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삶
마르타 바탈랴 지음, 김정아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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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우리지시 구스망이라는 주인공 여자의 삶에 관한 이야기 <보이지 않는 삶>이다. 작가는 '마르타 바탈라'라는 브라질 작가로 그녀의 첫 번째 작품이다. 이 이야기는 1950년대 브라질을 배경으로 한다. 한국의 근대 전통적인 가부장적인 사회와 매우 유사하다. 브라질의 유난히 긴 이름, 지명, 거리명, 음식명이 많이 등장한다. 처음 접하는 단어들이 많아 책 읽기가 그렇게 쉽지는 않다.

첫 번째 스토리는 '에우리'와 '안테노르 캄펠구'의 결혼 이야기로 시작한다. 에우리는 왜 결혼을 하였을까? 첫째, '조제'가 먼저 결혼했기 때문에. 둘째 남편이 된 안테노르의 이모가 병에 걸려서 더 이상 특제 라벤더 비누로 조카(안테노르)의 옷을 빨아주거나 양파 수프를 끓여줄 수가 없기 때문에.

두 사람은 사랑하기는 하였을까?라면서 독자들에게 의문을 던져준다. 해군 클럽의 가면무도회에서 둘만의 춤을 추었던 3분만 진짜 사랑했다고 얘기를 해 준다.

<보이지 않는 삶>은 에우리지시의 자서전 같은 성격의 소설이다. 학교 다닐 때는 선생님으로부터 고문과도 같은 시간을 보냈다. 플루트라는 악기에 대단한 소질을 보였으며, 사춘기 때 청과전을 찾아온 한 남자 '조제'를 짝사랑하게 되는 열병을 앓았다. 어머니의 청과전에서 일을 도우면서 플루트로 세계여행을 꿈꾸기도 한다. 결혼 후 주방에서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발휘하여 창의적인 음식을 많이 만들어 내기도 하고, 봉제라는 모험을 통하여 동네의 아녀자들에게 직접 멋진 옷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비록 지금은 평범한 가정주부이지만 에우리지시는 똑 부러지는 여자다. 잘 계산된 수치 몇 개만 가져다준다면 교량하나 정도는 혼자서도 뚝딱 설계해낼 수 있고, 실험실에 자리 하나만 내준다면 백신이라도 발명해낼 수 있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 에 우리 지시는 남편으로부터 구박받는 삶을 살고 있을 뿐이다. 일상의 아내처럼 매일 빨래를 빨아야 하고, 식사 준비에 설거지까지 집안일을 해야만 했다. 에우리지시는 꿈도, 재능도 많은 소녀였지만 사회가, 그리고 가족이 요구하는 전형적인 여성상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브라질 중산층의 안정적인 삶을 누릴 수 있게 되었지만, 자신의 안에서 꿈틀거리는 끼(에너지)를 완전히 펼치지를 못하는 안타까움이 지속된다. 하지만 그녀는 계속되는 도전과 좌절을 겪으면서 마침내 자신만의 성취를 만들어 나간다.

남편인 안테르노는 에우리지시에게 "걸레 같은 년"이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그런 남편과의 사이에 9달 2일 만에 '세실리아'를 낳았고, 연이어 아들 '아폰수'까지도 낳았다.

이 책에 나오는 또 한 명의 주인공 '기다'의 이야기는 슬프면서도 우리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기다는 에우리지시의 언니로 학교 다닐 때 공부는 별로였으나, 동생 에우리지시를 위해서 정의의 사도 역할을 한다. 그런 언니를 보고 에우리지시는 기다가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칭하였다. 보타포구에 사는 21살 의대생인 마르쿠스와 사랑에 빠지면서 인생의 대 변화가 일어난다. 사랑을 좇아 가출을 하여 금수저 집안의 마르쿠스와 같이 살지만 남편으로부터 버림을 받고 가족이라는 울타리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홀로 고군분투하며 생을 살아간다. 우연히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여성 공동체로부터 도움을 받아 아이를 키워내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운명을 개척해 나간다.

<보이지 않는 삶>을 읽어나가다 보면 20세기 중반의 브라질의 모습이 우리의 근대사회와 오버랩되면서 묘한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 가부장제의 울타리 안에서도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는 에우리지시와 기다를 보면서 내 안에 꿈틀 거기는 뭔가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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