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아제 바라아제
한승원 지음 / 문이당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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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으로 다시금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이가 있었으니

한강의 아버지이자 바다를 배경으로 서민들의 애환과 생명력, 한(恨)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루어온 작가.

'한승원'

이 소설의 제목을 듣자마자

어?!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데...

역시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임권택 감독 강수연 주연의 1989년 영화였던 겁니다.

아직 영화도 안 보았기에 더 기대가 되었던 이 소설.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첫 장을 펼쳐 읽어보았습니다.

이 책 속의 이야기는 사람을 죽게 하는 맹독일 수도 있다.

독사의 독을 잘 쓰면 약이 되지만 잘못 쓰면 사람을 죽게 만든다.

연蓮의 줄기와 뿌리는 시궁창 같은 진흙 속에 깊이 뿌리를 내려야만

아름답고 깨끗한 꽃을 피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결벽증에 가까운 청정함만을 고집하고 혼자만의 깨달음을 귀하게

간직하고 깊은 곳에 박혀 고고하게 사는 것은 깨달음의 길도 잃고

제도해야 할 중생도 잃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리라.

아제아제 바라아제



진성의 속명은 강수남이었다. - page 20

그녀는 커서 스님이 되어야지, 하고 늘 이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 꿈을 꾸곤 하던 때에 한 통의 편지를 받게 됩니다.

편지를 보내온 주인공은 자신의 삶이 모두 그녀 때문에 비로소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고, 얼마 전부터 늘 죽음을 생각해 오고 있었는데, 그녀를 자기 마음속에 품으면서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녀는 그 편지를 보내온 주인공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이웃집에 하숙을 하는, 한 학년 아래였지만 나이는 두어 살 위였고 건강 때문에 한 해 쉬고, 또 한 해 쉬고...

그런 그가 결국 오랜 지병으로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수남은 부모님과 선생님의 만류에도 청정암에서 수도 생활을 시작하여, 석 달 동안 행자 생활 끝에 진성이라는 법명을 받고 은선스님을 모시게 되지만 은선스님은 진성에게

"이제는 스님들도 외전을 공부해야 한다. 수도는 산에서만 하는 게 아니야. 서둘러 떠날 준비를 하도록 해라."

...

"잘 봐라. 저 달마 스님의 얼굴에는 왜 수염이 한 오라기도 없느냐?"

...

"이것이 숙제다. 네가 네 평생을 두고 풀어야 할 숙제......"

화두를 내리며 외지로 나가 대학 공부를 하라고 합니다.

또 한 명의 여인이 등장합니다.

순녀

어머니, 오빠와 살아온 그녀는 스님인 아버지를 고등학교 때 처음으로 만나지만 그 스님은

"느이 아버지한테 가면 너도 실패한다. 세상의 모든 중생들한테는 각기 다른 몫이 있다. 너한테는 네 갈 길이 있고, 느이 아버지한테는 느이 아버지가 가야 할 길이 있다." - page 95

이 말을 남기곤 다시 떠나 버립니다.

하지만 그녀의 가슴에는 뜨거운 덩어리가 꿈틀 일어서게 되는데...

대학 입학시험에 실패한 오빠가 자원 입대를 한 지 며칠 뒤 순녀는 새로 부임한 국어 선생 현종에게서 그 스님을 떠올렸습니다.

그러던 중 여름방학을 맞아 집을 나선 차에 역 대합실에서 우연히 현종 선생을 만나게 되고 그에게서 아내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 순녀는 평생 그의 곁에 있겠다고 결심하게 됩니다.

그러나 방학이 끝난 후 현종과 순녀 사이를 가리키는 헛소문이 떠돌아 현종은 학교를 그만두게 되고 순녀의 가슴에는 깊고 큰 구덩이가 패이게 됩니다.

진성은 절을 떠나 은선 스님의 뜻에 따라 대학 생활을 하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우종남이라는 남학생이 끈질기게 그녀를 따라다니는 겁니다.

방학 때 청정암에 돌아온 진성은 이제 청화라는 법명을 얻은 순녀가 박현우라는 남자의 생명을 구해 주고 이를 계기로 절에서 쫓겨나는 모습을 보며 그녀를 비웃습니다.

하지만 진성은 자신의 내부에서 완전히 떨쳐지지 않는 미망으로 인해 방황할 때마다 순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데...

순녀와 박현우 사이에 아기가 생기지만 박현우가 어딘가에 아기를 버리고 그녀를 떠나자, 순녀는 낙도에 있는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게 됩니다.

그러다 환자를 수송하는 송 기사와 결혼하게 되지만 그는 죽게 되자 순녀는 다시 절에 들어가게 됩니다.

거뭇거뭇해진 살갗과 눈자위와 볼에 앉은 검은 그늘이 진 은선 스님.

은선 스님은 열반하기 전 효정과 정선 스님에게, 몸소 체험하여 법도를 깨달은 청화도 자신의 귀한 상좌라는 말과 함께 순녀를 부탁하게 되고 순녀에게 한 아기가 청정암에 버려졌었다는 것과 그 아이가 지금 어디서 키워지고 있는지 알려주고 열반에 들어가게 됩니다.

은선 스님의 다비식이 진행되고 순녀는 버려진 아기가 자신이 낳은 아기라 확신하고 아기를 데려다 키워 왔던 윤 보살ㅇ에게서 아이의 죽음 소식을 듣게 됩니다.

이튿날, 낙도를 향해 떠난 순녀.

그녀의 머릿속에 문득 <반야심경>의 주문이 떠올랐다. '아제아제 바라아제' 가자, 가자, 더 높은 깨달음의 세계로 가자. 고해 건너 저 진여의 언덕으로 가자. 부디 이 뜻대로 이루어지리다. 물보라 저쪽으로 연잎 같은 섬 한 개와 흰 구름 한 장이 지나가고 있었다.

더 높은 그곳은 어디에 있을까. 순녀는 혀끝을 아릿하게 아파 오도록 물었다. 그 아픔으로 말미암아 눈에 물이 괴었다. 섬과 구름과 파도와 물보라가 눈물 속에 굴절되었다. 그녀는 쾌속선의 엔진 소리를 들으면서 속으로 계속 중얼거렸다.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 - page 425

숨이 턱! 하니 막혔습니다.

'연꽃'과도 같았던 삶.

순탄치 않았지만 그럼에도 나아가야 하는 우리네 모습.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이었습니다.

'달마 스님의 얼굴에는 왜 수염이 없느냐?'

이 질문에 대한 깨달음...

'달마 스님의 얼굴에는 왜 수염이 없느냐?' 얽매임으로부터 놓여나서 삶의 실상 속으로 들어가라는 것이다. 선과 악이 있고, 떠남과 머무름이 있고, 삶과 죽음이 있다는 생각으로부터 놓여나라는 것이다. 선이 선 아니고 악이 악 아니면, 선이 악이고 악이 선인 것이며, 마침내는 선도 없고 악도 없고 우리의 실존 그 자체만 있는 것이다. - page 391

이 문장이 큰 울림으로 남았었습니다.

영화를 보지 않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한 편의 영화처럼 그려졌었습니다.

작가님이 인물에 대해 섬세히 묘사하였기에 보다 몰입하며 읽었습니다.

그러니 이 작품이 영화화되었다니 얼마나 멋진 작품이었을까!

뛰어난 감독님과 배우의 활약이 담긴 영화 <아제아제 바라아제>도 한 번 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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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장의 참극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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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본격 추리소설의 거장으로 추앙받고 있는 작가 '요코미조 세이시'.

그리고 모두가 손꼽아 기다린 세기의 명탐정 '긴다이치 고스케'가 새로운 사건과 함께 돌아왔습니다.

2014년 《가면무도회》 이후 꼭 10년 만의 귀환이라고 하니 이보다 더 반가울 수 있을까!

어수룩한 외모와 초라한 차림새.

그러나 뛰어난 추리력의 소유자인 '긴다이치 코스케'.

그의 화려한 귀환!

지금 시작되었습니다.

피비린내 나는 참극의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사건 현장에 모인 사람들

그리고 20년 만에 되살아나는 참혹한 과거의 망령

미로장의 참극



도카이도선 후지역에서 도호쿠 쪽으로 1리 남짓 떨어진 곳에 메이지의 권신 후루다테 다넨도 백작이 만든 커다란 저택이 있습니다.

바로 '명랑장'.

복종과 배반이 마구 난무하던 전국 시대 이후의 건축양식을 지닌 명랑장은 바로 경계를 강화할 필요성에 따라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저택 내에는 곳곳에 회전 벽이나 빠져나갈 탈출구가 있고

뜰에 심어진 나무 하나하나에도 몰래 들어온 자객의 저격에 맞설 수 있도록 사각지대가 만들어져 있는

극도의 경계심을 가지고 만든 비밀 설계 말고도 이 건축양식에는 복잡하고 기괴한 느낌을 불러온 것이 하나 더 있었으니

후루다테 다넨도 백작이 옛 다이묘를 모방하여 엽색 행각을 하기 위해 필요로 했던 건축양식이었다는 점입니다.

아무튼 앞서 언급한 회전 벽이나 도주용 탈출구 등 비밀 설계가 많은 데다 줄줄이 이어진 방 구조를 가진 명랑장은 언제인가부터 '미로장'이라 불리게 됩니다.

그리고 이곳에 한 가지 피비린내 나는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쇼와 5년 가을.

다넨도의 아들 가즌도 백작이 자신의 아내 가나코와 아내의 사촌 시즈마의 불륜을 의심해,

가즌도 백작은 일본도를 휘두르며 단칼에 아내를 살해하고,

시즈마의 왼팔을 베어 떨어뜨렸는데

그때 일본도도 떨어뜨려 그 일본도를 시즈마가 주워 역으로 가즌도 백작을 벤

그야말로 대참극이 벌어졌던 겁니다.

흉기는 나중에 발견되었는데 중요한 오가타 시즈마가 보이지 않습니다.

당시 왼팔이 잘린 채 저택의 지하 동굴로 도망친 그.

그는 자결했을까...

아니면 아직 어딘가에 살아 있을까...

이 사건은 긴다이치 고스케 탐정담의 전주곡이 되었으니...!

전쟁이 끝나고 5년이 지난 쇼와 25년 가을, 10월 18일 일요일.

도카이도선의 후지역에 홀연히 내린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나이는 서른대여섯쯤, 약간 더러워진 쥐색 외투를 왼팔에 걸치고 오른손에 초라한 보스턴 백을 들고 있는 그.

"아, 선생님. 긴다이치 고스케 선생님 아니십니까."

긴다이치 고스케는 신흥 재벌 시노자키 신고의 요청을 받고 후지산 인근의 대저택 명랑장을 찾게 됩니다.

몰락한 후루다테 가문으로부터 명랑장의 소유권을 사들인 신고.

그리고 현재 주인 시노자키 신고의 아내는 후루다테 다쓴도의 아내 시즈코.

왠지 모를 불안이 긴다이치 고스케의 얼굴을 흐려지게 하는데...

"실은 이 집이 드디어 영업을 개시할 때가 됐거든요. 그 전에 이 집과 인연이 깊은 분들을 모시고 그 추억을 기리고자 하는 마음에서요. 그리고 또 하나, 협의할 일이 있습니다."

그저게, 즉 금요일 아침 정체불명의 외팔이 남자가 홀연히 명랑장에 나타나 달리아의 방에서 사라진 겁니다.

혹시나 실종된 시즈마가 아닌가 의심하고 조사를 의뢰했는데...

"아빠! 살인이에요, 사람이 죽었다고요. 빨리 와요!"

"살인이라니......?"

"네, 살인이요. 사람이 죽었다고요!"

"살해당했다니, 대체 누가......?"

"후루다테 아저씨요. 후루다테 아저씨가 살해당했다고요!" - page 74 ~ 75

가즌도의 아들 다쓴도를 시작으로 차례차례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데......

참혹한 과거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것일까...?!

"하지만 누가 이런......"

"그러니까, 이 명랑장에는 온갖 도깨비가 우글거리고 있다고. 그놈이 여럿일지 하나일지는 몰라도 말이야. 그러니 다들 조심해야 해." - page 407

3대에 걸친 백작 가문의 허영과 집착은 명랑장을 위선 가득한 기괴한 공간으로 만들었고,

격변기에 쇠락을 거듭하며 뒤틀린 내면은 결국 피비린내 나는 참극을 불러왔던 이 소설.

결국 그들의 이야기는

'인과응보'

였음을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역시나 인간적인 매력을 지닌 탐정 '긴다이치 고스케'.

"긴다이치 씨, 아니, 긴다이치 선생님, 이게 대체 어찌 된 거요. 당신 눈앞에서 연달아 사건이 일어났소. 그런데도 당신은 그저 졸랑졸랑 걸어 다닐 뿐 아무것도 하려고 하지 않소. 당신이 그러고도 명탐정이오?" - page 444

더벅머리를 긁고 살인 사건을 막지는 못하지만 사건의 실마리를 모두 해결한 뒤 보여준 특유의 인간미...

왜 그가 사랑을 받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다시 그의 활약이 그려졌던 작품들을 찾아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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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화가 반 고흐 - 고통 속에서도 별처럼 빛난 삶과 작품
이종호 지음 / 북카라반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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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사랑하는 화가 '빈센트 반 고흐'.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선 아무리 알아도 더 알아보고 싶듯이...

그에 대한 이야기는 아무리 읽어도 질리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이달 '불멸의 화가 반 고흐, THE GREAT PASSION'을 앞두고 뮤지컬·서적· TV프로그램 등 다양한 매체에서 그와 관련된 창작물들이 쏟아지고 있는 요즘.

그렇기에 또다시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어보려 합니다.

고통 속에서도

별처럼 빛난

삶과 작품

불멸의 화가 반 고흐



1890년 7월 27일, 프랑스 파리 북쪽의 한 작은 마을인 오베르쉬즈우아즈.

총성이 울립니다.

훗날 세기의 천재라 불리는 빈센트 빌럼 반 고흐가 생을 마감하기 위해 자신의 배에 쏜 총소리...

불우한 삶을 살았음에도 세계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고흐가 사망했을 대 그의 이름을 아는 이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의 생애 동안 그에 관한 기사는 단 한 편만 나왔다고 알려진...

화가라고 하지만 그림도 1888년에서 1890년 사이에 파리의 살롱 데 인데팡당과 1890년 벨기에 브뤼셀의 전시회에 그림 몇 점을 출품한 것이 전부였던 고흐.

그런데 20세기 초가 되더니 고흐의 명성이 갑자기 치솟게 됩니다.

아마 그의 삶이 극적인 요소들로 가득 차 있기에-가난, 폴 고갱과의 갈등, 왼쪽 귀를 절단하는 자해, 정신적 쇠약, 자살 등- 비정상적인 재능이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오히려 그의 전설을 높여주었다 합니다.

여기 이 책에서는 빈센트 반 고흐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다루고 있었습니다.

고흐의 일생, 동생 테오도르 반 고흐, 후기인상주의, 고흐의 대표 작품들, 고흐의 화풍, 고흐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 비하인드 스토리 등이 담겨 있었습니다.

최근에 저도 소장하고 있는 동생 테오와의 편지를 엮은 책을 읽었었는데 그때의 느낌은 형제의 다정하고도 격정적인 반 고흐를 만났다고 하면

이 책을 통해 그의 전반적인 삶을 한 편의 영화처럼 보았다고 할까...

담담히 그려진 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의 광기, 고독, 열정보단 한 사람으로서의 반 고흐를 만났었습니다.

또한 책에서는 후기인상주의를 대표하는 조르주 쇠라, 폴 세잔, 풀 고갱, 앙리 드 툴루즈로트레크의 대표작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며 그 시대 다양한 예술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등잔불 밑에서 감자를 먹는 이 사람들이 접시에 가져가는 바로 그 손으로 감자를 수확했다는 사실이다. 이 그림은 육체노동에 대해, 그리고 그들이 얼마나 정직하게 음식을 벌었는가에 대해 말한다."

보리나주의 탄광에서 원했던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그리고 싶다는 열망으로 그린 <감자 먹는 사람들>

"중요한 것은 색채의 깊이와 지면의 엄청난 힘과 단단함을 붙잡는 것이고 나는 유화를 그리면서 비로소 어두운 부분들에도 많은 밝음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그 밝음을 사로잡아야 하고 동시에 단단하고 기름지고 선명한 색채의 깊이를 전달해야만 했다...... 어떤 면에서 내가 유화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는 것이 다행스럽다. 그런 교육을 받았더라면 내가 이야기한 것과 같은 효과들을 아마도 놓쳐버렸을 것이다. 지금 나는 그것들이 바로 내가 원하는 것들이라고 느낀다. 내가 그것들을 얻을 수 없다면 얻을 수 없는 것이겠지. 그렇지만 나는 노력할 것이다. 그것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내가 알지 못한다하더라도."

"낮보다 더 다채롭고 별은 검은색의 단순한 흰색 점 이상이며 대신 노란색, 분홍색 또는 녹색으로 보인다."

그리하여 그만이 그릴 수 있었던 <밤의 카페 테라스>,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

"사이프러스 나무는 언제나 나를 사로잡는다. 해바라기를 그리기 위해 그랬던 것처럼 사이프러스를 그리기 위해서 캔버스를 만들어야겠다. 그 이유는 사이프러스가 이집트의 오벨리스크처럼 놀랄만한 균형미를 갖고 있으며 더불어 품위 있는 푸르름도 갖고 있어서다."

사이프러스 나무가 한 번 자르면 다시는 뿌리가 나지 않아 죽음을 상징한다고 여겨 이미 그의 죽음을 읽을 수 있다고 설명하는 <사이프러스나무가 보이는 밀밭>



현실과 타협하지 않은 채 고독과 가난 속에서 온전히 예술을 위해 바친 반 고흐.

살아생전 인정을 받았다면 우린 더 많은 작품을 만날 수 있었을까...

아니, 그의 열정으로 주어진 삶에서도 불타올랐을 것입니다.

그의 작품들은 불후의 명작이 되고

그의 삶은 계속해서 신화로 이어진 가운데

다시 우리 앞에 등장한 그.

이제 그의 이야기에 또다시 귀를 기울일 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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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을 그린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
제인 로고이스카.패트릭 베이드 지음, 오승희 옮김 / 한경arte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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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관능적인 여성 이미지

찬란한 황금빛

화려한 색채

를 특징으로 하고

성(性)과 사랑, 죽음에 대한 알레고리

로 많은 사람들을 매혹시킨, 황금빛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

올 11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레오폴트 미술관 특별전을 앞두고 이와 관련된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바로

욕망을 그린 화가, 에곤 실레

황금빛을 그린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

스승과 제자 사이이자, 표현주의를 대표하는 두 천재의 작품들을 살펴볼 수 있게 되었는데...

그중에서 저는 클림트를 만나보려 합니다.

"나는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

특히 여성을 그리는 것에 흥미를 느낀다"

대표작 <키스>부터 <베토벤 프리즈>, <다나에>...

빈 모더니즘 시대를 연

거장의 삶과 예술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나다.

황금빛을 그린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



아름답고, 감각적이고, 무엇보다 에로틱한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

그가 현실 세계는 거의 다루지 않고 우화, 초상화, 풍경, 에로틱한 인물들에 관심을 가졌는데 무엇보다 아름다움이 가장 우위에 있는 세상을 창조하고자 한 그의 의지를 담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포스트모던의 삭막한 현실과는 거리가 먼, 풍족하고 여유로운 어떤 세상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나는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

특히 여성을 그리는 것에 흥미를 느낀다."

그는 기존의 둥근 몸과 편안한 이미지를 보여줬던 전통적인 19세기 아카데미 스타일과는 다르게

긴 머리를 풀고

가늘고 유연하며

매혹적이고 노골적이어서 위협적으로 보이기까지 한,

이는 은폐되고 억압된 당시 사회와는 상당히 동떨어진 그의 성에 대한 집착과 자유를 보여주게 됩니다.

그의 채색화에서는 나체나 섹슈얼리티가 장식과 옷감에 묻히고 갇히는 바람에 부분적으로만 보이지만, 그의 드로잉에서는 에로티시즘이 만개해 숨김없이 드러나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의 드로잉에는 시간적 또는 공간적 맥락 없이 옷을 벗은 채 스튜디오 안에서 어슬렁거리는 여성들이 그러져 있는데 입체감이나 명암 처리 없이 오직 윤곽선만으로 그렸으며 거의 언제나 투시, 단축, 왜곡 등의 기법을 사용해 그들의 성기나 가슴에 초점을 뒀습니다.

클림트 작품의 특이한 점은 여성의 아름다움을 확실히 찬양하면서도 남성과 여성을 함께 보여줄 때는 일종의 거리감, 즉 남녀 사이의 메울 수 없는 간극을 분명하게 표현한다는 점입니다.

클림트의 <키스>에서 남자는 간절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자에게 닿기 어려워 보인다. 남자는 여자를 꽉 움켜잡고 다가가지만, 결국 절망적인 태도로 그녀 위에 기대어 있을 뿐이다. 이 장면에서 남성은 필사적으로 여성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한편 여성은 겉으로는 포옹을 허용하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남성이 접근할 수 없는 조용하고 독립적인 세계를 갖고 있다는, 클림트의 남녀관을 유추해볼 수 있지 않을까? - page 59



1918년 1월 11일 갑작스런 뇌출혈이 있은 후 한 달 후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그의 나이 56세...

사망 이후에도 예술가로서의 그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나뉘어 있다고 하는데 그의 친구이자 맨 처음으로 그에 관한 논문을 쓴 한스 티체는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클림트는 빈의 회화를 시들어가는 고립에서 벗어나 다시 넓은 세계로 나가도록 이끌었다. 세기의 전환기에 그는 누구보다도 빈의 예술적 개성을 보장하는 데에 큰 공을 세웠다."

대담한 비전과 예술적 개성이 뚜렷했던 클림트.

그가 없었다면 빈은 20세기로 들어설 수 없었다고 할 만큼 그가 창조한 작품들은 지금도 그 어떤 작품들보다 강렬하게 빛나며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상에 남았던 작품, <아담과 이브>.

아담의 무력한 표정과 달리 이브의 도도한 표정이 두드러지는데...

이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키스의 또 다른 버전과도 비슷한, 포즈도 그렇고 남성보다는 여성이 두드러진...

무엇보다 이 작품은 사망 당시 미완성으로 남겨진 그림이라는 점에서 더 애틋하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클림트는 자기 자신과 자신의 미술에 대해 단 한 번 언급한 적이 있었습니다.

"나는 한 인간으로서 특별하지 않다. 나는 그저 아침부터 밤까지 매일 그림을 그리는 화가일 뿐이다. 나는 특히 나 자신이나 내 작품에 대해 표현해야 할 때 말도 글쓰기도 잘하지 못한다. 간단한 편지를 써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괴로워진다. 초상화건 글이건 나를 표현한 것이 없다는 사실이 매우 두렵지만, 그게 큰 문제는 아니다. 나를 더 잘 알고자 하는 사람, 아마 나에 대해 유일하게 알 만한 가치가 있는 부분은 예술가로서의 측면일 텐데, 아무튼 나를 알고자 하는 사람은 내 그림을 연구하고 그것을 통해 내가 누구인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내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림 속의 그의 모습.

이번엔 글 대신 찬찬히 책에 수록된 작품들을 바라보며 클림트를 이해해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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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을 그린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
제인 로고이스카.패트릭 베이드 지음, 오승희 옮김 / 한경arte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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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모더니즘 시대를 연 ‘클림트‘. 그의 삶과 예술을 한 권으로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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