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이고 과학적인 음주탐구생활 - 술에 관한 깊고 넓은 인문학 강의
허원 지음 / 더숲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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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못 마시지만,
술에 대한 호기심마저 없지는 않다

비오는 날이면 누군가는 술맛이 더 좋다고 했다.
요즘같이 주구장창 내리는 빗속에서 마시는 술은 진짜 독주처럼 쓰디쓴 맛일 것 같다. 아무 맛도 없는 단지 쓴맛만 주는 알코올 맛

개인적으로 술을 좋아하거나 잘 마시지 않지만 술에 대한 호기심마저 없지는 않다.
나에겐 술은 맛으로 평가하는 단지 음식이다. 정말 맛 없는 음식이어서 아주 가끔 찾게 되는 음식이다. 그것도 누군가의 권유에 의해서다. 혹여나 인생 쓴맛과 함께 스트레스 왕창 받는 날 나는 커피를 찾았다.

술을 마시지는 않지만 술에 흠뻑 취하고 싶었던 날 눈에 들어온 책이다. 너란 녀석을 알게 되면 카페인의 힘에서 벗어나 다른 세계를 맛보지 않을까하는 아주 단순한 호기심에서 집었다.

<지적이고 과학적인 음주탐구생활>

술과 함께한 인간사
지금 이순간에도 음주는 일상에서 빠질 수 없는 문화다. 아마도 술과 인간의 관계는 앞으로도 영원할지 모른다.

이 책은 그러한 술에 관한 호기심을 충족시켜 줄 것 같다.
인류와 같이한 술의 역사는 야생을 헤매며 술 열매를 찾아다녔을 이전부터 이미 술이 있었던 것 같다고 한다.
술 취한 원숭이 가설은 물리적 증거나 유전자 수준의 분석이 없지만, 우리는 왜 술을 마시는가에 대한 가장 과학적인 답변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알코올 중독이난 숙취의문제도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야생의 술은 도수가 낮아 하루 종일 술 열매를 먹어도 맥주 몇 병을 마시는 정도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 술 취한 원숭이 가설이 맞다면 음주도 진화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인간의 몸은 과거 자연 발효된 술 열매의 알코올을 소화할 수 있을 만큼만 진화했다.˝

˝술이 먼저고 사람이 나중이다.˝

여기서 음주 유전자에서 만들어지는 알코올 분해 효소를 가진 유인원이 살아남아서 진화의 중심에 섰을 때, 이는 현생 인류 탄생의 분기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알코올 의존성은 유인원을 적극적인 활동으로 이끌었고 인간으로 진화하게 하는 여정으로 이끌었다는 점은 지능화된 인간이 술 만드는 법을 발명하고 마시게 된 것은 어찌보면 필연적일지도 그래서 ˝우리가 술을 마시는 이유는 유전자 때문이고, 음주는 진화의 유산이다.˝
알코올 분해 효소는 인류 조상의 유전자를 물려 받았다. 그리고 우리는 알코올이라는 약한 독성을 해독하는 기능을 지니게 되었다.

혀끝을 은은하게 하는 와인의 과학

1977년 우리나라 최초의 와인인 ‘마주앙‘이 생산되기 시작하고 2000년대 초반에 들어서 우리나라는 와인 문화가 정착했다고 한다. 와인 문화가 정착하는 것에 1도 지분이 없는 개인인지라 나에겐 솔직히 와인 문화도 낯설고 와인도 낯설다.
와인바, 소믈리에 등 와인 마니아층을 겨냥한 와인 전문점과 마트 한쪽에도 어느새 와인 매장은 빠지지 않는다.
˝와인은 아는 만큼 맛있다.˝ 것에 괜한 시비를 거는 것은 아니지만, 갠적으로 나에게 와인은 시큼한 맛으로 기억하는 술맛이다. 그렇지만 술에 관한 호기심은 멈추지 않는다.
술 맛을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더한 것 같다.

와인 생태계도 경쟁의 세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래서 와인 시장에서 비즈니스는 포도 재배자와 업체를 통칭하는 네고시앙, 와인 제조사, 소믈리에, 와인 작가, 평론가들이 모인 자생적 마케팅 조직이 활동하는 거대 생태계다. 그리고 이들이 와인 산업을 이끌어 간다. 완벽한 공급 사슬 관리 시스템인 것이다.

와인의 맛을 좌우하는 포도, 역설적으로 척박한 땅에서 자란 포도가 좋은 포도다. 그래서 와인의 맛과 향은 양조장보다 포도밭이 좌우한다. 최고 품질의 와인은 포도밭의 입지가 중요하다. 이는 모든 과일과 땅 위의 농작물에도 해당한다. 단단히 여물기 위해서 적당한 시련은 우리에게도 필수다.

인정사정없는 맥주의 비즈니스

수메르인의 맥주는 지금의 맥주 제조법과 유사하다.
그리고 이집트 피라미드를 건설하는 데 맥주가 대량으로 소비되었다. 이집트 노동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음료였던 것이다. 더운 날씨에 거대한 건축물을 만드는 엄청난 노동과 체력을 위해 보수로 지급했다는 기록도 있다. 농번기의 새참에서 막걸리를 뺄 수 없듯이 노동의 피로를 푸는 시원한 음료였던 것이다.
맥주가 없었다면, 피라미드도 없었을 것이라는 말은 괜한 주장이 아니다. 맥주의 효모가 자라면서 각종 비타민과 맥아에서 분해된 탄수화물은 노동자의 체력 유지를 위한 영양제와 같은 식품이었다. 당시도 차가운 맥주의 맛을 선호했다고 한다.

맥주의 세계 정복은 버드와이저로 유명한 미국 기업 앤호이저 부시로부터 시작되었다. 그 배경에는 1920~1933년까지 계속된 미국의 금주령이 있다. 이 기간 동안 대부분의 맥주공장이 문을 닫았지만 앤호이저 부시는 무알콜 맥주를 개발하고, 아이스크림을 제조해서 기존에 투자했던 맥주용 냉장차와 철도망을 통해 판매하면서 생존했다. 이후 금주령이 해제되자 맥주 시장을 평정하고 최고의 맥주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다. 이때부터 맥주는 미국 전역을 대상으로 사업을 확장했고 대공황 이후 1940년 부터 경제 부흥과 냉장고의 보급, 고속도로망의 확충으로 맥주 시장의 패러다임은 바뀐다. 거대 기업과 대량 생산을 기반으로 한 규모의 경제는 맥주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로 군소 양조장의 자리를 내어주지 않았으며 자본주의 원리에 철저히 세계 맥주 시장은 강자로 남은 앤호이저 부시 인베브로 최대 맥주 기업이었다.
이 거대 맥주 회사는 우리나라 오비맥주도 소유하고 있다. 그리고 버드와이저, 코로나, 스테라 아르투와를 포함하여 세계 유명 브랜드의 3분의 1을 소유하는 거대 기업이다. 거의 맥주 세계를 평정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체코를 대표하는 필스너 우르켈은 일본 아사이 맥주 그룹의 소유다. 맥주의 섹계 정복은 끝나지 않는다.

좀처럼 변화지 않는 와인잔과는 달리 맥주잔의 다양한 변화는 맥주의 개방성을 드러내는 증거라고 말한다.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변화하는 맥주의 변신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황금색 맥주의 색과 거품이 주는 환상
모든 음식은 눈으로 먼저 먹고 느낀다는 것은 맥주에서도 마찬가지다.
맥주의 투명성과 맑음은 맛보다는 눈으로 보는 광고의 힘이다.
투명한 유리잔에 맑은 황금색의 맥주, 부글부글 솟아오르는 거품의 시원함은 맥주광고에서 빠지지 않는 장면이다. 그리고 이제는 소리까지 자극한다. 파블로프의 조건 반사 실험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것이 광고 심리학의 기본이라고 한다. 술 광고에 등장하는 음주 후 감탄사와 유명한 연애인의 즐거운 장면들은 조건 반응을 유도하는 조건 자극이다. 인간의 감성과 본능을 자극하는 광고의 힘은 맥주에게도 적용된다.

스키너의 조작적 조건 형성 이론
옅은 색과 황금 빛깔의 맥주, 비즈니스적 보상은 결정적이었다. 이는 대중 매체를 통해 맥주의 맑고 투명한 이미지가 학습되었고 상업 광고를 통한 판매 촉진은 긍정적 강화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제 맥주는 눈으로 먼저 마시는 술이 되었다. 현대 맥주는 더 맑고 더 투명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공장에서 헤이즈(뿌옇게 변하는)를 제거하려고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 맛있어 보이게 만드는 과정은 필요 이상이다.
톡 쏘는 탄산을 위한 발효
맥주의 주원료 몰트, 몰트 향은 인간이 불을 사용하게 된 것과 관련이 깊다고 한다.
그래서 굽거나 태울 때 나오는 냄새를 좋은 것이라 인지하게 되는 쪽으로 진화되어 유전자에 기록된 이러한 흔적 때문에 몰트의 진한 향에 끌리는 것이 우리가 맥주에 끌리는 과학적 이유가 아닐까라고 책은 말한다.
몰트는 우리말로 맥아 또는 엿기름이다.


동양과 유럽의 기후 차이가 누룩과 몰트를 만들어 낸 것이다.
동양의 술은 누룩, 서양의 술은 몰트가 기본이다.
술은 맛보다 향에 따라 취향이 갈린다고 한다. 맛은 사람마다 느낀는 바가 비슷하지만 냄새는 다르다. 향은 인종이나 문화에 따라 선호도의 격차가 크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에 도입된 주류 면허 때문에 가양주 제조는 금지되었고 가양주는 밀주라는 오명을 쓰게 되었다. 일제 강점기 동안 우리 술은 쇠락하고 그 자리를 청주가 차지했다. 가양주는 약주라는 이름으로 주세법상 술의 한 종류로 남게 되는 식민지 역사 속의 우리나라 전통주의 역사 또한 안타까웠다.

쌉싸름하지만 끌리는 요사스러운 독주

아주 오래된 증류주의 기원
우리나라에 소주가 도입된 계기는 몽골의 침입때로 알려져 있다. 아랍의 연금술사들이 증류 기술이 십자군 전쟁으로 유럽으로 전파되고 몽골의 유럽 침략을 통해 몽골로 전파되면서 몽골인들이 증류주를 널리 즐기게 되었다고 한다.
증류주는 상하지 않는 술로 오래 보관할 수 있고 먼 곳까지 운반할 수 있다. 발효의 한계인 농도15%가 되면 부패균은 자라지 못한다.
한국 소주의 이름과 원형
소주의 ‘소‘는 한자로 불사를 소( 燒)자다. 증류주를 태우면 불꽃과 함께 사라지는 것을 묘사한 탁월한 작명이다.

쓴맛은 기본적으로 독의 맛이다
우리 유전자는 쓴맛을 거부하도록 진화했다고 한다. 그러나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쓴맛 커피나 차 그리고 다크 초콜릿의 쓴맛 등도 진화의 유산이라고 한다.
초식 동물은 다양한 종류의 쓴맛을 감지하는 능력이 있는데 인간이 오랫동안 초식 동물에서 진화해 먹어도 되는 쓴맛과 아닌 것을 구분한다고 한다. 그러면 독이 아닌 쓴맛은 안전한 먹거리로 기억한다. 이것이 원시 인류가 생존하는 방식이었던 것이다. 안전 먹거리를 확인하는 수단으로 이미 우리의 유전자는 인지하지 않아도 무의식적으로 끌리는 맛을 기억하고 각인되었다.
우리의 기호 식품의 쓴맛은 생존 수단으로 쓴맛을 기억하고 버텨낸 흔적이다.

우리 인생의 쓴맛도 생존 수단

˝소주의 단맛과 쓴맛은 알코올 스스로는 맛이 없지만, 안주와 주변 음식과 어울려 단맛과 쓴맛의 조화다. ˝
그래서 인생도 소주처럼 달고 쓰기를 반복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술에 관한 깊고 넓은 지식,
나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의문과 무언가가 남았다.
지금 술은 나에게 그냥 숙제같은 존재가 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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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9

등대는 그 신호체계들의 최전방이다. 등대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신호를 연결시키고, 세상을 소통 가능하고, 이동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곳으로 만들기 위하여 저 자신을 이 세계의 가장 외지고 후미진 해안 고지나 섬에 위치시킨다. 가장 외로운 자리에 처한 자들이 이 세상의 소통과 이동의 거점이 되어 캄캄한 바다를 향해 빛을 쏘고 있다.
목포 앞바다나 진도 남쪽 바닷가에 앉아서 먼 등대들의 깜박이는불빛을 바라보는 일은 늘 뜨겁고 반가웠다. 사람으로부터 사람에게로 건너가는 신호는 그 가냘프고도 강인한 한 줄기 빛과 그 명석한 메시지로 늘 나를 눈물겹게 했다. 사람들이 전쟁을 치르듯이, 피난을 가듯이 휴가여행을 떠나는 이 치열한 격전의 여름에 교통체증으로 오도가도 못하는 저 악명 높은 호법인터체인지나 기흥인터체인지에 줄줄이 늘어선 자동차들의 후미등 불빛이 나는 늘 가엾고 또 갸륵했다. 벤츠고 롤스로이스고, 티코고 간에 모든 차들이 모든 차들 때문에 오도가도 못하는 그 폭염의 길바닥에서, 자동차 후미등 불빛은 앞차와 뒤차 간의 신호에 의해서만 자동차들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그 단순한 질서의 위대함을 불빛으로 깜박여 보이면서도 오도 가도 못하고있었다. 도로를 따라서 신호와 신호들이 길게 연결되어야만 당신들은피서지에 갈 수 있다. 뒤차가 앞차의 신호를 받지 못하면 이 오작동은곧 죽음이어서, 당신들의 자동차는 황천으로 간다. 신호를 받지 못하면 대문 밖이 황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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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이야기 한편
우연히 읽게 된 ‘오 헨리‘의 단편 소설
비오는 날 작은 선물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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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안판사 베나자 위더프에게 부부가 이혼을 의뢰한다.
랜시 빌브로와 그의 아내 아리엘라는 서로 동의하에 이혼을 원했다.
치안판사에게 주어야 할 이혼수수료는 5달러, 랜시 빌브로와는 곰 가죽과 여우 두 마리를 판 5달러를 판사에게 주었다. 5달러는 그가 가진 전부였다.

판사는 이혼 판결을 쓰고 서로의 자유를 위해 그 문서를 낭독하였다. 판사가 증명서 한 통을 랜시에게 건네주려고 할 때 아리엘라가 그것을 막았다. 아직 모든 것이 해결된 게 아니라며 위자료를 요구한다.
랜시 빌브로와는 위자료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아리엘라는 신발하고 다른 것을 사려면 5달러는 있어야 한다고 하며 위자료 5달러를 요구한다. 판사는 그정도 금액이라면 부당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랜스 빌브로와에게 5달러를 지급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랜시는 가진 돈이 없다. 그래서 랜시는 다음 날로 판결을 미룬다.

부부가 돌아간 후 치안판사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5달러를 강도에게 빼앗긴다. 판사는 강도가 시킨대로 ‘5달러 지폐를 돌돌 말아 총구에 집어 넣고‘ 그 자리를 피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 판사는 이혼 판결을 위해 부부와 다시 마주 한다. 그때 랜시가 아내에게 5달러짜리 지폐를 건네 주는데 판사의 눈에 들어온 돌돌 말려 있는 5달러지폐가 낯설지 않았다. 심증만 있는 상황에서 내색을 할 순 없었다. 판사는 두 사람에게 이혼 판결서를 내주었다. 이제 두 사람은 각각 아무 말 없이 돌아서 가면 된다. 하지만 부부에게 닥친 현실을 인지한 이들은 깨닫는다. 서로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판사는 부부에게 이혼에 의해 생긴 자격 상실을 취소할 경우 5달러의 수수료가 또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들은 기꺼이 5달러를 판사에게 넘겨 준다. 그리고 랜시와 그의 아내 아리엘라는 다시 부부가 된다. 이제 부부는 달구지를 타고 서로의 손을 꽉 붙잡고 그들의 집으로 향했다. 치안판사 베나드 위더프는 책상 위의 5달러 지폐를 집어서 조끼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이 짧은 ‘오 헨리‘의 소설은 작은 웃음을 안겨 주는 소박한 이야기로 사람의 생각을 자극한다.
<인생 유전> ‘돌고 도는 인생‘과 함께 ‘돌고 도는 돈은‘ 우리의 일상이다. 평범한 불만과 평범한 삶의 패턴은 평범한 불만을 자극한다. 이렇듯 삶은 비슷비슷한가 보다. 결혼 한 이들의 불만 상황은 서로가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 생각하지만, 막상 헤어짐이 현실로 닥치면 그동안 잊혀졌던 자질구레한 일상이 절실해진다. 혼자라는 현실을 직시하는 순간 내가 할 일에 대해서 앞으로의 시간에 대해서 막막해진다. 그리고 이야기 속 5달러 지폐의 돌고 도는 상황은 돈의 속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한 곳에 머무를 수 없는 ‘돈의 섭리‘는 돌고 도는 인생이다.
우리네 인생 또한 그러고 보면 돌고 돈다. 그래서 이 짧은 소설의 제목이 <인생 유전>이 될 수밖에 없다. 오 헨리의 정감있는 시선이 담긴 짧은 이야기에 나오는 인물들은 그래도 순박하고 착하다. 그래서 세 명의 등장인물이 팍팍한 지금을 살고 있는 나에게 더 구수하게 다가온다.

비오는 오늘 우연히 읽게 된 짧은 소설이 가져다 주는 선물은 소박한 깨달음이다.
이 시대의 화려함 속에서 찾은 정겨움은, 그래도 인생은 무상함도 있지만 소소한 즐거운 일상이 더 많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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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의식 가득하고 서열화된 사회에서 자유로운 언어의 표출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가끔 이러한 경직된 공간에서 유머의 힘은 긍정의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농담 한마디의 힘, 격식을 허물면서 주는 자유로움이다.

p21
움베르트 에코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질문 , 어떻게 지내십니까?

오이디푸스 , 질문이 복합적complex이군요.
탈레스, 물 흐르듯 살고 있습니다.
피타고라스, 만사가 직각처럼 반듯합니다.
소크라테스, 모르겠소.
플라톤, 이상적으로 지냅니다.
아리스토텔레스, 삶의 틀이 잘 잡혀 있지요.
단테, 천국에 온 기분입니다.
노스트라다무스, 언제 말입니까?
데카르트, 잘 지냅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파스칼, 늘 생각이 많습니다.
헨리8세, 저는 잘 지냅니다만, 제 아내는...
비발디, 계절에 따라 다르지요.
뉴턴, 제때에 맞아떨어지는 질문을 하시는군요.
셰익스피어, 당신 뜻대로 생각하세요.
칸트, 비판적인 질문이군요.
헤겔, 총체적으로 보아 잘 지냅니다.
마르크스, 내일은 더 잘 지내게 될 거요.
다윈, 사람은 적응하게 마련이지요...
니체, 잘 지내고 못 지내고를 초월해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카프카, 벌레가 된 기분입니다.
비트겐슈타인, 그것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 게 낫겠군요.
프로이트, 당신은요?
카뮈, 부조리한 질문이군요.
예수, 다시 살아났습니다.
애거사 크리스티, 맞혀보세요.
아인슈타인, 상대적으로 잘 지냅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말없이 묘한 미소만 짓는다.)



‘‘본래 지성은 유희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다.‘‘

유머감각은 없어도 ‘유머니즘‘은 읽을 줄 안다.

혹시 읽다가

배잡고 웃을 일이 생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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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작고 사소한 도구지만 가장 넓은 세계를 만들어낸 연필


장맛비를 뚫고 온 따끈따끈한 책,
반가운 즐거움을 자극한다.
새로운 책을 접할 때마다 두근두근 설렘은 늘 있어 온 감정이지만, 흐린 하늘 묵직한 무게에서 초록색이 주는 힘은 한마디로 말해서 싱그런 생명의 힘이다.

7월 푸르른 날과 딱 어울리는 책이다.
아주 정성들여 만든 잘 차려진 한정식을 천천히 먹는 기분이랄까
표지의 색감이며 일러스트 연필의 그림이며 친근하고 그냥 ‘기분 좋음‘이다.
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책으로 500페이지를 넘는 쬐금은 두꺼운 책이다. 개인적으로 소장각이 잡히는 책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정판.

문명에서 연필이 차지한 역할,
연필 공학을 이해하는 것은 오랜 공학의 역사에서 그 진보 과정을 다각적으로 주의 깊게 관찰한다는 의미라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에게 아주 친숙하고 평범한 물건이 된 필기도구 연필이 한때 매우 경이롭고 소중한 물건이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고 산다. 연필은 이제 일상 공간에서 빠지지 않는 흔한 물건이 되었기 때문에 종종 잊고 있는지도 모른다. 연필은 이처럼 우리가 잊고 사는 것들 중의 하나이다.

이제는 연필보다 샤프 펜슬이 더 익숙해졌을지 모르지만, 아직도 연필이 주는 정서는 매우 낭만적이며 아날로그 감성을 선사한다. 종이 위에서 연필의 걸림은 모든 감각을 동원하는 경험을 선사하고 중독성을 낳기도 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연필의 느낌을 잊을 수 없어 옆에 끼고 사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책은 그러한 연필의 역사를 들여다 본다. 역사적인 인물과 대단한 사건 뒤에 숨어있던 공로자인 연필에 대해서 자세히 이해할 수 있는 책이 될지도 모른다.

에디슨의 몽당연필 사랑,
그의 조끼 주머니에 늘 몽당연필을 넣어 다녔다. 그의 몽당연필 사랑은 한 번에 1,000여 자루나 되는 연필을 주문해 썼다는 것이다. 몽당 연필이 주는 정겨움은 ‘발명과 발견‘이 있던 인간사에서 항상 주머니나 어딘가에 있었던 친구였다. 그리고 몽당연필의 ‘작은 사이즈‘는 작업하는 사람에겐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준다. 에디슨의 몽당 연필 사랑이 한층 에디슨을 인간적이게 보여준다.

그리고 나도 몽당연필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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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깨비 2020-07-19 02: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연필하니까 우주 경쟁 시대에 미국에서 막대한 비용을 들여 무중력 상태에서 쓸 수 있는 펜을 개발했는데 소련에서는 연필을 썼다는 유명한 우스갯소리가 생각이 나서 검색을 해봤더니 완전 와전된 스토리더군요. 게다가 연필의 흑연은 고온에서 발화할 수도 있다고도 하고. 어쨌든 요즘은 우주선도 다 터치스크린이니 연필도 펜도 필요가 없겠지만요. ^^ 꼬꼬마시절 숙제를 하고 나면 손이 새까맣게 되던 기억도 납니다. 그래도 여전히 연필로 한 스케치가 그 어떤 페인팅 보다 멋스럽다고 예술의 ‘예’자도 모르면서 끄적이고 갑니다.

이뿐호빵 2020-07-19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 감사합니다.ㅎㅎ그리고 반갑습니다.
종이가 사라지지 않는 한 연필의 존재도 영원할거라 믿고 싶네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