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인터코스(intercourse : 성관계라는 뜻이 있음-옮긴이)를 좀 맛보시겠습니까?"
"뭐라고요?"
"인터코스요, 인터코스를 주문하실 수 있습니다."
와, 네덜란드 사람들은 정말 자유롭구나. 그런데 그 순간 웨이터의 말이 전혀 다른 뜻이라는 생각이 퍼뜩 떠오른다. 인터코스 코스와 코스의 중간이라는 뜻.
"예." 나는 안도감을 느끼며 말한다. "그거 좋겠네요."
나는 인터코스를 주문한다. 이곳 반 발숨 호텔 식당에서 아주 즐겁다. 이렇게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식사를 하는 것이 나는 맥주를 홀짝거리며 허공을멍하니 바라본다. 그냥 빈둥거리는 것이다. 웨이터가 구운 연어를 가져올 때까지. 이건 내 인터코스가 적어도 지금은 끝났다는 뜻이다.

#1. 행복은 끝없는 관대함이다_네덜란드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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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해서, 우리가 있는 장소가 우리의 사람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장소‘라는 말은 물리적인 환경뿐만 아니라 문화적 환경도 가리킨다.
- 프롤로그 - P11

여행안내서인 <론리 플래닛> 몇 권과 헨리 밀러의 말처럼 "사람의 목적지는 결코 어떤 장소가 아니라 사물을 보는 새로운 시각"이라는 확신뿐이었다.
- 프롤로그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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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는 세계 모든 길을 담지 않는다. 어디로 가든 길이연결된다. 길이 아닌 곳은 바다고 바다가 아닌 곳은 또길일 따름이다. 해서 지도는 정답이 아닌 지침서다. 내가원하는 곳이 그곳에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지도의희열은 길을 찾는 데서 시작된다. 처음 지도를 보면 어디든 찾아갈 수 있을 것 같지만, 막상 그 장소에 가면 그렇지 않다. 손에 지도를 들고 있으면서도 길 잃은 미아가된다.

- 가끔 길을 잃어도 괜찮아 : 지도 - P166

우리는 저마다 다른 개인의 지도를 가지고 살아간다.그리고 길과 길을 연결하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며 개인의 지도를 만든다. 그러므로 우리는 결코 외롭지 않다.
정히 외롭다면 당신 손바닥을 쫙 펼쳐 봐라. 손바닥에 그어진 무수한 선들을 봐라. 그게 바로 당신 개인 지도다.
걷거나 시도해 보지 않고 미리 주저앉아 울거나 겁먹을필요는 없다. 세상 어디에도 완벽히 그려진 지도는 없다.
나를 포함한 모든 것이 미완이다. 미완이기에 지도를 펼쳐 어디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를 생각한다.

- 가끔 길을 잃어도 괜찮아 : 지도 - P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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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뼘은 멀고도 한없이 가까운 거리다. 그리고 이 가까운 거리 안에서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서로 조금씩은 다른 언어를 가지고 살지만, 그 어떤 방식으로라도 만날 수 있다.

- 한 뼘으로 던진 변화구 : 스마트폰 - P145

더 돋보이고 싶지 않그러나 나와 당신의 중심이 같아야 한다는 건 내 억지였다. 세상 어느 것도 똑같지 않다. 그저 많은 부분이 닮아 있을 뿐이다. 같은 건 오직 사물뿐이다. 생명이 있는것들은 달라야 한다. 생명체의 조건은 균형이다. 균형은서로 다른 것들과의 상호작용이다. 목숨 달린 것들은 서로 전부 다르게 생겼다. 겉모습이 같아 보일지라도 속사정은 다 다르다. 전부 다르기에 이쪽저쪽 한 방향으로 기울어지며 산다.
다시 시소를 생각한다. 시소의 재미는 양쪽에 앉아서체중에 의해 오르락내리락하는 행위다. 이때 시소 균형은 양쪽 전부가 아니라 어느 한쪽이 더 무거워야 한다. 그래야 두 사람이 시소 놀이를 즐길 수 있다. 시소 위에서 우리는 평등이 아닌 다른 것들과 더불어 사는 방식을 배운다. ‘함께‘는 ‘같음‘을 지향하지 않는다. 당신과 내가 결코 같을 수 없음을 깨닫는 데에서 공존은 출발한다. 공존은 어울림이다. 어울려서 다른 사람을 닮아 가는 일이다. 생이란 완벽히 같을 수도 없으나 전혀 다를 수도 없다. 다만 서로를 조금씩 닮아 갈 뿐이다.

- 기울어진 삶 : 시소 - P147

사물은 그저 쥐었다가 제자리에 놓아두는 물건이 아니다. 손과의 관계에 있어 어떤 물건이 사물이 될 수 있는이유는 운동성에 있다. 사물이 물건과 다른 점은 제각각다른 특성과 다른 쓰임 때문이다. 이 쓰임에 적극적으로개입하는 신체가 바로 손이다. 어떤 사물의 특성과 쓰임새를 알고도 손이 아무런 개입을 하지 않으면 그것은 물건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물건의 사물화는 손이 얼마나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개입하는가에 달렸다.

어차피 모든 존재는 미완이다. 미완이기에 고민한다. 고민한다고 확실한 답을 찾는 건 아니지만, 고민한다는 자체만으로 존재는 조금씩 각자의 답에 다가서는 중일 수 있다. 칫솔로 이를 닦으면서 손을 새롭게 다시 마주치는 것처럼.

- 비록 미완일지라도 : 칫솔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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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풍경을 스쳐 지나치지 않고 마주 대한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우리는 서로 마주 서는 것, 그 자체만으로 에너지를 나눈다. 몇 초, 몇 분이 아니라 마주 서서 서로의 파장을 느낀다는 일이 중요하다.

마주침의 흔적이다. 흔적은 남는다. 시간이 지나면서조금씩 옅어진다. 내게 정말로 낯선 시간으로 남을 수도있고 멈출 수만 있다면 멈춰 버리고 싶은 시간으로 남을수도 있다. 흔적은 언제나 다양한 방식으로 남거나 사라진다. 수첩도 마찬가지다. 새 수첩은 마주침이지만 다 쓴수첩은 흔적이다. 내가 지나쳐온 풍경에 대한 발자취다.
그러나 같은 장소 같은 시간으로 돌아가도 다시 마주할수 없는 풍경이기도 하다. 어떤 풍경을 그대로 수첩에 옮겨 오진 않는다. 아니 그럴 수 없다. 마주침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말이 아니다. 새로운 관계를 맺는 일이다. 말을 섞고 감정을 섞고 손을 잡으면서 새로운 관계를형성해 나가는 일이다. 또한 그렇게 맺은 관계를 넓히는 일이기도 하다.

기록된다는 건 마음에 잠시 머무는 일이다. 얼마나 오래 머무는가는 중요치 않다. 잠시 한순간을 머물러도 파장이 번진다.

- 어떤 마주침 : 수첩 - P135

이미 있어야 할 사물들은 다 있다. 지금부턴 이 사물들의 가치를 누구와 함께 어떤 방식으로 나눌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런 사소한 고민이 계속 이어진다면 우리 삶도 지금보다 조금은 더 나아지지 않을까?

- 다른 궁리가 필요해 : 빨대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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