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장 사람이 죽었다. 죽음 앞에서 사람들은 다들 누가 죽였는지 궁금해할 뿐이었다. 우발적 사고였을까? 아니면 계획된 살인? - page 11
조용한 시골 목장에 울려 퍼진 한 발의 총성.
젊은 남자가 죽었습니다.
심장에 총상을 입은 것으로 보아 심장을 겨냥한 계획 살인이 틀림없는데...
삶의 마지막 순간에 평생을 다시 살게 된다는 말은 사실이다. 우리는 다시 그 시절의 소년, 소녀가 되어 빛과 경이로운 아름다움과 별빛 쏟아지는 밤이 찬란하게 펼쳐질 미래를 맞이할 수 있다.
그는 내가 바라보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눈이 마주치자, 괜찮다는 의미로 미소 지으며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베스, 말해. 지금이야."
나는 그의 얼굴을 다시 보았다. 예나 지금이나 늘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우리는 모든 것이 달라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눈빛을 교환했다. - page 11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사랑의 시작과 재회, 그리고 살인 재판을 교차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영국의 아름다운 해안도시 도싯의 한 농장.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베스와 프랭크가 있었습니다.
아니, 이들은 평범한 척하지만 사실은 위태한 가정이었습니다.
수년 전 사고로 아이 바비를 잃고도 온전히 아파할 수 없었던 이들이었기에.
암묵적 침묵...
우리는 바비가 죽던 날에 후회스러운 일이 너무도 많았다. 그 일들을 제대로 했더라면 모든 것이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문득, 우리가 함께함으로써 오히려 치유가 힘들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야 나는 외부자의 시선으로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듯이 이 상황을 바라보게 되었다. 우리 둘은 슬픔이라는 시커먼 바위에 함께 올라탄 채 이리저리 흔들리고만 있었다.
"나도 그런 생각해. 당신이 혹시 그때 그랬더라면 하고 후회하는 것 전부 다 나도 후회해. 하지만 그런다고 바비가 돌아오진 않아. 그 애를 보내려고 노력해야 해." 내가 말했다. - page 131
그래서 마음속엔 깊은 응어리가 조금씩 균열로 금이 가던 중...
옛 연인이 갑작스레 등장하게 됩니다.
베스가 십 대 시절 온 마음을 다해 사랑했지만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그래서 끝내 상처로 남은 게이브리얼.
그와 그의 어린 아들 레오의 등장은 베스가 외면했던 기억들을 다시 불러일으키는데...
프랭크는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예전 모습이 보이는 미소였다.
"그렇게 들리긴 해. 하지만 난 그 질투에 눈먼 별난 놈을 사랑하는걸."
"그러길 바라."
"그렇다는 거 알잖아."
그리고 우리는 키스했다. 한 남자와 키스하고 또 다른 남자와 키스하는 게 잘못되었다고 느껴지지도 않았다. 둘은 서로 달랐다.
이건 시작이 너무 많은 사랑이야기다. 이 끝이 어떻게 될지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 page 245
하지만 불씨는 용암처럼 솟아오르게 되었고 결국......!
사랑과 상실, 고백과 용서 사이에서 베스는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
죽음 때문에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인생이 망가진 부부의 하찮은 휴먼 드라마. 그 사이에 끼어 있는 유명 작가. 전국에 화제가 된 은밀한 불륜, 재판이 끝나면 사람들은 일상으로 돌아가 우리에 관한 것을 전부 다 잊겠지. - page 342
한 남자 프랭크가 보여준 지고지순한 사랑은...
가슴 저미도록 아팠습니다.
"존슨 씨, 왜 그렇게 생각했습니까? 아내가 불륜에 빠졌는데도 그 관계가 지속되도록 놔둔 이유가 뭡니까?"
"그 관계 때문에 아내가 행복하다면 그렇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제가 아내의 인생을 망쳤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아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한 사람이 저 때문에 죽었습니다. 그 애를 잃고나서 아내의 삶이 너무 힘들어졌어요." - page 324
그 고통을 오롯이 자신이 짊어지고자 했던 프랭크...
이 바보 같은 남자...
마지막까지 제 가슴을 울렸습니다.
솔직히 베스가 참 미웠습니다.
아이를 잃은 상실과 끝나버린 줄 알았던 첫사랑과의 재회로 흔들리던...
"그래서 넌 어떻게 하려고?" 게이브리얼이 나지막이 물었다.
우리가 아니라 너였다. 딜레마에 빠진 사람은 그가 아니라 나였다. - page 276
그녀는 우리에게 끝내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비극적이었지만 끝내는 아름답게 일러주었습니다.
"한 사람만 사랑하는 게 가장 단순하지. 하지만 중요한 건, 평생을 함께 보낼 올바른 사람을 찾는 거야. 어떤 과정을 거치든지 말이야." - page 202
책을 덮고 난 이 순간에도 베스가 보여준 여정이 눈앞에 그려지면서
"우리는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책임지는가"
에 대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묵직한 여운과 함께 건네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