원제 『The Horologicon』, 즉 '시간의 책'처럼 하루의 각 시간에 맞춘 낱말들을 나열하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이 책을 읽으면서 쉬이 읽히지 않았습니다.

그리스어와 라틴어에서 나온 표현들, 낯선 영어 단어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기엔 왠지 찜찜하고 이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있다면 훨씬 재미나게 읽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래도 이런 단어들이 있구나! 알아가는 즐거움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보자면...

아이들이 개학하고 유일한 제 오전 시간, '열한 시'.

오전 휴식의 신성한 시간에 차 또는 커피를 마시거나 비스킷을 먹곤 하는데.

여기서 『곰돌이 푸』 첫 번째 책 두 번째 장의 이야기가 나왔는데

푸는 언제나 오전 열한 시쯤 되면 뭘 먹는 걸 좋아했지. 그래서 래빗이 접시랑 머그 컵을 꺼내는 걸 보고는 굉장히 기뻤단다.

"빵은 뭘 찍어 먹을래? 꿀? 연유?" 래빗이 물었어.

푸는 너무 들떠서 "둘 다"라고 대답했다가, 식탐을 부리는 것처럼 보일까 봐 얼른 이렇게 덧붙여 말했어. "빵은 안 줘도 괜찮아." (앨런 알렉산더 밀른, 『곰돌이 푸』, 박혜원 옮김, 더모던, 2018 - 옮긴이)

여기서 주목한 점이 바로 '군것질'을 가리키는 표현이었습니다.

열한 곁두리elevenses(켄트 방언), 돈턴dornton(북부), 열한 참eleven hours(스코틀랜드), 열한 새참eleven o'clock(미국), 열한 사이참elevener(서포크) 따위다. 열한 사이참이 좋다. 술을 마실 수 있어서다. 나머지 싹 다 절대금주teetotalitarian다. - page 88

이렇듯 여러 표현 방식을 보고 있노라면 새삼 우리의 '한글'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우리도 지역마다 표현하는 방식이 있듯이 말입니다.

또한 재미난 것도 있었는데...

계산대에서 여러분은 갑작스레 사랑을 깨닫는다. 매장 카드를 받거나 포인트를 적립하는 일을 고객 로맨스romancing the customer라고 하니 그렇다. 로맨스라고는 하지만 단지 누군가 계산을 하고 여러분에게 줄 수 있는 만큼 제공하는 일일 뿐이다. 그런데 모든 로맨스가 그렇긴 하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자. - page 190

로맨스라...

약간은 당혹스럽지 않나요?

(저만 그런가...)

그 시대의 문화와 역사와 학문과 종교를 담고 있는 '단어'.

낱말들은 자연과 같아, 그 정신을

절반은 드러내고 절반은 감춘다.

테니슨의 말처럼 감춘 절반 쪽 낱말들.

앎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 주었고 새삼 우리의 단어들에 대해서도 이렇게 '시간의 책'처럼 만들어지면 더 재미있을 것 같았습니다.

오히려 우리 문화에 대해선 잘 알고 있으니 공감하며 즐겁게 읽어내려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