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을 그리다 폴앤니나 산문
기믕서 외 지음 / 폴앤니나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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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당연히 좋아하는 공간인 '서점'

책들에 둘러싸이면 왠지 모르게 위안을 받는다고 할까...

그래서 속상한 일이 있을 때, 나만의 시간을 가졌을 때면 서점을 방문하곤 하는데요...

이 책을 보자마자 너~무 예쁜 일러스트가 저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SNS를 힙하게 달구고 있는 인기 일러스트레이터 스무 명

자신이 사랑한 서점

잔잔하고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산문들로

엮었다고 하는데...

과연 작가님들이 사랑한 서점은 어디일까...?

그곳을 작가님은 어떻게 표현했을까...?

그들의 시선을 좇아봅니다.

내가 사랑한 동네 서점을

그림과 글로 남긴 작가들

"한국의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사랑한 동네 서점 이야기"

서점을 그리다

스무 명이 사랑한 동네서점들.

대형서점도 있었고, 골목 속 독립서점도, 오래된 동네서점도, 묵은 먼지 풀풀 날리는 옛날식 헌책방까지.

그 여정이 한 장의 지도로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이 지도 한 장을 들고 떠나게 될 여행.

벌써 두근두근하는데요~

(책 속엔 각 서점마다 QR코드로 서점 지도를 알려주었습니다.)

작가들은 각자 사랑한 서점을 두 장씩 그림으로 그렸습니다.

그리고 한 편의 산문까지 더해지니 읽으면서 저도 작가님에 동화되어 따스한 위로를 건네받을 수 있었습니다.

아는 책방이 나왔을 땐 반가움이,

하지만 대부분이 안 가본 책방들이기에 언젠간 이 책을 들고 스탬프 투어를 가 보아야겠습니다.

요즘 헌책방에 관심이 가서인지...

광주의 계림동 헌책방 거리에 있는 《유림서점

"책 사러 왔어요?"

서점 옆 《유림카페》에서 느릿느릿 걸어와 서점 문을 열어주신 사장님.

"여기...... 꽤 오래된 곳 같은데, 얼마나 됐어요?"

"1972년...... 그랬지, 72년도. 처음엔 저기 동부경찰서 쪽에서 시작했다가 78년도에 여기로 왔으니 50년도 넘었지."

시간의 흐름이 묻은 책들.

그 책들이 쌓인 공간.

"원래 여긴 헌책방이 아니었어. 옛날엔 대학생들이 자주 와서 책을 많이 샀어. 5. 18 때도 대학생들은 공부할 책을 사러 왔어. 다친 꼴로 오기도 했지. 시간이 흐르면서 이제 책 사러 오는 사람들은 별로 없어. 그래도 가끔 와주는 손님들이 있으니 헌책방이라도 하고 있는 거지. 내가 여길 정리하면 이 나이에 더 뭘 하나? 소소하게 재미삼아 하는 거야."

우리의 추억을, 향수를 일으켜주는 헌책방.

이제 명맥만 유지하고 있지만...

개인적 욕심으로는 오랫동안 우리의 추억을 붙잡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도 꼭 한 번 찾아가 보겠습니다!

그리고...

서점들도 하나둘 문을 닫을 정도로 쇠락해 가던 작은 도시에 출판사가 생겼다고 합니다.

바로 출판사 <남해의 봄날>, 이 출판사가 운영하는 독립서점 《봄날의집

원래는 북 스테이 아트하우스였다가

1층 한편, 네 평 정도의 자그마한 공간을 할애해 책방을 운영하던 것이 지금의 책방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곳의 매력은

봄이면 노란 목향장미가 책방을 온통 뒤덮어 있고

볕 좋은 날이면 나무 바닥에 삼색 고양이 '단비' 책방지기를 만날 수 있으며

블라인드 북과 블라인드 시 카드 코너가 있는데

'어떤 책이 들어있을까?'

이 간질거리는 설렘을 느낄 수 있는 이곳으로의 방문.

여유와 설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동네서점의 매력은

도시의 소음에서 벗어나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주는,

조용하고, 따뜻하고, 혼자지만 외롭지 않은 공간,

이 공간이 건네는 위로는 잠시 숨을 고를 수 있게끔 해 줍니다.

그래서 우리가 동네서점을 찾는 이유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책을 읽고나니 갑자기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서점에 가야겠는데...!

이번 주말엔 가족들에게 잠시 양해를 구해 동네서점을 서점을 향해 발걸음을 옮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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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한 잔 - 소설 속 칵테일, 한 잔에 담긴 세계
정인성 지음, 엄소정 그림 / 영진.com(영진닷컴)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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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술과 책.

책과 술.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조합입니다.

아니, 실제로도 하루 일과의 마무리를 맥주 한 캔과 함께 여유롭게 책을 읽는데...!

그래서 이 책이 더없이 반가웠습니다.


오랜 시간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해온 두 가지 .

그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 봅니다.


문학과 술이 만나 탄생한 특별한 기록,

읽고 마시는 즐거움이 어우러진 세계


소설 한 잔

소설은 시대의 정체성을 담고 술은 시대의 문화상을 보여주기에, 두 요소는 서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 page 3


이 문장을 마주하자마자 감탄하였습니다.

아!

그래서 소설을 읽다가 술이 등장하는 장면을 발견하게 된 것이었고

많은 작가들이 술을 사랑하는 이유였다는 것을!


책과 술이 공존하는 '책바'를 10년째 운영 중인 저자는 술꾼이라면 놓칠 수 없는 소설 23편을 골라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어둡고 아늑한 곳에서 소설 속 주인공들과 같이 술자리를 할 수 있게끔 자리를 마련해 주고 있었습니다.


첫 소설로, 책바를 운영하는 그에게 아주 소중한 소설 『애주가의 결심』이었습니다.

책바의 메뉴에는 '소설 속의 술'이라는 섹션에 소설 속에 칵테일이 등장하는 문장들을 모아서 만든 메뉴라는데

고전문학이라 불리는 서양 소설에서는 칵테일이 고유명사로 등장하는 문장을 비교적 수월하게 찾을 수 있는데

한국 소설에서는 좀처럼 발견하기 어려운...

그러다 처음으로 한국 소설에서 칵테일의 이름을 발견하게 되었고(어떤 손님의 제보로)

그것이 바로 '전주볼'이라 하였습니다.


나는 이강주라는 전주의 전통주를 베이스로 만든 전주볼이라는 칵테일을 골랐다. 이강주를 마셔본 적이 없으므로 모험을 하는 기분으로 택한 전주볼의 맛은 기대 이상이었다. 전체적으로는 진저 하이볼과 닮은 듯하지만 더 산뜻했다. 탄산은 도드라지지 않았고 생강 맛은 한결 선명했다. 부드러움과 강렬함이 제대로 조화를 이룬 한 잔이었다. - 은모든, 『애주가의 결심』, 은행나무, 2018, p143


사실 전주볼은 대외적으로 알려진 칵테일이 아닌,

소설 속 배경이 되는 문인더랩의 레시피에서 살펴볼 수 있는데 현재는 운영을 하지 않는 공간으로 확인되어

책바의 버전으로 만들었다고 하였습니다.

부드러움과 강렬함이 조화를 이루는 칵테일 전주볼.

저도 한 잔 마셔보고 싶네요.

워낙에 친숙한 '마티니'는 여러 소설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마티니는 유명 인사에게도 사랑받았기에 각자만의 개성이 담긴 변주로 탄생하게 되었다는데...

부모님의 속을 썩였던 20세기 대표 인물인 『호밀밭의 파수꾼』의 주인공 홀든 콜필드.

미성년자임에도 술을 마시기 위해 끊임없이 시도를 하고 결국 예전에 학교를 함께 다니며 친하게 지냈던 칼 루스가 주문해 마시게 된 '드라이 마티니'


칼 루스가 마셨던 마티니는 어떤 맛이었을까요. 칼 루스 역시 더욱 드라이한 마티니를 탐닉했습니다. 올리브조차 넣지 말아달라고 했을 정도니, 한 치의 군더더기도 없는 아주 깔끔한 맛을 찾았던 것 같습니다. 그의 변태적인 성격과도 잘 어울립니다. - page 75


역대 가장 성공한 소설 원작 영화 007 시리즈의 원작 소설 중 첫 번째 작품 『007 카지노 로얄』에서의 제임스 본드는 


그는 시종일관 사람 좋은 웃음과 시원시원한 목소리로 한껏 들뜬 사람 모양 떠들어댔다. 어쩌면 배짱이 맞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드는 바텐더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이분께는 헤이그앤헤이그 온더록스를 드리고 난 드라이 마티니로 주게. 길고 큰 샴페인 잔에 담은 걸로."

"네."

"잠깐만. 고든진 3에 보드카 1, 키나 릴렛을 2분의 1 섞은 후 얼음같이 차가워질 때까지 잘 흔들고는 얇게 자른 레몬 껍질을 넣어주게. 알겠지?"

"알겠습니다."

바텐더는 본드만의 칵테일 조제법을 제법 반기는 눈치였다.

"놀랍군요. 멋진 술이겠는데요." - 이언 플레밍, 『007 카지노 로얄』, 강미경옮김, 느낌이 있는 책, 2006, p.83 ~ 84


자신만의 시그니처 칵테일로 이름을 첫눈에 반한 여성의 이름을 따서 '베스퍼'라 불렀는데...

그리하여 탄생된 '베스퍼 마티니'


그리고 예술가와 작가들 사이에서 사랑을 받았던 압생트가 들어간,

서머싯 몸 작가가 직접 화자로 등장하는 『면도날』 속에 등장한 '압생트 마티니'


입맛에 따라 다소 심심하다고 느낄 수 있는 드라이 마티니에 압생트를 더할 생각을 하는 건 그로서는 충분한 일입니다. 그야말로 도전적인 바텐더라고도 볼 수 있겠네. 압생트는 칵테일에 소량만 들어가도 영향력이 큰 술입니다. 책바에서는 은은하게 풍미를 느낄 수 있도록 레시피를 정했습니다. 드라이 마티니와 겉모습은 유사하지만, 한 모금 입에 머금는 순간 입 안에는 아니스의 향으로 가득 찰 겁니다. 아주 깔끔하면서도 복잡한 풍미의 허브 향을 만날 수 있는 칵테일이에요. 평소에 드라이 마티니를 즐겼던 분이라면 충분히 도전해볼 만한 맛입니다. 과연 올림포스의 신들이 넥타를 포기하고 마실 만한 맛인지, 책바에서 한 번 만나보세요. - page 97


그동안 소설을 읽을 때 '주인공'만 쫓으며 감정의 변화를 이해하고자 했는데

''이라는 매개를 쫓아보니 그 감정선이 배로 느껴졌습니다.

아, 이 장면에서 이 술이 등장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는...!

책을 읽으면서 언젠가 마시고픈 칵테일이 있다면 그 칵테일이 소개되었던 소설을 들고 책바에 가 작가는 왜 하필 그 장면에서 그 술을 넣었는지 직접 맛보며 흠뻑 빠져들고 싶어지네요.


술에 취하고 소설에 취하고...

감정이 한껏 고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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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에 읽는 자본론 - 풍요의 이름으로 우리가 놓친 모든 것에 대하여
임승수 지음 / 다산초당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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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엄청난 부자도, 그렇다고 찢어지게 가난하지도 않지만...

그래도 부족함을 느끼고 더 많이 갖고 싶은...!

나만 그런 걸까 싶었는데...

2024년 KDI의 연구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국민 중 76퍼센트가 그들이 실제보다 가난하다고 믿는다 합니다.

그 어느 때보다 재화가 넘치지만 정작 박탈감과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오늘의 한국인들.

어찌 보면 딱하지 않나요...?!

그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다름 아닌 『자본론』이라 하였습니다.

한때의 불온서적이자 몰락한 체제의 사상서였던 『자본론』.

하지만 임승수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자본론』은 철 지난 과거의 유산이 아닌,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불평등한 세계와 그로부터 비롯된 불안과 무력감의 근원에 무엇이 있는지 낱낱이 드러내는 사회 해부학서이자

지금 이 세상을 작동시키는 원리에 대한 독보적이고도 유효한 통찰을 담았다고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작가님으로부터, 『자본론』으로부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아야 했습니다.

얼마나 가져야

더 이상

불안하지 않을까?

부유해도 행복할 줄 모르는 나라의

국민에게 가장 절실한 고전,

마르크스 『자본론』과의 가장 유쾌한 재회

오십에 읽는 자본론

『자본론』...

익히 들어서 알고만 있었던 책이고 막상 읽기엔......

높은 난이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서 선뜻 읽어보겠다는 마음을 가져보지 못했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소개글을 보는 순간!

마냥 지나쳐서는 안 될 거란 생각이 들었고

무엇보다 저자는 이 책에 대해

『오십에 읽는 자본론』은 '마르크스주의 대중화' 작업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자신하느냐고요? 이 책은 무려 '소설'이기 때문입니다. - page 9

이해하기 쉽도록

의대를 지망하던 전교 1등 자식이 마르크스주의자가 되어 사회학과로 진로를 바꾼 딸을 둔 주인공 50대 중소기업 사장 남자와

딸이 진로를 바꾸게 한 마르크스의 '자본론' 강의를 한 작가가

느닷없이 만남으로부터 시작되어

옥신각신 주고받는 대화를 통해

마르크스주의를 전달하고 있었습니다.

특히나 이제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는 요즘.

단순히 일자리의 변화를 넘어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의미를 묻는 이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대처하기 위해선 다시 마르크스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인공지능과 로봇이라는 생산수단을 특정 자본가가 이윤 추구를 위해 개인적으로 소유하는 자본주의 방식이 이제 불가능하다는 건 이미 아실 겁니다. 새로운 생산수단이 보편화된 사회에서 대다수 노동자는 일자리를 잃고 소득이 사라질 텐데, 자본가가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아무리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한들 누가 구매하겠어요. 기업도 존립 기반을 잃고 붕괴하게 됩니다. 결국 공공재, 즉 사회적 소유로 전환해야 합니다. 국민건강보험이나 국공립 학교가 그렇듯 인공지능과 로봇은 공익을 위해 운영되겠지요. 공동체 구성원 누구에게나 인공지능과 로봇이 생산하는 재화나 서비스를 복지와 기본권 차원에서 차별 없이 공평하게 제공하는 겁니다. - page 245

그동안의 우리는 자본주의가 너무 당연하게 느껴졌기에 불공정하다는 느낌이 크게 없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어...?!

많은 사람이 자본주의는 자유롭다는 지독한 착각 속에서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자본주의에서는 자신이 보유한 화폐의 크기만큼 자유를 행사할 수 있을 뿐이에요. - page 189

그래서 우리가 박탈감과 불안감을 가졌던 것을.

마르크스주의의 관점에서는 노동자들이 직장에서 자본가에게 시간을 빼앗기는 게 자본주의의 현실이니까요. 그러니 적어도 자기가 통제할 수 있는 여가 시간만큼이라도 자신의 취향과 욕망에 충실한, 주인 되는 삶을 살아야 하지 않겠어요? - page 194

타인의 욕망이 투사된 삶에는 나의 욕망이 들어설 곳이 없습니다.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며 사는 사람을 삶의 주인이라고 부르기는 어려울 겁니다. 설사 타인의 욕망이 바람직한 것이라 할지라도요. 착한 주인이 노예를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한다고 해서 노예는 더 이상 노예가 아닌 건가요?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았더라면'이라는 후회는,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하고 소중한 시간을 잃어버린 자신에 대한 탄식입니다.

제가 원하는 삶을 선택하니 일하는 시간과 노는 시간의 구분이 없어지더군요. 깨어서 활동하는 시간 전체가 생명력으로 1분 1초가 충실하고 소중한 기억들로 채워집니다. - page 321

지금 당장 행복해지기 위해서 마르크스주의자, 사회주의자의 길을 선택했다는 책 속의 작가의 말이 큰 울림으로 남았습니다.

책을 읽고 나서 느끼는 점이...

○○주의를 따지기 전에 우선 '한 사람'으로써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 분명한 목표를 잡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느껴집니다.

그래도 이 책으로 그동안의 삶을 무의미하게 흘렸다면 유의미한 시선을 가지고 내 삶을 바라보기 시작하였다는 점이었습니다.

오십, 아니 사십인 저에게도 큰 울림 선사했던 이 책.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으며 보다 다른 시선으로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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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 단편선 소담 클래식 6
에드거 앨런 포 지음, 임병윤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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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19세기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시인이자 소설가이자 호러와 미스터리의 거장

'에드거 앨런 포'

갈까마귀」, 「애너벨 리」와 같은 명시를 남긴 시인으로도 유명하지만

당대 작가들과는 달리 독특한 예술관으로,

인간 내면의 음습한 광기를 파고들며 독특한 상상력을 펼쳤던 그.

보들레르부터 스티븐 킹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작가에게 문학적 영감을 주었는데...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당연히 그의 작품을 읽어봤어야 했는데...

치일피일 미루어지다 이번에 읽게 되었습니다.

생애에 걸쳐 1편의 장편과 74편의 단편을 남긴 것 중 이 책에서는 7편을 만나볼 수 있다고 하니...

그의 명성을, 그의 문학 정수를 제대로 느껴보겠습니다.


환상과 현실이 교차되는 가운데 다가오는

죽음과 광기의 그림자


포 단편선


워낙 유명한 「검은 고양이

무절제한 폭음으로 망가진 주인공.

자신이 좋아하던 고양이를 잔혹하게 죽이고, 다시 데리고온 고양이까지 죽이려다 아내를 죽이고 시체를 벽 속에 묻어둡니다.

시체를 묻어 둔 벽을 경찰관들은 어떤 흔적조차 발견하지 못했지만 그는 갑자기 경찰관들 앞에서 벽을 후려치게 되고 그곳에서 발견하게 된 건 아내의 시체와 같이 묻힌 고양이의 비명 같은 울음소리.

한 인간이 자신의 욕구와 분노를 참지 못하고 파멸에 이르는 과정이 그려졌던 이 소설.

왜 포의 작품 중에서 이 작품을 꼽았는지...

짧지만 강렬함에 한동안 헤어 나오질 못하곤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어졌던

어셔가의 몰락」은 주인공 에델레드가 어린 시절 친구였던 어셔의 방문안을 가는 이야기로, 기괴함과 음산한 분위기가

적사병의 가면」은 호화로운 가장무도회가 열리는 가운데 등장하는 적사병의 끔찍한 모습이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그려진 복잡하고도 미묘한 심리, 특히나 '공포'가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인상적이었던 「함정과 시계추」에서는 한 죄수가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했는데...

끝이 보이지 않는 새까만 어둠만이 그를 둘러싸고 있었고

짙은 어둠은 그를 무겁게 내리누르며 두려움이 덮쳐오고 참을 수 없는 긴장감...

서서히 내려오는 시계추...

그 와중에도


그렇게 고통을 느끼는 와중에도 몸뚱이는 본능적으로 음식을 찾고 있었다. 고통 속에서도 있는 힘을 다해 팔을 뻗어 쥐들이 남기고 간 음식 찌꺼기를 움켜잡았다. 한 조각을 입에 넣는 순간 희열과 함께 무언가 희망 같은 느낌이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내가 희망을 가질 일이 도대체 무엇이 있단 말인가? 그것은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막연한 느낌이었을 뿐이지만, 어쨌든 희열, 그리고 희망을 느꼈다. 그러나 그런 느낌은 곧바로 사라져 버렸다. 다시 느껴 보려고 애써 보았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오랫동안 고통에 시달린 나머지 생각하는 것조차 너무 힘이 들었다. 나는 완전히 바보 천치가 되어 있었다. - page 212


유리병에 남긴 편지」에서도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배 위에서 거대한 회오리 물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 모습에서...


선원들은 불안하고 두려운 발걸음으로 갑판 위를 분주하게 오가고 있다. 그래도 그들의 얼굴에는 어두운 절망감보다는 희망의 빛이 역력하다. - page 245


희망을 이야기함으로써 공포를 견뎌내고 눈을 떠 두려워하던 그대로의 진실을 바라볼 만큼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그는 우리에게 일러주었습니다.


앞서 단편들은 '공포'가 주였다면 두 단편 「모르그가의 살인」과 「도둑맞은 편지」는 결이 다른 미스터리 소설이었습니다.

셜록 홈즈의 원형이자 안락의자 탐정의 효시인 '오귀스트 뒤팽'이 등장!

모르그가의 끔찍한 살인 사건을, 귀부인이 비밀리에 찾는 편지를 찾는 일을 하게 되는데...

직접 사건 현장에 가서 증거를 찾고 자료를 토대로 모순점을 발견하고 

문제의 해답은 의외로 가까에 있다는 것을

추리의 즐거움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인간의 내면을, 나아가 사회의 모순까지 그려나갔던 에드거 앨런 포.

그의 예리한 시선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덕분에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저는 감사할 따름이었고 포의 다른 단편들도 궁금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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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큰 컨트리
클레어 레슬리 홀 지음, 박지선 옮김 / 북로망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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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런 소설은 평생을 기다려도 만나기 어렵다!"


이 문구에 끌렸습니다.

그런데 이 소설!

이미


출간 10주 만에 전 세계 판매 42만 부 돌파!

영미·캐나다·독일·이탈리아·스웨덴 등 10개국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


라고 하네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은 이 소설.

그 매력을 저도 몸소 느껴보고자 합니다.


감정의 밑바닥을 어루만지는 시선,

인간다움에 다가서는 섬세한 문장으로

상처 입은 영혼을 일으켜 세우는 수작


브로큰 컨트리



목장 사람이 죽었다. 죽음 앞에서 사람들은 다들 누가 죽였는지 궁금해할 뿐이었다. 우발적 사고였을까? 아니면 계획된 살인? - page 11


조용한 시골 목장에 울려 퍼진 한 발의 총성.

젊은 남자가 죽었습니다.

심장에 총상을 입은 것으로 보아 심장을 겨냥한 계획 살인이 틀림없는데...


삶의 마지막 순간에 평생을 다시 살게 된다는 말은 사실이다. 우리는 다시 그 시절의 소년, 소녀가 되어 빛과 경이로운 아름다움과 별빛 쏟아지는 밤이 찬란하게 펼쳐질 미래를 맞이할 수 있다.

그는 내가 바라보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눈이 마주치자, 괜찮다는 의미로 미소 지으며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베스, 말해. 지금이야."

나는 그의 얼굴을 다시 보았다. 예나 지금이나 늘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우리는 모든 것이 달라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눈빛을 교환했다. - page 11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사랑의 시작과 재회, 그리고 살인 재판을 교차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영국의 아름다운 해안도시 도싯의 한 농장.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베스와 프랭크가 있었습니다.

아니, 이들은 평범한 척하지만 사실은 위태한 가정이었습니다.

수년 전 사고로 아이 바비를 잃고도 온전히 아파할 수 없었던 이들이었기에.

암묵적 침묵...


우리는 바비가 죽던 날에 후회스러운 일이 너무도 많았다. 그 일들을 제대로 했더라면 모든 것이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문득, 우리가 함께함으로써 오히려 치유가 힘들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야 나는 외부자의 시선으로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듯이 이 상황을 바라보게 되었다. 우리 둘은 슬픔이라는 시커먼 바위에 함께 올라탄 채 이리저리 흔들리고만 있었다.

"나도 그런 생각해. 당신이 혹시 그때 그랬더라면 하고 후회하는 것 전부 다 나도 후회해. 하지만 그런다고 바비가 돌아오진 않아. 그 애를 보내려고 노력해야 해." 내가 말했다. - page 131


그래서 마음속엔 깊은 응어리가 조금씩 균열로 금이 가던 중...


옛 연인이 갑작스레 등장하게 됩니다.

베스가 십 대 시절 온 마음을 다해 사랑했지만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그래서 끝내 상처로 남은 게이브리얼.

그와 그의 어린 아들 레오의 등장은 베스가 외면했던 기억들을 다시 불러일으키는데...


프랭크는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예전 모습이 보이는 미소였다.

"그렇게 들리긴 해. 하지만 난 그 질투에 눈먼 별난 놈을 사랑하는걸."

"그러길 바라."

"그렇다는 거 알잖아."

그리고 우리는 키스했다. 한 남자와 키스하고 또 다른 남자와 키스하는 게 잘못되었다고 느껴지지도 않았다. 둘은 서로 달랐다.

이건 시작이 너무 많은 사랑이야기다. 이 끝이 어떻게 될지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 page 245


하지만 불씨는 용암처럼 솟아오르게 되었고 결국......!

사랑과 상실, 고백과 용서 사이에서 베스는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


죽음  때문에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인생이 망가진 부부의 하찮은 휴먼 드라마. 그 사이에 끼어 있는 유명 작가. 전국에 화제가 된 은밀한 불륜, 재판이 끝나면 사람들은 일상으로 돌아가 우리에 관한 것을 전부 다 잊겠지. - page 342


한 남자 프랭크가 보여준 지고지순한 사랑은...

가슴 저미도록 아팠습니다.


"존슨 씨, 왜 그렇게 생각했습니까? 아내가 불륜에 빠졌는데도 그 관계가 지속되도록 놔둔 이유가 뭡니까?"

"그 관계 때문에 아내가 행복하다면 그렇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제가 아내의 인생을 망쳤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아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한 사람이 저 때문에 죽었습니다. 그 애를 잃고나서 아내의 삶이 너무 힘들어졌어요." - page 324


그 고통을 오롯이 자신이 짊어지고자 했던 프랭크...

이 바보 같은 남자...

마지막까지 제 가슴을 울렸습니다.


솔직히 베스가 참 미웠습니다.

아이를 잃은 상실과 끝나버린 줄 알았던 첫사랑과의 재회로 흔들리던...


"그래서 넌 어떻게 하려고?" 게이브리얼이 나지막이 물었다.

우리가 아니라 였다. 딜레마에 빠진 사람은 그가 아니라 나였다. - page 276


그녀는 우리에게 끝내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비극적이었지만 끝내는 아름답게 일러주었습니다.


"한 사람만 사랑하는 게 가장 단순하지. 하지만 중요한 건, 평생을 함께 보낼 올바른 사람을 찾는 거야. 어떤 과정을 거치든지 말이야." - page 202


책을 덮고 난 이 순간에도 베스가 보여준 여정이 눈앞에 그려지면서 


"우리는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책임지는가"


에 대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묵직한 여운과 함께 건네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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