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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 여행기 - 환상적 모험을 통한 신랄한 풍자소설, 책 읽어드립니다
조너선 스위프트 지음, 김문성 옮김 / 스타북스 / 2020년 4월
평점 :
요즘들어 '고전 문학'들이 새 옷을 입고 '완역본'으로 다시 우리 앞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미 소장하고 있어도 자꾸만 손이 가요 손이 가~♬
그동안 알고 있던 문학들도 '완역본'을 만나게 되면 색다른 느낌을 받곤 합니다.
무엇보다 어마무시한 두께감......
'벽돌책'이라고도 불리는데 읽고나면 엄청난 쾌감을 느낄 수 있기에 이번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저 역시도 격파하곤 하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이번에 읽게 된 이 소설.
우선은 <요즘책방 : 책 읽어드립니다>를 통해서 먼저 만나게 되었습니다.
아니!
이미 만난 적이 있었던 소설이었습니다.
그! 런! 데!!!
내가 알던 그 소설이 맞나?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어마어마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낯선 세계의 마법 같은 무대에서
인간들의 진풍경이 유쾌하게 펼쳐진다
『걸리버 여행기』
내가 알던 『걸리버 여행기』는 소인국과 거인국을 여행한, 신비와 모험이 가득한 나라에서 펼쳐진 여행기였습니다.
그랬던 그 소설이, 아니 '동화'라고 알던 이야기가 신랄한 '풍자소설'이었다니!
저에게는 적지않은 충격이었습니다.
소설을 이끌어갈 주인공 '걸리버'의 소개가 있었습니다.
열네 살이 되던 해에 아버지는 나를 케임브리지에 있는 임마누엘대학으로 보냈다. 나는 기숙사에 머무르며 3년 동안 공부에만 매달렸다. 하지만 그렇게 넉넉지 못한 우리 집에서 나의 학비를 대는 것은 무척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나는 런던의 유명한 외과의사 제임스 베이츠 밑에서 4년간 일을 했다. 그리고 가끔 아버지가 보내주는 용돈은 여행에 필요한 항해술과 수학을 배우는데 썼다. - page 17
그는 이미 자신의 운명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결국 그의 지독한 역마살이 시작되게 됩니다.
바다로의 항해!
항해를 한다고 바다가 잔잔히 흘러가게끔 해 주지는 않는다는, 결국 인간은 자연 앞에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음을.
거센 폭풍우를 만나게 되면서 그의 여행기는 시작됩니다.
소인국 릴리퍼트와 거인국 브롭딩낵에서의 이야기는 워낙에 유명하기에 읽으면서 예전 기억이 새록새록 나면서 그와 흥미로운 모험을 떠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 시작되는 나라는 읽으면서 불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 인간의 추악한 모습이 그려지면서 인간에 대한 비난과 독설과 풍자가 절정을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우선은 날아다니는 섬 '라퓨타'가 등장합니다.
생김새며 차림새며, 얼굴까지 그토록 이상하기 짝이 없는 사람들은 수학과 음악을 제외한 것에 대해서는 저의 문외하였고 사색에 빠지기 일쑤였습니다.
이 나라 국왕은 내가 다녀본 다른 나라의 법률이나 정치, 역사, 종교, 관습보다는 오로지 수학에만 관심을 보였다. 또한 그마저도 양쪽에 선 시종들의 도움을 받아가면서도 내가 하는 이야기에 무관심했고 매우 경멸스럽게 들었다. - page 216
너무나도 황폐하였고 가난과 고통이 가득한 이 곳.
백성은 굶어 죽어가는데 지배층은 사색만 하고 쓸데없는 연구에만 몰두하기에 그는 이 나라에 대해 환멸을 느끼며 떠나게 됩니다.
그러다 만나게 된 영생불멸의 스트럴드브럭.
마냥 부러울 것 같은 '영생불멸'은 그들을 바라보면서 더는 부럽지 않음을 깨닫게 됩니다.
"서른 살까지만 하더라도 그들은 여느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다네. 하지만 점차 우울해지고 의욕이 없어지는데, 이러한 증상이 여든 살까지 계속되지. 이러한 사실은 그들의 고백을 통해 밝혀졌다네. 100년에 두세명밖에 태어나지 않다 보니 일반적인 관찰을 하기에는 그 수가 너무 부족하거든. 거기다 여든 살이 되면 평범한 노인네들처럼 노망이 드는데, 절대로 죽지 못한다는 무시무시한 절망감 때문에 더 많은 결점이 생겨나지. 옹고집에, 푸념과 욕심이 늘고, 허영주머니가 늘어나고, 말도 많아지지. 남과 함께하는 법도 잊어버리면서 아들과 손자 외에는 따스한 정을 느끼지 못하게 되어버린다네. 그렇다 보니 그들의 마음은 질투와 이루어질 수 없는 욕망으로 가득 차게 된다네. 그들은 주로 젊은이의 방탕함과 늙은이의 죽음을 시기하는데, 젊은이에게서는 자신들이 어떤 쾌락도 맛볼 수 없다는 것을 깨닫기 때문이고, 늙은이의 장례식에서는 자신들은 영원한 안식처로 갈 수 없다는 것을 한탄하기 때문이라네.
..." - page 279 ~ 280
그의 마지막 여행기인 곳, 말의 나라 '휴이넘'.
이곳에서 야만적인 짐승인 '야후'는 흡사 우리와도 닮은 형상이었습니다.
아니, 모습 뿐만 아니라 그 성격마저도......
특히나 그가 자신의 나라 '영국'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너무나도 추악하고 비열하고 뻔뻔한 우리의 모습을 바라보게 됩니다.
결국 그는 다시 자신의 나라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리곤 자신의 16년하고도 7개월에 걸친 장대한 모험을 아름다운 문장보다는 오로지 진실만을 다루어 기록하게 됩니다.
소설의 마지막 장에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동화로만 알았더라면 몰랐던 진실.
참으로 추악하고 비참하였습니다.
그리고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과연 나는 어떻게 살아왔는지, 야휴의 모습과 닮아있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습니다.
이 소설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어떤 가치관을 가져야하는지에 대해, 우리가 살아가면서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해 생각하게 해 주었습니다.
그렇기에 이 소설은 한 번 읽고 말 것이 아니라 되내이며 읽어가야함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