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자살
조영주 지음 / CABINET(캐비넷) / 2020년 9월
평점 :
품절


혐오자살? 제목에서 오는 미스매치 스러운 단어의 조합이 왠지 섬뜩함을 암시하는 것 같다.

조영주 작가님에 대해서는 친밀감이 있다. <나를 추리소설가로 만든 셜록홈즈>를 하여 미리 만나 보았다. 셜록홈즈란 나에게도 대단히 친숙한 인물이다. 하지만 조영주 님에게는 더 특별한 이름이 되었다. 조영주님은 친구가 소개해 준 영국 드라마 <셜록>을 보다가 셜록 홈스에 푹 빠져서 한국의 셜록 홈스를 써보자며 <트위터 탐정 설록 수>를 썼다고 한다. 또한 <홈즈가 보낸 편지>로 제6회 디지털 작가상을 타며 소설가로 데뷔하였다.

<혐오자살>을 읽으면서 마치 셜록홈즈를 읽는 듯한 착각이 든다. 소품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묘사를 하고 있다. 쓰레기 봉투 안에 든 생선의 머리 조각, 재떨이의 사이즈, 갈색머리로의 변신 등. 읽다 보면 마치 내가 그 소품들을 옆에서 하나하나 보는 듯하다. 생동감이 넘친다.

애인을 베란다에서 밀어버리고 이를 은폐시키려는 여자. 그 여자의 이름은 백명지. 어릴 적 유달리 하얀 피부와 검은색 머리칼이 독특하여 백설 공주라고 불렸다. 명지가 죽였다고 생각하는 준혁은 사실 명지가 죽인 것이 아니었다. 명지는 또 다른 피해자가 되면서 제2의 범행에 목표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섬뜩하다.

준혁의 죽음이 단순 자살 사건이 아님을 눈치채고 수사를 진행하는 형사 나영. 나영은 4건의 자살 사건이 단순 자살사건이 아니라 연쇄 살인 사건이라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고 이 사건에 끈질기게 매달린다. 명지, 준혁, 나영을 통해서 펼쳐지는 이야기. 미스터리한 죽음의 조각들이 어떻게 맞춰질까?

반전에 반전을 더하는 스토리가 압권이다. 범인의 윤곽이 서서히 잡혀가려는 순간,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인물이 나타난다. 그리고,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장소에서 살인이 일어났다. 범인이 잡히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작가는 독자를 계속 속여왔던 거야. 절묘한 속임수로. 조영주 님의 내공은 어디까진 거야.

형사 김나영은 세기말 일어났던 303사건의 피해자이다. 그 사건을 스스로 파헤치기 위해 형사가 되어 이를 결국 해결한 인물이라고 한다. 2016년에 발간한 <붉은소파> 이야기다. 이를 계기로 승진을 초고속 승진을 한다. 그러면서 반전이 없는 추리소설을 둘러싼 연쇄 살인 사건을 해결한다. (<반전이 없다>, 2019). <혐오자살>은 이 두 사건 사이에 위치한 2017년, 형사 나영에게 일어난 이야기다.

<혐오자살> 이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실직, 아파트 층간 소음 과 담배연기 피해, 인종차별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편견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그 편견이 지나칠 때는 혐오를 넘어 살해까지 유발할 수 있다. 작가는 사회가 만들어낸 부조리와 인간의 이기심에 대해서 한 번에 결론을 얘기하지 않는다. 쉽게 판단하거나 정죄하지 않는다. 마치 금방 일어나는 것처럼 조곤조곤 들려주고 있다. 마치 프로그램 진행자처럼. 글을 읽으면서 천천히 내려가다 보면 정말 있었던 일이 아니야?라는 착각을 들게 만든다. 다 읽고 나서도 그 여운이 오래 남는다.

아직 읽지 못했던 조영주님의 붉은 소파와 반전이 없다는 소설도 꼭 읽어봐야지. 셜록홈즈에 빠져 글을 쓰게 되어서 그런지 조영주님의 소설은 마치 한국판 셜록홈즈를 보는 것 같다. 조영주님 특유의 예리한 관찰력이 돋보인다. 그래서 더 친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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