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존 암스트롱과 함께 소소한 범죄로 생계를 해결하며 떠돌이 삶을 살고 있는 '럭키 암스트롱'.
아버지는 늘
"넌 세상에서 가장 럭키한 아이야. 가장 운이 좋다니까."
하고 말하며 주유소 휴게소에 들릴 때마다 복권을 한 장씩 샀었습니다.
"당첨되진 않겠지만 희망을 가져볼 수는 있잖아. 복권은 인류 역사상 가장 끝내주는 사기야. 따지고 보면 정부도 우리랑 다를 게 없다니까. 우리처럼 사람들을 속여서 어떤 꿈이든 이룰 수 있다고 믿게 하잖아."
이번엔 럭키 차례였습니다.
충동적으로 복권꽂이에서 용지 한 장을 꺼내 어릴 때 재미 삼아 골랐던 숫자들을 표시를 하는데...
행운의 숫자가 있다고 생각했던 나이 11.
열한 살 때 어른이 되면 삶에 마법이 일어날 것 같아서 한시라도 빨리 이르고 싶었던 나이 18.
숫자를 고르던 시절의 아빠의 나이 42.
그날 달렸던 고속도로 번호 95.
그리고 그냥 고른 숫자 77.
출력한 복권을 지갑에 넣으면서 그녀는 도미니카 공화국의 바다가 보이는 집에서 이따금씩 그 복권을 꺼내 아빠를, 그러니까 교도소에 가기 전의 아빠를 추억하는 자신을 그려봅니다.
커갈수록 하루도 빠짐없이, 하지만 언젠가는 이런 생활을 끝내고 정착해 안정적으로 살아가고 싶었던 럭키.
그런데 여느 날과 다름없었던 그날.
아빠가 일하러 가면서 가끔 럭키에게 맡기고 가는 휴대전화가 울리게 됩니다.
"럭키, 내 말 잘 들어. 상황이 안 좋은 것 같아."
아빠의 다급한 목소리.
그리고 이어진 말.
"우리 금고가 어디 있는지 알지? 내 매트리스 밑에 뒤져보면 비밀번호가 있을 거야. 그걸 찾아서 열어봐. 내가 너한테...... 아, 젠장, 그만 가야겠다."
아버지가 큰 사기 혐의에 연루돼 수감되고 혼자가 된 럭키.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 다가온 매력적인 남자 '케리'가 나타나게 됩니다.
둘은 곧 서로에게 열정적으로 빠져들게 되고 이윽고 안정적인 삶에 닿을 듯했었지만...
케리도 아버지인 존과 별다를 게 없는 남자였습니다.
무엇보다 케리의 배신으로 한순간에 범죄 누명을 쓰게 된 럭키.
가짜 신분증 여러 개와 머리 염색약 한 통, 가위 한 자루, 그리고 어제 산 복권이지만 아주 오래전의 일처럼 느껴지는 복권과 함께 필사적으로 도망치게 됩니다.
비록 아무런 가치도 없겠지만 주머니에 있으면 잠시나마 희망이 끓어오르는 것을 느끼기에, 그런 희망이 있다면 다시 나아갈 수 있기에...
조여오는 포위망 속에서
'아이다호 편의점에서 팔린 3억 9천만 달러 복권의 당첨금 아직 회수 안 돼'
라는 자막을 보게 된 럭키.
'혹시? 혹시 나라면? 혹시 저게 내 복권이라면? 그 돈으로 무얼 하지? 이제 난 어떻게 되는 거지?'
희망이 너울거리고 심장박동이 빨라지면서 조심스레 확인해 본 결과
11-18-42-95-77
복권에 당첨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복권에 당첨되었다 한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당첨자로 나서면 경찰에 붙들려 어쩌면 종신형을 받아야 할지도 모르는 이 상황 앞에 럭키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다양한 사건을 겪으며, 자신의 내면을 단단하게 다져가는 한 여성의 이야기이자 화끈하고 유쾌한 로드 트립이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돈'...
이에 대한 럭키의 회한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들은 수년 동안 무엇을 위해 일했을까. 그 돈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 왜 돈이 그토록 필요했을까. 그 돈을 위해 그들이 기꺼이 희생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하지만 돈과 절도는 중독과도 같았다. 럭키는 알고 있었다. 어차피 돌이킬 수 없었다. 이제 다른 사람으로 새 출발을 해야 했다.
아침이 되자 케리는 병원에 가보라고 했지만 럭키는 거절했다. 그녀는 벌써 일어나서 옷을 입고 있었다.
"괜찮아. 곧 도미니카에 갈 거잖아. 거기에 가면 몸조리할 시간이 남아돌 텐데."
머릿속에서 '이 모든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속삭임이 들려왔지만 애써 모른 체했다. 그러곤 계속 나아갔다. 그녀가 아는 방법이라곤 그것뿐이었으니까. - page 261
그리고 이 소설을 통해 우리에게 일러주고 싶었던 이야기.
"누구에게든 두 번째 기회가 주어져야 해. 세 번째 기회도.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잖아. 상대를 용서하지 않으면 우린 모두 혼자가 될 거야." -page 310
누구에게나 주어져야 하는 두 번째 기회.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 것인지, 지금 올바르게 살아가고 있는지' 건넨 말.
책을 덮을 때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되었습니다.
럭키가 럭키(Lucky)했던, 속도감 있게 몰입하면서 읽게 된 이 소설.
책으로 읽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디즈니 스튜디오> 와 드라마 <LOST> 의 프로듀서가 픽업, 드라마화한 것도 기대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