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봉틀과 금붕어
나가이 미미 지음, 이정민 옮김 / 활자공업소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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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 제목이 무슨 의미일까...?!

'재봉틀'과 '금붕어'

도통 이 둘의 연관성을 떠올리기 쉽지 않았습니다.

이 호기심으로 시작된 책 읽기.

하지만...

책을 덮는 순간 울컥! 하게 되었는데...

그 감동을 소소하게나마 적어보려 합니다.


치매를 겪는 화자의 목소리로 그려진, 인생의 조각들.

웃음과 아픔과 후회 그리고 미처 몰랐던 사랑받은 기억


재봉틀과 금붕어


저 의사 선생님은 외국에서 울었던 여자구먼.

하고 알려줬다. - page 5


주인공 '가케이'

그녀는 기억을 잃어가는 치매 환자였습니다.

어느 날 요양 보호사 밋짱이 그녀에게


가케이 씨.

예.

가케이 씨는 이제껏 살아온 날들을 돌아봤을 때 행복한 인생이었다고 생각하세요?

뭐, 뭐이?

가케이 씨의 인생은 행복했나요? - page 29


그동안 자신의 인생에 관해 생각해본 적 없었던 가케이는 이 질문으로부터 지나온 세월을 회상하기 시작하는데...

어릴 적 어머니의 죽음, 폭력적인 계모, 혼자 낳아 키운 아이, 생계를 이어주던 재봉틀 한 대, 그리고 물속을 조용히 헤엄치던 금붕어...

이 인생의 조각들이 하나 둘 모이며 비로소 하나의 긴 인생 스토리를 완성해갔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하지만.....

뭐, 됐어.


문틈으로 바람이 들어온다.

그래서 알았다.


지금은, 가을이다. - page 161


너무 서글펐습니다.

어릴 적엔 강아지 젖을 먹으며 자랐던, 매일 계모에게 장작으로 두드려 맞아 밤마다 내일은 제발 눈뜨지 않게 해주세요, 하고 기도했던 어린 소녀, 오라버니가 강제로 데려온 남자와 혼인, 아들이 태어난 직후 증발한 남편, 가족의 연이은 죽음, 이제는 기저귀를 차고 아기처럼 어기적어기적 걸으며 기억을 잃어버리는 현재까지...

자꾸만 목이 메어져 왔었습니다.

그럼에도 어릴 적 집안일에 쫓기는 와중에도 혼자 글을 깨쳤고, 웃으면 귀여운 아들과 무슨 음식이든 된장만 발라주면 가리지 않고 잘 먹는 딸이 곁에 있었기에, 그리고 지금은 자신을 위해 의사와 맞서 싸워주는 요양 보호사 밋짱을 비롯해 싫은 내색 하나 없이 자신을 진심으로 도와주는 수많은 밋짱들이 있었기에 그녀의 삶이 마냥 슬프지만은 않았습니다.

가케이 씨로부터 불행하고 힘들기만 한 것 같은 삶 순간순간에 사랑과 행복의 조각들이 있기에 우리의 삶은 행복했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는데...


어떤 운명이든 간에 미치코를 만나서 정말 좋았다.

그 후에 어떤 밑바닥을 경험해야 했더라도, 뼈저리게 후회했더라도 그때는 미치코가 살아 있었을 때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행복했다.

무지무지 행복했다.

나에게는 행복한 시기가 분명히 있었다.

그런 일은 없겠지만, 지금까지도 없었지만 우연히라도 누군가,

행복했습니까? 하고 묻는다면 그때는,

행복했습니다.

하고 대답할 것이다.

긴말할 것 없이 한마디로 대답할 것이다. - page 121


먹먹함에...

쉬이 감정을 추스르기 어려웠습니다.

기억을 잃는다는 사실이 슬프다고 여겼던 저에게 그것이 마냥 슬픈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삶이 불행하고 힘들다고만 여기겠지만 그럼에도 작은 행복이 있었기에, 나를 둘러싼 이들의 사랑이 있었기에 살아갈만하다고, 

아니 우리네 삶은 행복하다는 것을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저도 누군가 행복했습니까?라고 묻는다면 행복했었다고. 지금도 행복하다고 외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가르침 잊지 않고 앞으로도 잘 살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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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위로, 아이슬란드
권호영 지음, 제이 사진 / 푸른향기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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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제가 '아이슬란드'를 알게 된 건 <꽃보다 청춘> 방송으로부터였습니다.

(어느덧 10년 전 작품이었네요;;)

낯선 여행지...

하지만 죽기 전에 한 번은 가 보아야 할 곳이었던 나라.

그 어디에서도 마주할 수 없었던 광경에 저도 그 당시 넋을 놓고 보곤 하였는데...

이 책을 보자마자 그때의 감정이 스물스물 올라왔었습니다.

아이슬란드의 신비와 매력을...

여행작가 권호영 씨의 눈을 빌려 잠시 떠나보고자 합니다.

빙하기 떠다니는 화산섬, 백야와 오로라, 북극여우와 퍼핀,

여름에만 문을 여는 비밀 식당…

아이슬란드 여름과 겨울, 40일 동안 찾아낸

아이슬란드의 신비와 매력

낯선 위로, 아이슬란드

여행을 떠나기 앞서, 여행자선언문이 있었습니다.

진심이 담긴 여행이기 때문일까...

뭔가 색다른 여행이 될 것 같아 설렘이 더 커지게 되는데...!

"Iceland는 아이스랜드가 아니라 아이슬란드입니다. 아일랜드는 영국 옆에 있는 섬나라예요."

아름답다 못해 신비로운 미지의 장소

고요하다 못해 공허한

평화롭지만 시끄럽고

눈부시게 빛나다가 금세 까만 밤이 내리는 곳

'아이슬란드'

여름 한 달과 겨울 보름간의 강렬했거나, 재미있거나, 깜짝 놀랐던 여행 이야기가 책 속에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었던 곳

이런 자연 앞에 인간은 다시금 작은 존재임을 자각하게 되었고

겸손한 마음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또한 우리가 자연과 조화로운 공존을 위해 앞으로의 우리 태도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여름의 아이슬란드

솔직히 아이슬란드라고 하면 설원만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꽃들이 있다는 사실에...!

자연이 더 풍성해진 느낌이랄까!

특히 아이슬란드어로 '루피나' 꽃이 끝없이 펼쳐져 보라색 물결을 일으키고 있었는데...

워낙 보라색 꽃물결이 유명하다 보니, 일부 사람들이 아이슬란드의 국화로 오해한다고 하였습니다.

(저도 순간 국화인 줄 알았습니다만...)

아이슬란드 국화는 담자리꽃나무다. 마치 계란꽃이라고 불리는 데이지와 닮은 것 같지만 조금 더 작고, 귀엽달까. 꽃잎은 한 10개쯤이라는 것 같은데 아이슬란드에서 담자리꽃나무를 만난다면, 꽃잎을 한 장 한 장 세어보자. 야생에서 꽃을 발견하는 기쁨과 함께 꽃잎을 세며 사랑하는 마음을 느껴보자. 담자리꽃나무의 꽃말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어린아이처럼 느끼는 기쁨. 또 하나는, 이해받을 필요 없이 우리가 우리 자신이 되는 것을 상징한다고 한다.

누군가의 시선도 겁내지 않고 어린아이처럼 마냥 기뻐하던 때가 언제였을까. 이해를 받기 위해 애쓰는 일보다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 우선이라는 걸, 이렇게 문득 나무를 찾다가, 꽃에 감탄하다가 깨닫곤 했다. - page 50 ~ 51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만 알고 싶은 곳을 조심스레 밝혀주었는데...

'잉골프쇼프디'

특히나 이곳엔 아이슬란드 여름에만 볼 수 있는 '퍼핀'이 있었습니다.

펭귄을 닮았지만, 주홍빛 부리가 매력적인 이 새.

퍼핀들이 아름다운 자연에서 자유롭게 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저도 마냥 행복해졌습니다.


아이슬란드에서는 지구상에서 단 몇 개의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간헐천'이 있었습니다.

화산 열에 의해 데워진 지하수가 압력을 받아 분출하는 작은 온천으로 게이시르 지대에 크고 작은 간헐천이 곳곳에 존재하는데...

60도~80도까지 이르는 물이 하늘을 향해 폭발하는 순간!

어디서도 경험할 수 없는 날 것 그대로의 거친 모습이 느껴져 인상적이었습니다.

역시나 겨울의 아이슬란드.

오로라보다 더 매력적이었던 것이 있었으니...

겨울 아이슬란드 공기는 대체로 푸른색이었다. 오전 11시쯤 겨울 해가 뜨면, 하늘은 맑은 분홍색으로 물들었다. 오후 2시와 3시 사이는 해와 달이 동시에 떠 있곤 했다. 그즈음 만들어내는 오묘한 색은 짧은 순간 황홀을 선사했다.

바람이 고요해지고, 자동차 소음이 사그라지고, 거리가 점점 소란해지면 비로소 졸음이 몰려왔다. 행복하고도 공허한 마음을 안고 낮잠을 자다가, 잠에서 깨면 창문을 열어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고. - page 189

자연만이 만들어낼 수 있었던 색에 잠시 마음을 놓아봅니다.

우리가 여행을 특별하게 느끼는 이유...

일상에서는 빠른 속도로 살아가다 여행을 떠나서는 그저 아름다운 해변을 바라보는 일마저도 중요시 여길 정도로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가끔은 여행지에서의 할 일을 일상에서 해 보는 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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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나를 지켜주었다
이재익 지음 / 도도서가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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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무더위가 갔다고 좋아하던 찰나.

어느새 찬바람에 겨울이 온 것 같습니다.

가을을 즐기고 싶었는데...

이 허전한 마음을 무엇으로 달래야 할까...?!


이맘때쯤이면 괜스레 읽고 싶은 것이 있었으니...

바로 ''였습니다.

오직 시를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 위안...

이번엔 이 책을 통해

해를 거듭하며 오래도록 사랑받아온 영미 시들을

저자의 이야기와 함께

제 마음을 달래보려 합니다.


'지나온 삶의 모퉁이 어딘가

중요한 것을 놓고 와버린 것 같은 모든 이들'을 위한 책


시가 나를 지켜주었다

워즈워스, T.S. 엘리엇, 예이츠, 키츠, 바이런, 브라우닝, 디킨슨, 로세티, 블레이크, 하우스먼, 테니슨, 셰익스피어, 에드거 앨런 포, 밥 딜런 등 시공간을 넘어 위대한 성취를 남긴 시인들의 문장을

소설가의 독법으로 섬세하게 번역하며


사랑할 때도 성공할 때도 실패할 때도 감사할 때도 배신당할 때도, 위대한 작가들의 문장이 함께했다. 때로는 충고로 때로는 경고로 때로는 축하로, 길을 잃고 위험한 숲을 헤맬 때도 나를 지켜준 그 문장들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 page 4


그 문장들은 고스란히 나에게 다가와 새삼 내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 주었고

삶을 대하는 태도를, 살아갈 힘을 주었으며

책을 덮고 나면 비로소 외치게 되는 말이 있었으니...


"시가 나를 지켜주었다."


시인들의 시선을 따라 그들이 건넨 목소리를 듣다 보면 

거기에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시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해석하려 하지 말고 그냥 소리 내어 읽어보는 것을...

그러다 보면 어느새 시는 내가 됨을 느낄 수 있었고 나름 내 삶도 낭만 있음에 감사하게 됨을...


그중에서 인상적인 시를 남겨보자면...

'장영희' 교수님이 특별히 좋아하고 널리 알리려고 했던 시인 '에밀리 디킨슨',

그중에서도 다음 시를 종종 인용하셨다고 하는데...


If I can stop one heart from breaking,

I shall not live in vain;

If I can ease one life the aching,

Or cool one pain,

Or help one fainting robin

Unto his nest again,

I shall not live in vain.


누군가의 마음 다치지 않게 해준다면

내 인생 헛되지 않을 텐데.

누군가의 아픔 달래줄 수 있다면

누군가의 고통을 덜어주거나

지쳐 쓰러진 울새 한 마리

둥지로 돌려보낼 수 있다면 살 만한 인생


누군가의 마음 다치지 않게 해주는 것...

작은 관심과 애정을...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 속에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셸리는 오지만디아스에서 말했다. 파라오의 권세도 결국 세월 지나 사막의 돌무더기로 쓸쓸하게 스러진다고. 셰익스피어도 <맥베스>를 통해 보여주었다. 권력과 야망의 무상함을. 에밀리 디킨슨이 노래한다. 어린 새 한 마리만 도와줘도 살 만한 인생이라고. 맞다. 삶의 이유가 따로 있나? 태어났으니까 사는 거다. 사는 동안 누군가의 마음을 지켜주고 아픔을 달래줄 수 있다면 가치 있는 삶이다. 산책이나 가볼까. - page 241


누군가 21세기를 '시가 사라진 시대'라고 했다 합니다.

그건 돈이 사라진 시대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데...

현금이 거의 사라졌을 뿐 다른 방식으로 돈은 돌고 있음에 

꼭 정형화된 시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노래가 시고

시가 노래가 되는

바야흐로 '시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작은 일침을 선사해 주었던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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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아직 끝나지 않은 기적 - 한강이 들려주는 대한민국 이야기 처음부터 제대로 배우는 한국사 그림책 27
김일옥 지음, 이용규 그림 / 개암나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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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실 이번을 계기로 알게 되었던

'처음부터 제대로 배우는 한국사 그림책' 시리즈

이는 우리 역사를 처음 만나는 어린이들이 역사를 바로 알고 관심을 갖도록 구성한 시리즈

유물과 유적 등 우리 역사의 상징물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역사의 큰 흐름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그중에서 '한강'을 선택하여 읽게 되었습니다.

유유히 흐르고 있는 강물에게서 듣게 될 우리의 이야기.

마주해보겠습니다.

대한민국 발전의 상징, 한강

세계로 뻗어 나가는 우리의 미래를 응원하다!

한강, 아직 끝나지 않은 기적

내 이름은 한강이야.

커다란 강이라는 뜻이지.

나는 태백산 검룡소에서 시작된

작은 샘물이었어.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

계곡 사이를 흐르는 여러 시냇물이 서로 만나

하나의 강이 된 거야.

두물머리에 이르러 금강산에서 내려온 북한강을 만났어.

그제야 나는 커다란 강, 한강이 되었지.

나는 서울을 가로질러 흐르다 임진강과 만나 서해로 흘러간단다.

내가 흐르는 동안 사람들은

강물에 배를 띄워 물건을 실어 나르고,

주변 풍경을 보며 시를 읊고, 그림을 그리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큰 강이자, 우리나라 사람들의 터전인 '한강'

1925년, 엄청나게 쏟아진 비로 땅이 강으로, 강이 땅으로 바뀌기도 했는데...

그러던 중 물속에 있던 땅으로부터

"이게 뭐지?"

깨진 토기 조각, 날카로운 화살촉, 움푹 파인 구덩이... 유물을 발견하게 됩니다.

"한강 근처에는 언제부터 사람이 살았을까?"

신석기 시대부터 거슬러 올라 지금에 이르기까지 한강을 중심으로 발전해 온 것을 볼 수 있었는데...!

기원전 18년 어느 날, 북쪽에서 사람들이 나타나

"보아라, 땅이 기름지고 물이 풍부한 곳이구나."

"나라를 세우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무엇보다

"백제의 힘은 어디서 오는가?"

고구려 고국원왕의 물음에 신하가 대답했지.

"백제에는 '한강'이라는 큰 강이 있습니다.

강가의 기름진 땅에서는 농작물이 잘 자랍니다.

또 한강 뱃길을 따라 새로운 문화와 기술이 들어와 솜씨 좋은 기술자가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서로 '한강'을 차지하려고 다툰 삼국 시대가,

조선 시대에는 한양을 도읍으로

지금 '서울'이 수도가 된 것까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한강의 변천 과정은 우리나라의 정치·경제뿐만 아니라 문화까지도 엿볼 수 있었는데

겨울이면 한강의 얼음을 저장해 두었다가 여름에 먹기도 하고

김홍도를 비롯한 수많은 예술가의 영감의 원천이기도

현재에 이르러서는 공원으로까지!

역사 속에서 한강은 언제나 한반도의 중심이었고, 우리 삶의 터전이었어.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규모를 자랑하는 한강의 내일을

함께 그려 보지 않을래?

한강의 물처럼 이야기는 자연스레 흘러 지금의 우리에게 와닿았습니다.

특히나 '한강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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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괴이 너는 괴물
시라이 도모유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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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2014년 《인간의 얼굴은 먹기 힘들다》로 '무시무시한 신예'라 불리며 데뷔하고

일본 미스터리계를 뒤흔든 '특수설정 미스터리'의 독보적 1인자, 추리작가들의작가, 본격 미스터리의 최전선을 넓혀온 괴물 같은 작가

'시라이 도모유키'

그가 데뷔 10년을 맞아 자신이 선보일 수 있는 모든 면모를 집대성한, '풀 스펙 시라이 월드'와도 같은 단편집으로 드디어 한국 독자들을 만난다고 하였습니다.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10' 2위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3위

'본격 미스터리 대상' 후보작

등 2025년 일본 주요 미스터리 랭킹을 휩쓸며 장편소설 이상의 만족감을 증명했다고 하는데...


이 대단한 작가님의 작품을 저도 만나보고자 합니다.

특유의 광기와 상상력

독자의 예상을 뒤엎는 그로테스크한 세계관

SF와 심리 스릴러, 본격 추리 등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스펙트럼

벌써부터 찌릿찌릿함에 몸 둘 바 모르겠는데...

드디어 첫 장을 펼쳐봅니다.


"시라이 도모유키라는

기이한 세계와 마주하라!"


예언, 밀실, 독살, SF, 다중추리, 논리성, 천재성, 추악함, 미친 상상력…

무엇을 기대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된다


나는 괴이 너는 괴물


배경부터 장르까지!

다종다양한 다섯 가지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한 편을 읽고 나면 후폭풍이 남아 다음 이야기를 읽기까지 시간이 필요했고

이런 상상력을?!!

정말 작가의 필력에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탐정을 꿈꾸던 소년이 같은 반 친구의 습격을 좇는 이야기인 <최초의 사건>에서는 여러 세계의 등장으로 잠시 혼란스러움도 잠시.

결국 묵직한 한 방이 있었으니...!


이것이 나의 최초의 살인사건이었다. - page 83


솔직히 그의 작품을 처음 접했는데...

이 한 방에 어찔~~


그리고 이어진 두 번째 이야기 <큰 손의 악마>.

개인적으로는 이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는데...

점령당한 지구, 외계 침략자들의 '인간 샘플 채집'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

4. 우리는 지구를 16개의 구역으로 나누고, 각 구역에서 공격 가능 여부를 판정한다. 판정을 위해 각 구역마다 인류 64개체를 샘플로 수집한다. 샘플은 우리 비행선에서 32일간 생활하며 지능 측정을 받게 된다. 지능이 기준을 초과할 경우, 해당 구역에 대한 공격은 중단된다. 기준치 이하일 경우, 즉시 공격을 실시한다. 이것은 해당 구역에 서식하는 생물의 지능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공격해서는 안 된다는 윤리 규정에 따른 것이다.

5. 판정에 따라 공격 가능하다고 판단된 경우, 우리는 해당 구역에 서식하는 모든 인류를 제거한다. 제거는 과도하게 잔혹하지 않도록 해당 구역에서 가장 대중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


절멸 앞에 선 인류.


"그러니까 구스카미 씨는 9구역 샘플에 기미코를 끼워 넣으려는 건가요?"

"맞아. 조지 웰스의 외계인을 멸망시킨 세균처럼 말이야." - page 109


마지막 병기로 18년 전 희대의 범인 쓰노 기미코를 보내고자 합니다.


"... 기미코는 말로 상대의 방어벽을 허물고 마음을 사로잡아 자기 뜻대로 조종하지. 기미코를 담당한 변호사는 불과 한 시간 남짓 면회한 결과 그녀에게 넘어가 증거물 조작에 손댈 뻔했어. 그녀에게는 말로 상대방을 지배하는 천부적인 재능이 있지. 사회 규범상 그녀는 악인이지만, 희귀한 능력의 소유자인 건 틀림없네." - page 107


32일의 시간 속

과연 그녀는 인류를 구할 수 있을까...?!


정해진 시간

불안감과 죄책감, 공포심

교묘히 파고드는 심리전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기에, 책을 덮은 지금 이 순간에도 강렬하게 남은 이 이야기.

개인적으로는 시라이 월드 입구에 들어선 느낌이었습니다.


살아서는 나갈 수 없다는 유곽 '구로즈카'를 덮친 연쇄 독살사건을 밝히는 <나나코 안에서 죽은 남자>.

소거법으로 가능성을 좁혀가지만 예측과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는?!

마지막엔 

어?!

어안이 벙벙해진 느낌이었습니다.


수만 년 전 화석의 수수께끼를 담았던 <모틸리언의 손목>.

일확천금을 노리고 발굴한 '모틸리언' 화석.

그런데 왜 이런 곳에 손목만 덩그러니 묻혀 있는 것일까...?

수만 년의 시간을 통과해 전해진 복수와 악의!

아...

짧은 탄식이 제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나니 어느새 마지막 이야기만 남았었습니다.

오래전의 예언을 증명하듯 일어난 밀실사건 <천사와 괴물>.

이 이야기 역시도 인상적이었는데...

프릭쇼 단원들의 숙소에서 불가해한 살인사건이 발생하게 됩니다.

밀실 상태의 욕실에서 일어난 이 사건.

오래전의 불길한 예언이 마침내 실현된 것일까..?

세 가지 논리로 세 번 뒤집히는 밀도 높은 본격 다중추리뿐만 아니라 깊이 있는 서사로 강렬한 몰입감과 깊은 여운을 선사하였었는데...


위험했던 것은 바로 저 아닐까, 하고요. - page 507


정말이지...

시라이 월드의 진면목을 본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탄탄한 스토리와 상상력으로 '시라이 월드'를 완성했던 그.

그의 책을 만나기 전과 후 다른 미스터리를 바로 마주하기는 어려울 듯싶었습니다.

아직도 그 여운에 몸서리를 치게 되는데...

그의 전설은 시작되었고 앞으로의 행보에 동행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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